〈 61화 〉음계록(蔭界錄) - 1999[판타지](5)
그가 말하지 않은 건 들어줄 것 같지 않아서였다. 해 본 다음에 뉘우치는 게 낫다는 말은 사람 사회에서나 통한다. 들어 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여겨졌다면 말했을 것이다. 디도는 꼭 힘을 키우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스스로의 뜻을 받아들이게 하려면 다른 바람이 있어야하는데 그걸 들어줄지 모르겠다.
그래. 말하자. 디도에게 난 아무런 쓸모도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좋게 대해주는 건 뭔가 꿍꿍이 속이 있어서일 거야. 그게 뭐든 지 간에 지금으로선 말하는 게 동혁에게 해로울 것 같지는 않다. 설령 디도가 그를 가지고 놀다가 죽일 생각이더라도. 동혁이 말한다.
“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 ”
“ 안 된다고 그랬잖아. 너랑 난 계약으로 맺어져 있고, 나와 다른 아한카라들도 마찬가지야. 물론 너랑 나랑 계약이 어쩌다 맺어졌는 지는 잘 모르지만. 어쨋든 니가 지구로 가면, 니가 태어난 우주는 마하 지바에 맞대게 된다구. 그러면 니가 태어난 우주는 에너지가 지나쳐져서 타버리고 말아. 한 마디로 음계 진공이 되어버려 ”
음계 진공은, 이제는 시시껄렁하게 여겨지는 가짜 진공 보다도 훨씬 무겁다. 1제곱cm당 10의 67제곱 ton이라는, 매우 높지만 잴 수 있는 밀도를 지닌 가짜 진공이 아니라 끝없는 밀도를 지닌 진공이 바로 음계 진공이다. 음계 진공에게선 아무런 움직임도 기대할 수 없다. 목숨이고 우주고 없다. 물리학자들이 처음에 잡아놓은 블랙 홀의 이미지랑 음계 진공은 똑같다. 진짜 블랙 홀은 밀도도 가짜 진공에 비하면 한참 떨이지고 진짜 진공한테 먹힐 수도 있는 별로서 지금은 별 볼 없게 느껴지지만 말이다.
음계에 있는 에너지 가운데 거진 다는 음계 진공 상태로 있다. 에너지가 너무 많다보니 서로 꽉꽉 마구 눌러서 음계 진공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음계 진공은 파라브라자에 묶여 있다. 조금은 음계 진공이 아니기에 동혁이 살 수 있다. 물론 디도랑 수루치가 잘 맞춰주고 있어서지만. 길러지는 꼴이지만 동혁이 마음 들어하고 따로 길이 있는 것도 아니니 받아들이고 있다. 마음에 들지도 않는데 끔찍스럽게 짓밟히는 노예나 도깨짐승보다는 훨씬 낫지.
동혁이 답한다.
“ 그런 빗금을 부수고 싶은 거야. 지구로 가고 싶어. 대우주를 아름답게 가꾸고 싶어. 음계를 보다 더 큰 진화로 이끌기 위한 수단을 말해줄께 ”
모든 것들이 돈으로 셈하여지고 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나 자라 온 동혁이 학교에 들어가기 앞서부터 배운 속이고 해치는 방법을 디도 카젤에게 말하여 -마하 지바에 따른 음계의 평화(Pax Mahajivana)-를 깨뜨리고 -디떼 스타에 따른 음계의 평화(Pax Dittena)-를 만드는 데 쓰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대의명분이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엔 부수겠다는 바람이 아닌가. 수루치의 거스름은 동혁에게 그런 논리의 열매로 이룩된 것이라 여겨진다. 음계의 딸이 지닌 우주론적 속내를 사람의 아들이 알 수는 없지만.
동혁의 말을 다 듣고 난 수루치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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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꺄하하하하~! ”
큐비는 온몸으로 웃는다. 그녀가 꿈틀이며 출렁인다. 살찌고 가멸진 큐비의 여체는 디도 보다도 갖가지 바람에 넘쳐 있다. 물론 그 바람의 많은 조각은 디도 카젤이나 수루치 팅킨과 마찬가지로 동혁이 절대 풀어낼 수 없는 곳에 놓여 있을 것이다.
얼마나 웃겨 보였을까. 얼마나 어리석게 보였을까. 앞의 것은 힘에 대한, 뒤에 것은 뜻에 관한 것이다.
“ 제 지바 안에서 가지런히 쉬지 않고 왜 나온 것일까? 내가 널 얼마든지 즐거워 미쳐 날뛰게 만들어 줄 수도 있는데. 서로 미쳐 놀고 싶지 않아? 마하 지바가 쉬고 있는 판에 스스로 싸움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모든 큰 뜻을 거스르려 일어나는 뭇 싸움이 그렇듯이 떠밀려 사라지고 말 거야. 음계의 큰 뜻을 너에게 보여 줄 테다. 동혁은 참으로 안 되었군. 내가 디도를 디도의 지바 안으로 가두면 넌 참된 죽음이라는, 알 수 없는 걸 맞이하게 될 수 밖에 없겠지. 에너지에 기대는 살이의 슬픈 숙명일테지 ”
동혁은 두려움에 염통이 멎어버릴 것만 같다. 디도가 이빨을 위 아래로 부딪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부채질한다. 디도가 한 번 크게 깊은 숨을 들이쉰다. 양쪽 다 그녀의 머리 만큼 큰 젖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한다.
큐티에호비호렙, 그녀는 동혁에게 참된 악마로 느껴진다. 목숨에게 있어 악마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모든 것일 것이다.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한들, 디도는 그에게 있어 제 정체성의 한 조각으로 여겨지고 있다. 큐비가 한 발 재겨 디디며 말한다.
“ 동혁, 난 너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있어. 디도 카젤, 디때 스타, 두 개 씩이나 되는 업을 지닌 저 모호한 똥갈보 계집애로부터 벗어날 기회다. 나에게 오면 니 바람 모두를 현실로 만들어주겠어. 내 파라브라자는 디도 따위가 비할 바 아니지 ”
동혁이 말한다.
“ 이길 수 있겠어?, 디도 ”
“ 니 방법대로 착실하게 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자신 없어. 검증되지 못한 거잖아 ”
“ 날 니 지바 안으로 넣어 줘 ”
“ 그랬다간 넌 죽을 지도 몰라. 에너지가 내 지바 안에 있는 몹시 짙은 파라브라자와 만나면 짓눌리고 말 게 거의 틀림없지. 그렇지 않을 지 모른다 하여 그딴 노름을 할 수는 없어. 지금처럼 내 지바 둘레에 있는, 조금 짙은 파라브라자 쯤에서야 에너지는 그럭저럭 돌아다닐 수 있어. 난 온 힘 다해 싸울테야. 곱송거리지 않을 거야 ”
디도가 외친다.
“ 큐비, 내가 진다면 넌 쉽게 동혁을 얻을 수 있어. 그러니 나랑 싸워 이긴 다음 동혁을 데려가라 ”
“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좋아 ”
디도가 검은 날개를 세차게 펼치며 큐티에호비호렙에게 덤벼든다.
큐비는 주먹을 움키더니 디도의 뺨에 내리갈겨 메다꽂아버린다.
바닥에 누운 디도가 채 일어나기도 전에 큐비가 다리를 돌려 후려친다. 디도가 누운 자세 그대로 날아올랐다가 곤두박힌다.
큐비가 디도의 음부에 네 손가락, 디도의 항문에 엄지를 넣더니 들어올려 볼링공 굴리듯이 허공에 집어던진다. 곧 떨어지는 - 떨어진다기 보다는 큐비 쪽으로 끌려가는 것 같은 - 디도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손목까지 깊숙히 박아넣는다. 디도가 스르르 가라앉는다.
디도가 가까스로 일어난다. 손톱이 길어지고 날카로워진다. 그녀가 덤벼들었지만 큐비에 비하면 애처로울만치 느리다. 큐비는 디도 등 뒤로 돌아가더니 궁둥이를 5연타로 걷어찬다. 잠깐 엎어지락자빠지락하던 디도가 거꾸로 자빠진다.
큐비가 디도의 귀를 잡고 공중에 던지더니 발로 배를 걷어차 멀리 날려보낸다. 큐비가 다가가 디도의 머리채를 잡는다.
디도는 머리채를 붙들린 채 머리와 가슴을 연이어 발로 채인다. 큐비의 발 움직임에 따라 디도는 꼭두각시 마냥 잡힌 머리채를 가운데 삼아 흔들리며 구른다. 핏덩이가 끊임없이 디도의 입에서 뿜어져나가 바닥을 더럽힌다.
큐비가 디도를 동댕이친다. 큐비의 팔뚝에서 커다란 드릴이 흉맹스럽게 돌아간다. 큐비가 드릴로 디도의 옆구리를 찟어발긴다. 피에 싸여 도는 창자가 쏟아진다. 큐비가 창자를 드릴로 토막 토막 끊더니 디도의 입, 음부, 항문에 쳐박는다.
큐비가 디도를 허공에 날린다. 디도의 몸이 본디 모습이 된다. 디도로선 가까스로 한 일이리라. 하지만 오롯이 넋나간 얼굴이다. 디도가 오르가슴일 때 보았던 얼굴. 디도가 널부러진다.
큐비가 디도를 물구나무 세우더니 디도의 꼬리를 디도의 음부에 꽂고 마구잡이로 돌려댄다. 디도의 탐욕스런 음부는 제 꼬리를 가득차리만치 깊숙히 받아들인다. 큐비가 다른 손과 발로는 디도를 두들긴다.
아픔의 외침이 차츰 황홀에 겨운 신음으로 바뀌어간다. 거칠어지는 숨결, 안으로 기어들어가서 끙얼거림으로 바뀌는 외침.
디도가 눈물, 콧물, 침, 가래, 오줌, 애액, 똥, 피를 싸지르며 뒹군다. 디도의 온몸은 스스로 뿜어댄 오물로 뒤범벅이 된다.
새빨갛게 달궈진 음부, 분홍빛으로 달아오른 채 평소보다도 더 커진 젖무덤에 붙은 잔뜩 꼴린 젖꼭지, 오물에 둘러싸인 채 허리를 젖혀 부르르 떨며 빙글빙글 도는 디도를 본 순간 동혁이 좆물을 뿜는다. 좆물이 작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큐비가 좆물을 손바닥으로 이끈다. 그녀가 동혁의 좆물을 콧구멍으로 빨아들인다.
큐비가 디도를 억지로 세운다. 디도가 비틀거리며 쓰러지려 한다. 큐비가 발등으로 디도의 배를 두어 대 갈긴다. 디도가 두들겨맞는 바람에 잠깐 더 서있다가 넘어진다.
큐티에호비호렙이 바닥에 축 늘어진 디도 카젤의 머리를 짓밟으며 오만한 여체를 세운다. 탐스러운 혀로 고운 입술을 핥으며 큐비가 내뱉는다.
“ 동혁, 이리로 와 봐. 즐겁게 해줄께 ”
동혁은 눈을 부릅뜬 채 그 생김새를 보고만 있다. 점점 커져 가는 음경을 가로막을 자신은 이미 없다. 누가 당하건 두 미소녀가 홀딱 벗고 싸우는 생김새는 꼴리게 만들기에 모자람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가슴 한켠이 차가워져 가는 것도 사실이다. 머리 한 구석이 뜨거워 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디도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크게 느낀다.
큐비가 아래쪽을 본다.
디도가 큐비의 발목을 깨물었지만 별 쓸모 없다. 큐비는 디도의 입 안에 제 발을 쳐박더니 귀찮다는 듯이 거칠게 밀어버린다. 디도가 피 한 웅큼을 토하며 나뒹군다.
사람의 짧으면서도 긴 잔인한 역사 속에서 숱하게 일어났고 일어날 일인, 사랑하는 여자를 눈 앞에서 따먹히며 스스로는 죽을 판인 남자의 처지가 대우주라는 무대의 한 구석에 다시 올려진다.
“ 진화론이군요. 그같은 진화가 음계의 역사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여기고 계세요? 그런 행위들은 마하 지바에선 옛날에 지나가 버린 낡은 생존 방식에 지나지 않을 거예요 ”
“ 증거가 있어? ”
“ 아니요. 하지만 저나 디도 님은 보시다시피 높은 진화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아니, 높은 지 어떤 지는 모르지만 동혁 님을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지구인과 비슷한 점이 있어요. 따라서 지구인이 쓰는 생존 방식들은 모두 쓸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거예요. 하지만 쓰고 있지 않아요. 아마 옛날에 그런 생존 방식은 어떤 까닭으로 말미암아 모두 묻히고 말았을 거예요. 이치에 맞는 어떤 까닭이 있었겠지요 ”
“ 아닐 거야. 새로운 것이 나온다고 해서 옛것이 모두 잊혀지거나 부숴지는 건 아니야. 단지 새로운 자루 속에서 어울릴 뿐이지. 그런데 디도는 내 방식을 본 적이 없다고 했어. 이건 틀림없이 새로운 방법인것이야 ”
“ 저나 디도 님이 모를 경우도 있다는 건 생각 못 하셨나요? 새로운 자루 속에서의 어울림이란 지구의 진화 방식일 뿐 그것이 바로 음계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어요. 새로운 것이 모든 걸 때려부술 지도 모르고, 옛날에 생긴 것이 모든 것을 짓누르고 있을 지도 몰라요. 같은 절대 진리 아래 있겠지만 그 공통점이 어디까지인지는 아직 알 수 없는 것입니다 ”
“ 요컨데 도박이라 이거군 ”
“ 예. 설령 그것이 쓸모있다 해도 그게 디도 님 보다 센 상대에게 베껴질 경우 아주 위험해져요 ”
동혁도 그 점에 만큼은 자신이 없다. 자연이 어떤 현상을 단 한 번 일으키는 경우란 매우 드물다. 디도 카젤과 같은 속성의 아한카라가 또 있다면 베낄 수 있을 것이고 위협이 될 것이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수루치가 있고 큐티에호비호렙도 그럴 수 있을 지 모른다고 하였다. 이토록 좁은 곳에 비슷한 성질을 지닌 아한카라가 셋 씩이나 있다는 사실은, 위험한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라 할 수 있다.
“ 디도, 큐비의 힘은 너랑 비교하면 어때? ”
디도가 한쪽 입술 끝을 살짝 뺨 쪽으로 치키며 말한다.
“ 난 걔에 비하면 좆밥이야. 큐비는 나보다 1.119283 곱하기 25의 구골 플랙스 제곱 배 더 세 ”
“ 뭐이!? ”
동혁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는다.
“ 음 너무한다. 무슨 양자 역학도 아니고 . 도무지 와 닿지가 않는 수치야. 깊은 연못이 사이에 있다고 밖에 여겨지지 않아 ”
수루치가 말한다.
“ 만약 디도 님이 당신이 말한 방식을 쓰겠다면, 큐비에게 쓸 수 밖에 없을 거예요. 그러면 스스로 무너지게 되어요 ”
“ 수루치, 넌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 큐티에호비호렙 말고도 쓸 상대는 많아 ”
“ 시험 삼아 수루치한테 맨 먼저 쓰라는 말이야? ”
“ 디도, 넌 진짜 똑똑해 ”
수루치에겐 미안하기 짝없는 일이다. 그가 말한다.
“ 정도 많이 들었는데 벗인 널 이용해서 미안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널 되살려줄께. 그럴 수 있지?, 디도 ”
디도 카젤이 고개를 끄떡인다.
수루치의 얼굴빛이 하예진다.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이 흐려지더니 눈물이 방울 방울 아롱져 바람에 날리듯 떨구어진다. 맑고 구슬픈 오줌이 새하얗고 늘씬한 다리를 타고 흐른다. 빛 곱고 향긋한 설사가 알알이 흩어뜨려져 뿌려진다. 슬픔이랑 두려움이 되려 깊은 즐거움을 낳은 듯 몸을 떨며 수루치가 깨끗한 애액을 오줌에 뒤이어 흘린다.
“ 알겠어요. 동혁 님, 디도 님, 부디 뜻을 이루세요. 전 제 지바 속으로 물러갑니다. 제가 남긴 파라브라자를 가져가세요 ”
수루치가 사라져간다. 그녀가 남긴 파라브라자를 디도가 받아들여 잘 갈무리한다.
동혁 앞에 디도가 무릎 꿇더니 유방을 한쪽 손으로 감싸쥔다. 그녀가 동혁의 귀두에 살포시 입술을 부빈다. 디도가 엹게 몸 붉히며 가볍게 떨자 도톰한 입술과 발기된 귀두가 닿아있기에 떨림이 동혁에게까지 살짝 간다.
“ 이제 너와 나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간 거야. 함께 가자. 일단 큐비를 만나는 거야 ”
동혁은 가슴이 세차게 뛰는 걸 느낀다.
모든 걸 다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일 지도 모른다. 그런 동혁이 음계를 향해 던지는 출사표는 가진 이의 놀이 쯤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동혁은 그런 기득권의 어설픈 놀이로 이 일을 벌인 것이 결코 아니다.
물론 동혁에겐 부모도 동기도 없고 사회조차 없다. 그것들은 그의 안에서 힘을 떨치고는 있지만, 밖엔 없다. 밖에서 그것들이 동혁을 흔들려면 집으로 가야 할 터였다. 이 점에서 이 결정은 지구에서 보다 쉽게 내려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혁은 뭇 혁명가들과 매한가지로 -모두가 누리게 하고 싶은 것을 바라며 누리고 있는 것을 던졌다-. 누리고 있는 목숨을 모두가 누리게 하고 싶은 바이쿤타를 바라며 던진 것이니까. 그는 그렇기 때문에 가진 자의 자기 만족을 위해 움직인 강민주가 아니다.
더욱이 동혁에겐 지금 상황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게 여겨지는 건 아니었다. 디도의 모든 것, 더 나아가 음계가 가끔 허방다리로 보였고 스스로를 속이는 듯이 여겨졌다. 그것은 단숨에 동혁을 죽음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힘을 뜻한다. 디도를 지금은 움직일 수 있지만, 그것은 디도의 힘이지 동혁의 힘은 아니다. 보다 현실에 가깝게 느껴지는 흔들림도 있다. 디도와 수루치가 둘 다 지바에 갇혀 버리면, 동혁은 어떻게 될 지 모르지 않는가.
그것에서 말미암는 엄청난 불안감은 끊임없이 발작하고 있었다. 그는 땅이 꺼질까 봐 극렬하게 고민하는 꼴이다. 스스로를 지키는 바탕틀 모두가 송두리째 바뀔 지 모른다는 공포. 그런 기분은 한때의 기쁨이 지나가면 곧바로 찾아들곤 했다. 조금이라도 잊어버리고 싶은 역한 기분이다.
말하자면 동혁이 한 마음 굳힘은 어찌 보면 도피에 가까웠다.
이 일로 말미암아 마하 지바는 움직이지 않고 가이없는 음(陰)의 상태에서 양(陽)을 향해 벗어나기 비롯한다. 존재론적 정충인 동혁은 피안의 더없는 보배로움(寶至)인 음계로 나아가는 비단길을 디떼 스타와 더불어 가기로 마음 굳힌 것이다. 두 가지 불합리, 전통과 혁명 가운데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향해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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