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5화 〉헬 매니아(Hell mania) 1999[판타지](9) (55/84)



〈 55화 〉헬 매니아(Hell mania) 1999[판타지](9)

나도 아첼이 동의해야 용기를 내서 갈 생각이었다. 아첼이 반대를 하니 그냥 문에다 주먹질을 해야지  수 없다.
살갗이 조금 까진 거 말고는 피해도 없다. 문은 손쉽게 부서진다.
 안이 아까 본 데 보다는 훨씬 화려하고 넓다. 갖가지 실험 도구들도 비싼 티가 나고 책들도 마찬가지다.
-몇 개 가져가야겠다. 꼴을 보아하니 근사한 게 있을  같은데
-그래야겠다
-일단 무기가 될만한 거부터 찾아야지
쇼트 소드를 한 손에 든 다음 이곳저곳을 뒤진다. 우리의 직업은 도둑이 아니라 평전사이기 때문에 도둑질이 손에 익지가 않다. 서랍이 엎지러지고 여러 가지 물건들이 뒤엉킨다.
아첼이 말한다.
-지문을 이렇게 묻히고 다녀도 괜찮을까
-우리가 폰티모스  명부에 올라 있기냐 하냐
문이 열리면서 키가 작고 메마른 사내가 나타난다. 나이는 40살 전후 쯤 되는 것으로 보였고 머리랑 옷은 지나치게 빳빳해 보인다. 잔뜩 힘이 들어간 어께는 부자연스럽고 사내를 더욱 왜소하게 보이게 한다. 하지만  눈은 살아 꿈틀거리고 있어 얕보이지 않는다.
사내가 뭐라 중얼댓는 지는  길이 없었다.


거의 불빛이 보이지 않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비좁은 방이다. 온갖 잡동사니들이 널려 있는 것 같다. 위쪽에 있는 작은 창문으로 차디 찬 하얀 빛이  조각 비치고 있을 뿐이다.
아첼은 자고 있다. 아첼은 가끔 가볍게 코를 골지만 오늘은 평소 보다 조금 더 심하게 골고 있다.
 알몸이네. 짜증나는 놈들이다. 동아줄로 묶었는데 너무 세게 조여서 그런지 살갗이 여러 군데 까져서 따갑다. 이러다가 염증 생기겠다. 힐링 포션을 발라주면 좋을텐데. 몸을 움직여보니 바닥에 솟아나온 쇠고리에 동아줄이 걸려 있다는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돌려 아첼의 뺨에 입술을 부비면서 가끔 혀 끝을 댄다.
아첼의 귓볼을 지그시 물고 빨면서 그 짭잘한 살갗의 맛이랑 먼지의 맛을 함께 만난다. 아첼을 만난  후회하지는 않는다.
작게 소곤거린다.
-내 사랑
사랑이란 말을 너무 흔하게 하고 지내는 우리지만 정색하고 하기엔 쑥스럽기 짝이 없다. 듣지는 못했겠지. 괜히 혼자 붉으락거리며 여겨본다.
넌 나한테 별 이야길 다 해줬지. 어릴 때 소꿉 친구 이야기며 가족 이야기며  책이나 TV 내용이랑 감상 같은 것들 말고도.
한때 죽네 사네 하다가 끝내 헤어진 남자 친구 이야기를 죽 늘어놓던 너는 불쑥 이런 말을 했다.
-너  고래 안 잡았냐?
같은 몸이래도 그런 말은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잡았어. 여기 왼쪽으로 치우치는 거만 진짜 내 거고 나머지는 어디서 온 건지 몰라
-그래서 얘만 귀두가 드러나있구나
그때 니 볼은  밑까지 새빨게져 있었다. 그런데도 좀더 친밀해지려고 애쓰는 니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포경 수술 필요도 없는데 한국 사회의 그릇된 관습으로 퍼진 거야. 유대인이 종교적인 이유로 하는 거에 지나지 않아. 거의 모든 선진국들에선 안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 그거 안 하고도 따뜻한 물로 잘만 씻어주면 아무런 병에도 걸리지 않는다구
-좀 지저분해 보이는 건 사실이잖아
-살갗이 좀 기니까 그걸로 장난도 칠 수 있고 좋아
-하긴 이건 장난감으로 쓰기 딱 좋은 것 같에. 질도 늘어나긴 하는데 장난감으로 쓰기엔 좀 그래. 너랑 붙은  진짜 좋은  하나 있어
-뭔데?
-오줌을 누면 타고 내려가거든. 그래서 휴지 같은 걸로 깔끔하게 잘 닦아줘야 돼. 그런데 페니스는 그냥 털어줘도 괜찮잖아
-발그스름해 가지고 그런 말을 잘도 하네
-내가 뭐.... 헤. 너도 빨개져있으면서
-그런가
-나중에  수 있음 꼭 하자
-알았어. 아, 근데 만약 우리가 지구로 가면 어떻게 되는 거지
-잘 알고 지내야지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이 체로
-지금?
-응
-그럼 어쩔 수 없는 거지 
-결혼은 물 건너  건 확실해. 법적으로 사실혼 관계니까. 물론 난 결혼할 수 없고  할 수 있지만 사실혼 관계인 건 변하지 않으니까
-나 지구로 안 
-왜?
-난 너랑만 결혼하고 싶지 않아. 우리 각자 멋진 사람 만나서 확실하게 사랑하자구
-물론이지
그러므로 너는 이곳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우리를 잡아 가두는 수많은 동아줄들을 하나 하나씩 풀어헤쳐야 한다.
-빨랑 일어나
-으음~~
아첼이 게츰스레 눈을 뜬다.
-우리 또 갇혔어
-안 죽은 게 다행이다, 야
음침한 목소리가 퀴퀴한 공기 속에 번진다.
-이제 깨어났군
우리가 한꺼번에 비좁은 창을 본다. 해골에 가죽만 붙어 있는 듯한 얼굴이 보인다.
-캬캬캬캬!
가래가 잔뜩 걸린 듯한 웃음 소리다.
-왜 그래요?
-니네 불알을 보니 그러는 거다
아첼이 비명을 지른다.
-꺄! 이게 뭐야
불알이 엄청나게 부풀어올라 있다.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유방 쯤 크기로 부풀어 있어 다리를 접을 수가 없을 정도다. 페니스 3개도 그에 걸맞게 잔뜩 발기되어 있다.
아첼이 말한다.
-너무 징그럽잖아
사내가 사라진다.
-이봐요! 우리를 어떻게 할 거에요! 말을 하란 말야!
-젠장. 일단 일어나보자. 오줌은 누어야지
오줌을 쌌지만 불알은 여전히 커다랗다.
-이거 불안한데. 기생충들 가운데서는 살갗을 부풀어오르게 만드는  있다고 들었어. 그거 걸린  아냐?
-그건 나도 알아, 쨔샤. 하지만 엄청나게 간지러울테고, 불알만 부풀 리가 없어
-그럼 설마.... 그 마녀의 농간....
-뭔데?
-좆물이 가득 차서 그런  아닐까?
-뭐?!
우리가 아래를 본다. 아첼이 말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한 번 해보자, 갈보야
엉거추춤하게 일어나있는 상태다. 커다랗게 된 불알 덕분에 다리를 모을 수가 없다.
엉덩이를 내밀고 왼손을 뒤로 뻗어 음부랑 항문에 손가락을 깊숙히 집어넣는다. 음핵도 끊임없이 간질인다.
아첼이 신음한다.
유방이 큼직하게 부풀어오르는  보인다. 유두도 발딱 선다.
나도 감각은 둔하지만 참을 수가 없다. 고개를 돌려 아첼이랑 입을 맞춘다. 입술을 비집고 혀를 밀어넣어 휘감는다. 침이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따위엔 신경 끄기로 했다. 그렇게 안 되도록 조심하는 법은 알고 있지만 침을 흘리는 편이  즐겁다.
귀두를 오른손으로 붙잡아 위아래로 쓸어간다.
아래를 본다.
도드라기가 유방 전체에 번지는 게 보인다.
등에 압력이 오면서 휘어진다.
곧 시작이야. 호르몬이 엄청난 빠르기로 돌고 있으니까.
준비할 사이도 없이 허리가 끊어질듯이 아파오며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홀몸일 때엔 이렇게 아프지않았다. 여자의 오르가슴은 허리가 팽팽하게 멈춰져있고 남자의 오르가슴은  반대다.  둘이 충돌하기 때문에 허리가 몹시 아프다.
정신이 돌아온다. 하지만 몸을 바로  수가 없다. 아첼은 아직 절정에 들어 있으니까.
아첼은 맹한 표정을 하고 있겠지. 거울을 보면서  기회가 있었을 때 본 적이 있다. 그때의 아첼은 진짜 아름다웠다.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의 양이 아주 많다. 좆물에 씹물이 뒤엉켜있을테니까.
-케케케케
그 놈이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좋은 구경이었겠지. 기회가 있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린다. 뒤로 넘어진다. 아첼이 말한다.
-허리 아파 죽겠네
-이러다가 허리 버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임마, 끔찍한 소리 마라
-젠장. 섹스하는 거 별로 느낌 좋지도 않은데 허리에도 안 좋고. 이거 큰일이잖아. 그나마 옛날엔 스포츠로서 괜찮았는데 지금은 이게 뭐야
-저기 벽  
벽에 덩어리져 묻어 있다. 마치 젤이 잔뜩 묻어 있는 것 같다. 다리 사이에도 칠갑이 되어 있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오크의 그것에 버금갈 것만 같았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은 불알이 평소보다도 작게 오그라들어 있다는 것이다.
아첼이 말한다.
-이게 뭐야. 난 많은  별로 안 좋아한다구
-나도 싫어
스산한 목소리가 깔린다.
-너희를 그런 꼴로 만든 마녀가  발현시키지 못한 속성들을 일깨워준 것 뿐이야
-또 있나?
-물론. 우선 좆물로 말하자면, 매일 아침 그렇게 많이 쌓일 것이고, 그날 그날 배출하지 못하면 며칠 안으로 페니스가 썩어버릴 거다
아첼이 고개를 돌린다. 뺨에 눈물이 흐르는  보인다. 젠장. 저 염병할 새끼.
-그럼 우리 허리는?
-글세. 곧 반신 불구가   같은데. 그밖에도 말해주지. 유방이 지금 5개지? 12개로 늘어나게 될 거야. 어께 사이에 있는 등엔 엉덩이 보다 조금 작은 살덩어리가 부풀어오르고 그 골짜기 아래쪽엔 가짜 음부가 하나 생길 거다
-그 마녀 완전히 변태였군
-나도 그렇게 여기고 있어. 아마 레즈였던 것 같아. 니넬 데리고  생각이었겠지
갑자기 허벅지를 타고 뜨끈하고 덩어리진  내려간다.
-아첼!
사내가 말한다.
-여자를 탓하지 마라. 마녀는 니네한테 만성 설사병을 주었다. 무슨 생각에서인 지는 모르겠지만. 그밖에도 몇 가지 더 있지만 니네가 알아서 찾아보아라
사내가 사라진다. 아첼이 소리낸다.
-으으으
-슬퍼하지 말자. 솟아날 구멍이 있을 거야
-그래. 맞아. 지금까지도  해왔는데
-어디 설사를 닦을  있는 게 있는 지 찾아보자
없다. 이러는 동안에도 설사는 흘러내려 발뒤꿈치에까지 묻었다. 냄새가 너무 심하다.
-그냥 아무데나 문지르는 게 낫겠어
아첼이 대꾸하지 않는다. 텅 빈 느낌이 든다.
-굴욕감에 괴로워할 거 없어
-그런  이미 나한테 없어. 나 따위한테 그런 게 남아 있기나 하겠어? 이렇게 모욕당하면서 괴로워할 줄도 몰라. 나란 건 너한테 짐이나 되고. 죽으면 편하겠지?
-이 년아! 니가 그러면 난 어떻하라는 거야?! 내가 널 짐으로 아는 줄 알아?  널 사랑한다구! 그걸로 여기까지 버텨왔는데....
-많이 들은 말이네. 너한테도
억지로 팔을 움직여 아첼의 머리를 내 쪽으로 돌린다. 그리곤 아첼의 입에 혀를 밀어넣는다. 아첼이 애타게 응해온다.
아첼이 조금 기운을 차린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도  사랑해! ....어 근데 뭔가 튀어나오고 있어
어께 아래 겨드랑이 근방을 만져본다. 도드라기 같은 게 조금씩 올라오는  느껴진다.
-새로운 유방인가 봐
-여자는 유방이란 말 별로 안 쓴다며
-그건 그래. 하지만 이건 가슴에 없잖아
잡동사니 곳곳에 설사를 대충 문질러 닦아낸다. 그러고나니 촉각의 불쾌감은 많이 줄었지만 냄새는 더 심해졌다. 뭐 후각은 쉽게 지치니까  괜찮아질 거야. 아첼이 말한다.
-파리 많이 꼬이겠다
-그 바람에 저 놈도 골치 아파질 거 아냐
-그렇겠구나. 하하하하
-아하하하
한바탕 웃고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1999년 10월 22일 작[미완][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