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섬의 별장 2014[일반]
섬의 별장
21세기의 전 인류 사회에 있어 사회적으로 공인받고 허용되는 유일한 취미란 술을 잔뜩 퍼마신 채 윗사람에겐 아부하면서 아랫사람을 부려먹는 것이다. 오직 그것만이 일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상위 계층이 생각한다.
회사에 다닐 때 회식에서 최정일은 지겹도록 그런 행위를 했다. 몇몇 사람은 다른 취미 예컨대 소설, 게임, 만화, 장기, 낚시 따위 하찮은 취미들을 가지고 있었고 최정일은 오직 술과 담배와 계집이라는 메이저 취미로 그런 취미들을 업신여겼다. 업무의 연장에 불과한 회식이 근절되지 않고 임금도 지급되지 않는 건, 회식이 상위층에겐 취미이고 하위층에겐 고통이기 때문이다. 최정일은 회식 체질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다.
젊은 나이에 부장이 될 정도로 최정일은 정치 수완이 좋았다. 딴 건 간신히 낙제를 면할 정도였고 오직 정치력만 좋은 최정일이었다. 정치력만 좋으면 다른 능력이 아무리 핫바리여도 한국에선 잘 나가는 법이다. 그러다가 최정일의 아비가 죽어 막대한 유산이 굴러오자 회사를 때려 치고 나온 뒤 물려받은 아비의 회사를 처분하고 건물을 여러 채 사서 그 임대료로 떵떵거리면서 살아왔다. 물론 그 와중에 회사 공금을 적당히 횡령하고, 차상위계층 혜택을 받아 나라에서 눈 먼 돈을 타내는 술수도 잊지 않았다.
오늘도 최정일은 OP에서 새로운 계집을 물색했다.
마침 마음에 드는 계집이 들어왔다. 늘씬하고 쭉쭉 빵빵한 김미영이라는 계집이었다. 뭔가 이름이 기분 나빴지만 어떤가. 가슴만 C컵이면 됐지. 어차피 닉네임일 테고 말이다. OP에서 김미영은 최정일의 항문을 게걸스럽게 핥고 빨았고 페니스를 쥐고 훑으면서 귀두를 입 안에 넣고 얌전하게 혀로 굴렸다. 최정일은 김미영의 항문에 뒷치기로 페니스를 마구 박아 넣으면서 엉덩이를 철썩 철썩 신나게 두드렸다. 김미영의 엉덩이가 실해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최정일은 같이 가서 하룻밤을 자자고 하고 1000만 원 짜리 수표를 제시했다. 김미영은 혹해 따라왔다. 분명 최정일이 자신에게 스폰서가 되어 줄 작정일 거라고 김미영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뻔해 속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인생의 유일한 재미는 최정일에게 있어 계집질이었다. 인간은 성욕의 포로가 되어야 대를 이을 수 있도록 진화되어 왔다. 그래야 대를 이을 수 있던 종족이었다. 최정일은 자식은 남기고 싶지 않았다. 이전처럼 애를 싸지르고 5살 때부터 가족의 일을 시키는 시대가 아닌데 뭣 때문에 힘들여 자식을 낳는다는 말인가. 최정일은 자식을 애완동물로서도 키우고 싶지 않았다. 의지할 수 있는 자식을 키우고 싶다는 일말의 소망은 있었지만 그러기는 어렵다. 자식 길러봤자 결국 자신처럼 되지 않겠는가 하고 최정일은 허무해했다. 사랑하는 이가 있어야 사회를 유지하고 싶어지는 법이고, 그 사랑하는 이는 자식이 되기가 가장 쉬운 법이지만 최정일은 홀가분한 걸 좋아했다.
최정일은 자신의 벤틀리 뒷 좌석에 김미영을 태웠다.
부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최정일은 임대업에서 임대업주라는 갑 질을 해서 불로소득으로 진짜 일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막대한 돈을 빨아들이는 중이었다. 그 돈이 어떤 경로로 들어 왔고, 어떤 노동이라는 대가를 져서 왔는지 최정일은 조금도 묻지 않았다. 피 묻은 돈이라도 코 묻은 돈이라도 그것이 주머니에 들어오면 끝이었고 세금은 거의 내지 않았다. 최정일은 온갖 방법으로 탈세할 길을 찾아 다녔던 것이다. 그런 사람이 대한민국 상류층을 형성하고 있었고 이들은 언제든 외국으로 도망칠 길도 파놓았다. 혼란의 와중에 더 피해를 볼 수 있는 건 약자이고 그렇기에 약자가 오히려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일 것이다.
인생은 허무한 것이다. 어떻게 살든 죽으면 끝이라는 건 똑 같지 않은가. 다들 제 태어난 대로 살고 있었고 최정일 자신은 양아치일 따름이었다. 우주는 모든 것을 주었고 모든 것을 빼앗아 갈 것이다. 살아 있든 죽어 있든 인간이 근본적으로 무생물이라는 점엔 차이가 없다. 자아는 자극의 소산이고, 모두들 생후 11개월 이전에 성격의 80%가 형성되는 걸 받아서 살아가고 있는 것뿐이다. 개인에겐 자아 형성의 책임이 조금도 없지만 대가는 모조리 다 짊어지고서들 살아간다.
김미영을 호텔 방에 누였다. 최정일은 말했다.
“나랑 SM 놀이 하자.”
“좋아, 오빠.”
최정일은 밧줄로 발가벗은 김미영을 귀갑 묶기 했다. 손목과 발목도 꼼꼼하게 묶었다. 잠이 깬다는 명목으로 김미영에게 수면제가 든 커피를 마시게 했다. 마시는 걸 확인한 뒤 최정일은 김미영의 따귀를 후려쳤다. 남의 고통과 불행에서 쾌감을 느끼는 성격을 최정일은 갖고 있었고 그렇지 않은 자들을 찌질이라 생각했다. 돈을 펑펑 쓰게 만드는 매춘 보다 더 경제에 걸 맞는 취미란 없는 것이라고 최정일은 생각했다. 김미영의 목을 졸랐다. 김미영이 일그러지는 표정을 보고 최정일은 발기되었다. 김미영이 호흡 곤란으로 생체 마약을 분비해 황홀해하는 표정을 짓자 그제야 최정일은 손을 풀었다.
김미영이 졸려서 골아 떨어지자 최정일은 준비해 간 가방에 김미영을 우겨 넣고 호텔 방을 나섰다. 따라 오지 말았어야지 병신 년, 하고 최정일은 혀를 찼다. 이 세상엔 오직 개인만이 살 뿐이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최정일은 벤틀리 뒷 칸에 김미영을 싣고 고속도로를 질주한 뒤 배를 타고 아비의 고향인 섬으로 들어갔다.
섬엔 최정일의 별장이 있었다.
최정일은 김미영을 꺼내고 거실에 두었다. 최정일은 김미영의 팔뚝에 각성제를 주사했다. 최정일은 의대 중퇴자였다. 최정일의 부모는 과외 등으로 돈을 퍼부어 최정일을 의대로 보냈고 이후 최정일은 유학 가서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귀국했다. 성공하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는 것이 대한민국 주류의 가치관이다. 잠시 후 김미영이 깨어났다. 김미영의 풍만하고 매끄러운 우윳빛 유방이 불안감에 맥동했다.
“여기가 어디죠?”
“도망쳐 봤자, 여기는 내 앞마당인 섬이다. 여기선 섬 창녀가 되거나 섬 노예가 되는 길 밖에 없어. 아니 야들야들한 계집인 네 년을 써줄 뱃사람은 없을 테니 섬 창녀 밖에 길이 없을라나 , 그러겠다.”
“살려주세요, 나으리. 나으리 정도면 남의 집 아내인 예쁜 년들도 데려다가 놀 수 있을 텐데 왜 저한테 이러세요.”
“내 돈으로는 그런 사치를 부릴 수 없지.”
최정일은 채찍으로 김미영의 등짝을 후려쳤다. 김미영의 곱고 새하얀 등에 자국이 남는 것을 보고 최정일의 페니스는 발기되었다. 일반인이라면 그러한 남의 고통과 불행을 보고 설령 범죄를 일부러 저지르는 중이라 해도 동정심과 죄책감이 들기 마련이지만, 최정일은 그렇지 않았고 그런 자신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라고 최정일은 생각했다. 최정일이 호기롭게 외쳤다.
“도망가 봐. 이 섬에선 모두 내 편이야. 경찰도 죄다 끄나풀이지. 참, 여긴 방음이고 다들 비명이 나와도 그러려니 해.”
“똥, 오줌을 먹을 테니 풀어주세요. 제 씹과 똥구멍에 오줌을 싸주세요. 살려주세요.”
“그런 건 룸에서도 할 수 있는데?”
최정일은 전기톱을 갖고 나왔다. 휘발유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김미영이 새된 비명을 지르면서 발버둥 쳤다. 최정일은 전기톱으로 김미영의 목을 잘랐다. 그리곤 죽은 김미영의 음부에 페니스를 박아댔다. 사후 경직으로 페니스를 조임 받는 건 최정일의 취미였다.
허허롭다.
최정일은 피비린내 나는 방 안에서 쿠바산 시가를 태웠다.
김미영의 심장을 구워 먹었다. 최정일은 친한 중국인들로부터 인육 요리를 몇 가지 배워 알고 있었고 즐겨 먹었다. 최정일은 다른 식인종들이 그렇듯이 젊은 여자와 아이의 고기를 맛있어 했다. 최정일은 중국에서 어린이의 피를 대량으로 수혈 받은 적도 있었다. 물론 피를 뽑힌 그 어린이는 죽었다.
어떤 사회든 최정일과 같은 상류층은 법 위에 있다.
Fin
[2014.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