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18호의 손바닥 - 2017[패러디]
18호의 손바닥
손오공이 전왕을 만나, 지구가 설령 우주와 함께 파괴된다 해도 자신이 승부욕을 충족시킬 수만 있다면 상관없어 하는 희대의 개새끼로 각성하기 전(즉 드래곤볼 슈퍼 전)의 평화로운 하루였다.
손오공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악당 셀과 함께 자폭해서 죽었다.
엄청난 미녀 사이보그인 18호는 크리링에게 고백을 받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바보 같은 크리링 녀석. 아니 바보 멍텅구리 크리링! 대머리인 주제에! 깎았다지만 대머리야! 한 번 대머리는 영원한 대머리야!'
18호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베게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파묻었다. 크리링에게 아주 마음이 없는 건 아닌 18호였다. 18호는 대머리이지만 멋진 스타일의 남자들을 많이 기억하고 있었다. 지옥에 갔을 게로 박사에게 마개조당하기 전 18호가 아직 순진한 소녀였을 때의 아련한 추억이었다. 크리링의 대머리는 어느 정도는 18호에게 시원스럽고 화끈하게 보였다.
하지만 18호에게 크리링은 약해 보였다. 아무리 크리링이 지구인 중 가장 강하다고 해도 말이다. 크리링의 체격이 왜소한 점도 크리링을 18호가 유약하게 보는데 일조했다. 사실 18호는 마음만 먹으면 크리링을 쉽게 죽일 수 있다.
18호는 다양한 전투 경험과 게로 박사가 넣어둔 다채로운 데이터를 통해서 크리링을 비롯한 z전사들의 특징을 꽤 소상히 알았다.
18호가 정말로 마음에 들어하는 z전사는 크리링이 아닌 베지터였다.
베지터의 사악하고도 거친 기질은 18호에게 야성적인 남자를 느끼게 했다. 알파 메일의 특징이 몸에 벤 강대한 z전사 이승 지구 사나이가 베지터였다. 강한 남자이기만 하면 살인마에게도 강렬한 매력을 느끼기 마련인 여자의 특질이 18호를 달아오르게 했다.
18호는 베지터의 아내 부르마의 거대한 재력을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18호의 무력 앞에 허무하게 사그라들고 말 터였다. 사이아인은 지구인과 혼혈할 때 강한 자식을 얻는다는데, 18호에게도 지구인의 자궁이 있었고 초사이언1 초반 정도는 가볍게 이기는 무력도 있었다. 18호는 원한다면 지구를 부술 수도 있었다.
'내가 부르마에게 꿀릴 것이 뭐가 있나! 베지터를 유혹해야겠어. 암내를 풍기면 강한 수컷인 베지터는 이끌려 오게 될 거야.'
18호는 고도의 감각장치들을 이용해서 베지터와 부르마의 동선을 추적했다. 18호는 곧바로 부르마의 회사를 파멸시키지는 않았는데, 부르마를 없엔 뒤 베지터를 유혹하면 성공할 거라고 자신하고는 있었지만, 지구 최강 손오반에게 살해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베지터가 외딴 별장의 발코니에서 최고급 양복을 단정히 갖춰 입고 옥좌에 앉아 혼자 포도주를 마시고 있을 때 18호가 날아들어갔다.
"무슨 일이냐?"
자신만의 시간을 방해받은 성난 남자 베지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18호는 코트를 젖혔다. 18호는 코트 안에는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풍만하면서도 늘씬한 우윳빛 알몸이었다.
"베지터, 날 첩으로 삼지 않겠어요? 베지터의 첩이 되고 싶을 정도로 당신을 사모해요."
베지터의 첩이 되면 부르마와 대립하지도 않으면서, 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것이고, 거대한 돈의 힘으로 사치를 부리면서 놀고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여자의 행복이라고 18호는 생각했다.
"사이아인 남자는 평생 한 여자만을 사랑한다.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라."
베지터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18호는 직감으로 느꼈다. 18호는 재빨리 날아갔고 날아가면서 코트 단추를 여몄다.
18호는 별장 근처 숲에 내려가 코트를 벗어 나뭇가지 위에 걸쳤다. 18호의 매끈한 알몸이 드러났다. 18호는 나무 아래 둔 청자켓, 청바지, 청치마로 대표되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었다. 18호는 코트를 집어 날아가 코트를 훔쳤던 어느 가정집의 빨랫줄 위에 도로 얹었다. 생각해보면 18호 자신은 거지였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었다. 만약 강도질 등의 행패를 부리면 손오반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18호에게 뭔가 평범한 인간들이 하는 노동을 하기를 기대하는 건 힘든 일일 터였다. 일반인에 비하면 전능에 가까운 힘을 가진 18호에게 일반적인 일은 고문에 다름 아니었다.
18호는 손오반과 독대하여 지구를 정복하여 왕으로서 군림하고 지배하자고도 해봤었다. 18호는 손오반에게 따귀를 맞을 뻔했다.
"손벽이 마주쳐야 뭘 해먹지. z전사 속에서조차 다들 서로 다른 걸 추구하니 세상이 복잡해지기에 한쪽으로 치우쳐 권태로움에 직면하지 않으니 다행이라 봐야 할 것인가. 권태는 때때로 자살로 가는 길이지."
그렇게 아리송한 말을 내지르곤 18호는 크리링에게 날아갔다.
크리링은 무천도사 집에서 잔심부름을 해주면서 식객으로 묻어 살았다. 그런 크리링이 18호를 좋아한다 하였으니 붙어먹기로 했다. 무천도사는 금융계의 거물이기도 하기에 지구 왕국이 멸망하지 않는 한 재력이 넉넉할 터였다. 무천도사 집은 망망대해 한복판에 있으니 가끔 마실가듯 18호가 스트레스 풀기 위해 공중을 날기에도 적합할 것이다.
"결혼해준다고?!"
크리링은 공중에서 휘돌면서 날며 기뻐했다.
18호는 말했다.
"나도 너에게 의무를 다 할테니까 걱정 말고 같이 살자."
그렇게 크리링과 18호는 결혼해서 살게 되었다.
18호는 양심이 타인과 우주에 대한 애정과 의무감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결혼 생활엔 애정도 필요하다는 것 쯤은 알았다. 18호는 내키지만은 않았지만 크리링과 극장 데이트 등의 이벤트를 해나갔다. 크리링이 적극적으로 이벤트를 만들고 주도해나갔다.
18호는 무천도사 집에서 빨래나 청소도 하지 않았다. 그런 건 인공지능 로봇이 알아서 했다.
18호는 무천도사와 섹스하는 런치를 쳐다보았다. 이중인격자인 런치는 검은 머리든 금발 머리든 두 인격 다 무천도사의 성노예였다. 무천도사를 한깟 근육을 불린 채 런치의 보지에 페니스를 마구 박아대는 중이었다. 무천도사의 몸은 스테로이드를 잔뜩 주입받은 뒤 운동도 엄청나게 한 것처럼 육중해 보였다. 달을 파괴했을 때의 무력 그대로가 느껴졌다. 18호에 비한다면 우습지만 지구인으로서는 실로 무서운 힘이었고 그런 무력이 정신에 반영되어 무천도사는 그야말로 알파메일 그 자체였다.
18호는 무천도사에게 다가갔다.
"임대료 겸 식대를 지불하지, 무천도사. 그 밖의 많은 것들도 함께 계산하도록 하겠어. 거절한다면 나한테 흠씬 맞게 될 거야."
18호는 무천도사의 불알을 핥고 런치의 소음순을 훑듯이 빨아갔다.
무천도사는 헤롱거렸다. 18호는 무천도사의 항문에 혀를 꽂고 놀리면서 불알에 침을 발라갔다. 지구에 사는 모든 여자들 중 가장 강한 여자가 봉사한다는 느낌을 참을 수 없던 무천도사는 그의 거대한 페니스를 단숨에 18호의 목구멍까지 박아넣었다.
18호의 목구멍은 한없이 부드럽게 무천도사의 페니스를 받아들였다. 18호의 목구멍, 보지, 항문은 게로 박사에 의해 더할나위 없이 성행위하는 쌍방에게 좋은 성감대로 개조되어 있었다. 18호가 그렇게 목구멍으로 귀두를 조여오자 무천도사는 정액을 18호의 위장에 버렸다.
"둘 중 누가 내 오줌 마실래? 아직 내 오줌을 맛 본 적이 없는 18호야, 내 총애를 더욱 받고 싶지 않냐?"
18호는 무천도사의 귀두를 목구멍에 꽂은 뒤 해당 감각 센서를 끄고 더러움을 느끼는 감정도 무디게 만들었다. 18호는 그렇게 무천도사의 오줌을 마셨다.
"이걸로 18호 네 년도 내 계집이 되었구나. 나 무천도사는 이로서 18호는 크리링이랑, 런치는 천진반이랑 공유하고 있지!"
[2017.03.18]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