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연약녀 강간당하다. 2016[일반]
연약녀 강간당하다.
"니 잘 못 이잖아, 이년아!"
남자는 김의 따귀를 후려쳤다.
김은 자취방의 방바닥에 나뒹굴었다. 원룸텔이었다. 주변은 적막했다. 가끔 차가 다니는 소리만이 들렸다. 중소도시의 풍경은 매정했다. 아무리 시끄러워도 남의 일인 것이다. 남자는 소리를 크게 지르지만은 않았다. 너무 시끄럽게 하면 누군가가 올라올 수도 있다는 위협 때문일 것이다. 남자는 분노조절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이 모두 그렇듯이 자신 보다 강한 상대에겐 얌전해졌다. 김은 남자 보다 약했다.
김은 남자가 무서웠다.
남자는 전문적으로 운동을 한 사내는 아니었다. 학창시절에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 농구를 체육시간에나 했을 뿐이었다. 남자 하위 7%의 근력이 여자 상위 7%의 근력과 맞먹는다는 통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남자의 힘은 김이 반항할 수 있는 바는 아니었다.
김은 좁디좁은 방의 한쪽 구석에 틀어박혔다. 김은 발가벗은 체였다. 남자는 김의 목구멍에 귀두를 처박다가 이렇게 한 것이다. 20대 초반 동갑인 두 남녀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김에게 이런 상황은 낯설지 않았다. 김이 자라온 가정에서 김의 아버지가 김의 어머니를 때리던 것은 일상이었다. 어느 날 부터인가 김의 어머니는 김의 일생에서 사라졌었다.
김은 남자의 페니스를 처연히 쳐다보았다. 남자는 김이 잘 못 했다고 했었다. 남자는 이유를 급작스럽게 늘어놓고선 해명의 기회도 주지 않고 김을 때렸다. 남자가 무엇을 가지고 김을 문책했는지는 김의 기억 속에 이미 지워졌고 남자도 잠시 망설이는 것으로 보아 어떤 핑계로 김을 때렸는지는 남자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
김은 올라오는 구토를 참았다. 토사물이라도 남자의 귀두 끝을 간지럽혔던 것일까. 토사물이라면 위액이 섞여, 포경수술도 안 한 남자의 음경 끝을 자극할 만 했다. 확실하진 않은 일이었다. 사실 세상에 확실한 것이 있기는 한지 김은 알 수 없었다.
김의 육체는 빈약한 편이었다. 남자를 만나기 전에도 김은 입이 짧았다. 남자는 김에게 43kg 이하의 몸무게를 요구하면서 이 정도면 꽤 넉넉한 기준선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남자는 자신의 거처와 김의 거처 모두에 체중계를 사두고 만날 때마다 몸무게를 잰 뒤 43kg에서 넘치면 김을 때렸다. 이것 때문은 아니었다. 만약 이것 때문이라면 김의 자취방에 남자가 들이닥치자마자 맞았을 것이다. 요즘 김은 더욱 입이 짧아졌다. 김은 158cm 였다.
김의 눈에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슬프지는 않았지만 아팠다.
남자의 눈이 흔들렸다.
언제나 스스로를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남자였다. 그가 그렇다는 것쯤은 둔한 편인 김도 파악하고 있었다.
남자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많이 아팠지? 미안하다."
남자의 어께가 떨렸다. 김은 그런 남자의 어께를 감싸 안으면서 토닥였다. 김의 아버지도 김의 어머니에게 때때로 이런 식으로 굴면서 꽃다발을 바치곤 했었다. 김은 남자의 모습에서 가정의 복원된 평화로움을 느꼈고 또 다시 남자를 용서했다.
김은 남자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었다. 쪼그려 앉은 남자의 곳 추 선 페니스를 물고 핥았다. 남자는 자세 잡고 엎드리더니 엉덩이를 김 쪽으로 내밀었다. 무엇을 남자가 원하는지는 명백했다. 김은 남자의 불알에서 회음부를 거쳐 항문까지를 꼼꼼히 혀와 입술로 핥고 빨고 물어갔다. 이런 봉사까지 김이 해주었기에 남자는 김을 만난 이래로 자주 가던 오피에 발길을 끊었다.
남자는 그렇기에 김을 업신여겼다.
김은 남자의 발가락 사이사이를 핥으면서 편안함을 느꼈다. 몇 년 전에 암으로 죽은 김의 아버지에게 겁탈 당하던 때부터 흔히 했던 행동이었기에 그랬던 것이다. 남자는 김의 뺨을 발로 툭툭 건드렸다.
남자가 김의 항문을 페니스로 단숨에 꿰뚫었다.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을 김은 느끼면서 입술을 앙다물었다. 남자는 이제 김의 항문이 편안했다. 김의 보지와 항문을 번갈아가면서 페니스로 유린한 뒤 남자는 김의 혀로 귀두를 닦았다.
남자는 제대로 때릴 때는 결코 김의 머리를 때리지 않았다. 김의 몸은 곳곳에 상처가 나곤 했고 때때로 생명의 위협까지도 느꼈다. 오늘은 제발 편안히 지나가라는 무언의 압박이 김의 마음을 점령해 김의 몸을 가볍게 떨게 했다.
남자는 김의 방에서 거리낌 없이 담배를 태웠다. 남자는 부모를 잘 만나 카페를 열었다. 남자와 김은 카페에서 사장과 종업원의 입장으로 처음 만났다. 남자가 담배를 김 쪽으로 내밀자 김은 입술을 벌려 혀를 내밀었다. 남자는 김의 혀에 담뱃재를 털었다. 남자는 이번이 두 번째 사업으로 연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남자의 사업 수완은 좋지 않았다.
남자는 자신 뜻대로 복종하는 김이 혐오스러웠다. 혐오스러운 상대이니만치 더욱 참담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야, 보지로 담배 좀 펴볼래?"
김은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눌 듯 한 자세로 다리를 벌렸다. 남자는 김의 보지 사이에 담배를 물렸다. 처음 하는 것이라 김이 담배를 보지에서 놓치자 남자는 김의 가슴을 때렸다. 숨이 막힐 듯 아파 김은 방에 나뒹굴었다.
남자가 일어났다. 남자는 김의 얼굴에 오줌을 쌌다. 방이 더럽혀지자 김의 얼굴에 언 듯 노기가 서렸다. 남자는 그것에 힐끗했다. 남자는 물티슈로 자신의 오줌을 닦아 치우면서 김에게 용서를 빌었다. 김은 잠시 후 생긋 웃고는 남자의 페니스를 입에 물었다.
남자가 전화가 왔다면서 방 밖으로 나갔다. 김은 닫히지 않은 현관문이 남자 앞에 활짝 벌어진 자신의 보지 같다고 느꼈다. 김의 어머니가 어떤 운명에 처했는지 김은 어렴풋이 느꼈다. 어머니를 꼭 닮은 딸이 김이었다. 김은 남자를 경찰에 신고할까 하고 생각했다.
김의 어머니가 한 번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었다. 그때 김은 어머니를 따라 경찰서에 갔었고 김의 아버지는 경찰 앞에서 어머니에게 무릎까지 꿇고 사과했다. 김의 어머니가 흐지부지 애매하게 굴자 경찰은 가정문제라면서 돌려보냈다. 그날 밤 어머니가 다른 날 보다 더 심하게 맞고 김은 팬티 바람으로 길에서 벌벌 떨던 게 생각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은 똑 같다.
국가는 가난하고 나약한 김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다. 김의 능력은 비천했고 모아 둔 돈도 없었다. 남자는 여러 여자들과 사귀고 있었고 이를 현관 문 밖에서 목소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들리도록 떠들어대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연락 중인 여자도 남자와 김과 비슷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만 같았다. 물론 그런 관계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김이 처한 처지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씨발 년아!"
남자가 스마트폰을 집어 던졌다. 스마트폰은 복도에서 뒹굴었다. 저런 식으로 액정을 깨먹은 스마트폰이 여럿인 남자였다. 인간은 결코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다. 남자는 그렇게 하고는 양 손을 허리에 위풍 있게 대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남자는 현관문을 잠그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김의 방은 밀실이 되었다. 유일한 통로는 남자가 막아 서 있었다. 김이 신고하거나 고소한다면 남자는 김을 세상 끝까지 뒤쫓아 보복할 거라고 김은 절망했다.
남자의 눈이 무서웠다. 얼굴은 더욱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김의 아버지도 남자도 충동적인 사내들이었다. 갑자기 때리는 것도, 그 뒤에 갑자기 용서를 구하는 것도 모두 그가 충동에 지배되는 짐승 같은 것들이라는 걸 의미했다. 이 점을 이제야 김은 간파했다.
김의 어머니가 떠나던 날이 잊어진 기억 속에서 어렴풋이 떠올랐다. 김의 어머니는 그날 가방을 들고 영영 사라졌다.
'나도 진작 그랬어야 했어. 엄마처럼 했어야 했어.'
남자가 주먹과 발을 휘둘렀다. 얼굴도 주먹으로 맞았다. 너무나 아파 정신이 혼미했다. 턱뼈가 으스러진 것만 같았다. 턱뼈가 빠진 건 확실하다 싶었다. 정신 줄을 놓으면 끝장이라는 본능적인 거부감이 비로소 올라왔다.
내일이 있을지 김은 알 수 없었다.
[201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