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화 〉노숙녀, 창녀로 전직 2013[일반] (15/84)



〈 15화 〉노숙녀, 창녀로 전직 2013[일반]

노숙녀, 창녀로 전직



지하철 화장실에서 주근깨투성이인 얼굴을 씻었다.


발에서부터 냄새가 올라왔다. 무좀으로 발바닥이 벗겨지고 있었다. 지하철 화장실에서 옷을 벗을 수는 없었다. 여름이지만 난 허름하고 떼 묻은 파카를 걸치고 있었다. 겨울에 얼어 죽지 않으려면 파카를 계속 입고 있어야만 했다. 파카를 잃기도, 같은 노숙자 처지인 남자들에게 윤간 당하기도 싫었다. 그러려면 파카를 입고 있어야 했다.

난 낮에 소사역 벤치 위에서 잤다. 낮에 자고 나면 여름이라 땀에 흠뻑 젖었다. 지하철 안은 에어컨을 틀어서 시원했다. 지하철 첫차부터 막차까지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면서 잠깐 들어갔다가 두 서넛 정거장을 지나면 다시 지하철 역사로 갔다가를 하루 종일 반복했다. 아무리 거지 생활을 오래 해도 부끄러움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끼니는 서울역으로 가서 노숙자들 사이에 줄을 서서 때웠다. 하루  끼만 먹었다. 난 구걸을 먼저 하지는 않았지만, 가끔 사람들이 돈을 던져줄 때도 있었다. 그때면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먹었다. 먹을  넘길 때면 이것이 나를 이루게 된다는 걸 떠올렸다.

우주에 나 혼자 밖에 없었다. 끼니를 넘겼다. 나는 결국 세포들의 진열이었고 소립자들과 진공들의 이합집산일 뿐이었다. 극복될 수도 달라질 수도 없었다. 죽지 못 해서 살 뿐이고, 가진 것이 없어서 이렇게 사는 거였다. 내 삶은 변해갔고 그건 떠밀림일 뿐이었다.


어떤 술 취한 사내가 오류역에서 날 철로로 밀려고  적이 있었다. 버둥거리고 피해서 철로에 떨어지진 않았지만, 그 사내 보다 날 피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웠다. 나 같은 건 죽어도 사람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리고 상관할 사람도 세상에 남아 있지 않았다.

내 몸에서 나는 썩은 냄새에 눈을 피하는 중년의 편의점 점원에게 서로 인사도 나누지 않고 나와 서울역의 거리를 거닐었다. 곳곳에 공익이 있고 오가는 사람이 많아서 날 따먹을 사람은 없었다. 다른 노숙자들을 피해서 어서 빨리 지하철을 타고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벗어나도 벗어날  없는 육체라는 감옥 속에 갇힌   땅 위를 나 홀로 허허롭게 걷고 있었다.

이것이 내게 주어진 자유의 전부였다. 노숙자 쉼터나 여성 노숙자 보호소 같은 곳은 집단생활이 엄격해서 버티지 못 하고 금방 나와 이렇게 돌아다녔다.

한 남자가 내 앞을 가로막고 섰다. 정장을 깨끗하게 차려 입은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사내였다. 도를 아십니까? 인가, 아님 기독교도인가. 돈이 없는 이들에겐 그들도 꼬이지 않는 법인데 어째서일까. 그런 이들치고는 상당히 삭막하게 생겼다.


남자가 말했다.

“이 봐. 본판은 예쁘게 생겼는데 나랑 같이 갈래? 먹여주고 재워줄게.”


무슨 이득을 이런 내게서 뽑아낼 것이 있어 그렇다는 말일까. 사내에게선  냄새가 나지 않았다. 내 얼굴은 눈이 째진 평범한 몽골리안이라는   잘 알고 있었다.  사내 옆으로 지나가려 하면서 말했다.

“야, 비켜.”

사내가  팔을 붙들었다. 파카 너머로 억센 힘이 느껴졌다.

사내가 말했다.


“지금처럼 노숙이나 할래? 나 여관 주인이야. 여관바리 시켜줄게.”


“나 사채 빚 있어. 도망 다녀야 돼.”

“독하게 벌어서 갚아. 다 갚으면 내가 기념으로 백만 원 줄게.”

“나 몸 안 좋아. 장기는 못  거야.”

“웬 딴 소리야. 같이 갈래, 안 갈래?”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연고도 없는 상황에서는, 나에게 잘 해 주는 사람일수록 조심하라는 말이 머리를 스쳤다. 따라갔다가 섬에 팔려가거나 하는 것은 아닐까. 인육이 되는 것이나 아닐까. 사내는 뒤돌아서서 따라오라는 한마디와 함께 앞장서 걸었다. 사내가 덧붙였다.

“따라오지 않아도 돼. 아무도 안 말려.”

될 대로 되라는 착잡한 심경이 되었다. 어쩌면 하는 마음에 사내를 따라갔다. 사내는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따라갔다.


사내가 열차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따라 들어갔다.


사내가 어느덧 내 옆으로 와 섰다. 사내가 말했다.

“너 몇 살이야?”

“스물다섯 살.”

“아직 아기네. 어쩌다 이 꼴이야?”

“사채 빚이 원금만 팔백만 원이야. 상속받은 거고, 일을 잘 못 하다 보니 빚을  갚았어. 내가 일머리가 없거든.”


“엄청 이자가 불었겠네. 한동안 주민 등록 말소  거 그대로 두고 일해.”


나란히 자리에 앉아 한동안 말없이 열차를 타고 갔다. 정녕  남자를 믿을 수 있을지 아무런 확신이 들지 않았다.

소사역에 도착했다. 사내가 말했다.


“그 파카 버릴래? 답답하다.”

“안 돼.”


이걸 버리면 노숙 생활로 돌아갈 때 애로사항이 있을 것이다. 여차하면 도망쳐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었다.


사내는 나를 앞서갔다. 사내 뒤에 바짝 붙어 지하철 검색대를 통과했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이 들리는 듯했다.


사내는 나를 역에서 가까운 한 허름한 여관으로 데려갔다.

카운터를 보는 늙은 여자가 말했다.


“성식아,   쫓아내라.”

“엄마, 내가 데리고 왔어.”

“너 미쳤냐?”


“여관바리로 쓸 거야.”

“쳇, 마음대로 해라.”

난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했다. 사내는 날 옥탑 방으로 데려갔다. 자물쇠를 따니 창고의 퀴퀴한 냄새가 밀려왔다. 웅크리고 자면  듯 한 면적의 자리가 있었다. 자리가 비루해서 차라리 안심이 되었다.


“여기서 자면 돼. 여기도 세놓으면 110에 10은 나오는 자리야. 그러니까 너 최소한 매달 15만원은 넘게 벌어줘야 돼. 일단 목욕을 하자.”

사내는 계단을 내려가 빈 방으로  데려갔다. 좁은 욕실이 딸려 있었다.

 파카를 비롯한 떼 묻은 옷들을 벗어 욕실에 걸었다. 사내가 말했다.


“그 옷들 좀 버리면  되냐?”

“절대 안 돼! 버리지 마!”


내가 새된 목소리로 고함치자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도망칠까. 하지만 공짜로 목욕할 기회는 얻고 싶었다. 좁은 욕조에 몸을 넣었다.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들어간다.”


“오지 마.”

“너 여관바리  할 거야? 남자 좆 빨아야 하는 일이야. 안 할 거면 지금 말해. 곱게 보내  테니까.”


“들어 와.”


비명이 나오려 했다. 억지로 눌러 참았다. 사내는 발가벗고 있었다. 사내의 그것은 축 늘어져 있었다. 사내는 배가 살짝 나왔고 근육질이었고 떡대가 대단했다. 사내가 말했다.


“아우, 냄새. 깨끗하게 씻어. 아직 한참 더 씻어야겠다.”

“내 옷 버리지 마. 여차하면 도망칠 거야.”

“마음대로 해. 노숙자 주우면 위험하다는 것쯤은 알아. 큰  먹고 너 주워 온 거야. 너나 훔치거나 누구 찌르거나 하지 마라. 그럼  감방에 보낼 거다.”


내 눈빛이 흔들렸을 것이다. 교도소에 가기는 싫었다. 노숙 생활이 자유로웠다. 여기선 다행히 혼자 잘  있는 조건이었다.  조건이 진실인지 연막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재래시장 근처다. 알몸으로라도 도망치면 경찰에 신고해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사내가 말했다.

“몸매가 생각 보다 안 좋다? 똥배 나오고 몸에 주근깨가 좀 많네. 영등포역 집창촌 같은 데에 소개시켜 주려고 했는데 천상 우리 집에서 여관바리나 해야겠다. 여관바리는 20분 당 5만원이고 그 중 3만원은 너 꺼다. 많이 뛸수록 더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열심히 하라고. 요즘 최저임금 시급은 4860원이야. 얼마나 많이 쳐주는지 알겠지? 나, 호텔에서 일하다가 아버지 돌아가신 뒤 가업인  여관을 물려받은 거야. 운영이 쉽지 않아. 네가  도와줬으면 좋겠다. 네가  싸게 치는 거긴 한데,  외모가 나쁘니까 감수하라고.”

다른 여자들 보다 나쁜 조건이라는 걸 말했다는 점에서 아차 싶었는지 사내가 내 눈치를 보았다. 난 침묵했다. 매달려야 한다는 감정이 조금은 일어났다. 방금 전만 해도 거지였는데 벗어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생겼다.


내가 씻는 모습이 답답했는지 사내가 비누칠을 내 몸에 했다.  묵묵히 사내의 손길을 감내했다. 사내에게선 노숙자와는 달리 역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사내가 샤워기를 이리저리 움직여 비누칠을 씻어냈다.


“이야, 얼굴은 까만데 몸은 뽀얗네.”

사내가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부끄러웠다.


“자, 연습하자. 벗고 나와.”


난 비척비척 걸어 나와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내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은 여기서도 발목을 잡았다.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되었는지 참으로  수가 없었다. 사내도 침대 위와 와 옆에 앉았다. 사내의 건장한 팔뚝이 멋있었다. 난 사내의 엉덩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사내의 엉덩이가 탄탄한 걸 보니 저절로 말이 나왔다.

“당신, 섹시하네.”


“내가 좋아? 너 표정이 너무 굳어 있다. 하긴 싸구려 여관이니까 네가 답답한 표정 짓고 있어도 상관은 없어.”


사내가 내 볼에 입술을 맞추었다. 난 이를 깜빡 잊고 닦지 않았는데 그 점을 염려한 모양이었다. 사내는 몸을 숙여 내 젖꼭지를 물고 핥았다. 좋은 느낌이었다. 한동안 그러다가 사내는 내 다리를 벌리고 보지를 핥고 빨아갔다. 그 모습이 다정해 보였다.

사내는 자신의 사타구니를 손으로 가르키면서 말했다.

“섹스하기 전에 남자 여기를 잘 닦아주라고. 그래야  때 편해. 자, 내 것도 해 줘.”

이게 목적이었을 것이다.  노숙자들에게  번 윤간 당했을 때 배운 대로 사내의 항문을  핥고 불알을 잠시 입에 넣고 놀렸다. 윤간 당했을 때 쾌감이 있기는 했다. 폭력에 얼룩지고 냄새 나고 돈도 못 버는 일이라 싫었을 뿐이다. 사내의 성기에선 비누 향이 나서 불쾌하지 않았다. 이렇게 성노로 살면서 빚을 갚으면  어떻게 될까. 아직 그때는 다가오지 않았고 지금은 지금에 충실할 순간이었다.

난 사내의 귀두를 물고 핥았다. 그리곤 혀를 움직여 기둥을 훑었다. 성기를 빨아들여 귀두를 목구멍으로 조여 주었다.

“너 기교는 나쁘지 않구나.”


사내가 신음을 내면서 말했다. 남자의 성기를 입에 넣고 놀리는 것이 좋았고 사랑스럽고 귀엽게 느껴졌다. 사내는 성기를 내 입에서 빼고 날 눕혔다. 억센 근육이  껴안았다.  질을 가르고 사내의 성기가 밀려들어왔다.

이렇게 여관에서의 첫 성교가 지나가고 있었다.


[2013.10.0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