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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갇힌 땅 1999[판타지] (10/84)



〈 10화 〉갇힌 땅 1999[판타지]

갇힌 





쟝르 : 판타지 야설
엘러시아 보다 이전에 쓴 글입니다. 엘러시아에 나오는 사반트 후작과는 다른 인물이에요.




로드 사반트는 이불 한 자락을 부여잡은 체 일어났다.  사이 습기가 모자랐는지 입이 조금 깔깔하다. 생각들이 갈마들며 서서히 그를 현실로 끌고온다. 그래. 꿈이었을 뿐이야. 그토록 치열했던 투쟁들은 꿈이 꿈이란 점을 오롯히 인식하지 못한데서 오는 허구였어. 어째서 충성스러운 성기사 크로스가 반란을 일으킨다는 생각을 하였을까.

퀸 메이젤은 갸날프나 분명한 윤곽선을 조금씩 꿈틀거리며 비단보를 뒤척이고 있다. 두터운 빨간 커튼 때문에 동녘 햇살은 제대로 스며들어오지 못하였으나 갓서른으로 여성 생명력의 보름달에 이른 메이젤이 지닌 매혹스런 윤곽선과 새하얗고 탄력 넘치는 살덩이를 한데 뭉쳐 흐릿한 영상으로 밀려나가도록 만들 정도는 아니었다.

한때는 사반트에게 상당한 지배욕과 집착을 느끼게 해주던 여자였으나, 지금은 그저 곁에 있는 평범하면서도 음침한 역할을 수행하는 완상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사반트가 힘있게 쓸어내리듯이 비단보를 낚아채자 메이젤이 길고 곧은 손가락들을 이미 흥건히 젖어버린 발그레한 보지에 넣은  허리를 들석이는 모습이 보인다.

사반트는 메이젤을 수동적이면서도 음탕한데다 야욕 또한 충족시킬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겼다. 이는 메이젤이 사반트를 안정된 생존 기반으로서만 여기고 있다는 점과 같았으며 또한 두 사람이 서로 어렴풋이나마 파악하고 있는 일이기도 했다. 둘은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 이상을 서로에게 기대하지 않은 체로 의무와 예의 그리고 무관심 속에서 행복했기 때문이다.

메이젤의 눈은 반쯤 밖에 감겨 있지 않았다. 길고 많은 손눈썹에 덮인 워낙 크고 맑은 파란 눈이, 눈꺼풀이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거부하고 있었던 거였다. 늘씬한 몸은 군데군데 붉어지고 그 곳들에선 땀과 기름이 조금 흘러 미끈해 보인다.

사반트는 메이젤의 오른손을 슬며시 잡아 들어 손톱 사이에  똥딱지들을 살핀다. 사반트로서는 살짝 잡은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메이젤은 저항하지 못한다. 사반트가 새로운 화석을 찾아낸 고생물학자의 마음으로 가지런한 메이젤의 손가락들을 보고 있는 동안에도 그녀의 왼손은 어느새 음핵 위에 수북히 난 검붉은 거웃에서 엉덩이의 갈라진 부분까지를 연신 익숙하게 쓸어내리고 있다. 앙다물어 더욱 도톰해 보이는 입술엔 붉은 머리카락이 한가닥 길게 걸려 자지를 집어넣고 싶다는 가볍고 손쉬운 욕구를 일으켰다.


사반트의 자지는 몹시 굵고 긴 편이다. 그랬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크고 단단한 그릇을 필요로 했다. 코끼리, 소, 말, 사튀로스, 켄타우로이, 머메이드, 트롤로도 제대로 만족할 수 없었고 급기야는 와이번을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려놓기도 했다. 와이번 암컷을 잡을  있을까. 잡더라도 억센 꼬리와 다리 사이에 있을 딱딱하고 튼튼히 맞물린 씹에 영향력을 행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실패하더라도 다음에 시도할 수 있는 종족은 적지 않았다.

다행히도 메이젤은 어릴 때부터 가정 교사들과 하인들로부터 괄약근을 단련 받아 보지와 항문 모두 조이는 힘이 좋고 깊으며 따뜻하게 감싸는 느낌도 탁월한 편이었다. 요즘도 길고 가는 다리에 황금 차꼬를 찬  발목만으로 걸어 괄약근을 긴장시키곤 했다.

하지만 사반트는 메이젤의 입을 훨씬 좋아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 아버지의 다른 부인들, 자매, 하녀, 친구들에 의해 친근해진 동성애의 느낌이 짙게 스며 있는 메이젤의 입술과 혀는 섬세하고 부드럽게 사반트를 토닥거리곤 했다. 처음 메이젤의 혀를 느꼈을  그 정교한 놀림은 여성 편력 많은 모험가였던 사반트를 당혹시켰을 정도였다.


메이젤이 잠결에 쉽사리 입술을 벌리지 않자 사반트는 그녀의 뺨을 때려 그녀를 깨웠다. 크고 맑은 푸른 동공에 원망의 빛이 지나간 것 같았다. 스스로만의 시공을 침해당했다는 감정을 무의식 속으로 삭이며 메이젤은 사반트의 자지를   가득히 들이마시듯 받아들인다. 사반트는 묵직한 손을 움직여 풍성한 머리타래를 지닌 메이젤의 뒷통수를 붙잡고 그의 사타구니 쪽으로 천천히 움직임을 거듭하도록 유도한다.

힘있는 움직임과 번들거리는 땀이 무색한 침착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사반트가 말한다.


-생명의 2대 본능은 먹고 싸는 것. 설혹 엘프나 드래곤이라도  범주에선 벗어날 수 없다.  두 가지를 만족시켜주는 가장 보편스런 두 구멍이 바로 목구멍과 항문이다. 바로 그런 까닭으로  니 목구멍에 내 귀두를 깊이 넣으려는 거야.


메이젤은 사반트가 내뿜은 정액이 입 안에서 넘쳐나와 턱을 타고 풍만한 젖가슴 위로 흘러내릴 때까지 혀를 끈기있게 놀렸다. 혀가 조금은 마비되는 듯한 느낌이 왔지만, 오롯히 만족되지는 못하였으나 상당히 고양된 흥분이 그녀를 충분히 떨리게 한다. 메이젤은 엄지 손가락이나 팽창한 젖가슴을 입 안에 넣고 우물거리는  보다는 발기된 남성기를 상대로 하는 것을 선호하였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화끈거리는 양 볼을 차가운 오른손바닥으로 식히며 왼손으론 젖가슴을 매만져 정액을 묻혀 입으로 가져간다.

메이젤은 좁고 갸름한 턱과 토실한 볼을 지녀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얼굴을 들어 다소 휘우듬하게 앉은 체 조금 나른한 목소리로 말한다.

-오늘은 조금 일찍인  같네요.

-내가 자네 침실에 든 지 얼마 안 된다는 말처럼 들리는군.

메이젤이 딸꾹질을 하듯 깔깔대더니 말한다.

-제게는 밤 친구들이 많으니까 조금도 심심하지 않아요. 햄, 오이, 바나나, 바늘, 도자기, 비녀, 자위용 슬라임 같은  말이에요. 프린넬이나 데이지 같은 애들도 괜찮은 편이죠.  애들은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아이들이니까 얼마나 느낌 좋은 보지를 가지고 있는지 아시겠죠.

난 이렇게 푼수 같은 애야. 조금도 위험하지 않다구. 메이젤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사반트는 검고 풍성한 수염을 흔들어대며 웃더니 말한다.

-프린넬이나 데이지는 아주 좋은 애들이지. 무척 착한 아이들이야.

메이젤은 사반트가 시녀들을 이용해 자신을 감시한다는 점을 전달하려 한다는 걸 알았다.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메이젤이 태어난 루덴 백작가는 외척이 되어 권력을 잡아보겠다는 야심도 역량도 없는 곳이었건만 사반트의 감시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평행선을 그려왔다. 사반트의 크고 억센 몸에 처음 안기던 10살 때부터 그랬다. 그래서 메이젤은 16년을 살아 온 정든 집을 가끔 몹시 낯설게 느끼곤 한다.


-커튼을 칠까요?

-응.

메이젤이 커튼을 젖히자 갖가지 꽃들이 향기를 뽐내며 뭇 벌레를 모아들이는 정원이 드러난다.


메이젤은 창을 열고 정원을 향해 걸어 나갔다. 미끈하고 기다란 붉은 머리는 척추를 타고 흘러내려 꼬리뼈 부근에서 살랑거린다. 크지만 귀엽고 뒤쪽으로 톡 튀어나와 살이 포동포동 오른 엉덩이는 사반트의 핏줄 안에 사춘기 때의 열망을 가끔 일으키곤 했었다. 사반트는 침대에 앉은  빛으로 가득한 정원으로 걸어 나가는 어두운 실루엣을 바라만 본다.

온갖 색깔로 채워져 생기 넘치는 정원 한가운데에 있는 연못은 따끈하게 데워진  약간 우윳빛이 돌고 있다. 15년 동안 반복해온 버릇이 주는 권태로움과 안정을 함께 느끼며 메이젤은 연못 안에 몸을 담근다. 햇살을 맞이하려 고개를 쳐드는 여러 식물들이 대표하는 생동감에서 가까이 있으되 멀찍이 떨어져 있는, 오로지 목욕만을 위해 달궈지는 죽음의 연못 안에 몸을 던진 메이젤은 팔다리를 천천히 놀려 물이 주는 양감을 즐긴다.

-이젠 됐어.

메이젤이 연못물을 알맞게 맞추던 프린넬과 데이지를 부른다. 새까맣고 아담한 몸집에 분홍빛 입술, 유두, 보지를 지닌 데이지는, 연못 물에 제 젖을 짜내어 풀던 프린넬의 풍성한 꼬리를 살짝 쥐고 흔든다.


프린넬과 데이지가 연못에 첨벙 몸을 담근다. 데이지는 메이젤 곁에 찰싹 달라붙어 결코 다물린 적이 없는 것 같은 입술을 끊임없이 달삭거리며 손을 놀려댄다. 데이지 손이 닿을 때마다 메이젤의 알몸은 햇빛을 더욱 세차게 튕겨내어 살아 꿈틀이는 백금 같았다.

데이지의 가슴은 작은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메이젤의 것과 크기며 모양이 거의 같았다. 메이젤은 데이지와 유두랑 유두를 엇갈리게 하며 장난을 치곤 하였다.

파란 머리, 꼬리, 거웃을 지닌 프린넬은 켄타우로이 가운데서도 특히 인기가 높은 부족에 속했다. 켄타우로이들에게 인기 높은  아니라 인간에게 가축으로서 높은 가치를 부여받은 거였다. 메이젤 만큼이나 윤기 나고 하얀 살결엔 솜털 하나 없어, 겨울이면 그들로 하여금 인간의 마을을 기웃거리게 했고 인간은 그들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주고 그들은 상품화되어 부를 안겨다 주었던 것이다.

상반신인 인간의 몸과 하반신인 말의 몸을 잇는 곳, 사람이 올라탄다면 하체가 놓여질 곳엔, 생식 행위완 관계가 없으나 성감 기능과 모양새만은 온전한 탄력 있는 엉덩이와 분출하는 듯이 힘찬 보지가 있어 기수에게 나른한 쾌감을 주었다. 그러한 가짜 성감대는 부족의 수컷마저 지니고 있었다. 그것에 덧포개져 아름다운 외모, 높은 지능, 안정된 정서에 켄타우로이답게 막강한 힘과 엄청난 빠르기는 이들을 으뜸가는 상품으로서 대접받도록 몰아갔던 것이다.


사반트는 탄탄한 훈련, 높은 교양, 위쪽과 아래쪽에 있는 윤활감 좋은 질을 보고 프린넬을 사들여 메이젤에게 주었다. 메이젤은 프린넬과 거친 켄타우로이 수컷을 강제 교배시켜 구경한 뒤 그렇게 잉태된 아이를 낳자마자 죽이곤 계속 나오는 젖을 짜서 마셨다. 프린넬은 젖소와 마찬가지로 짜는대로 젖이 나왔다. 더욱이 젖이 나오는 유방은 말의 그것인데다 탄력을 유지해 아름다움을 조금도 해치지 않는다.

프린넬의 뜨거운 혀를 음핵으로, 데이지의 얇은 혀를 혀로 맛보며 메이젤은 절벽 언저리를 걷는 것 같은 궁중 생활 속에서 가식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스스로에게만 행복으로 여겨진다면 그에 만족하고자 하는 스스로를 살포시 느낀다.

메이젤이 프린넬의 젖은 머리를 스다듬는다. 사반트를 향한 모호한 반감과 켄타우로이의 젖이 섞인 따뜻한 물이 피부 미용에 좋다는 정보로 촉발된 욕망이 어우러져 일어났으리라 제깜냥껏 추측하는 비극의 희생양을 바라보며 메이젤은 여러 차례 했던 말을 다시  안으로만 웅얼인다.


-미안해.

대답은 이미 여러 차례 들었다. 예상한 대답. 멋적게 웃으면서, 눈으로는 울며, 괜찮다는. 켄타우로이의 마음이 인간과는 크게 다르기 때문에 단지 타인과 타인 사이의 이해력 가지고 이해하려는 행동은 어림도 없다는 점 정도는 안다. 그 때문에 그 모든  인간 관계의 정치 기술로 몰아댈 자신이 없다.


인간의 힘으론 되돌이킬 수 없는, 아니 엘프나 드래곤의 초마력, 드워프의 과학 기술, 도깨비의 전능으로도 부활시킬 수 없을 한 생명을 빚졌다는 느낌 뿐이다. 물론 이는 메이젤의 감성이 움직인 결과 밖에 아니다. 그녀는 수많은 목숨을 저녁거리로 먹으면서도 잠깐 잠깐의 생각 밖에는 하지 않고 있다.




[1999.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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