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9화 〉89화 (89/100)



〈 89화 〉89화

“오늘 어땠어?”


내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사라가 물었다.

“좋았어요 주인님....”

절반쯤은 진심이었다.

수많은 남자들 사이에 파묻혀서 쾌락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채로 꿈틀거렸던 건 꽤나 짜릿한 경험이었다.


게다가 나를 육변기로 쓰긴 했지만 경험이 적다보니 미숙했던 동기들과 달리, 오늘 만났던 남자들 중에서는 여자를 쾌락 속으로 밀어 넣는 대 능숙한 사람들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동기들에게 당할 때보다 훨씬  쾌감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아직 미련이 남은 사람이 있는 거 같네.”

사라가 불쾌하다는 말투로 말했고, 그제야 나도 누군가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안해 한솜아. 나도 모르게.”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건 규태였다.

그냥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더니 몰래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는 사람이야?”

규태의 말투를 듣고 사라가 나에게 물었다.

“네....병과 동기였어요.”

“쟤랑도 했어?”

“....네....”


육변기로서 했던 거지만.

“역시 걸레였구나 한솜이.”

“....네....”

“서비스 시간 끝났으니까 꺼져.”

사라가 차가운 목소리로 규태에게 말했지만 그는 겁먹지 않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저, 이번에는 한솜이가 아니라 사라님한테 관심이 있어서요.”


저 놈이 미쳤구나.


나는 깜짝 놀랐다.


평소에는 찐따 같이 굴던 놈이 오늘 있었던 일로 없던 객기라도 생긴 건지, 사라의 앞에 떳떳하게 섰다.

그럴 수도 있는 게, 사라가 내 주인님이라고는 하지만 방송에서는 귀여운 여성처럼 행동하는 대다가, 키와 체격도 나보다 약간 작았기 때문에 나를 실컷 범했던 그 입장에서는 사라가 전혀 무섭지 않을 것이다.

“사라님도 섹스 하고 싶지 않으세요? 저랑 하는 거 어때요? 저도 그 집에서 살면서 셋이서 지내요.”

“하아....”


규태의 당돌한 말에 사라는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방송할 때처럼 표정 관리를 하지 않았다.

“야.”


퍼억!!

사라는 그를 부름과 동시에 발로 사타구니를 세게 올려  버렸다.

“끄윽...꺼흐윽...”

어찌나 세게 찬 건지, 규태는 정신도 못 차리고 제대로 된 비명도 못 지른 채 바닥에 쓰러져서는 사타구니를 잡고 게거품을 물었다.

“분수를 알아야지 쓰레기 자식이.”


사라는 쓰러져 있는 그에게 침을 뱉어 버리고는 나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내가 남자였으면 좋았을 텐데.”

사라와 나는 따뜻한 물을 받아놓은 욕조에서 몸을 녹였고, 나는 그녀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러면 다른 남자들한테 너를 맡길 필요도 없고, 저런 쓰레기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줄 수 있었을 거야.”


“그렇지 않아요...주인님....지금도 충분해요.”


그녀는 소중한 애완동물에게 하듯 내 머리와 몸 구석구석을 쓰다듬어줬다.



 뒤로도 몇 번 더 이벤트를 열어서 남자들에게 수백 번이나 범해지게 굴렸다.

내 집으로 남자를 들이는 일은 없었지만, 한밤 중 공원에서 돌림빵을 당하게 하거나 지하철에서 치한 플레이를 당하게 하는 등, 마치 내 채널에 들어와 있는 천 명 남짓한 모든 사람에게 내 보지맛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가혹하게 돌림빵을 돌렸다.

“어때, 그동안 충분히 즐겼어?”

그러던 어느 날, 방송이 끝난 뒤 그녀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

“네...주인님 덕분에....”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더니 고급스럽고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왔다. 그 안에는 작은 캡슐형 알약 하나만 들어 있었다.


나는 계속 교육받았던 대로, 입을 벌리고 약을 올려놓기 좋게 혀를 내밀었다.

툭.


무엇인지도 모르는 알약이 혀 위에 놓였고, 사라는 설명도 없이 삼키게 했다.

꿀꺽.....


“방금 먹은  나노 머신이야. 고위 염파 능력자가 만든 거지.”

그녀의 말에 나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미 훈련 어플이라는 고약한 염파 능력에 감염이 돼 있는 상태인데, 설마 비슷한 무언가가  늘어나 버리는 건 아닐까라는 공포에 휩싸였다.

“밖에 나갈 테니 옷 입어.”


나는 약간 어리둥절한 채로 팬티를 주워서 입으려고 했으나, 구멍에 다리를 넣자마자 메스꺼움이 올라오고 강렬한 두통 때문에 쓰러질 거 같았다.

우욱....

결국 헛구역질을 하면서 책상을 잡고 쓰러지려던 걸 겨우 버텼다.


“괜찮아. 어서 옷 입어.”


내가 공포 서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여전히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분명 그 나노 머신에 뭔가가 있는 듯 했지만 그녀는 아직 말해주지 않았다.

쿵!!

우욱!!....


결국 다시 팬티를 입으려던 나는 이전보다 강렬한 구토감과 두통에 쓰러져 버렸고, 그대로 뱃속에 있던 걸 바닥에 게워내기 시작했다.


“하하, 효과 좋네. 역시 한솜이야.”


하아....하아....


나는 심하게 구토를 한 탓에 온 몸이 차가워지면서 파르르 경련이 일었다.


“그 나노머신이 몸에 있으면 옷을 입으려고 할 때마다 그런 식으로 거부 반응이 일어나게 돼. 그러니까, 너는 평생 옷을 입을  없다는 말이지.”

나는  말을 잃고 절망적인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봤다. 그녀는 별 일 아닌 사소한 장난에 불과하다는 눈빛을 한 채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으읏....읏.....

그녀가 그동안 잘 즐겼냐던 말은 생각보다 더 무섭고 비참한 말이었다.

나는 팔다리가 묶인 채로  그녀의 품에 안긴 채로 앉아 있었는데, 양 젖꼭지에 그녀가 꽂아 놓은 바늘이 각각 한 개씩 꽂혀 있었다.


흐으읏....

그녀는 마치 구멍을 뚫어 버리려는 듯,  바늘을 젖꼭지에 찔러 넣은 다음 빙글빙글 돌리면서 찔러 넣었다가 빼는 피스톤질을 반복했다.

나는 젖꼭지 주변은 물론이고 가슴 안쪽 깊은 곳까지 칼로 베이고 찔리는 듯한 끔찍한 고통을 반복해서 당하는 탓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끊임없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걸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마치 고깃덩어리에 하듯 계속  젖꼭지에 여러 구멍들을 뚫어 버려서 안쪽을 바늘로 비벼대고 젖꼭지뿐만 아니라 가슴 곳곳을 바늘로 푹푹 찔러댔다.

“그동안 피임약을 꾸준히 먹었으니 금세 반응이  거야.”

“무슨....하읏....말씀인가요 주인님?...”

“기다려 봐, 너도 기뻐할 테니.”

그녀는 그렇게만 말해줄 뿐이었다.

나노 머신을 먹이고 젖꼭지에 바늘을 찌르는 짓을 시작한 뒤로는 방송을 아예 멈춰 버렸다.

그 대신 계속해서 그녀는 나에게 옷을 입게 시켰고, 나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면서도 그녀의 명령에 거역하지 못했기 때문에, 강렬한 두통을 받고 구토감과 역겨움을 받으면서 옷을 입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키워갔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다.


 주가 지난 뒤에는 옷을 보기만 해도 온 몸이 간지러워지는 알레르기 반응이 생겼다. 마치 누군가가 가느다란 털실로 온 몸을 간질이는 듯한 감각, 온 몸을 징그러운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감각이 뒤엎었고,


몸을 벅벅 긁거나 온탕에 몸을 담가도 사라지질 않았다. 옷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한참이나 지나야 간지럼증이 가라앉았다.

꾸욱....꾸욱....


그리고 지금은 또 다시 사라의 품에 안겨 있었는데, 갑자기 그녀가 젖꼭지에 바늘을 찌르다 말고 마치 젖을 짜려는 것처럼 가슴을 짜기 시작했다.

나는 설마 그동안의 바늘 작업이 모유를 짜내려는 거였나라는 걱정에 초조해졌다.

 그래도 예전에 이두승이 유선을 다 개발을 해놨었고, 그의 말로는 특별한 계기가 있으면 완전히 터져버릴 거라고 했었다.


그리고 불안한 예감은 반드시 적중하듯이, 젖꼭지에 하얀 모유가 송글송글 맺히며 새어 나오더니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사라의 손을 타고 흘러 내렸다.


“와아, 됐다. 어때? 기쁘지?”

“네...기뻐요 주인님....”

그녀가 나를 보고 물었고, 나는 서글프게 대답했다.

그녀가 그동안 바늘로 가슴을 찔러대던 건 유선을 발달시키기 위한 자극이었다. 거기에 피임약을 먹으면 가상의 임신상태로 만들어지는 거였기 때문에  두 가지가 합쳐져서 원래부터 개발돼 있던 유선이 완전히 개발돼 버린 것이다.

그녀는 예전에 샀던 물건들을 뒤져서 유축기를 가져왔다.


그 모양새만 봐도 민망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녀가  젖꼭지에 유축기를 붙이자 수치심과 동시에 야릇한 쾌감이 느껴졌다.

잠시 뒤 마치 사람이 강하게 빠는 듯한 감각이 젖꼭지를 빨아 당기기 시작했고, 예전 이두승이 텄을 때와 달리, 정말 애를 낳은 산모의 것처럼 모유가 줄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유선이 잘 개발 돼 있었나봐? 무슨 짓을 한 거야? 어쨌든 그러면 금세 개발할 수 있겠네. 조금만  내가 도와주면 모유를 줄줄 흘리는 체질이 될 거야.”

그녀가 히히 웃으며 말했다.


“으음....맛있어.”

한참동안 유축기를 통해 빨아낸 모유를 그녀가 마셨고, 또 다시 수치심을 느끼며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껴졌다.


“그럼 또 해야지?  입어봐.”


으윽....


나는 울상이 돼서 의상실로 들어가 내가 입을 옷을 들고 왔다. 옷을 보면 몸이 간지러워지는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이제는 내 눈에 닿지 않는 곳에 치워뒀었다.


옷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 또 다시 메스꺼움이 올라오려고 하고, 팔뚝과 목이 간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으으으....


나는 덜덜 떨면서 팬티를 입으려고 하다가, 번번이 그랬던 것처럼, 강한 두통과 메스꺼움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엎드렸다.


하아....하아....


다시 입어야 한다.  번 쓰러졌다고 끝내주지 않는다. 사라는 옷을 완전히 입을 때까지 멈춰주지 않았다. 잠깐이지만 메스꺼움과 두통을 참으면서 잠시나마 입는 건 가능했다. 하지만 그때.


“한솜아 그거 알아? 기계가 영원히 작동할  있을까?”

“네?”

나는 잠깐 멈추고 그녀를 멍청한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나노 머신을 먹은 지  주쯤 지난 거 같은데. 아직도 그 머신이 작동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

무슨 소리지?


머리가 혼란스럽다. 두통이 아직 남아 있다.


“나노 머신은 이미 일주일 전쯤에 멈췄어. 그 정도의 에너지밖에 없었거든.”


어?

그럼 지금 나는 왜 이러는 거야?

“그게  진짜 본성인 거야.”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주인님....”

“기계가 작동을 멈추면 거부감도 같이 사라져야 하겠지? 그런데 여전히 옷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그게  본 모습이었다는 거야.

사람은 원래 알몸으로 태어나지. 그리고 성장하면서 여러 가지 교육과 사회화를 거듭하고 말이야.

그 중에서 원래의 본성을 억압당하는 사람이 생기지. 예를 들면 동성애자인데 자신이 동성애자인 줄 몰랐다거나,


가학적이거나 피학적인 성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런  이상성욕으로 치부되는 사회 풍조 아래에서 사회화 된 탓에 자신의 치솟는 감정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 말이야.

그 중에는 남에게 지배당하기를 바라고, 옷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그게 바로 한솜이 너인 거지.”

이게 무슨 소리야.....개소리....개소리지만,

예전 병과장도 비슷한 말을 했었고, 마스터도 비슷한 말을 했고, 가끔 나를 지나갔던 남자들도 그런 말을 했다.


무엇보다  몸이 너무 좋아한다.


처음으로 야외 노출을 했었을 때, 동기들에게 묶여서 육변기가 돼 버렸을 때, 고선태로부터 영원히 뗄  없는 피어싱이 달려 버렸을 때, 사라에게 억압당해서 장난감이 돼 버렸을 때,

어김없이 내 몸은 흥분해서 쾌감을 받아들였고, 보지는 계속 젖어서 그들의 자지를 받아들였다.


머리로는 부정하고 있었지만 가슴이 인정하고 있다.


“이제 제대로 마주할 때가 된 거야. 사회화로 인해 소멸돼 버릴 뻔 했던 니 진짜 모습.”

“아니에요....”

“생각해봐, 이런 기질들은 타고 나는 거야. 누가 교육시킨다고 생기거나 나노 머신에 며칠 시달린다고 생기는  아니지. 오히려 나노 머신은 니가 받았던 사회화를 걷어 내준 것뿐이야.”

“아니에요....”

“동성애자들을 교정강간한다고 해서 이성애자가 될까? 너의 노출증, 너의 육변기 기질. 모두 너의 욕망이고 너의 본질이야.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

하지만 헤비 슈터로서의 유한솜이나 엘리트 헌터로서의 유한솜이 아닌, 암퇘지로서의 유한솜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거지.”


그러더니 내가 전에 먹었던 나노머신이 든 캡슐약과 똑같은 걸 가져왔다.

“자, 이걸 봐.”

그녀는 나에게 보여주듯 자신도 캡슐을 먹었다.


“어때, 나는 아무렇지도 않지?”


그녀가 양 손을 펼쳐 보이며 과시하듯 말했다.


분명  안은 비어 있었을 것이다. 그저 나를 속이기 위한 연기일 뿐이다.


하지만 내 몸은 그렇게 느끼지 않았는지 절망 속에서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동안 겪어온 수많은 일들, 남자들 사이에서 겪었던 수많은 쾌락들이 내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어떻게 해야 하나요 주인님?”


고개를 든 내 볼을 타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