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3화 〉83화 (83/100)



〈 83화 〉83화

우음....음.....

지금은 변기에 앉아 있는 김주선의 앞에 무릎 꿇은 채로 그의 자지에 열심히 봉사를 해주는 중이었다.

한 번 내 몸을 사용하고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지 내 집에 오겠다는 걸 겨우 말려서 앉혀 놓은 참이었다.

 대신이라고 해야 할지, 그가 만족할 때까지 자지를 입으로 빨아주기로 한 것이다.

“으읏!! 나온다!”

그가 얼굴을 찡그리면서  머리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꽉 줬고, 나는 그의 자지를 빈틈없이  채로 그가 쏟아내는 정액을 모두 받아 주었다.

“하아....”

나는 몽롱한 표정으로 입을 벌려서 혀로 입 안의 정액을 살살 굴려 주었고, 김주선이 뿌듯한 표정으로 날 내려다봤다.

“이, 이제 됐어?”

나는 정액을 꿀꺽 삼킨 뒤 조심스럽게 물었다. 벌써 세 번이나 입으로 그의 정액을 받아주었다.

알몸으로 공원을 한 바퀴 돌아야 한다는 미션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한참이나 여기 잡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있다면 시청자들  누구도 미션을 마저 수행하길 바라지 않는다는 거였다. 계속 여기서 남자의 자지나 빠는 꼴을 보고 싶어 했다.

다만 곧 동이 틀 거 같다는 불안이 내 머리를 어지럽혔고, 빨리 코트를 찾아오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휴우....정말 좋았어 한솜아. 나중에 다시 또 해줄  있을까?”

이제야 겨우 만족한 듯 그가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물론이지!”

나는 뒷일은 생각도  하고 일단 그에게 동조해줬다. 빨리 옷을 되찾으러 가야 한다.

“그래, 학교에서 보자 한솜아.”

지금까지는 계속 무시해왔으면서 학교에서 보자는 말이 잘도 나왔다.

그는 마치 어린애처럼 내게 손인사를 하고는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흐으....

나도 잠시 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밖으로 나왔고, 동이 트기 시작했는지 약간 밝아지기 시작한  보였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공원을  바퀴 돌아야 한다는 걸 까맣게 잊어버린 채로 코트를 놔뒀던 자리로 재빨리 돌아갔다.

빨리....빨리....

나는 건물들 사이사이로 숨어 다니면서 잠입하듯 천천히 스튜디오를 향해 이동했다. 첫차를 타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간간히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 몸에는 목걸이와 수갑이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그냥 걸어 다닐 수가 없었다.

휴우....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졌다. 알몸으로 공원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먼지와 흙투성이겠지만 그런 데 신경  겨를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못 물어봤네.

김주선은 왜 거기에 있었던 걸까.

정신이 없어서 물어보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곯아떨어질 것처럼 눈꺼풀이 내려앉았지만 억지로 버텼다. 잠시 뒤면 학교에 갈 시간이다. 오늘 있었던 일 같은 사정을 마스터가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잠깐 그렇게 몸을 뉘여서 쉰 게 전부인 상태로 학교로 갔다.



- 눈나 게시판 좀 봐봐

- 누가 합방 하고 싶다던데

- 남자임 여자임? 섹방?

학교에 다녀오자마자 몇 시간 정도 곯아떨어졌고, 잠깐이나마 눈을 붙이고 나니 조금 정신을 차릴  있었다.

그러자 어제 있었던 김주선과의 일이 다시 떠오르며 우울해하고 있었는데, 시청자들이 합방 요청이 들어왔다면서 게시판을 확인해 보라고 했다.

내 채널은 비공개 채널인데 무슨 일이지?

나는 살짝 긴장한 채로 시청자들이 말한 글을 찾았다.

나랑 합방하고 싶다는 스트리머 본인의 제대로 된 요청이 있었던 게 아니라, 잠깐 언급한 걸 우리 방 시청자가 찍어온 것이었다.

‘여러분 혹시 유한솜이라고 알아요? 전에 게임 방송 찍던 헌터분인데 요즘 방송 안 하시는 거 같더라구요? 합방  번 해보고 싶어서 눈치보고 있었는데 아쉽다.’

라고 말하는 짤막한 영상이 캡처돼 있었다.

게시물을 열어보기 전에는 살짝 겁먹어 있었지만, 영상을 확인한 뒤에는 거꾸로 가슴이 약간 벅찬 감격에 차 있었다.

그 스트리머가 여자였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유미가 생각나면서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나랑 친해지고 싶어 하는  남자라면 당연 내 몸을 목적으로 접근하려는 거라는 불안 때문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여자라면 그런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다만 유미가 그랬던 것처럼, 특별한 이유 없이 내게 접근하려는 여자는 레즈비언이 아닐까라는 걱정이 든 것이다.

동시에 유미가 내게 보여줬던 친절들, 먼저 식사를 같이 하자고 손을 내밀어 줬던 거나, 방학 때마다 여행을 다녔던 것들이나, 타이탄을 격파했다고 파티를 열어줬던  등등 그녀가 나에게 해줬던 일들이 떠오르며,

유미가 그리웠다.

아직 유미가 내 곁에 있었더라면 방송에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어제 같은 꼴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녀가 키스를 했을 때 그냥 어색하게 웃어 보이면서 거절을 하고, 다시 친구처럼 지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후회뿐이었지만 먼저 유미에게 연락을 해볼 자신이 없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무슨 표정으로 그녀를 만나야 할지도 걱정이었고, 신상을 밝혀둔 탓에 방송을 그만두기 어려운 지경까지 왔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어떻게 할까요 주인님들?”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마음속에는 약간 거부감이 들었지만, 동시에 유미와 그랬던 것처럼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가 생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들었다.

차라리 시청자들에게 선택권을 넘기기로 해버렸다.

언제부턴가 그게 편했다.

수많은 시청자들과 같이 방송을 하는 건 외롭지 않게 해주긴 했지만, 때로는 스스로 뭔가 결정하는  겁이 나게 만들었다.

자꾸만 시청자들의 눈치를 보게 됐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안도하거나 불안해하는 게 습관이 됐다.

그래서 곤란한 문제는 시청자들에게 맡겨버리는 게 나았다. 그러면 반응이 안 좋아도 시청자들 탓이라도   있다. 물론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지만 마음이라도 편했다.

- 하자

일반에서 할 거임?

- 보빔할 때까지 숨참

시발 보빔은  뭐야.

상대가 여자라는  알자 보빔각이라는 채팅이 우루루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대충 분위기를 보니 상대는 일반 채널에서 방송을 하고 있는 거 같았다.

게시물에 있던 영상에서도 내가 일반 채널에서 방송을 할 때에 대한 언급이었으니까.

합방을 하자는 사람과, 상대가 일반 채널이니까 하지 말자는 사람이 섞여 있었는데, 대체로 하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럼 눈치 한  봐볼까요?”

나는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몰래  스트리머의 방송을 찾아서 들어갔다.

“어어? 뭐예요? 갑자기 시청자가 확 늘었는데? 누가 호스팅 했어요?”

그러자 나를 따라 수백 명이 갑자기 우루루 들어온 걸 보고 상대 스트리머가 깜짝 놀라며 당황했다.

- 야 괜히 분탕치지 마라

- 조용히 있자 우리

 채널 시청자인 걸 들키지 말자는 분위기로 단합했고, 어쩐지 나도 그들과 함께 시청자가 된 기분이었다.

“진짜 뭐야? 왜 이래? 누가  돌렸어? 하지 마 진짜 큰일 나.”

그녀는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  상황에 대해 정말 크게 당황했는지 시청자 목록까지 확인하면서 허둥지둥 했고, 얼마 없는 그녀의 원래 시청자들도 당황한 듯한 채팅을 마구 올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채널 쪽에서 시청자들이 킥킥대면서 웃고 있었다.

원래 시청자가  명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천 명이  넘는 걸 보니 내 성인 채널의 절반도 안 되는  같았다.

갑자기 시청자가 늘어나면 좋아할 법도 하겠지만,

실제로 나는 속없이 방송 시작한 지 며칠 뒤에 갑자기 천 명으로 늘었을 때 굉장히 좋아했었다.

하지만 방송을  알거나 오래 했던 사람이라면, 갑자기 이유 없이 시청자가 늘어나는 일이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녀는 미소 하나 없이 창백해진 얼굴로 이유를 찾기 위해 안절부절 못했고, 어쩐지 그 꼴이 우습게 느껴져서 나도 킥 웃어 버리고 말았다.

이런 재미로 나를 보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

“휴우....아 진짜 놀랐잖아요....”

한참 뒤, 방송이 진행이  되는 걸 답답해 한 누군가가 결국 나와 다른 시청자들이 여기 들어와 있다는 걸 밝혀 버렸고, 그녀가 크게 한숨을 쉬면서 얼굴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직 방송 하고 계셨어요? 왜 난 몰랐지? 어디서 하고 있어요?”

그녀가 나에게 묻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가슴이 벅차오르며 키보드로 글자를   쳤다가, 멈칫 하고는 모두 지워 버렸다.

성인 채널이라고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어쩐지 나에 대한 환상도 가지고 있는 거 같고.

나는 박제돼서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영상, 어제 김주선에게 당했던 영상을 그녀가 보지 못했기를 바랐다.

“시청자들 몰고 다닐 정도면 어디서 아직 방송 하고 계시는 거 아냐? 나랑 합방 하러 왔다고? 진짜?”

이미 들켜 버렸기 때문에 내 방에서 넘어간 시청자들이 내 대신 말을 해줬다.

그녀는 호들갑을 떨면서 방방 뛰었다. 얼굴에 웃음이 만개한 채로 기뻐하는 걸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활짝 웃게 됐다.

“해요! 저 진짜 언니 팬이에요. 언니 아니라고? 멋있으면 다 언니야.”

하더니 내가 타이탄을 격퇴할 때의 영상들을 주르륵 틀어서 다른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그녀는 스트리머로서의 유한솜이 아니라 헌터로서의 유한솜을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그녀를 꼭 만나보고 싶다는 쪽으로 내 마음이 기울었다.

“어때요 주인님들? 이 정도면 만나 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내가 허공에 대고 물었고, 오히려 그녀의 반응과 방송 분위기를 확인하고 나니 합방을 하자는 시청자가 확 줄어 버렸다.

아무래도 야한 짓거리를 할 가망은 없어 보이기 때문인 듯했다.

- 아직 보빔각은 살아있다

라며 웬 미친 놈 하다가 20만원과 함께 합방을 하라는 도네를 쏘아줬다.

가끔은 도움이 되는구나 이 변태놈들.

그래도 반반 정도로 갈리기는 했지만 합방을 해보자는 쪽이 약간 더 많았다.

단순히 다른 여자와 합방을 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계속 집에만 처박혀 있고 게임이랑 운동만 하는  질린다는 의견이 좀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그랬지만 나는 특별히 컨텐츠를 개발할 생각이 없었다. 초반에는 신기한 컨셉이라고 사람들이 좋아하긴 했지만, 그게  달이나 돼버리면 질릴 법도 하다.

그래서 나는 약간 긴장한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도네를 보냈다.

- 유한솜입니다. 언제 만날까요?

 사이에 끼고 싶다 ㄹㅇ

합방은 당연히 그녀의 방송으로 이루어졌다. 내 일반 채널은 진작 복구되긴 했지만, 오랫동안 들어가지 않은 대다가, 괜히 일반 채널을 켜면 내 원래 방에 돌아갔을 때처럼 싱숭생숭한 기분이 들 거 같아서 피하고 싶었다.

어쩐지 곤란한 상황에 대해 회피해 버리는 습관이 들어버린  같았지만, 수백, 수천 명의 시청자들이라는 거대한 벽은 감히 맞서기 힘든 힘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만나고 싶었어요 언니!”

그녀와 나는 오랜만에 각자의 스튜디오에서 벗어나 번화가 한복판에서 만났다.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어쩐지 데이트를 하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고,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혹시 그녀가 탄 게 아닐까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아, 편하게 하세요. 제가 더 어리던데....”

나는 이미 그녀에 대해 조금 듣고 왔다. 그녀는 나보다 두 살이 더 많았지만, 꼬박꼬박 나를 언니라고 불렀다.

그녀는 도착하자마자 자연스럽게 나에게 찰싹 달라붙더니 팔짱을 꼈고, 또 방방 뛰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유미도 유쾌한 성격이긴 했지만 그녀와는 약간 방향이 다른 쾌활함이었다.

유미에게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진한 향수와 화장품 향기가 풍겼고, 그녀는 훨씬 ‘여성스럽다’라는 분위기가 물씬 났다.

여자가 되면서 키가 너무 작아졌기 때문에 동기들 사이에서는 난쟁이가 된 듯한 기분에 빠져 있다가, 정말 오랜만에 약간이지만 나보다 작은 사람을 보니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그럼 어디로 갈까요?”

그녀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아마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면 이런 기분이겠지. 어쩐지 가슴이 뿌듯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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