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6화 〉76화 (76/100)



〈 76화 〉76화

 뒤로 몇 명인가 더 나를 찾아와서 셀카를 찍거나, 내 가슴이나 엉덩이, 허리를 한 번씩 만지고 돌아갔다.

피어싱이 달려 있는 걸 들키는 게 불안했기 때문에 맨살은커녕 속옷 위로 만지는 것도 싫었고, 다행히 남자들도 옷 위로 만져달라는 내 부탁에 납득을 해줬다.

 손 삽니다

-  손목 수집가 새끼  좀 ㅅㅂ

- ㄹㅇ 남자들 손목 다 산다고 하네

“이제 끝이지? 더 안  거 같네.”

나는 방송을 마치기 위해 근처에 있는 공중 화장실로 들어왔다.

- 엥? 거기 아냐 눈나

- 거기 남자 화장실임 ㅋㅋㅋㅋ

“씨발 여기 맞아.”

나는 일부러 남자 화장실로 들어온 뒤, 소변기 쪽이 잘 보이도록 핸드폰을 세워 놨다. 그리고 나는 훌렁훌렁 옷을 벗어서 속옷차림이 됐다.

- ㅗㅜㅑ....

지저분한 소변기들 옆에서 섹시한 몸짓을 하자 남자들이 미쳐 돌아가려고 했고, 이미 나를 한 번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차 돌렸다는 시청자도 있었다.

“오늘도 재밌었다 새끼들아, 이제 방송 끈다.”

나는 손인사를 하면서 방송을 끈 뒤, 옷을 입지 않고 옆에 있던 좌변기 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내 몸을 만져대던 손길들을 상상하면서 자위하기 시작했다.

탁탁탁.....

한창 자위에 열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활짝 벌리고 있던 다리를 오므리며 머리가 얼어붙은 것처럼 경직됐다.

“아, 씨발 갔나보네.”

정말로 누군가가 내 모습을 보고 돌아온 것이었다.

그러자 나는 공포에  몸이 파르르 떨려오기 시작했다. 지금 이 꼴을 들키면 분명 범해질 것이다.

지금이라도 방송을 켤까?

누구라도 보는 사람이 있으면 최악의 상황은 당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고, 제발 그냥 돌아가주기만을 기도할 뿐이었다.

똑똑....

히이익!!

그때 문이 닫혀있는 걸 본 건지 내가 있는 칸에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잔뜩 긴장한 채로 조심스럽게 문에 대고 ‘똑똑’ 대답을 해줬다.

그러나 상대방은 가지 않았다. 바로 앞에서 왔다갔다하는 발소리가 공포스럽게 내 몸을 감쌌다. 고민하는 듯했다.

“에이....”

한참이나 고민하는 것처럼 서성이던 그는 아쉬워하는 한숨과 함께 화장실 밖으로 나가 버렸고, 그의 발소리를 들으며 잔뜩 움츠러들어 있던 나도 들리지 않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옷을 다시 챙겨 입은 뒤, 그가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됐을 때쯤에 빠져 나와서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왔다.



상당히 오래 버텼다고 생각했다.

방송을 할 때는 잘 못 느꼈지만, 방송을 끄고 침대에 누워서 차가워진 머리로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었다.

성인 채널인데, 수위가  올라가지 않을까?

아직까지는 속옷을 노출하는 정도에 그쳐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그 이상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이 있었다.

며칠만 기다리면 일반 채널 정지가 풀린다. 굳이 여기가 아니더라도 다른 플랫폼에서 잠깐 방송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 채널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짜릿함이 있었기 때문에 성인 채널을 포기하기도 힘들었다.

패배시 보지털 인증하기

그리고 오늘, 기어이  것이 왔다.

이미 속옷은 충분히 즐길만큼 즐겼다고 생각했는지, 한꺼풀씩 벗겨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평소처럼 게임을 하고 있을 때였고,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일반 채널을 돌릴 때는 무리한 요구가 있으면 옹호와 비난으로 갈려서 시청자들끼리 싸웠지만,

이미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이들에게는 그런  없었다. 본인이 하기에는 껄끄러우니 누구 한 명이 나서서 총대를 메주기를 바라면 바랐지,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없었다.

“헤엥,  보지털 없는데. 아쉽게 됐네.”

나는 너무 자연스럽게 대답했지만, 오히려 그러자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 왁싱? ㅗㅜㅑ

어쩐지 속옷 차림일 때 깔끔하다 했는데

- 보지털 없다는 거 인증하기

그럼 그렇지, 없다고 그냥 넘어갈 놈들이 아니다. 벌칙을 줬던 놈이 곧바로 추가 도네로 내용을 수정해서 올렸다.

그리고 조금씩 까발려지기 시작한다는  감각이 나를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다.

음모는 마스터가  모습을 바꿔버린 가장 첫 단계였다. 당시에는 그의 뜻대로 내가 변해간다는 게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탓에 엄청난 자괴감에 휩싸였었지만,

내가 음모가 없다는 것에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자 어쩐지 나만의 개성이  듯한 기분이 됐고, 그걸 확인해야겠다는 사람들의 광기가 나만이 가진 개성에 대한 관심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오오? 내가 이겼는데?”

하지만 정말 우연히도 내가 게임을 이겨 버리자 사람들이 실망하면서 시무룩해졌다. 대부분 게임을 말아먹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이긴 적이 없는  아니다. 너무 많이 진 탓에 나랑 방이 잡히는 사람도 나랑 비슷한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아쉽게 됐네. 보고 싶어? 그럼 또 도네 해야지.”

그렇게 말하자마자 아까 그놈이 오기가 생긴 것처럼 다시 무모 인증하기를 걸고 도네를 걸였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건지 저격에 걸리지도 않았고, 연거푸 이기기 시작한 것이다.

- 주작임 암튼 주작

- 수금박사 ㅋㅋㅋㅋ

- ㅅㅂ 수위 올라가니까 곧바로 이기는 거 봐 ㅋㅋㅋㅋ

매번 내가 이길 때마다 아까 그 놈이 오기를 부리며 계속 10만원어치 도네를 하면서 음모가 없다는 걸 인증하는 벌칙을 걸어왔다.

내가 돈을 직접적으로 요구할 때는 항상 10만원으로 했었기 때문인지, 이상하게 뭔가 무리한 요구를  때는 10만원을 도네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알아서 생겨 있었다.

뭐 나야 좋지만,

- 애 울겠다 ㅅㅂ ㅋㅋㅋㅋㅋ

- 걍 함 보여줘라

처음에는 낄낄대면서 즐기던 시청자들도, 내가 세 번이나 이기고 그에게서 순식간에 50만원이나 뜯어가자,  시청자를 응원해주는 분위기가 됐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이제 와서 그냥 까버리면 저 사람이 바보 되는 거잖아? 일단은 계속 해보자. 너네들이 저격을 성공하려는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 아냐.”

- 남탓 보소

- 시청자탓 지리네 ㅋㅋㅋㅋ

- 말이야 방구야 ㅅㅂ ㅋㅋㅋㅋ

무수히 올라오는 물음표를 보면서 낄낄대며 다시 게임을 이어갔다.

사실 이쯤 했으면 그냥 보여줘도 상관없었다. 보지를 보여 달라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저들은 모르겠지만 벌칙이 아니라 도네로 대놓고 보여 달라고 했었다면 보여줬을 것이다.

하지만 미션을 실패해서 벌칙을 받는다는 그 정복당하는 느낌이 필요했기 때문에 억지를 부려가면서까지 거부한 것이다.

“아아....졌다.”

- 드디어!!

힘들었다 ㅅㅂ

“기다려 봐.”

나는 일어난 뒤 속옷바람이 됐다. 그리고 먼저 팬티를 열어서 손으로 보지부분만 잘 가려지게 했다.

흐으....

언제부터 젖어 있었는지, 차갑고 축축한 애액이 손에 만져졌다.

채팅에는 잔뜩 기대한 글들이  새 없이 올라오고 있었지만, 나는 선뜻 팬티를 내릴 수가 없었다. 마음속으로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과, 정말로 직접 옷을 벗는 거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게다가 보통 남자들이 강제로 벗겨 버리거나, 명령이나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덜덜 떨면서 벗는  전부였지, 이런 식으로 스스로 벗어서 내 부끄러운 부분을 보여주는 건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손바닥에 닿은 피어싱이 유난히 음탕하게 느껴졌다.

자칫 잘못해서 손바닥이 비껴나가 보지나 피어싱이 보여 버리면 큰일이 된다.

슬며시 팬티를 내려 나가자 채팅창에서 ㅗㅜㅑ와 머꼴이라는 채팅이 어마어마하게 올라오기 시작했고, 마침내 천천히 내려가던 팬티가 허벅지에 걸렸다.

“자, 진짜 없지?”

나는 면도한 자국조차 없는, 완전 민둥민둥한 아랫배 부분을 조심스럽게 사람들에게 보여줬고, 보지를 가리고 있는 손으로 애액이 줄줄 흘러나오기 시작한 게 느껴졌다.

- 눈나  좀 치워죠

손!! 제발 손!

아슬아슬하게 보지만 살며시 가리고 있는 손에 애가 타는 채팅이 활활 타올랐다.

소원 풀었습니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

그러자 돈을 쓰면서 인증하라고 했던 놈이  다시 도네를 하면서 성불하는 듯한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나는 이 분위기를 더 즐기고 싶었기 때문에 사타구니만 가린 채로 이리저리 몸을 틀고, 일부러 팬티를 완전히 벗어 버린 채로 다리를 벌려 보이면서 사람들을 약올렸다.

- 눈나 얼마 주면 손 치워줄 거야?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사람들이 손을 치워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건 안 되지. 그러면 성인 채널 닫고 일반으로 옮겨갈 거야.”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완전한 알몸을 보이는 데에는 거부감이 강했다. 동기들처럼 폐쇄적인 집단이었으면 모를까, 여기서는 전 세계로  모습이 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먼저 들었다.

게다가 동기들에게 당할 때는 그들에게 강제로 당한 것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좀 지나자 한때 미친 듯이 남자를 갈구했던 내 몸도 좀 진정이 됐다.

- 그럼 위로 가자

- 유두 인증 ㄱㄱㄱ

하지만 이미 남자들에게 너무 심하게 불을 질러놓았는지 포기한 게 아니라 방향을 돌려버린 것이다.

젖꼭지는 보지보다 덜 부끄럽긴 했지만, 피어싱이 달려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야, 그냥은 안 돼. 벌칙으로 해. 대신 게임 말고 다른 걸로 하자. 게임은 또 내가 질  아냐.”

- ㄴㄴ 게임으로 해

- 그나마 게임이 승산이 있지

사람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육체적인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너무 많은 걸 보여줬기 때문에 그나마 취약한 게임이 아니면  된다는 분위기였다.

“야, 자꾸 이러면 성인 채널 닫는다.”

- 협박? ㅅㄱ

- 입장료까지 받아놓고 ㅅㅂ

너무 당황하고 불안했던 나머지 나도 모르게 협박조가 튀어 나왔다. 그러자 사람들의 반응이 험악해지기 시작했고, 더 이상 안 볼 거다, 환불해주라는 등의 반발이 거세졌다.

이번에는 평소처럼 웃고 넘어가는 수준이 아니었다. 정말로 화가  것처럼 보였다.

어어,

이러면 안 되는데.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스트리머 생활을 시작한 지 시간이 좀 지났기 때문에 초보티는 막 벗은 참이었다. 다른 스트리머들은 어떻게 방송하는지 찾아본 적도 있다.

그래서 스트리머들이 순식간에 몰락하는 것도 본 적이 있다.

아주 사소한 걸로 시작해서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사람들도 있었다.

머리가 차가워지면서 마치 강한 고무줄이 채워진 것처럼 뻣뻣하게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방송이 망가지면 돌이킬 수가 없다. 사과한다고 해결이 되질 않는다.

방송이 없으면?

아무도 없는 방 안에 덩그러니 놓인 쓸모없는 나 혼자만 남을 뿐이다. 학기 초, 동기들에게 외면당하고 혼자 방에서 고독에 미쳐가던 그 잠깐의 시절, 그걸 남은 대학생활동안 보내야 한다.

어쩌면 졸업한다고 해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성격,  사고방식, 인간 유한솜을 좋아하지는 않으니까.

이 방송을 잡아야 한다.

물러설 곳이 없다.

“미, 미안, 협박하려던 건 아니었어.”

나는 잔뜩 주눅이 들어서 시청자들에게 사과했지만 불타는 채팅은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보, 보여줄게! 가슴 보고 싶다고 했지? 가슴 보여줄게!”

나는 팬티를 다시 입은 뒤, 채팅창을 힐끗힐끗 눈치 보면서 조심스럽게 손을 뒤로 돌려서 브라를 벗을 준비를 했다.

그러자 다행히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채팅은 다시 기대하는 분위기로 돌아갔다.

어떡하지....

머릿속에는 온통 피어싱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단순히 알몸을 보여주는 것보다 몇 배는 수치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제 도망칠 수가 없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브라를 풀어서 내렸고, 묵직한 가슴이 브라에서 해방돼 무게감을 뽐내며 흘러 내렸다.

- ㅅㅂ 피어싱 뭐임?

- ㅁㅊ 피어싱 대꼴

- 쥬지 터진다 눈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

그러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면서 어깨를 오므렸고, 팔로 가슴을 가리고 싶어서 움찔움찔거렸지만 사람들이 또 화낼까봐 두려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 아래도 가자 눈나

- 이참에 알몸 해금 ㄲㄲㄲㄱ

휴우  발 뺐다

광기,

채팅창은 광기 그 자체였다.

하지만 나는 그 광기에 휩쓸려서 야릇한 쾌감을 받고 있었다. 벗기 전에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서 두통이 생길 지경이었고, 온갖 걱정 때문에 심장이 아프면서 구토감이 올라올 지경이었지만,

막상 브라를 벗어 버리고 시원하게 사람들에게  몸을 공개해 버리자, 그리고 내 몸에 대한 엄청난 칭찬들과 환호가 쏟아지자 이루 말할 수 없는 만족감과 쾌감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일어선 뒤,  다시 보지만 가린 채로 팬티를 벗어 버렸다.

완전히 알몸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로 다리를 활짝 벌렸다.

하으으.....

 손은 이미 애액으로 흠뻑 젖어서 마치 물에 담그기라도 한 꼴이 돼 있었다.

이 손을 치우면 엉망진창으로 젖어있는 보지와, 음탕하게 달려 있는 피어싱, 그리고 강제로 삐져나와 고정당해 버린 클리토리스를 만천하에 들키게 된다.

생각만으로도 찌르르한 쾌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와 뒤통수를 얼얼하게 했다.

“잘 봐, 그리고 내 방송에서 떠나지 마.”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조심스럽게 보지를 가리고 있던 손을 치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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