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75화
흐읏....
잠깐 카메라를 향해 다리만 벌렸을 뿐인데도 순식간에 보지가 뜨거워지면서 애액이 질질 새어 나오려고 하는 게 느껴졌다.
젖으면 들켜 버릴 텐데....
하필 흰색 속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이라도 젖어버린다면 곧바로 들켜버릴 것이었지만, 그 아슬아슬하고 간질간질한 감각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 다리를 오므리고 싶지가 않았다.
나는 마치 자위를 하듯 팬티 위로 손을 가져간 뒤 슬며시 쓰다듬었고, 시청자들에게는 안 보이겠지만 피어싱이 손에 살살 걸리면서 클리토리스를 자극해 맨살에 자위하는 것 같은 쾌감이 올라왔다.
- 10만원의 가치....
채팅방에서는 후회가 없다는 글들이 주르륵 올라오면서, 예전과는 수준이 다른 희롱성 글들, 예를 들면 한 번 박아보고 싶다는 등의 글들이 마구 올라왔다.
“이제 그만, 충분하지?”
나는 더 했다가는 팬티가 젖은 게 들켜버릴 거 같아서 손으로 가린 채 다리를 오므려버렸다.
- ㅅㅂ 오늘 돈 아꼈으면 평생 후회했다 진짜
- ㄹㅇ 머꼴 ㅋㅋㅋㅋ
사람들이 열광하는 걸 보니 굳이 원래 돌리던 채널로 다시 돌아가야 할 필요가 없을 거 같았다.
시청자 수가 그쪽이 훨씬 많아서 도네 차이가 좀 있겠지만, 이미 입장료로 잔뜩 땡겨 놓은 상태였고, 이 꼴을 보니 내가 앞으로 적당히 돈을 요구해도 얌전히 뱉어낼 것처럼 보였다.
“오랜만에 야방 겸 팬미팅이야.”
나는 일부러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공원을 찾아와서 방송을 켰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에 방송 안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거 같았고, 동시에 성인 채널 방송을 켜놔도 문제없을 거 같았다.
- 거기 어디임?
- 팬미팅 한다는 공지 있었음?
“공지는 씨발,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 ㅁㅊ 어딘지도 안 알려주고 팬미팅 한다고?
- 지랄을 한다 진짜 ㅋㅋㅋㅋ
당연히 채팅창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었지만, 평소처럼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팬미팅이라는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끔 진지하게 사전 공지도 없었고, 장소도 안 가르쳐주면서 팬미팅이라고 하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원래 이따위라며 대충 얼버무려줬다.
그냥 야방 하는 건데 지난번 팬이랍시고 사인 받으러 온 사람이 있었던 거랑 연결 짓는 사람도 있었다.
“아냐, 진짜 팬미팅이야. 나 찾은 사람한테는 싸인해주고 셀카 같이 찍어줄게.”
- ㅅㅂ 어디냐고
- 누가 꺼무위키 좀 켜라
나는 일부러 힌트를 주려는 것처럼 공원을 카메라에 담으며 한 바퀴 빙글 돌려줬다.
“일단 내 방 근처는 아니야.”
- J도시는 맞음?
- 언제까지 할 거임?
- 누구 J도시에 사는 사람 없음?
사람들은 이곳을 알 만한 사람들을 수배하고 난리가 났다. 누군가는 자기 친척이 이 도시에 산다면서 물어보겠다는 사람까지 있었다.
“나는 J도시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내가 놀리듯 애교를 부리자 사람들이 더 발광하면서 어디냐고 닦달하는 채팅들을 올렸고, 중간중간 놀리는 게 기분 나쁘다는 사람까지 있었지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 걸 확인한 뒤, 브라가 드러나도록 셔츠를 휙 올렸다가 내려 버렸다.
“그래서 안 찾을 거야? 포기 할 거야?”
- 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
- 진짜 한 번만 만나고 싶다 누나 어딘지 좀 가르쳐 줘
애타게 울부짖는 채팅들을 보면서 입고 있던 핫팬츠를 잡아 당겨서 사타구니 안쪽 속옷이 보이게 카메라를 향해줬다.
- ㅅㅂ....울고 싶다 진짜....
- 그니까 어디냐고....
이렇게까지 안달이 나게 하는 이유가 있었고, 잠시 뒤 예상대로 도네가 올라왔다.
- 그래서 어디임? 힌트 좀 줘
힌트 좀 달라는 10만원어치 도네가 날아온 것이다.
내가 기다렸던 게 이거였다. 안달이 나게 한 다음 조금씩 힌트를 주면서 결국 내가 있는 곳까지 찾아오게 할 생각이었다.
섹스까지는 무리지만,
아무래도 누군지도 모를 사람이 나를 찾아오게 한다는 게 무섭기도 했지만, 그 점이 도리어 짜릿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안전하게 일부러 집에서 먼 곳으로 나오기도 했고 말이다.
어느 정도 변태적인 요구는 들어줄 수 있지만 알몸을 보여주거나 섹스를 해주는 건 싫었다.
방송이 켜져 있으니 난폭한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J도시 맞아. 10만원씩 줄 때마다 조금씩 더 가르쳐 줄게.”
- ㅈㄴ 비싸 눈나
- 가까우면 가려고 했는데
너무 비싸다는 욕설이 절반을 채웠지만 금세 도네가 마구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씨발, 너무 많이 오면 곤란한데.
기껏해야 서너 명이나 찾아올 거라고 예상했었지만 쏟아지는 도네의 양을 보니 최소 수십 명은 찾아올 거 같은 분위기였다.
게다가 돈을 안 쓰고 눈치만 보고 있는 사람도 있을 테니 정말 거창한 일이 일어나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조금씩 풀어주기 시작했다.
“J도시 3구역에 있는 공원 중 하나야. 여기 공원 몇 개나 있지? 그렇게 큰 곳은 아닌 거 같은데. 작은 곳 중에 찾아봐.”
사람들은 지도를 찾아보고, J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기억을 되살려보면서 내가 있을 만한 공원 이름을 줄줄이 나열하기 시작했다.
흐으....
그리고 실제로 중간에 내가 있는 곳의 이름이 올라갔고, 그럴 때마다 들켰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되면서도 짜릿한 쾌감이 느껴졌다.
이미 정답이 나왔지만 모르는 체 하면서 빨리 위로 지나가 버리길 기도하며 찌릿찌릿 희열에 차 있었는데,
- 나 어딘지 알겠다
- 출발 한다 ㅋㅋㅋㅋ
몇 명이 어딘지 알겠다며 출발한다는 채팅을 남겼다. 그리고 실제로 게시판에는 자동차를 타고 3구역에 진입했다는 사진을 올린 사람도 나오기 시작했다.
흐으....찌릿찌릿하다....
“여기 아무 것도 없어서 너무 지겨워. 너무 오래 걸리면 가 버릴 거야.”
나는 다시 셔츠를 올려서 브라가 드러나게 한 뒤에 가슴골을 잔뜩 부각하면서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동시에 나를 찾기 위해 3구역 공원 중 하나를 찍은 인증샷이 올라오고, 나를 본 거 같다는 채팅도 올라오는 걸 보면서,
마치 사냥꾼에게 쫓기는 토끼가 된 기분으로 기분 좋은 쾌감을 받고 있었다.
- ㅅㅂ 찾았다 ㅋㅋㅋㅋ
그리고 드디어 누군가가 게시판에 글을 하나 올렸다.
“와! 어딨어? 왜 안보여?”
게시판 글을 확인해보니 정말 벤치에 내가 앉아 있는 모습을 멀찌감치에서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면서도 흐뭇한 기분이 돼서 사진을 찍은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을 살펴봤지만, 작성자는 어딘가로 숨어 버린 것 같았다.
“빨리 와, 셀카 찍어줄게.”
내가 방송에 대고 말하자 한참 뒤에 조금 살집이 있는 남자 하나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아, 저 얼굴 나오는 건 좀....”
내가 그를 찍으려고 하자 거부했고, 어쩔 수 없이 그의 발쪽을 찍으면서 정말 찾아온 사람이 있다는 감탄을 해줬다.
“그래서, 뭘 하고 싶은데?”
“네?”
“팬미팅이잖아. 여기까지 온 이유가 있을 거 아냐.”
남자는 완전 쑥맥인지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나, 채팅을 할 때와는 달리 말을 잘 못하고 어버버거렸다.
전부 이런 식이면 전혀 위험하지 않겠는데.
지난번 번화가에서 싸인을 해달라고 했던 남자도 이런 식이었다.
그러고 보면 동기 중에 인방을 자주 보던 규태도 음흉하고 찐따 같기만 할 뿐이었지, 위협이 느껴질 만큼 남자다운 놈은 아니었다.
“아....저, 가슴 만져 봐도 돼요?”
에잉?
하지만 꼴에 변태 같은 짓은 하고 싶었는지 부끄러워하면서도 말은 잘 했다.
겨우 그 정도라면 안 될 건 없지만, 긴장되면서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맨가슴을 만지게 해줄 건 아니었지만 혹시라도 피어싱의 감촉이 그의 손에 느껴질까봐 걱정이 된 것이다.
“팬서비스니까.”
나는 카메라를 내 가슴 쪽으로 향하게 한 뒤, 그에게 만지라는 듯이 가슴을 쫙 펴보였다.
그러자 그가 벌써부터 숨을 거칠게 쉬기 시작하더니 마치 귀한 도자기라도 받들 듯이 조심스럽게 옷 위로 가슴을 쓰다듬었다.
거칠게 주물럭거리던 동기들과 달리, 이 쑥맥은 그저 표면만 따라서 쓰다듬을 뿐이었고, 그마저도 감당 못할 자극이 되는지 남자의 얼굴이 완전 새빨게진 채로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좀 더 팍팍 해봐.”
그가 만져주는 것도 색다른 쾌감을 줘서 나쁘진 않았지만, 역시 나는 내 몸을 사용하듯 거칠게 만지는 편이 취향이었기 때문에, 내가 그의 손등을 잡고 내 가슴이 찌그러지도록 쿡 눌러 버렸다.
“아앗!”
그러자 도리어 그가 깜짝 놀라면서 손을 빼 버렸다.
- ㅈㄴ 부럽다 진짜
- J도시로 이사 갈 사람 구함
- 저 손 핥고 싶다
“가, 감사합니다.”
남자는 끝까지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얼굴인 채로 인사를 한 뒤 도망치듯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감상에 젖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상하게도 귀엽게 느껴졌다. 얼굴도 못 생기고, 피부도 별로고, 몸매도 별로인, 착실하게 훈련으로 다져진 동기들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남자인데도 이상하게 귀여웠다.
그리고 지난번 유미가 갑자기 내게 키스를 해왔을 때 역겹고 불쾌하게 느껴졌던 걸 떠올렸다.
완전히 여자가 돼 버린 걸까.
언제부터였을까.
그러고 보면 남자들에게 범해질 때도 여자로서 섹스한다는 생소한 경험에 대한 공포와, 강제로 억눌러진다는 고통에 대한 공포를 느꼈어도,
섹스 상대가 남자라는 점이 불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거 같다.
설마 나 게이였나?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이상하게 고등학생 때 여자들이 사귀자고 할 때도 별 감흥이 들지 않았던 거 같기도 하고,
오래 된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남자들에 대한 거부감이 언제부터 사라졌지?
아니 분명 남자이던 시절 야동을 볼 때도 평범한 걸 봤고, 여자들을 보면서 흥분했었다. 게이일 리가 없다.
찬호에게 범해질 때의 느낌을 떠올리려고 해도 벌써 사라져 버렸다. 아프고 무서웠었다는 추상적인 기억만 남아 있을 뿐, 당시의 감각을 떠올릴 수는 없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분명한 건 지금은 남자가 좋다는 거지.
우울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남지 않은 미래, 마스터와 약속했던 기한이 절반도 안 남았다.
[개발 레벨]
[가슴 : 6/9], [유두 : 5/9], [보지 : 6/9], [음핵 : 5/9], [항문 : 6/9], [요도 : 4/9]
[복종도 : 남 5/9 여 2/9], [노출증 레벨 : 5/9]
남자들과 몸을 섞지 않은 덕분인지 개발 진행이 한참동안이나 멈춰 있었다.
방송으로 미션이나 벌칙을 마구 받은 탓인지 이상하게 여자에 대한 복종도가 올랐다. 아마 상대 성별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면 남녀 구분하지 않고 같이 오르는 듯했다.
게다가 노출증도 상당히 올랐고, 이런 야외에서도 주변에 사람만 없으면 방송으로 속옷차림을 보여주는 게 어렵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마스터가 제시했던 건 각 항목이 9레벨이 되는 거였는데 이 상태라면 4학년이 될 때까지 다 상한을 채우는 건 어려워 보였다.
이미 직접적으로 나에게 접근할 만한 사람이 거의 없어진 대다가, 동기들은 철저하게 나를 무시하고 있다.
남자들에게 무시당하고 있는 건 고통스럽고 외로웠지만, 반면에 범해질 위험이 없다는 점에서는 다행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을까?
내 상태창을 보고, 앞으로 남은 기간을 헤아려보면서도 확신할 수 없는 게 있었다.
과연 4학년이 끝나면서 마스터가 내게 줄 그 약, 남자로 돌아갈 그 약을 먹을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미 남자 유한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동기들의 생각을 모두 알아 버렸다. 남자로 돌아간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이 없고, 오히려 남자이던 때에는 알지 못했던 나에 대한 솔직한 심정들을 여자가 된 뒤에야 알 수가 있었다.
게다가 여자일 때의 쾌감이 남자일 때보다 훨씬 강하기도 했고, 관심을 받고 싶다는 욕망을 더 쉽게 채울 수도 있었다.
자신이 없었다.
남자로 돌아갈 수 있을까.
몇 번이고 그 문장이 머릿속을 떠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