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2화 〉72화 (72/100)



〈 72화 〉72화

“씨발, 이거 진짜 해야 돼? 너무 복잡한데?”

10만원이나 투자해서 추천한 스카이렘이라는 게임 글에는 스크린샷까지 찍어가면서 자세하게 설치하는 법들이 설명돼 있었고, 모드인지 뭔지를 또 설치해야하고, 그냥 실행시키는 게 아니라 뭘 또 만져야 한다는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오는 긴 글이 올라와 있었다.

- ㅅㅂ 10만원 먹튀각 잡네 ㅋㅋㅋㅋ

- 근데 모드 없으면 ㄴㅈ 맞음

“먹튀가 아니라 뭐가 이렇게 복잡해, 그냥 사서 하면 되는 거 아니야? 꼭 이런  다 해야 돼?”

나는 한참이나 설명글에서 시키는 대로 낑낑대면서 마침내 실행 시키는 대 성공했고, 같이 답답해하던 시청자들도 나를 따라서 한숨을 쉬었다.

“세이브 파일로 시작하라고 했지.”

설치법도 복잡한데 시작하는 법도 지랄맞았다. 그냥  게임으로 시작하면 안 되고 글을 써준 애가 만들어준 세이브 파일을 불러서 시작하라는 거였다.

ㅗㅜㅑ 정성 지린다

- 도네한 놈 오늘만 기다리고 있었나봄 ㅋㅋㅋㅋ

게임이 켜지자마자 시청자들이 놀라면서 엄청나게 채팅을 쳐댔고, 나도 그들 못지않게 깜짝 놀랐다.

다름 아니라 로딩이 끝나자마자 튀어 나온 주인공 캐릭터가 나랑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더 게임스럽게 생겼지만.

심지어 가슴 크기도 어쩐지 나랑 비슷한 거 같고, 몸매도 나랑 거의 흡사했다. 옷도 내가 방송 중에 입었던 것  하나를 입고 있었다.

“아니 미친놈아, 판타지에서 이런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어딨어.”

스카이렘은 정통 판타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는데, 그 안에 서 있는 나는 헐렁한 셔츠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그 부조화에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히야, 그건 그렇게 되게 잘 만들었다. 스토커니?”

 캐릭터 모습에 감탄하면서 화면을 이리저리 돌려봤다.

“시발 가슴 흔들리는 거 봐. 너무 비현실적인데?”

캐릭터를 움직여보자 가슴에 마치 물풍선처럼 요동을 쳤다.

“봐봐. 저 정도는 아니라고.”

나는 직접 내 몸을 흔들어서 가슴을 흔들어 보였고, 게임 속의 캐릭터와 비교를 시켜주자 채팅창이 또 방송 터질 각 잡는다고 난리 났다.

“새끼들, 좋으면서 뭘 그래. 걸을 때마다 미친 듯이 흔들리는데? 너희들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한참이나 캐릭터 구경을 하면서 잡담을 하다가 게임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해보는 3D게임이었고, 화면이 휙휙 돌아가자 두통이 생길  같았다.

“어우 정신없어. 다음 어디야? 어딜 가라고?”

NPC들과의 대사에도 집중하기가 어려웠고, 채팅장은 빡대가리라면서 놀리고 신이 나 있었다.

“오 씨발, 산적이다. 오오 무서워.”

다행히 시청자들 중에는  게임을 해본 사람이 많았는지 내가 어디로 가야하고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사람이 많았다.

아니 직접 클리어까지 했으면서 왜 굳이 내가 하는 걸 또 보는 거야?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까지는 할만 했다.

그러다가 마을을 벗어나서 어느 정도 움직이자 어딜 봐도 산적인  같은 무리가 나타났다.

나는 히히 웃으면서 주춤거렸다. 전에 하던 게임에서 이미 머릿수가 부족하면 싸움에서 쉽게 이기지 못한다는 걸 익혔기 때문에,  명이나 되는 무리에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대화로 해보자. 통행료 내면 되지 까짓 거.”

그리고 나는 산적 무리에게 다가갔고, 그들이 갑자기 다짜고짜 무기를 꺼내더니 소리 지르면서 달려들었다.

- ㅅㅂ 대화 ㅇㅈㄹ ㅋㅋㅋㅋㅋ

- 통행료는 머가리였구연 ㅋㅋㅋ

“꺄아아아! 아니 대화로 하자, 말로 하자고 새끼들아!”

나는 마우스를 마구 클릭하면서 공중에 검을 허우적거렸고, 어떻게든지 산적에게 칼질을 하고 있을 때였다.

“꺄으흥!”

응?

나는 순간 깜짝 놀라서 게임을 일시정지 시켰다.

ㅅㅂ 장난하나

미친 새끼 모드에 신음소리 넣어놨네

- 신음 ㅗㅜㅑ

 캐릭터가 산적의 도끼에 맞더니 야릇한 신음소리를 낸 것이다. 당연히 게시글을 썼던 놈을 향한 욕설이 채팅창에 도배가 됐지만 내가 게임을 멈춘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신음소리, 내 목소리였다.

그것도 누군가한테 범해질 때 낸 거 같은 목소리,

적어도 방송 중에 그런 소리를 낸 적이 없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도네를 줬던 그가 내 주변인이다. 그동안 나를 스쳐갔던 동기 중  명일 수도 있고, 지금은 사라져 버린 민규와 호수 중 한 명일 수도 있다.

어쩌면 마스터 본인일 수도 있다.

마스터는 이런 식의 프로그래밍 능력자인 거 같으니 특별한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모드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그만하자

ㅇㅇ 아니면 목소리만 바꾸자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 일단은 이 게임을 해달라고 도네가 들어온 이상 그 추천자가 만족할 만큼은 플레이 해줘야 했다.

그게 마스터가 정해둔 룰이니까.

“아냐, 일단 해보자. 내 목소리도 아닌데 뭐.”

나는 너무 긴장해서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게 느껴졌지만 물을 한 잔 마시고 억지로 진정하면서 진행했다.

그러자 처음에는 신음소리를 넣어놨다고 욕하던 시청자들이 점점 신음소리 너무 꼴린다면서 탄성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듣기에도 어쩜 그렇게 야릇한 것들만 모아놨는지 이미 보지가 축축하게 젖어 버린 상태였다.

게임 속의 캐릭터는 단순히 칼로 다른 캐릭터나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을 뿐인데도, 그들에게 맞아서 내 캐릭터가 신음소리를 낼 때마다 마치 내가 그들에게 범해지고 있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들키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흐으읏!....흐윽....흐응....”

그러다가 익숙하지 않은 게임이다 보니 보스전에서 캐릭터가 죽고 말았다.

- ㅗㅜㅑ....

ㄹㅇ 머꼴....

나는 그 목소리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절정으로 가버릴 때 내던 소리였다.

“휴우....잠깐만 쉬었다가 하자.”

나는 게임을 멈춰둔 채로 도망치듯 화장실로 갔다.

질척.....

바지를 벗어보자 이미 팬티는 흥건하게 젖어서 엉망이  있었다.

흐으....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방금 전 상황을 떠올리면서 손가락으로 자위하기 시작했다. 내 캐릭터보다 훨씬 컸던 해골 몬스터, 그리고 방금 전 무기력하게 쓰러져 버린 내 캐릭터, 그 자리에는 내가 자리 잡았다.

강제로 괴물에게 억눌리고, 썩은 자지에 꿰뚫리면서 저항해보지만 결국 자궁에 썩은 정액이 가득 차고, 항문도 빼앗기고, 끔찍한 진물이 질질 흐르는 자지가 입에까지 처박히는 상상을 하면서  번이고 절정을 받았다.

하으....진짜로 만나보고 싶다....

마음껏 절정에 취해서 몸을 축 늘어뜨린 채로 생각했다. 그동안 잊고 있던 성욕이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자위도 하고 목욕도 하면서 한참이나 나른한 쾌락을 만끽한  방송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시청자들끼리 알아서 잘 놀고 있었다.

게다가 벌써 내 캐릭터가 맞거나 죽으면서 내던 신음소리를 클립으로 따서 지들끼리 히히덕대고 있었던 것이다.

“니들 발정 났니?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이렇게까지 해.”

나는  사이에 무수히 쌓여 있던 도네에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차라리 정말 섹스를 하는 거였으면 모를까, 겨우 신음소리에 이렇게나 열광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래, 내가 보기에는 텍스트 쪼가리들에 불과하지만, 그 너머에는 남자들이 득실득실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나랑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기대를 하면서,

내 방송을 보면서 자위하고 있는 놈도 있겠지.

“스카이렘은 여기까지만 하자, 다음에  해줄게. 두통 때문에 더 할 수가 없다.”

- 10만원 먹튀 ㅅㄱ

- 이 정도면 혜자임

다시 돌아온 뒤로 보스전에  번이고 재시도를 했다. 그리고 이미  번 절정 신음소리를 들어서 미쳐버린 시청자들은 채팅으로 계속 죽으라고 기원을 했고, 죽으면서 음탕한 소리가 흘러나올 때마다 축제 분위기가 됐다.

처음에는  신음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는 것에 야릇한 쾌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점점 광적으로 변해가는 시청자들의 모습을 보니 두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적당한 선에서 끊기로 했다.

하지만 꽤 짜릿한 경험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또 해보고 싶기는 했다.

모드라는 거,  만들어줬으면 좋겠는데.

한번은 실수로 캐릭터 옷을 벗겨버린 적이 있었는데, 방송이 터질까봐 깜짝 놀랐었다. 하지만 다행히 캐릭터는 속옷을 잘 챙겨 입고 있었다.

알몸으로 만들 수는 없나?

섬뜩했던 그 상황이 지나간 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 캐릭터의 몸매를 보는 것이나 캐릭터가 신음소리를 내는 것도 그렇게 야릇한데, 캐릭터의 알몸이나 섹스하는 모습을 보면 실제  모습을 보는 것과 색다른 쾌감을 겪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게다가 말이 캐릭터지 실제  모습을 거의 그대로 빼다 박았으니, 그 점이 묘하게 흥분됐다.

하지만 방송을 못 하니까 안 해주겠지.

내가 가끔 가슴골이나 허리를 노출하기만 해도 시청자들이 방송 폭발각 잡는다면서 놀랐었기 때문에 게임 캐릭터라도 알몸은 안 될  같았다.

“잠깐만, 스튜디오에 옷 몇  있는데 가져와 볼게.”

스카이렘은 껐지만 참담한 심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름 아니라 첫 번째 보스에서 계속 죽자 답답해 죽으려 하던 시청자들이 벌칙을 줬기 때문이다.

벌칙이란 바로 코스프레 하기였다.

정확히 무슨 코스프레인지 지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전에 옷장에 가득 들어있던 옷들이 생각나서 그것들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하지만 조금은 흥분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했다.

어쩐지 내가 게임 속의 캐릭터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캐릭터로 자위를   해서인지, 게임 캐릭터와 동일화되는 게 기분 나쁘기는커녕 묘한 흥분을 줬다.

옷가게 함? ㅋㅋㅋㅋ

- ㄹㅇ 근데 옷이 죄다 코스프레용임 ㅋㅋㅋㅋ

의상실에도 방송용 카메라가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고 옷을 하나씩 꺼내 보여줬다.

- ㅗㅜㅑ 그거 하자

- ㅇㅇㅇㅇㅇㅇ

- ㅇㅇㅇㅇ

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이, 이거?”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손에 집히는 대로 전부 보여주고 있었는데, 거의 만장일치라고 해도 될 정도로 사람들이 열광하는 옷이 있었다.

바로 바니걸 복장이었다.


“짜잔! 바니 한솜! 출동!”

나는 방송용 핸드폰에 대고 과장된 몸짓으로 어린애들이 보는 마법 소녀 만화에 나올 거 같은 포즈와 대사를 쳤다.

그리고 얼굴이 완전히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게 나에게도 느껴질 정도였고, 온 몸이 불타서 사라져 버릴 거 같았다.

“허어.....”

그 꼴을 보고 분대원들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듯했다.

다름 아니라 작전에 나갈 때 바니걸 옷을 입고 나가기로 결정된 것이다.

으으윽....

옷이 내 사이즈는 맞는 거 같았지만 워낙에  조이는 옷이다 보니 가슴이 엄청나게 강조됐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옷 밖으로 가슴이 튀어나와 버릴 거 같았다.

머리에는 바보 같은 토끼 귀 머리띠를 차고 있었고, 부드럽고 귀여운 꼬리까지 엉덩이에 달고 있었다.

사타구니 부분은 어찌나 좁은지 수영복이랑 다르게 보지 균열 부분만 아슬아슬하게 가릴 정도라서, 자칫 잘못했다가는 옷이 비껴나가서 보지를 그대로 보여 버릴 것만 같았다.

이런 모습을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작전을 같이 하고 있는 분대원들에게까지 보여주고 있으니 수치심이 장난 아니었다.

하지만 동시에 쾌감도 잔뜩 받았다.

나는 이럴 줄 알고 이미 사타구니 부분에 천을 대놨다. 사타구니는 이미 통제 불능으로 잔뜩 젖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있다면 바니걸 옷이 검정색인 데다가 습기에 젖는다고 티가 날 거 같지 않은 재질이라는 것이었다.

“장난해?”

기어이 가드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험악한 말이 튀어 나왔다.

“걱정 마, 일은 제대로 할 거니까.”

<헤비 캐논 모드 변경 : 비트 모드>

나는 불쾌해 하는 분대원들은 신경 쓰지 않고 내  일이나 했다. 육변기 생활이 끝나고 나를 구속하는 사람이 없어진 덕분에 다시 영재 개성을 살려서 엄청난 속도로 헌터 능력을 성장시키기 시작했다.

그래서 SSS급이 된 헤비 캐논 능력을 더 많이 개발할  있게 됐고, 마침내 최종 형태라고 볼 수 있는 비트 모드로까지 변형시킬 수 있게 됐다.

마치 위성 병기 같은 모양새로 변형된 무기가 공중에 둥둥 떴고, 자신들로서는 꿈에도  꿀 능력자를 바라보는 분대원들은  다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 가라 바니 캐논!”

나는 또 다시 화끈거리는 얼굴을 억지로 참으면서 과장된 몸짓으로 게이트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이번 몬스터는 전갈 모양의 타이탄급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유롭게 몬스터와 몬스터 위에 자리 잡은  무기를 배경삼아서 셀카를 찍듯이 그들을 등졌다.

“하나~ 둘~ 찰칵!”

 ‘찰칵’ 소리와 함께 몬스터 위에 있던  비트 무기에서 아래를 향해 엄청난 크기의 플라즈마 레이저가 발사됐고, 몬스터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동안 염파 능력도 상당히 성장을 시켰기 때문에 서포터의 도움 없이도 약점 상관없이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게 됐다.

역시 또 분대원들의 불쾌한 시선이 나를 향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눈치를 보는 것도 귀찮았다.

자신들의 무능함을 내 탓으로 돌리는 걸 일일이 받아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시청자들만 있으면 된다. 나를 봐주는 사람들만 있으면 충분하다.

작전이 끝나자마자 나는 방송을 끄고 근처 화장실로 후다닥 들어간 뒤, 시청자들에게 들었던 칭찬과 감탄을 떠올리며 잔뜩 자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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