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0화 〉70화 (70/100)



〈 70화 〉70화

“잠깐만  화장실 좀 다녀올게.”

나는 방금 막 게임이 끝나서 쉬기도 할 겸 화장실로 갔다.

끈적.....

으으....역시 엉망이잖아.

천천히 바지를 내리자 이미 애액으로 흠뻑 젖어서 끈적끈적해진 팬티가 나왔다. 팬티를 내리니 질척거리는 음탕한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흐으....그래도 기분 좋아....

사람 수가 많아지니 헛소리가 대부분이긴 해도 도네 숫자가 엄청 늘었고, 미션을 달아서 도네하라는 내 말에 정말로 이런 저런 미션이나 벌칙이 쏟아졌다.

물론 들을 필요도 없는 같잖은 미션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뭐라도 하나씩 수행할 때마다 등골을 타고 짜릿한 쾌감이 뒤통수로 올라오면서 애액이 찔끔 흘러나올 정도로 기분 좋았다.

- 똥싸고 왔음?

- ㅂㅂ?

사타구니를 수습하고 나오니 지들끼리  놀고 있었다.

“야 이제 방송 꺼야겠다. 너네들도 이제 자.”

시청자 수가 갑자기  명이나 되니 평소보다 몇 시간이나  오래 방송을 했고 눈이나 팔이 상당히 피로했다.

ㅅㅂ 그냥 내키는 대로 켜고 끔?

-  맘대로네 ㅋㅋㅋㅋ

“됐고 내일 보자.”

방송을 더 해달라는 채팅 절반, 내일  켜냐는 질문이 절반인 채팅창을 보면서 방송을 내렸다.

으으 뻐근하다....

컴퓨터 앞에  시간이나 꼼짝 않고 앉아있으니 온 몸이 쑤셨다.

“마스터, 꼭 게임만 해야 돼?”

<왜? 다른 거 해보게?>

“계속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으니까 힘들어서. 혹시 게이트 작전에 나간 것도 방송해도 되나?”

<상관없어  맘대로 해. 그런데 방송 하면서 몬스터 잡게?>

“그 정도는 쉽지.”

이미 개강 이후 몇 번 게이트 작전에 참여했고 그 중에는 타이탄급도 섞여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헤비 캐논 숙련도가 SSS급, 최상위까지 올랐고 대부분의 몬스터를 눈 감고도 처리할 수 있을 경지에 이르렀다.

“카메라 하나 들고 가서 야포에 고정시켜두면 영상으로 찍을 수 있을 거 같은데.”

나는 헌터로서 실력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몬스터를 죽이고 칭찬받을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될 지경이었다.

<.....그래 해봐. 그런데 굳이 카메라를 안 가져가도 돼.>

그가 핸드폰을 이용해서 방송하는 법도 가르쳐줬고, 나는 어린애처럼 그가 가르쳐주는 걸 받아들였다.

<한솜이 신나 보이네?>

“당연하지. 엄청 재밌는 걸?”

<그래, 그렇겠지.>

후우....긴장된다.

며칠 뒤 기어이 나는 게이트 작전을 나와서 방송을 켰다. 겨우 ‘사우르스’급의 하찮은 작전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때문인지 잔뜩 긴장됐다.

차라리 게임처럼 내가 자신이 없는 종류는 상관이 없었다. 헌터처럼 내가 자신하는 부분이야말로 실수라도 하진 않을지, 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실망하지는 않을지, 제대로 칭찬을 받을 수 있을지 등등 온갖 걱정들이 내 머릿속을 휘저어 놓았고, 괜히 방송을 켰나라는 후회까지 들 정도로 심란해졌다.

“야 집중해.”

내가 시작부터 헤비 캐논을 야포 모드로 박아둔 뒤, 내 모습과 게이트 쪽이 잘 보이도록 핸드폰을 조절하고 있자 서포터가 내게 핀잔을 줬다.

“뭐 어때, 어차피 사우르스급인데.”

- 뭐임? 왜 이 시간에 방송 켬?

- 저거 게이트 아님? 헌터였음?

- 현장에서 방송 켜네 도랏 ㅋㅋㅋㅋ

“야이씨, 내가 헌터인  아직도 모르는  뭐야.”

“씨발, 너 뭐야? 인방 찍어? 정신 안 차려?”

단순히 녹화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챈 서포터가 나에게 화내기 시작했다.

“걱정 마, 초장에 박살내 버릴 테니까.”

나는 기왕 방송으로 내보내는 거 화려한 걸 쏘기로 했다.

쩌어억....

드디어 공중에 균열만 가 있던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고, 아인종과 함께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야, 잘 봐라, 이게 SSS급이야.”

나는 핸드폰에 대고 말한 뒤, 미리 야포에 장전에 두었던 클러스터 탄을 쏘기 시작했다. 한 발...두 발....  스무 발이나 되는 클러스터 탄을 모조리 게이트 쪽으로 쏟아 부었고,

덕분에 게이트 주변은 완전히 쑥대밭이 되면서 그 일대가 아무 것도 없는 폐허가 돼 버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부대가 전멸당해 버린 아인종이 당황하는 듯한 몸짓까지 보였다.

“....상황 종료. 아인종 포획 부대 출격할 것.”

서포터가 들고 있던 무전기에서 지휘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가드와 서포터가 허망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엥? 아직 사우르스급 안 나오지 않았어?“

“나왔어. 나오지 마자 폭발에 휩쓸려서 가루가  버렸지만.”

서포터가 잔뜩 화난 얼굴로 쏘듯이 말한 뒤, 자기 짐을 챙겨서  버렸다.

“하아....이럴 거면  나온 거야.”

가드도 마찬가지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쏘아보고는 가 버렸다.

툭!...

“아얏!”

그는 일부러 한 것처럼 내 어깨를 거칠게 밀치고 지나갔다.

“왜? 빨리 끝났으니까 좋은 거 아냐? 아무도 안 다쳤잖아?”

그들이 실망하는 모습에 오히려 내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쉽게 끝낸 건데, 너희들은 다른 소중한 사람들이 다치는 걸 못 봐서 그래.

나는 심통을 부리면서 탄성과 칭찬이 좌르륵 올라오고 있는 핸드폰을 바라봤다.

소중한 사람....

새삼 유미가 떠올랐다. 시무룩해 하던 그녀의 모습, 그녀의 키스, 그녀의 알몸.

살짝 심장이 두근거리면서도 나를 여자로서 좋아했었다는 그 감각에 거부감이 들면서 약간 소름이 돋았다.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지만  뒤로 찾아가기는커녕 한 번도 연락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도 내게 미안했는지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다.

- ㅅㅂ 대학생 맞음?

- 독식 에바 ㅋㅋㅋ

나는 주르륵 올라가고 있는 채팅 스크롤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나에 대한 칭찬들을 찾았다.

그래, 일단은 방송이나 하자.

역시 게임이나 할 때와는 달리 긍정적인 의미로 감탄하는 채팅이 많았고, 한 줄씩 읽으며 찌르르한 쾌감을 받았다.

근데 게임은 왜 이리 못함 ㅋㅋㅋ

 번을 뒤지는 거야 ㅋㅋㅋㅋ

학교가 끝난  스튜디오로 와서 다시 게임을 시작하자 또 욕설이나 조롱만 엄청나게 올라왔다.

“그래도 몬스터는  잡잖어.”

나는 대충 흘려버리면서 게임에 집중했지만 도무지 실력이 늘지를 않았다.

아니 영재 개성이 게임에는 적용이 안 되는 건가? 왜 계속 제자리인  같지.

“아,  되겠다. 나 옷 좀 갈아입고 올게.”

역시나 처참한 성적을 남긴 뒤, 뻐근한 몸을 풀기 위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마스터의 카드를 이용해서 덤벨과 바벨을 사놨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근력 운동을 이참에 같이  생각이었다.

- ㅗㅜㅑ 안 짤림?

이거 괜찮음?

내가 운동복을 입고 나오자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 평범한 탱크탑에 요가복 바지일 뿐인데 채팅창이 방송 터질 거라고 난리였다.

“그래? 그럼 안 되겠네.”

나는 셔츠 하나만 위에 걸친  본격적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 운동 방송으로 급발진 뭐임 ㅋㅋㅋ

- 방제 안 바꿈?

- 가슴 터질 거 같다 ㅅㅂ

“너희도 같이 운동 해.”

나는 채팅이 올라오든 말든 신경 안 쓰고 내 운동에만 집중했다. 이따금씩 도네로 들려오는 음성만 들을 뿐이었다.

“나 씻고  테니까 너네들도 밥이나 먹고 와.”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나니 땀으로 흠뻑 젖었고, 굳이 방송을 끄지 않은 채로 화장실로 갔다.

꽤 고급 빌라였기 때문에 화장실만 해도 내 자취방보다 넓었고, 샤워부스까지 따로 있을 정도였다.

흐음....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문 앞에서 화장실 안쪽을 향하고 있는 카메라와 눈이 마주쳤다.

지금까지는 컴퓨터 주변에 있는 카메라만 사용하는 중이었지만, 언젠가는 이것도 쓰게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는 부엌에도 있고 침실에도 있다. 집안 곳곳 없는 곳이 없었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나오자 또 내 젖어 있는 머리나 힐끗 보이는 가슴가지고 희롱하는 채팅들이 우수수 올라왔다.

“밥은 먹고  거 맞니? 다른   없어?”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처음에는 희롱하는 채팅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것도 점점 적응해갔다.

“미션이나 줘봐. 재밌는 걸로.”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사람들이 시청자들도 껴서 게임을 하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많이 받아봤자 9명이 한계였고, 그러면 참여하지 못한 수백 명이나 되는 나머지 사람들이 실망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기 때문에 선뜻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건 안 돼. 다 같이 할 수 있는  아니잖아.”

-  같이 할  있는  있긴 함?

- 미션, 다음 게임 지면 도게자 하기.

어어?

“엥? 지는  내 탓은 아니잖아?”

- 뭔 소리임

- 너 때매 지는 거 맞음

나는 도게자라는 단어만 보고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 6층의 그 방에서 마스터에게 도게자를 하면서 암컷이 되겠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얘네들한테 암컷의 맹세를 하라고?

사실 아직도 도게자가 뭔지   수가 없었다.

그냥 큰절이었으면 큰절이라고 했을 텐데, 큰절이라고 하지 않고 도게자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절을 하는 걸 도게자라고 하는 건지, 절을 하면서 암컷의 맹세를 하는 것까지가 도게자인 건지 잘 몰랐다.

“잠깐만, 도게자가 뭔지 검색 좀 해볼게.”

나는 인터넷 창을 켜서 도게자를 검색해보고는 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순식간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머리를 박고 큰절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사이로, 내가 했던 것처럼 알몸이나 수치스러운 모습을 하고 암컷의 맹세를 하고 있는 그림들도 많이 떴기 때문이다.

“이걸 하라고?”

나는 다시 한  채팅창에 대고 되물었다.

아무래도 저 수치스러운 맹세까지 묶음인 거 같은데.

당연히 나에게는 미션을 거부할 권리가 없었다. 내게 미션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자 마스터가 미션을 거부하지 말라는 제약을 걸었기 때문이다.

나는 잔뜩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름이나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게자를 할 생각에 아랫배가 뜨거워지면서 흥분되기 시작했다.

“그러면 대사까지 정해줘.”

- 미친 저걸 받는다고?

이걸 하네

똥손이라서 죄송합니다. 라고 해라 ㅋㅋㅋ

뭐 무난하네.

나는 또 여러분의 암컷이 되겠습니다 따위의 것을 시킬 줄 알았지만  정도면 할 만했다.

대신 그 반동으로 두근두근하면서 슬며시 젖어가던 보지도 실망해버리긴 했다.

- 저격이다 ㅋㅋㅋㅋ

- 망함 ㅋㅋㅋㅋ 저격충 있네 ㅋㅋㅋㅋ

다음판을 시작하자마자 저격 어쩌고 하는 채팅이 마구 올라오기 시작했다.

“뭐? 그게 뭔데?”

내가 또 당황하면서 사람들이 올리는 채팅을 읽었고, 보아하니 나랑 같이 하려고 타이밍 맞춰서 게임을 시작한 사람들이 섞여 들어온 듯했다.

아까 시청자 참여를 하자고 했다가 못 한 사람들인가 보네.

나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무시했지만,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었다.

“어? 야!  뭐해!”

알고 보니 이 자식들 내가 지게 만들려고 작정한 것이었다. 상대 팀에 내 수준에 맞지 않는 실력자가 끼어 있었고 우리팀에 두 명이 일부러 이상하게 하면서 게임을 망치고 있었다.

결국 원래부터 잘 못하던 게임이었기 때문에 맥없이  버릴 수밖에 없었다.

하아....

그리고 엄청나게 올라오는 비웃는 채팅들을 보자,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내 실수들을 단순히 놀리거나 감탄하는 정도에 그쳤기 때문에, 쉽게 무시해 버리고 쉽게 잊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도게자하는 꼴을 보겠다고 작정하고 물고 늘어지는 대다가, 무서울 정도로 기대하고 희롱하는 채팅들이 우루루 올라오는 걸 보고 있자, 인간의 악의를 그대로 느끼며 등골이 오싹해졌다.

노예처럼 굴복하는 꼴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생각에 슬몃 흥분했던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고, 처음 동기들에게 돌림빵을 당하기 위해 잡혔을 때처럼 두려움이  몸을 감쌌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똥손이라 죄송합니다....다음부터 잘 하겠습니다....”

나는 덜덜 떨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뒤, 카메라에  보이도록 도게자를 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