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8화 〉68화 3학년 1학기 (68/100)



〈 68화 〉68화 3학년 1학기

왜 아무도 안 오지?

방학 끝날 무렵에 든 의문이었다.

방학이 시작된 뒤로도 학교 근처 자취방이나 학교 기숙사에 남아 있는 동기들이 있었기 때문에 육변기로서의 역할을 계속 이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방에 찾아오는 남자들의 숫자가 줄어들더니, 방학이 끝날 무렵에는 며칠째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나는 자위로는 쾌감을  받을 수 없다는  제쳐두고서도, 남자들이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건가라는 불안에 휩싸여서 견딜 수가 없었다.

급기야 개강 직전에는 이두승에게 먼저 연락을 해서 왜  방에 찾아오지 않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러나 그로부터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수상했다.

이렇게까지 갑자기 변화가 생기면 항상 뭔가가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잠깐 선태가 죽지 않고 살아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분명 강한철이 죽였다고도 했고, 살아 있었으면 가장 먼저  방에 찾아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잊어버릴 수 있었다.

그럼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무도 내 연락에 대답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개강할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중간에는 홧김에 아무나 잡아와서 나랑 섹스해달라고 구걸할까라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거기까지 떨어지지는 않았다.

“안녕 두승아.”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실습실에 들어가면서 동기들에게 인사했다. 나는 당연히 6층의  방으로 다시 끌려가서 육변기가 될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동기들이 어색하게 내 시선을 피했다.

그나마 내가 이름을 부른 이두승만 불안한 듯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더니, 나를 데리고 실습실 밖으로 나왔다.

“한솜아, 애들 분위기가 안 좋아.”

“무슨 소리야? 그러고 보니 방학 중에는 왜 내 연락 씹었어?”

“그게....”

그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말을 이었다.

“도찬호랑, 예전 한 학년 선배였던 고기흥 선배, 그리고 고선태 모두 죽었잖아.”

심상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모두 너랑 관련이 있던 사람들이었고, 어쩌다 보니 동기들 사이에서  사람들이랑 너와의 관계가 알려졌어. 선태는 우리도 알고 있었지만, 고기흥 선배가 너를 모텔에 데려간 거랑, 도찬호가 너한테 했던 짓들....”

아아....

“그래서 동기들은 아마 니가  게 아닌가 하고....”

그러니까, 내가 그들을 죽였다?

그들은 내게 질린 것도 아니고, 갑자기 내가 어색해 진 것도 아니었다.

나에게 겁을 먹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도 언젠가 나에게 복수 당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그것에 대해 해명할 방법이 없다. 강한철이라는 사람이 죽였다고 말할까? 하지만 그러려면 마스터와 나와의 관계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이제 와서 나랑 모르는 체를 하겠다는 거야? 그따위 짓을 해놓고?”

“미안해.”

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겁쟁이 자식들.

나는 그를 복도에 남겨둔 채로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6층, 내가 육변기로 지낼 때 쓰는 그 방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철컥....철컥....

나는 신경질을 내면서 문고리를 마구 돌려댔다.

“왜 안 열려!  열려!”

나는 점점 더 화를 내면서 문고리를 박살낼 것처럼 마구 흔들어 대다가,

쿠웅!

마침내 장검을 소환해서 문을 아예 박살내 버렸다.

그리고 평소처럼 나를 위해 준비해둔 자리로 가서 앉은 뒤, 동기들에게 문자를 돌렸다.

6층의  방에서 기다리겠다고.


“마스터. 나 이제 어떻게 해야 돼?”

저녁이 됐다.

하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바닥에 쭈그려 앉은 채로 마스터를 불렀다.

<한솜이 이제 쓸모 없어졌나봐? ㅋㅋㅋ 하긴 골백번을 박았으면 질릴 때도 됐지.>

“버려지는  싫어....난폭하게 해도 되니까 날 원하는 사람이 필요해. 마스터라도 내 앞에 나타나줘....”

<한솜어  좀 벗어봐.>

나는 방 문이 박살나 있는 건 아랑곳하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알몸이 됐다.

<니 모습을 봐. 쓸데없이 크고 음탕한 가슴에, 걸핏하면 흥분해서 애액을 뿜어대는 걸레 보지에, 음탕한 피어싱이나 달고 있어. 보지랑 항문 안쪽은 오나홀처럼 오로지 자지에게 봉사하기 위한 모양이 돼 있지. 이런 널 누가 여자로서 좋아해 주겠어. ㅋㅋㅋㅋ>

<넌 흉물이야.>

<성욕을 풀고 나면 돌아보고 싶지 않은 흉물>

나는 선 채로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그렇게 말하지 마....니가 이렇게 만들었잖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지. 나는 단순히 섹스를 좋아하는 여자로 만들고 싶었을 뿐, 지금 이 모습은 니 안에 품고 있던 너만의 괴물이야.>

“아니야....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제발 도와줘....어떻게 하면 다시 관심을 받을 수 있지? 니가 이렇게 만들었잖아....흉물이라고 하지 마....”

<남자들은 얌전한 암컷한테만 관심을 가져주는 법이야.>

“암컷이 될게! 이제 절대 반항 안 하는 암캐가 될 테니까!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어!”

내가 말하는 예전이란 더 이상 남자이던 시절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남자들이 내 몸을 갈구하던 시절,  주변을 채우고 있던 시절을 말하는 것이다.

<그럼 도와줄 테니 알몸으로 도게자 해봐.>

“도, 도게자? 그게 뭔데?”

<하아....쓸모없는 흉물 같으니....>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가르쳐줘....안 잊어버릴 테니까....가르쳐 줘....흉물이라고 하지 마....”

그러자 어플 스크린에 사진이 떴고, 한 남자가 땅에 머리를 박은 채로 큰절을 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 이렇게 하면 된다는 거지?”

나는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문이 뻥 뚫려 있는 동아리방에서 알몸인 채로 도게자를 했다.

“남자들에게 순순히 복종하는 암컷이 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절 쓸모 있게 만들어주세요.”


그는 나를 집으로 보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다시 연락이   삼 일이나 지난 뒤였다.

그동안 동기들이 내게 보내는 공포 어린 눈빛과, 나 혼자뿐인 방이 주는 쓸쓸함에서 오는 고독과 싸워야 했다.

<여기로 가.>

그리고 마침내 마스터로부터 연락이 왔을 때 웬 약도가 하나 떴다.

여기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또 다른 빌라였다.

무슨 일이지?

내가 있던 비좁은 빌라와 달리 겉모습부터 세련돼 보이는 고급형 빌라가 나왔다. 그리고 마스터가 방 번호를 가르쳐 주며 들어가라고 했다.

꿀꺽....

드디어 만나는 건가.

나는  안에 마스터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문 앞에 서서 침을 꿀꺽 삼켰다. 마스터는 아니더라도 강한철 같은 나를 지배할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사라졌던 선생님이....

철컥....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들이밀었다.

안쪽에서는 아무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고, 안쪽으로 들어서자 단순한 자취방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넓은 거실이 펼쳐졌다.

하지만 나는 이게 평범한 방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치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는 대 쓸 거 같은 조명 기구들이 여러 개 놓여 있었고, 구석에는 크로마키용 녹색 가림막도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영상을 본격적으로 찍으려는 건가....

나는 잔뜩 긴장하면서 다시 한 번 침을 꿀꺽 삼켰다.

“마스터?”

거실에서 연결된 방이  개나 더 있었고, 나는 그 안에 누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마스터를 불러봤다.

<어때? 마음에 들어?>

하지만 집에는 정말 나 혼자뿐이었고, 마스터는 어플을 통해 대답할 뿐이었다.

“마음에 드냐니? 이게 도대체 뭐야?”

<앞으로 니가  스튜디오야.>

<거기서 살면서 인터넷 방송 찍어.>



인터넷 방송이라는 걸 들어본 적은 있다. 예전에도 규태가 핸드폰으로 보는 걸 나도 본 적 있었다.

무슨 재미로 보는지 이해할  없었지만 규태뿐만 아니라 동기  몇 명은 인터넷 방송에 푹 빠져 사는  같았다.

마스터가 일단  번 쭉 둘러보라고 했기 때문에 이것저것 만져보면서 돌아다녔다.

일가족이 살아도 될 거 같은 넓은 집 구석구석에 방송용으로 놔둔  같은 소품들이 잔뜩 있었다.

으윽....

옷장에는 코스프레 할 때나 입을 거 같은 터무니없는 옷들이 들어가 있었고, 그 중 하나를 꺼내보니 야동에서나 볼 법한 바니걸 의상이 튀어 나왔다.

으아, 이거 다 가려지긴 하는 건가.

보지 균열만 아슬아슬 가릴  있을 거 같은 비좁은 사타구니 부분을 보자 얼굴이 달아올랐다.

카메라도 굉장히 많았고 침대가 놓아진 침실까지 하나 있었다. 물론 그 침실을 향해 놓인 카메라도 있었다.

여기까지?

카메라는 정말 구석구석  놓여 있었고, 화장실 문 앞에까지 카메라가 있었다.

여기서는 뭘 찍으라는 거야....그런 걸 보면서 좋아하는 놈이 있으려나.

그리고 아마 주 촬영 장소가 될 거 같은 거실에는 모니터가 세 개나 있는 컴퓨터가 하나 놓여 있었고,  주변에도 조명이나 카메라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말 그대로 이 넓은 집 전체가 영상 촬영만을 위한 스튜디오 그 자체였다.

“그래서, 내가  하라는 거야?”

<인터넷 방송 몰라? 한 번도 봐본 적 없어?>

“응....볼 일이 없었지....”

시간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정말 쓸모없구나. 공부랑 훈련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거야?>

“....”

<일단 테스트부터 해보자,>

그는 컴퓨터를 켜게 하더니 카메라와 조명을 조절하고, 인터넷 방송을 준비 시켰다.

“자, 잠깐만 천천히 다시 말해줘. 컴퓨터가 왜 두 대라고?”

송출 화면이 어떻고, 스트림이 어떻고, 난생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을 사용해서 줄줄줄 설명을 해주는데,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고, 그가 시키는 대로 겨우 따라가는 게 한계였다.

<하아....설정창 다시 켜봐.>

그가 한숨을 쉬면서 지나갔던 설명을 다시 해줄 때마다 주눅 들면서 울음이 터질 거 같았다.

나는 항상 뭐든 잘할 줄 알았는데. 천재라고 우쭐하고 있었지만 내가 자랑하는 헌터로서의 실력은 아주 사소하고 세상의 여러 가지 일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돼, 됐어?”

마침내 그가 설명해준 대로 설정을 마쳤고, 모니터 구석에 내 얼굴이 뜨는 게 보이자 뿌듯한 심정이 됐다.

괜히 장난기가 솟아서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거나 웃어보였다.

<좋아 잘 했어. 이제 방송 시작해도 되겠다.>

그의 말을 듣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침대와 화장실에까지 카메라가 있었던 걸 생각해보면 일반적인 걸 찍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분명  야한 걸 찍게 시키려는 거겠지.

지난번 번화가 빌딩 위에서 상반신을 내놓은 채 강한철에게 범해졌던 일을 떠올렸다.

짜릿하긴 했지만,

당연히 겁부터 났다. 그 사람들은 내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고, 그저 그런 일이 있었지라며 술자리 안주로나 삼고 지나갈 일이었다.

하지만 방송이 돼 버리면 사정이 달라진다. 모두가 내 얼굴을 알게 될 거고, 개중에는  신상을 캐내는 놈도 있을 것이고, 심하면 우리 학교 학생이나 우리과 동기들 중에서도 보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시작하기는 힘들 거 같으니 내일부터 시작하자. 오늘은 이쪽으로 짐을 옮겨와.>

“꼭 여기로 이사 와야 돼? 난 내 방이  좋은데.”

카메라가 켜져 있지는 않지만 카메라가 있는 침실에서 편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을 거 같지는 않았다.

물론 굳이 그러지 않아도 마스터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찍어서 가지고 있지만.

그게  눈에 보이는가 보이지 않는가는 큰 차이가 있다.

<그래? 그럼 필요한 거만 가져오고 잠은 집에서 자든가.>

마스터는 그 점에 대해서까지 제한을 두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여기까지 니 방처럼 개판으로 만들어 버리면 방송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그게 낫겠네.>

그럼 그렇지.

저녁부터 시작한 이사는 한밤중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내가 직접 하나씩 상자에 싸서 옮겨야 했기 때문에, 짐이 많지 않아도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가장 먼저 내가 챙긴 건 옷들이었다.

원래부터 마스터가 준 옷들이 죄다 노출이 심한 것들뿐이었지만, 스튜디오에 있는 코스프레용 옷들보다는 나았다.


“후우.....”

다음날 학교를 마친 뒤, 나는 새삼 위압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세 개의 모니터 앞에 앉았다.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하기로 한 순간이다.

도대체 또 어떤 일에 내몰리게 될지 걱정하면서 컴퓨터를 켰고, 마스터를 불렀다.

다시 한 번 화면이나 내 복장을 확인했다. 그래, 방송에서 내가 입을 옷까지 그가 정해줬다. 다행인지 이상한 옷을 입히지는 않았고, 가볍게 가슴골이 약간 보일 정도로 조금 파인 티셔츠 정도로 끝났다.

<자, 그럼 뭐부터 해볼까. 처음은 역시 게임이지.>

내가 방송을 하게 될 플랫폼을 가르쳐 주었고, 스트리머로 가입까지 시켰다.

그리고 뜬금없이 게임 방송 스트리머로 방송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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