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60화
“선배 어땠어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선태가 안달이 난 채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라도 내가 돌아오지 않을까봐 걱정하고 있던 눈치였다.
걱정 마라. 내가 어떻게 너한테서 도망치겠니.
차라리 찬호 때처럼 같이 작전에 참여한다면, 기회를 봐서 죽여버릴 수도 있을 텐데.
“괜찮았어. 재미도 있었고, 짜릿하기도 했고.”
지난번 장수풍뎅이를 잡았을 때 헤비 캐논 숙련도가 SS급으로 올라 버렸던 걸 생각하면서, 사실 이번에도 혼자서 제압하면 SSS급으로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그 놈에게서 얻은 코어를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분석해봤는데 민첩계 무기 숙련도와 민첩성을 올려주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코어는 계속 모아서 숨겨두고만 있었다. 영재 개성 때문에 숙련도와 능력치를 올리는 건 내가 시간을 들이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보니, 일단 도움이 될 만한 능력치를 최대한 올려 버린 다음 타이탄급 작전 참여도를 올리고 코어 수급을 수월하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았다.
그곳에서 만났던 방위군 분대원들의 태도를 보니 차라리 도시의 영웅 행세를 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실력을 빨리 가질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돌아오는 버스에서 말벌 몬스터의 코어를 사용해 버렸다.
[완력 : 61 / 300]
[민첩성 : 131 / 300]
[지구력 : 73 / 300]
[정신력 : 121 / 300]
[염동력 : 21 / 300]
그래서 민첩성이 상당히 올랐다. 입학할 때 80대였던 걸 생각하면 그동안 상당히 성장을 하긴 했다.
다만 헬스를 꽤 다니고 코어를 좀 흡수했는데도 완력과 지구력은 아직도 제대로 복구가 안 됐고, 졸업할 때까지 원래 내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게다가 염동력은 아직도 바닥수준이었다.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염파 능력 훈련을 하는 게 아니라 소검술 수업에서 하는 기초만 배우는 수준이 전부라서 그런 듯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소검술 숙련도 : S]
[소총술 숙련도 : S]
말벌의 코어를 흡수한 덕분에 A급이었던 소검술과 소총술의 숙련도도 S급까지 올릴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우수한 대학생 수준의 숙련도 두 개, 최상위 방위군 수준의 헤비 캐논 숙련도를 가졌기 때문에, 사실상 무기 세 개를 마스터 했다고 볼 수 있었다.
어쨌거나 조금씩 진행이 되는 거 같긴 한데.
원래 대학생 때 네 가지 무기를 마스터하는 게 목표였으니 나머지 2년 동안 죽어라 작전에 참가하면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고도 남을 거 같았다.
물론 처음 목표는 코어의 존재를 모르고 대형 몬스터 작전에 참여할 수 있으리란 건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목표였기 때문에, 여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걸 성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지, 타이탄 작전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선생님 덕분이니까.
한편으로는 여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게이트 작전에 이렇게나 많이 참여할 수 있었을지 의문도 같이 들었다.
편애하는 게 보일 정도로 내가 가능하다고만 하면 대형 몬스터 작전에 대부분 참여할 수 있었다. 내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문제시 되지 않았던 것일 뿐.
만약 내가 그에게 봉사해주지 않았다면 공정성 문제로 그렇게까지 몰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사라진 뒤에도 메모를 통해 내게 타이탄 작전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켰으니,
그렇기 때문에 다르게 생각해보면 오히려 여자가 됐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경험치와 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이미 지나간 일을 분석하기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해야 했다.
선태의 장난감으로 지내고, 동기들의 육변기로 전락한 생활을 하다 보니 머리가 굳어 있었다. 이리 저리 휩쓸리면서 몸이나 대주는 생활이 날 무기력하게 만들었었지만,
T도시에서의 경험이 나를 다시 정신 차리게 만들어줬다.
하아....씨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육변기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음날 학교에 와서 실습실로 들어서자, 겨우 삼 일 간 내가 자리를 비운 탓에 잔뜩 쌓였다며 평소보다 훨씬 많은 남자들의 정액을 받아야만 했다. 그래도 콘돔은 꼬박꼬박 써주니 다행이었다.
“하아....하아....”
6층 그 방에 묶여서 안대를 찬 채로 숨을 몰아쉬었다. 방금 막 정액을 삼킨 참이었다.
“한솜이 또 기사 떴더라. T도시의 영웅이라고 떴던데 정말 대단해. 이러다가 세계의 영웅이 되는 거 아냐?”
남자들이 쉬면서 낄낄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몽롱한 채로 그들의 웃음소리 속에서 몸을 쉬었다. 그들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때마다 내 눈에 안대를 채우거나 몸에 구속구를 더 추가해서 달았다. 시야가 가려지고 몸이 불편해지면 답답하면서도 이상하게 평소보다 훨씬 강한 쾌감을 받았다.
내가 쾌감을 잘 받는 건 곧바로 보지의 조임으로 이어졌고, 남자들도 매우 만족스럽다는 듯이 내 구멍들을 사용했다.
“하지만 누가 알겠어. 도시를 지키는 영웅이 남자들 자지 없으면 못 사는 암캐라는 걸 말이야.”
“하아....아니야....너희들이 이렇게 만들었잖아.....”
“한솜이 아직 여유 있나봐?”
우읍!!
그러자 충분히 휴식한 한 놈이 내 입에 자지를 밀어 넣었고, 나는 갑자기 닿은 자지에 흠칫 놀랐지만 피하지 않고 그의 자지를 열심히 혀로 감아서 핥아주기 시작했다.
“그래, 한솜아 너는 말할 때보다 그렇게 자지를 물고 있을 때가 더 예뻐.”
“펠라만을 위해 존재하는 입이지 씨발.”
또 킥킥대면서 내 꼴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겨우 자지만 빠는 건데도 다시 하반신으로부터 흥분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지쳐서 말랐던 보지가 뜨겁게 젖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의지를 다져도 몸이 남자를 바라고, 남자를 받아들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후우....
그래도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유미를 만나는 날이었고, 본관 건물을 나서는 순간부터 그녀를 만날 즐거움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그동안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만나지 못했던 걸로 나에게 실망하지는 않았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어쩔 수 없었다.
공강 때는 육변기로 잡혀 있고, 방과 후에는 이두승에게 잡혀서 요도 조교를 받아야 했으니.
오늘은 유미가 이미르급 제압 축하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했고, 선태도 그 정도는 허락해줬다.
“유한솜!!”
그녀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가고 있는데 뒤통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미였다.
나는 고개를 돌리기 전부터 이미 그녀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웃음을 숨길 수 없는 얼굴로 그녀를 돌아봤다.
“하아....진짜 너 나빴어.”
“미안하다니까, 진짜 바빴어.”
우리는 유미의 방에서 축하 파티를 했다. 그녀의 방에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여자의 방에 처음 들어와 보는 거였기 때문에 방문에서부터 약간 긴장했었지만,
여느 남자의 방과 큰 차이 없을 정도로 개판인 걸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냥 다 이렇게 사는구나.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자 유미가 나에게 아쉬움을 표했고, 나도 웃으면서 사과할 수 있었다.
“그래도 한솜이 너는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거기에 올라갈 생각을 했어? 안 무서워?”
작전 당시에는 내가 올라탄 걸 아는지 모르는지 미친 듯이 사격이 쏟아졌었지만, 신기하게 내가 말벌 등에 올라타서 사투를 벌이던 영상은 찍혀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혹시 마스터가 찍어서 투고한 건가.
하지만 왜?
“무서웠지, 끝나고 내려오니까 살짝 오줌까지 지렸더라.”
나는 낄낄대며 말했다.
우리는 잠깐 이야기를 나눴고, 잠시 뒤 유미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자며 방 중앙에 접이식 식탁 하나를 폈고, 그녀가 미리 사둔 케이크를 그 위에 올려놨다.
나는 잠시 당황스러워서 그녀가 하는 꼴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마치 생일 케이크라도 되는 것처럼 초를 두 개 꽂아서 불을 붙이고 있었다.
“왜 초가 두 개야?”
“두 번째 타이탄 제압이니까.”
내가 묻자 그녀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나는 이 상황이 불편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촛불을 다 켠 뒤 능숙하게 전등불도 껐다.
촛불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그녀의 미소가 내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그리고 그녀가 박수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제압 축하합니다~ 제압 축하합니다~
마치 생일 파티처럼 노래를 부르고, 나도 거기에 맞춰서 박수를 쳤다.
“자, 이제 불어.”
노래를 마친 뒤 희미한 촛불 너머에서 그녀가 말했다.
후욱!~
내가 바람을 불어서 촛불을 끄자 어둠 속에서 그녀가 ‘와아~’ 소리 지르며 박수를 짝짝짝 쳤다.
“한솜아? 울어?”
그녀가 다시 전등불을 켜고 자리에 앉았을 때, 나는 이미 눈물범벅이 돼 있었다.
우리는 케익을 먹은 뒤 그녀의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웠다. 그녀는 덩치가 나랑 비슷했지만, 그녀의 품은 남자들이 주지 못하던 포근한 느낌을 줬다.
“그럼 소검술이랑 소총술 둘 다 S급이 된 거야?”
그녀가 깜짝 놀랐다.
“응.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타이탄급을 잡아서 그런 거지? 대단하다....하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녀가 약간 시무룩해 하는 듯했다. 나는 그녀의 표정이 안 좋아지자 덩달아서 불안해졌다.
나를 위해 파티까지 준비해준 친구다. 평생 제대로 된 생일 파티 한 번 받아본 적 없었고, 하물며 친구에게는 처음이다.
그녀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그동안 쌓였던 서러움이 폭발해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마저 내 성장에 주눅이 들거나 질투를 하기 시작하면 나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솔직히 부럽다.”
그녀는 솔직하게 말해버렸고, 나는 오히려 그 점이 놀라웠다. 보통은 그런 걸 말하지는 않으니까.
“나는 어릴 때부터 소검술 하나만 죽어라 팠는데도 아직 S급인데, 너는 벌써 무기 세 개나 프로급으로 쓸 수 있게 됐구나. 조금 질투 나네.”
“아, 아니야!”
나는 당황해서 안절부절 못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원래의 미소를 되찾았다.
“괜찮아, 다 니가 열심히 한 보상을 받는 거니까.”
“꼭 그렇지도 않아. 개성을 좋은 걸 얻어서 그런 거지.”
나는 어떻게든 그녀를 위로해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잘 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든 내가 그녀를 순식간에 추월해 버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유미 너도 곧 개성이 생길 거야. 이렇게 늦게 생기는 걸 보면 나보다 더 좋은 게 생길지도 모르지. 대기만성이라고 하잖아.”
그러자 그녀가 씨익 웃으면서 내 손을 잡았다.
“고마워 한솜아. 꼭 그랬으면 좋겠다.”
“아냐, 내가 더 고맙지....정말 고마워....”
나는 그녀를 꼬옥 안았다.
마음 같아서는 유미와 밤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선태라는 악마 같은 놈에게 묶여 있는 이상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 자식....죽여 버려야겠어.
유미에 대한 애정이 커지면 커질수록, 선태에 대한 증오가 더 커져갔다.
“여어, 오랜만이야.”
하지만 집 앞에 도착하자 나는 또 한숨을 푸욱 쉬었다.
또 너희들이냐.
한동안 안 보이던 민규와 호수가 또 내 방에 찾아온 것이다.
그러고 보면 휴학이라도 한 건지 6층의 그 방에서 육변기로 지낼 때 이 녀석들이 찾아오지도 않았다. 다른 동기들이 이 녀석들을 찾지도 않았고.
그런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온 걸까.
그리고 민규가 내게 다가왔다.
“요즘 후배랑 만나서 재미 좀 보고 있다던데. 역시 한 살이라도 어린 쪽이 좋아?”
“헛소리 하지 마. 좋아서 사귀는 거 아냐.”
“웃기지 마, 니가 어떤 년인지 다 소문 들었어. 2학년 중에 널 안 따먹어본 놈이 없다던데.”
“그것도 너희들 때문이잖아”
내가 위협적으로 민규를 쏘아보고 있을 때 호수가 다가와서 내게 말했다.
“찬호 니가 죽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