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9화 〉59화 (59/100)



〈 59화 〉59화

“온다.”

내 옆에 있던 서포터의 말과 함께 모두 평소보다 훨씬 거대한 게이트가 열리는  목격했다. 이제 대부분 타이탄급은  번쯤 봤겠지만, 이미르급의 격이 다른 크기에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하는 듯했다.

항상 그렇듯 몬스터들을 지휘하는 아인종이 먼저 튀어 나왔고, 개미처럼 꼬물거리는 그의 지휘를 받으며 자잘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너는 아냐, 기다려.”

다른 화력 분대들이 사격을 시작했지만, 분대장 서포터가 내 어깨를 잡으면서 기다리도록 했다.

“쓸데없는 곳에 정신 팔리지 말고 저 아인종이랑 곧 튀어 나올 타이탄에만 집중해.”

그의 말을 듣자 어쩐지 평소보다  긴장되면서 입이 바짝 타들어갔다.

잠시 뒤, 내가 상대해야 할 놈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고, 몇몇 화력 분대에서도 사격을 시작했다.

“좋아, 이제 니 차례야.”

이번에 나타난 대형 몬스터는 거대한 말벌 형태였다. 어떻게 비행을 할  있는지 의문일 정도로 거대한 놈이었지만,

 육중한 몸을 띄우기 위해 파닥거리는 날개의 풍압 때문에 게이트 근처에 있던 헌터들은 날아가고 난리가 났다.

결국 날아다니는 대다가 풍압까지 엄청나서 원거리 헌터들만으로 해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괜히 체력 낭비할 필요 없이 처음부터 야포 모드로 포를 갈기기 시작했다. 아직 약점을  수 없기 때문에 실탄으로 쏘는데 제대로 맞지를 않았다. 관통탄은 빠른 움직임 때문에 빗겨 맞는 게 대부분이었고, 고폭탄은 갑각에 막혀 대미지를 주지 못했다.

결국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헤비 슈터들은  레이저를 쏘기 시작했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굴절돼서 허공으로 사라져 버릴 뿐이었다.

“으악!”

반면 그 자식은 제대로 된 공격을 받지 않으니 사방을 날아다니며 활개치고 다녔고, 단순히 위를 날아서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풍압으로 전투 불능이 되기 일쑤였다.

“잡았다. 전력으로 화력 투사 해.”

방위군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이런 기동형 몬스터를 잡기 위한 대책도 마련이 돼 있었고, 고등급 염파 능력자들이 염파 방어막을 돔 형태로 만들어서 녀석의 행동반경을 줄이는 대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아인종의 염파 능력과, 말벌의 피지컬 때문에 완전히 땅에 눌러버릴 정도로 줄이지는 못했고, 작전 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정도가 한계였다.

이쯤 되면 좀 맞아줄 만도 했지만 워낙 둥글둥글한 몸을 가지고 있고, 살짝만 몸을 비틀어도 도탄되거나 굴절되기 쉬워서 제대로 된 대미지를 주질 못했다.

반면 날아다니는 게 불편해진 말벌은 엉덩이에 있던 침에서 레이저 빔을 쾅쾅 쏴대기 시작했기 때문에 방위군의 피해는 점점 커져갔다.

“야! 뭐라도 해봐! 저런 걸 어떻게 잡았던 거야!”

옆에 있던 분대장이 내게 소리쳤지만, 나도 전력으로 공격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새로 익혔던 집속탄 스킬로 써봤지만 화력이 분산되는 탓에 갑각을 뚫지 못했다.

저 놈을 상대로라면 초플레를 쓰더라도 쉽게 피해버릴 것이다. 야포 포구를 움직이는 것보다 저 녀석이 날아다니는  더 빠르다.

씨발, 그러면 못 피하게 만들면 되지.

내게 달려 있는  명이나 되는 서포터들은 전부 분야가 달랐다. 그 중 염파 능력자가 있었고, 나는 그녀를 손짓으로 내 옆으로 불렀다.

촤르륵!...

나는 야포를 회수해 버린 뒤, 그녀를 데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야 임마! 뭐해! 돌아와!”

뒤에서 분대장이 소리쳤지만 나는 무시했다. 깜짝 놀란 가드 두 명이 나를 따라왔고, 나를 붙잡는 대신 내 앞에서 보호막을 쳐주며 소리쳤다.

“야! 어쩌려는 거야!”

“저 자식한테 올라 탈 거야.”

“뭐어?”

이민도뿐만 아니라 내가 데리고 달리기 시작한 서포터도 깜짝 놀랐다. 하지만 나는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았고, 불안한 표정이긴 했지만 나머지 세 명도 뒤처지지 않고 계속 따라왔다.

쿵....쿠웅....

내가 빠졌지만 다른 화력 분대에서는 그 자식을 향해 공격을 계속 퍼붓고 있었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까지 가까워지자 폭발 소리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도 대화가 안 될 정도였다.

“내가 저 돌에 탈 거니까! 그걸   머리쪽을 향해 던져!”

나는 수백 미터 밖에 있는 사람에게 하듯 서포터의 귀에 대고 소리쳐야만 했다.

“안 돼! 너무 위험해!”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다.

“다른 건 몰라도 저 탄막에 맞아서 죽을 거야!”

“일단 해!”

나는 그녀의 어깨를 꽈악 쥐어준 뒤, 내가 말했던 돌에 올라탔다. 딱 나 하나 지탱할 수 있을만한 잔해였다.

“후우....좋아....날려!”

“에이! 난 몰라!”

그녀는 한참이나 고민한 뒤에 내가 타고 있던 돌을 전속력으로 몬스터의 머리를 향해 날렸다.

으아 씨발, 제대로  쏘나.

아니나 다를까 포탄 하나가 귓가를 스치며 아슬아슬 날아갔다. 그들에게는 내가 타고 있는   안 보일 테니 그저 소란에 날아다니는 잔해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장도를 소환한 뒤, 적당한 지점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고,  번 정도 포탄이 내가 타고 있는 잔해를 스치고 지나가며 일으킨 진동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돌이 몬스터의 머리 옆을 지나갈 때 풀쩍 뛰어서 그 자식의 머리통에 타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머리통이 너무 매끈했기 때문에 붙잡거나 몸을 지탱할 만한 곳이 없었고, 짧게 나 있는 털이 있어서 그걸 붙잡고 버티자, 그 자식도 내가 올라탄  알아차리고 앞발로 나를 마구 공격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결국 그 자식의 앞발에 견디지 못하고 나는 미끄러졌지만 다행히 머리와 몸통을 잇는 목 부분에 떨어져서 매달릴 수 있었다.

그러는 중에도 내가 매달려 있다는  알지 못하는 화력분대로부터 계속 공격이 날아왔기 때문에, 사방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고 이따금씩 아찔하게 만드는 레이저 빔이 근처를 스치고 지나갔다.

씨발, 무전기라도 가져올 걸 그랬나.

하지만 이 견제 공격이 멈추면 이 몬스터의 행동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차라리 이런 식으로라도 행동을 묶어둘 필요가 있었다.

캉!!

나는 목에 매달린 채로 장검으로 그 자식의 머리 뒤쪽을 쿡쿡 찔러봤지만 전혀 들어가질 않았다.

자세도 불안정한 대다가 A급 숙련도로는 뚫을 수가 없었다.

어떡하지. 생각해라 어서.

나는 머리를 계속 굴리면서 소총까지 뽑아들고 갈겼지만, 갑각에 흠집만 약간 날  완전히 관통하지는 못했다.

몸통은 좀 덜 단단한 거 같은데.

갑자기 번뜩이는 게 있었고, 나는 조심스럽게 기회를 봐서 몸통 쪽으로 내려갔다. 여기는 털이 많이 나 있었기 때문에 매달리기 좀 수월했다.

그리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소총을 갈겨 상처를 만들었다. 이 녀석을 죽이지는 못하지만, 떠오른 생각을 실행하기에는 적당해 보였다.

그렇게 몸통 위쪽에서 넓게 여섯  정도 흠짐을 만든 뒤, 나는 소총을 해제했다.

후우....될까....

나는 한 손으로 헤비 캐논을 소환한 뒤,  자식의 등에 바짝 붙였다.

<헤비 캐논 모드 변경 : 야포 모드>

그리고  상태로 야포모드를 펼쳤고, 야포 고정을 위한 작살을 발사해 아까 내놓았던 상처들에 고정 시켰다.

“으아! 씨발!!”

하지만 잠깐 모드 변경을 위해 털을 놓고 일어서야 했고, 아주 잠깐이었는데도 튕겨져 나가 버릴  했다. 다행히 작살이  생각대로 잘 고정돼서 마치 말벌 등에 야포가 장착된 모양새가 됐다.

그러자 이제야 내가  뒤에 올라타 있다는  다른 방위군들에게도 알려진 듯했다.

휴우, 씨발 뒤지는 줄 알았네.

다행히 야포를 꽉 쥐고 있었던 덕분에 다시 등에 달라붙을 수 있었고, 심장이 쿵쾅거리며 터질  같았다.

<초고출력 플라즈마 레이저포 충전 시작>

결국 또 이거구만.

이번에는 자리가 없어서 추가 배터리를 크게 만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거리가 가깝고 지난번 풍뎅이만큼 단단해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정도로 충분할 거 같았다.

이제야 이 자식도 등의 무게감을 느끼고 내 존재를 알아차렸는지 또다시 털어내 버리기 위해 사방으로 날뛰며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야포에 찰싹 달라붙어서 충전을 계속 시켰고, 그나마 다행으로 그 자식의 발이 등으로는 닿지 않았다.

<충전율 : 70%>

좋아,  정도면 되겠지.

더 충전하고 싶어도 외부 배터리가 작아서 불가능했다. 나는 포구를 이 자식의 뒤통수로 조준한 뒤, 레이저를 발사했다.

콰아앙!!

그러자 거대한 레이저 빔이 발사돼 순식간에 뒤통수부터 그 자식의 얼굴까지 관통해 버렸다.

“으아아아아 뒤져라!!”

하지만 나는 포를 놓지 않고 배터리가 다 떨어질 때까지 계속 레이저를 발사했고, 그 상태로 몬스터와 같이 추락하며 앞쪽 거리를 죄다 박살내버렸다. 마치 몬스터가 레이저를 뿜어서 도시를 파괴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쿠웅!!

텅!!

배터리가 다 떨어진 직후에 몬스터도 바닥에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고, 나는 야포를 붙들고 버티려고 했으나 반동을 버티지 못하고 공중에 부웅 떠올랐다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으아아....씨발....뒤지겠네 진짜....

나는 그대로 누워서 자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코어를 빨리 챙겨야 한다.

사방이 조용해졌다.

자잘한 몬스터들은 진작 처리가 끝났고, 아인종만 씁쓸하게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위군은 방금 일어난 일을 믿지 못하겠다는 심정으로 침묵하고 있었다.

“와아!!”

하지만 잠시 뒤, 엄청난 환호소리가 작전 지역 전체를 뒤덮으며 울려 퍼졌다.

하아....씨발 빨리 찾아야 돼.

나는 그 환호소리에 정신이 번뜩 들었고, 온 몸이 안 아픈 구석이 없었지만 겨우겨우 기어서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그 자식의 머리로 갔다.

휴우, 찾았다.

구멍 근처의 뒤통수에서 코어를 찾을 수 있었다.

코어를 자주 수집하다보니 이제 대충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바닥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건배!”

나는 작전이 끝났다고 곧바로 돌려보내지지 않았다. 오늘 밤까지는 여기서 보낸 뒤 내일 돌아가기로 했고, 겨우 하루 만났을 뿐인데도 팀원들은 나를 위한 송별 파티를 열어줬다.

“겨우 하루뿐이긴 했지만 우리 도시를 지켜준 영웅인데  정도는 해줘야지.”

“자꾸 영웅이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

나는 민망하면서도 그들이 해주는 칭찬에 기분이 좋았다.

“아냐, 이미르급을 이렇게 수월하게 잡았다는 건 들은 적이 없어. 이 정도면 사실상 세계 최고의 헤비 슈터 아니야? 아니지, 세계 최고의 헌터일지도 모르지.”

남자들은 횡설수설하면서 나를 계속 추켜세웠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그들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정말 내가 최고일지도 모른다는 달콤한 망상을 즐겼다.

“한솜씨, 혹시 졸업하면 여기로 올 생각 없어요?  정도면 우리 도시에서도 우대해줄  같은데.”

“아. 저. 아직 졸업 이후는 생각  해봐서요.”

“에이, 미리씨, 저 정도 엘리트면 사방에서 스카웃해 가려고 난리일 텐데 너무 날로 먹으려 드는 거 아냐?”

말벌에 타기 위해 내가 끌고 달렸던 염파 서포터의 이름이 미리였다.

내가 단독으로 행동하긴 했지만 말벌 몬스터를 제압한 공을 인정받아서 팀원 다섯 명이 엄청난 인센티브와 인사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내가 혼자서 달리기 시작하자 당황했던 분대장이나, 내게 억지로 끌려갔던 미리도 지금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달고 술에 흠뻑 취해 있었다.

대학생끼리 술을 마실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고, 방위군에 소속되는 것도 꽤 유쾌하겠다는 감상을 주는 자리였다.

무엇보다 같은 과 학생들이 보이던 시기심이나 도찬호가 보이던 열등감 같은 게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 이상 이들에게 나는 경쟁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취기를 안고 방으로 돌아왔고, 어둠과 침묵 속으로 파묻히자 잊고 있던 내 처지가 내게 몰아쳐 왔다. 내일이면 다시  지옥 같은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혼자 있으면 성욕을 참지 못하고 계속 자위에 몰두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여기서 보낸 이틀간은 그러지 않았다.

내가 자위하도록 만드는 건 내 몸속의 성욕이 아니라, 벗어날  없는 비참한 현실로부터의 도피 심리였다.

흐응....

그리고 또 올라온다.

나는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불안감에 휩싸여서 조심스럽게 내 보지를 비비며 자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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