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49화
다음날 아침, 나는 병과장의 연구실 문 앞에서 한참동안 들어가질 못하고 주저하고 있었다.
어젯밤에는 피어싱을 채운 뒤 선태의 친구들은 곧바로 가 버렸지만, 선태는 내 방에서 자고 갔다. 그는 내게 피어싱을 절대 빼지 말라고 했고, 나는 더한 짓을 당할 게 두려워서 감히 손대지 못했다.
피어싱이 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그가 브라를 입으라고 해준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일이었다.
하지만 젖꼭지와 클리토리스가 계속 지끈거리면서 고통스러웠고, 그냥 걸을 때도 계속 옷에 스치면서 자꾸만 신경 쓰이게 했다.
화장실 거울을 통해 본, 젖꼭지와 클리토리스에 은색 피어싱이 달려 있는 내 모습은 그 전보다 더욱 음탕하면서 인간 이하의 뭔가가 돼 버린 기분이 들게 했다.
무엇보다 몸이 가려져 있어도 그에게 관통당해서 노예처럼 피어싱이 달려 버렸다는 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게다가 이 꼴을 선생님에게 보여야 한다.
내 꼴을 보고 무슨 말을 할까.
화를 낼까?
너무 늦으면 수업에 지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젠 들어가야 한다.
후우....
나는 절망적인 한숨을 길게 쉰 뒤, 힘없이 노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 있니?”
그리고 선뜻 옷을 벗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그는 내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챘다.
“선생님....저....”
나는 강제로 피어싱이 달렸다는 말을 차마 입에 담지는 못했고 천천히 옷을 벗어 나갔다. 평소에는 그의 앞에서 알몸이 되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었지만, 겨우 작은 피어싱 몇 개 달렸을 뿐인데 엄청난 수치심이 느껴졌다.
“호오....남자 친구가 달아줬니?”
그가 피어싱을 보더니 눈이 커지며 감탄했다.
남자 친구....그딴 게 남자 친구인가....
“네...어제 밤에....”
그가 조심스럽게 피어싱을 건드렸고, 나는 살살 올라오는 통증에 몸을 움츠렸다.
“꽤 좋은 선물을 받았구나.”
“네?”
나는 당황하며 그에게 되물었다.
“한솜이에게 좋은 주인이 생겨서 다행이야.”
“선생님? 주인이라니요?”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울 수가 없었지만, 그는 매우 만족스럽다는 듯한 눈빛으로 내 피어싱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좋은 여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좋은 주인을 만나야 한단다. 이렇게 여자를 지배할 줄 아는 남자를 만났으니, 한솜이도 조금 더 좋은 여자가 되겠구나.”
“....선생님....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걱정 마렴, 그리고 남자 친구, 니 주인님을 잘 따르렴. 그럼 좋은 여자가 될 수 있단다.”
“무서워요....정 그렇다면 차라리 선생님이 제 주인님이 돼주세요....제가 다른 남자의 것이 돼도 상관없으신가요? 질투하지 않으세요?”
“천만에, 나는 널 소유하기 위해서 교육시키는 게 아니란다. 좋은 헌터, 좋은 여자로 성장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교육하는 거지. 앞으로는 입으로만 나에게 봉사하렴, 이제 니 구멍들은 주인님의 것이니.”
“그럴 수가...선생님....”
하지만 그는 지퍼를 내리고 자지를 꺼내 보였다. 특별히 서로 애무를 한 것도 아닌데도 그의 자지는 벌떡 발기해 있었다. 나는 책상 아래로 들어가 살살 그의 자지를 핥아주며 그의 말을 들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르게 설계 돼 있단다. 남자는 생존을 위해서 나가 싸우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위로해주도록 설계 돼 있지. 그건 태곳적부터 내려온 인간의 본질이란다.”
“조금은 이해하겠어요.”
“남자이던 시절과 여자일 때, 둘 중 어느 쪽이 더 강한 쾌감을 받았니?”
“그야 물론 여자 쪽이죠.”
“그래, 남자는 성적으로 계속 사용하면 점점 둔해지고 메말라가지만, 여자는 반대로 점점 개발돼 가면서 남자들을 더욱 잘 받도록 무르익어간단다. 그게 바로 남자들을 위로해주는 게 여자의 역할이라는 증거지.”
나는 그의 말대로 잔뜩 개발되기 시작한 내 몸을 생각했다. 이제는 남자들이 내 몸을 만지기 시작하면 저항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쾌락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리고 피어싱 때문에 내 최고의 약점인 클리토리스마저 밖으로 튀어 나와 버렸다.
“그럼 여자 헌터의 역할은 뭐겠니?”
“몬스터들을 죽이고, 남자 헌터들을 위로해 주는 걸까요?”
“그래 잘 아는구나. 헌터로서의 성장과, 여자로서의 성장 둘 중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안 되는 거야.”
“네...명심할게요.”
“한솜이 너는 열심히 따라주고 있고, 다음 타이탄급 작전도 너에게 돌아갈 거야.”
“네...”
나는 그의 자지를 입에 넣고 빨기 시작했다.
“남자를 기쁘게 봉사해주고, 남자로부터 포상을 받는다. 그게 여자의 삶이란다. 잊지 마렴.”
나는 그의 자지를 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휴우....긴장된다 한솜아. 히히.”
오늘은 소검술 중간 테스트가 있는 날이었다. 유미와 페어로 홀로그램 모의 전투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이었고, 대기실에 그녀와 나란히 앉아 있으면서 나도 살짝 긴장해 있었다.
“그래도 한솜이 굉장히 성장이 빠른데 정말 소드 헌터 훈련 해본 적 없어?”
“응, 이게 처음이야.”
정말로 소검술 훈련은 처음 해보는 거였지만, 영재 개성 때문에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지난번 사마귀 코어를 흡수한 것 덕분에 벌써 숙련도도 A등급이 됐고, 이미 소드 헌터과 학생들을 상당수 제치고 상위권까지 올라와 버렸다.
물론 유미에 비하면 아직 부족했지만, 1년 정도 연습하면 그녀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무섭다. 도대체 무슨 개성이길래....”
그녀는 정말 무섭다는 듯한,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듯한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평소라면 으쓱하며 좋아했겠지만, 나는 그녀마저 나를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 게 부담스러웠다.
역시 하지 말았어야 했나....
그동안 시간이 날 때 몇 번 유미가 내게 소검술을 가르쳐 주기도 했는데, 지금에 와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 것이다.
헤비 캐논과 동기들처럼, 유미도 내 빠른 성장 속도 때문에 나에게 거리감을 가질까봐 무서웠다.
“하지만 덕분에 이번 중간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아. 히히.”
아직 그녀는 유쾌하게 웃었다. 과연 내가 그녀와 비슷한 수준이 된 뒤에도 저렇게 웃는 걸 볼 수 있을까.
“유미 한솜 조. 입장 준비 하세요.”
후우....
나는 몸을 일으키며 장검을 소환했다. 특별히 문제될 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장도와 장검을 다 쓸 줄 알았고, 지금은 장도를 소환한 상태였다.
테스트 내용은 간단했다.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 많은 몬스터를 제거할 것.
몬스터들은 시뮬레이션용 가상 몬스터였기 때문에 그들에게 공격당한다고 해서 실제로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테스트용으로 특수 제작된 무기만이 몬스터와 접촉할 수 있다.
오히려 그런 점이 긴장을 풀게 만들어서 실점하게 만든다고 유미가 내게 주의를 줬다.
별 거 아니네.
대부분의 몬스터는 새로운 아공간 게이트 이전의 몬스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무난하게 제거할 수가 있었다.
마지막이 되자, 대형 몬스터를 바탕으로 구축한 엘리펀트급 몬스터가 나왔는데, 예전 처음 상대했던 사마귀 형태의 몬스터였다.
그 녀석은 원래 사우르스급이었지만, 2학년 수업이다 보니 적당히 약화시켜서 만들어둔 놈인 듯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는데, 지난번에 상대했을 때 이 녀석 약점이 염파 타입이었다는 점이다. 물리 타입인 소드 헌터 테스트에 이놈을 내보내다니, 어쩐지 우리 앞선 팀들 중에 만점이 없다는 게 이상하긴 했다.
“유미야, 이 녀석 염파가 약점이야.”
다행히 소드 헌터는 약하지만 스스로 염파 공격을 무기에 담을 수가 있었다. 다만 나는 너무 약했기 때문에 유미에게 맡기는 게 안전했다.
지지직!!
당연히 지난번 그 녀석이랑 똑같은 놈인 줄 알고 내가 시선을 끌기 위해 접근했지만, 모습만 닮았을 뿐 완전히 같은 녀석이 아니었다. 가까이 가서 검을 휘두르려고 하자 염파 방어막이 펼쳐지며 검이 막혀 버렸다.
염파 방어막을 찢는 건 소드 헌터의 기본 소양이기 때문에, 방어막 사양을 추가해둔 것이었다.
그래서 페어로 짠 거였구나.
한 명이 방어막을 벌리고 있는 동안, 다른 한 명이 공격해야 하는 것이었다.
씨발, 이 정도로 될까.
나는 방어막에 매달려서 억지로 찢었지만, 사람 하나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밖에 벌릴 수 없었다. 아직 염파 능력치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는 유미가 큰 공격을 날릴 수가 없다.
“조심해 한솜아!”
방어막에 매달려 있는 나를 향해 사마귀의 발톱이 날아들었고, 유미가 내 옆으로 와서 막아줬다.
“왜 안 피해?”
그녀가 화난 것처럼 소리 질렀지만, 나는 아직도 방어막에 매달려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더 벌려줄 테니까 끝장 내 버려!”
“반드시 안 죽여도 돼! 할 수 있는 만큼만 해!”
“그런 거 없어! 나는 만점 받을 거야!! 으아아아아아!!”
나는 장검마저 소환을 한 뒤, 하나는 발로 밀고, 하나는 어깨로 밀면서 억지로 방어막을 열어 젖혔다.
“세상에.....”
“빨리! 오래 못 버텨!”
유미가 그런 내 모습에 넋을 잃고 있다가, 내 고함소리에 방어막 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그 녀석의 목을 노렸고, 나는 나를 향해 날아드는 발톱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삐익!~ 테스트 종료.>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뜬 뒤 점수판을 봤다. 발톱이 내 몸을 뚫고 지나갔더라도 내게 뭔가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점수판을 보고 실점했는지 확인을 해봐야 한다.
<40점>
만점이다.
이번 중간 테스트 팀들 중 유일한 만점.
“꺄아아아! 만점이야 한솜아!”
유미가 촐랑대며 내게 날아들어서 안겼다.
“페어 테스트에서 만점은 처음 받아봐! 너 정말 대단하다!”
우리는 싱글벙글하며 실습장을 나오는데, 채점중이던 교수가 나를 불러 세웠다.
“대단하네요 한솜씨, 보스 몬스터를 격파한 팀은 몇 년 만에 처음이에요.”
“감사합니다.”
나는 기분 좋게 웃으며 인사했다.
“맞아 한솜아, 그거 원래 잡으라고 내보내는 게 아닌데 깜짝 놀랐어.”
“잡으라는 게 아니면? 그냥 도망만 다니라는 거야?”
“그렇지, 보통 소드 헌터들은 주의를 끌고 방어막을 부수는 역할이지 직접 몬스터를 죽이는 역할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면 어쩐지 들러리 같은 느낌으로 들리지만 사실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었다.
자잘한 몬스터야 아무나 막 죽일 수 있어도 강력한 염파 방어막을 가진 몬스터들은 누군가 방어막을 찢어줘야 공격을 할 수가 있다.
염파 능력자들이 원거리에서 방어막을 중화시키는 건 한계가 있고, 누군가는 직접 검 같은 물체로 강제로 찢어서 벌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몬스터를 많이 죽이고 강한 화력을 가진 헤비 슈터보다 더 중요한 역할이 소드 헌터들이었다.
그리고 아인종을 제압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여기 있었다. 지난번 잠깐 교전을 해봤을 때 상상 이상의 염파 방어막을 두르고 있었다. 나 혼자서 그 녀석들 제압하기 위해서는 내게도 소드 헌터 능력이 필수적인 것이다.
물론 그냥 방위군이 가지고 있는 염파 중화 탄환을 구할 수만 있다면 이렇게 번거로운 짓을 할 필요 없겠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오늘 만점 기념으로 팥빙수 먹자!”
유미가 박수를 짝 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