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6화 〉46화 (46/100)



〈 46화 〉46화

<헤비 캐논 모드 변경 : 야포 모드>

<초고출력 플라즈마 레이저포 충전 시작>

<충전률 : 7%>

“야,  누가 야포 모드 편 거야?”

또 학생부 지휘관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온다.

“한솜아?  그거 뭐야?”

존나  이름의 초고출력 플라즈마 레이저포, 줄여서 ‘초고레’를 쓰기 위해서는 일반 야포와는 다른 형태가 된다. 마치 sf영화에나 나올 거 같은 레이저포 모습이 되는데, 추가로 충전을 위한 외부 배터리가 하나 더 있다.

아마  놈들은 이 모습을 처음 봤을 것이다.

“서포터, 빨리 충전 시켜.”

서포터년이 넋을 놓고 내가 하는 꼴을 바라보고 있다가 부랴부랴 플라즈마 에너지 충전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나 혼자 충전시킬 때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오....씨발.....”

그리고 앞쪽에 있던 4학년 가드의 자포자기한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하는 수상한 짓의 낌새를 알아차린 몬스터가, 사방으로 흩어서 공격했던 뿔 미사일 공격을 이번에는 이쪽으로 모조리 보낸 것이다.

아아.....뒤졌네 이건.....

<충전률 : 54%>

콰콰콰쾅아앙!!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운명을 받아들이려고 했는데, 소리는 요란하게 났지만  몸은 멀쩡했다.

“씨발, 정신  차려?”

눈을 떠보니 4학년 가드는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고, 대신 학생부 지휘관이 염파 방어막을 쳐서 미사일을 전부 막아 낸 게 보였다.

 꼰대새끼, 조금은 쓸모 있네.

그가 야포 모드를 회수시킬 줄 알았지만, 전력으로 방어막을 치면서 빨리 충전하도록 재촉했다.

그리고 풍뎅이는 딱지날개를 닫아서  번째 미사일을 준비하고 있었고, 곧 다시 열릴 거 같을  충전이 완료됐다.

<초고출력 플라즈마 레이저포 충전 완료.>

“좋아 어서 쏴!”

학생부 지휘관이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나는 아직 발사하지 않았다.

<초과 충전 시작>

<충전율 : 105%>

“야  자식아! 뭐하는 거야!”

“아직 이거로는 못 뚫어요, 150%까지는 가야 합니다.”

나는 지지 않고 대들었다.

“씨발, 150%까지는 충전  해, 그 전에 폭발해서  뒤져!”

“어차피 다 뒤질 거 해보기라도 해야죠!”

도찬호와 4학년 가드는 이미 무기에서 손을 놓고 덜덜 떨고 있었고, 서포터는 충전하는 입장이라서 굉장히 불안한 눈빛으로 날 보고 있었다.

“안 터지니까 빨리 충전이나 해.”

나는 그녀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말했다.

“어디까지가 안전선인데?”

“글쎄, 한 120%정도?”

나는 하하 웃어버렸고, 앞에서 방어막을 전력으로 전개하고 있는 지휘관은 씨발거리면서 계속 혼잣말로 욕이나 씹었다.

100% 이후로는 충전되는 속도가 상당히 더뎠고, 기어이 몬스터의 세 번째 공격까지 날아오고야 말았다.

“으악!!”

그리고 파편 하나가 방어막을 뚫고 지휘관의 어깨에 박혔다. 이래서는 다음 공격은 못 막는다.

“뭐 해! 빨리 충전 하라고! 찔끔찔끔 하지 말고 팍팍 해!”

기어이 나는 서포터를 향해 화가 폭발했고, 그녀도 에라 모르겠다는 모습으로 눈을 질끈 감고 충전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야, 한솜아 이거 진짜 괜찮은  맞아?”

충전율이 140% 이상으로 올라가자, 외부 배터리에 모여 있던 플라즈마 에너지가 붉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덜덜덜 떨렸다.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해본  없어?”

“미쳤다고 150%까지 충전 해보냐.”

그리고  번째 공격을 하기 위해 풍뎅이가 엉덩이를 꿈틀거리고 있다.

<충전율 : 150%>

“좋아 간다!”

나는 막아뒀던 포문을 열었고, 헤비 캐논 수십 개를 겹쳐서 발사한 거 같은 거대한 레이저 포가 몬스터를 향해 쏘아졌다.

“씨발! 이래도 안 뚫린다고?”

그러나 그의 갑각 표면에 닿자 레이저가 굴절돼서 허공으로 비껴 나가 버렸다.

“서포터 이리 와서 포각 조율 도와.”

너무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대고 있었기 때문에 나 혼자서는 포구가 폭주하지 않도록 붙잡는  한계였다.

마치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같은 폭탄을 붙잡는 것처럼 서포터가 눈을 뜨지도 못하면서 겨우 내 옆으로 와서 포구 조율을 도와줬다.

초고레가 전혀 효과가 없는 건 아닌지, 몬스터도 딱지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레이저에 밀리지 않도록 버티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비껴나가지 않도록 각도를 조절하면 된다.

포구가 천천히 그 녀석의 머리 쪽을 향해 올라갔고, 비껴 나가 버리던 레이저빔이 이제 그의 머리 갑각에 부딪혀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이걸 뚫을 수만 있으면 된다.

“좋아, 전력으로 간다.”

나는 남아 있던 에너지를 전부 쏟아 부어서 레이저포의 강도를 더 올렸다. 배터리가 빠르게 비어간다.

이게 다 비기 전에 못 뚫으면 모두 끝이다.

“으아아아아아아!!”

쿵.....

<충전율 : 0%>

하아....하아....

배터리가 텅텅 빈 뒤, 나는 완전히 탈진해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하하....하아....”

하지만 내 입에는 미소가 걸렸다.

기어이 그 녀석의 머리통을 날려버린 것이다. 머리가 있던 곳은 사라져 버리고, 웅장했던 뿔과  같던 몸통만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헤비 캐논 숙련도 증가 : SS>

그리고 이 어마어마한 짓을 해버린 덕분에 헤비 캐논 숙련도도 SS급으로 올라 버렸다.

나는 잠깐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재빨리 야포를 회수해서 몬스터 쪽으로 달렸다.

“야! 너 뭐하는 거야!   새끼 안 돌아와?”

등 뒤로 지휘관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빨리 코어를 찾아야 한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도 모두 얼이 빠져 있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도착할  있었고, 나는 머리가 있던 곳을 샅샅이 뒤졌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대부분 머리에 코어가 있었다.

찾았다.

머리통이 날아가 버린 몸통 쪽 단면 사이로 코어가 보였다.

푹!

나는 거침없이 손을 집어넣어서 빼낸 뒤,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재빨리 이탈하려고 하는데 이미 우리 분대 사람들이 내 쪽으로 다가와 있었다.

“한솜이  대단하다....”

가까이서 보니 더 어마어마한 시체를 보며 도찬호가 감탄했다.

“초고레를  줄 알았어?”

“에이스니까.”

이제야 이 녀석과 나의 격차를 공고하게 한 만한 일이 생겨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야. 너 진짜 또라이구나.”

뒤늦게 학생부 지휘관도 따라와서 내게 말을 걸었다. 그의 시선이 코어가 들어 있는 내 주머니를 향했다.

“후우....”

그가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무전을 통해 모두에게 철수 지시를 내렸다. 이제 수습 부대가 와서 시신과 게이트리움 회수를  것이다.

지휘관은 아리송한 표정으로  잠깐 쳐다보더니 자기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코어는 그냥 눈감아 주는 건가.

그는 항상 내가 코어를 주워가진 않는지 주시하고 있었고, 이번에는 뒤에서 보고 있었을 테니 내가 코어를 가지고 있다는  알아챘을 것이다.

뭐, 1%정도는 꼰대 아닌 걸로.

“와아...진짜 죽는 줄 알았네...”

4학년 가드와 3학년 서포터도 잠깐 몬스터 시체를 보며 감탄하다가, 자기들끼리 복귀해 버렸다. 나와 도찬호만 어색하게 같이 걸어서 복귀하던 중이었다.

“저기...한솜아...”

그 녀석이 갑자기 민망해하며 말을 걸어왔다.

그때,

쿠구구구웅!

어어?

갑자기 넓은 싱크홀이 생기면서 바닥이 꺼져 버렸고, 나와 그도 휘말려서 떨어졌다.

으으윽....살긴 살았네....

다행히 지하상가로 떨어져서 그렇게 깊숙이 떨어지진 않았고, 삭신이 쑤시긴 했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새끼는 살았나.

“으으으....”

겨우 몸을 일으켜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희미하게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으윽....한솜아....”

소리를 따라 가보니 피범벅이 된 도찬호가 돌에 기댄 채 앉아 있었다. 자세히 보니 철근이 그의 어깨를 관통해 있었다.

우리가 복귀하지 않는 걸 확인하고 구조가 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쩌면 따로 복귀했을 거라고 생각해 아예 안 올지도 모르지.

나는 위쪽의 구멍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우리에게 무전기는 없지만, 핸드폰으로 연락하면 된다.

그 전에 나는 그에게 물어볼 게 있었다.

“갑자기 왜 나를 피해 다닌 거야?”

“으으으....나 좀 살려줘....”

“그 정도로는 안 죽어. 그리고 차라리 구조대가 올 때까지 그러고 있는 게 나아.”

“....유미가....”

그가 고통 때문에 덜덜 떨면서 말을 흐렸다.

유미?

“유미가 너한테 더 이상 접근하지 말라고 했어...죽여 버릴 거라고....”

“뭐? 겨우 그 정도로?”

“....진짜로 죽이려고 했거든.”

그가 힘겹게, 자신의 상의를 걷어 보였다. 그러자 옆구리에 거즈를 대놓은 게 보였다.

“개처럼 두들겨 맞고, 칼에 찔리기까지 했어....”

마스터가 아니었다.

아니, 마스터가 유미와 접촉한 걸까?

뜻밖의 이름이 나오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마스터와 유미가 서로 접촉했으면 유미는 믿을 수 있는 걸까? 하지만 마스터가 도찬호를 제거할 이유가 없다. 2학년 그 놈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어설프게 다치게만 할  같지도 않고.

그래서 나한테 헤어지자고 한 건 물론이고 힘이 없어 보였구나.

“왜 신고 안 했어?”

“....그러면 내가 너한테 한 짓까지  들키는데?”

그렇긴 하지.

방학 끝날 무렵 그가 내 방에 몇 번 왔을 때는 이상한 조짐이 없었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내 방에 왔을 때와 개강하기 사이에 유미와 만났을 것이다.

그리고 개강 이후 유미를 만났을 때도 그녀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소름이 오스스 올라왔다.

도찬호 때문이 아닌,

유미 때문에.

그녀는 평소엔 쾌활했지만,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과할 정도로 흥분하며 적개심을 보였다. 지난번 펜션에서도 정말 죽여 버릴 것처럼 남자들을 두들겨 팼었고.

혹시 그녀도 남자들에게 상처 입은 건 아닐까.

그래서 나를 불쌍하게 여기고 도와주려는 건지도 모른다.

“너, 혹시 유미랑 사귄 적 있어?”

그리고 어쩌면 이 자식도 그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아니! 내가 아는 한 유미는 아무하고도 사귄 적 없어.”

그는 관통당한 어깨의 고통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목숨이 위태로워지니  물음에 순순히 다 대답했다. 어쩌면 유미 때문일지도 모르고.

나는 내 상의를 걷어서 그에게 가슴을 보였다.

특히 왼쪽 젖꼭지를 그에게 보여줬다.

“이거 보여? 니가 옷핀으로 뚫어버린 자리야.”

“미, 미안....”

지금은 완전히 아물어서 흔적이 거의 없었다. 나는 다시 옷을 입고, 주변에 떨어져 있던 쇳조각을 주워들었다.

“상처는 언젠가 낫기 마련이지. 니가 나한테 준 상처들도 언젠가는 이것처럼 아물 거야. 그럴 거라고 생각했었지.”

“미안해....그때는 내가 뭔가에 홀렸었나봐....”

그는 내가 들고 있는 쇳조각을 보면서 덜덜 떨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눈치  걸까.

화가 부글부글 올라온다.

“뭔가? 아니,  내 몸에 홀린 거잖아. 그리고 지금은 그렇게 약해져 있지만, 멀쩡해지면 언젠가 다시 접근해오겠지. 유미가 영원히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아, 아니야! 자퇴할게! 사, 살려줘 한솜아!”

“니가 만든 상처들이 아물기 전에 민규랑 호수가 달려들어서 물어뜯고 있어. 너 때문에! 그리고 그 놈들을 밀어내도 내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새로운 놈들이 달려들겠지. 찬호야. 모두 너 때문이야. 니가 시작한 일이야.”

나는 쇳조각을 너무 세게 쥐어서  손이 다칠 지경이었다.

“니가 나를 건드리지만 않았어도!!”

나는 쇳조각을 칼날처럼 그의 목에 박아 넣었다.

“컥!....커헉!.....”

그의 큰 손이 내 팔목을 잡았지만, 너무나도 약하다.

나를 강제로 억누르고, 내 옷을 벗기고,  다리를 강제로 벌렸던 손,

하지만 이제는 자기 목숨도 지키지 못하는 나약한 손에 불과하다.

나는 쇳조각을 계속 후볐고, 그의 입과 코에서 피가 벌컥 쏟아져 나왔다. 공포에 질린 눈이 나를 쳐다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번에 눈물을 흘리는  내가 아니다.

“나는 견뎌 낼 거야. 모두 죽여서라도.”

그가 죽은 걸 확인한 뒤, 나는 쇳조각을 뽑아서 구석에 던져 버렸다. 그리고 나는 유미에게 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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