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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화 〉42화 2학년 1학기 (42/100)



〈 42화 〉42화 2학년 1학기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 같던  비참한 처지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긴 했다.

유미를 따라서 소검술 수업을 듣기 시작했고, 첫 수업으로 기량 테스트를 했을 때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좋은 변화는 아니지만, 교수 연구동의 선생님 방에 들어가는 게 더 이상 거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전에는 수업이 없을 때는 과방에서 죽치고 앉아 있으면서 시간을 날렸지만, 이젠 대부분의  시간은 선생님의 가랑이 사이에서 보냈다.

그가 업무를 보는 동안 무관심 속에서 그의 자지에 봉사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도 꽤나 짜릿하고 자극적이었다.

마치 경쟁하듯 그의 자지를 빨아주면서, 어쩌다 한 번 그가  입에 신경이 쓰여서 시선이 마주치면, 매우 뿌듯한 심정이 됐다.

그리고 2학년이 되면서 신입생들에게 과방을 뺏겼다.

뺏겼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양보하게 됐다. 시끌시끌한 신입생들이 과방을 꽈악 채우니 골치가 아플 지경이었고,

작년 2,3학년들이 다른 실습실로 아지트를 옮긴  이해가 될 정도였다.

그래서 작년 2학년이 쓰던 실습실을 인수인계 받듯이 나와 동기들이 그쪽으로 옮겨갔다.

무엇보다 가장  변화가 있었는데, 어느날부턴가 도찬호가 날 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미와 여행을 다녀온 날부터는 그녀와 종종 시간을 보냈는데, 방학이 끝나기 직전에는 도찬호도 내 방에 한 번씩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어 번 정도 내 방에 와서 날 따먹고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갔었는데, 이상하게 언제부턴가 내 방에 오지도 않고 개강한 뒤로도  시선을 자꾸만 피하려고 했다.

“찬호야? 왜 그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실습실에 동기가 별로 없을 때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우리 헤어지자.”

그는 여전히 내 시선을 피하면서 대뜸 이별 선언을 했다.

 나야 좋지만, 이유는 궁금했다.

“갑자기 왜? 무슨 일 있어?”

“...아무 것도 아니야. 이제 2학년이니까, 헌터 훈련도  열심히 해야 하고...”

항상 시끄러울 정도로 기운차던 그가 이상할 정도로 주눅이 들어 있다.

“그래?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나는 별 일 아니라는 투로 대답한 뒤, 실습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오오, 한솜이 기분 좋겠네.>

“하아....당연하지, 그 새끼가 젖꼭지에 구멍까지 뚫어 버렸는데 드디어 벗어났네.”

내가 화장실에서 한참이나 낄낄댄 뒤 마스터가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너무 아쉬운 걸, 이러면 또 새 주인을 찾아야 하잖아.>

“이미 선생님이 있는데? 그리고 너는 왜 나한테  와?”

나는 계속 마음속에 담아뒀던 말을 꺼냈다.

그가 나에게 접촉한 지 거의 1년이  간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는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왜 내가 너랑 만난 적 없다고 생각해?>

엥?

“그럼 내가 만난 사람 중에 니가 있었다는 거야?”

<글쎄, 어떨까 ㅋㅋㅋㅋ>

의심이 가는 사람은 이제 하나밖에 없었다.

병과장.

도찬호나 고기흥처럼 애매하지 않고, 그는 나를 완전히 굴복시켜서 가지고 놀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그에게 유린당하는 것에 더 이상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 외에는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한때는 김주선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점점 마주치기도 힘들었고, 그의 성격상 이런 짓을 하지도 못할  같았다.

마스터는 적극적으로 내게 무언가를 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잔인했다.

도찬호가 내게서 멀어진 것도 마스터가 무슨 짓을 한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지난번 강한철을 이용해서 고기흥을 제거해 버린 것처럼,

도찬호한테도 무슨 짓을 한 게 틀림없다.

지금 마스터가 한 말로 미루어 보면 도찬호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고, 다른 사람을 나에게 붙이기 위함인 것 같았다.

어쩌면 이제 자신이 직접 접근할지도 모르고.



오랜만에 학교 근처 번화가의 어느 빌딩 위에서 야외 노출 미션을 하고 있을 때였다.

드디어 그 일이 터졌다.

방학 때 유미가 했던 말, 기존과 다른 분위기의 아공간 게이트가 관측됐고, 앞으로 새로운 게이트가 열릴지도 모른다던 말.

성장의 기회가 더 많이 열릴 것이고 게이트리움을 주워서 돈도 한  잡을  있으리란 기대에 낄낄댔던.

그러나 차라리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걸 오늘 깨달았다.

보통 아공간 게이트가 열릴 때는 도시 방위군에서 미리 며칠 전부터 좌표를 특정해서 사람들에게 경고를 내려준다.

그리고 게이트가 열리기 몇 시간 전부터는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되기 때문에, 게이트가 열려도 민간인 피해는 거의 없었다.

게다가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도 별 볼 일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방위군의 피해도 별 거 없었다.

그래서 대학생들의 실습 기회로도 써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게이트는 아무런 경고도 없이 갑자기 열렸다.

공간을 잘라버린 듯한 균열 사이로 보이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의 보라색 공간, 그리고 인간처럼 생긴 누군가가 둥둥 날아서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갑자기 번화가 위에 생겨 버린 게이트에 놀란 사람들은 소리 지르며 도망치기도 하고, 웅성거리며 촬영을 하기도 했다.

미친 인간들, 뭐가 튀어나올  알고 저러고 있는 거야. 빨리 도망이나 치지.

나는 약간 남아 있던 야외 노출 미션 시간을 다 채우고 급하게 옷을 챙겨 입었다.

경고도 없고, 방위군의 예측도 피해서 열린 게이트,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나는 언제라도 도망칠 수 있게 퇴로를 확인해두고 게이트와 그곳에서 튀어 나온 인간을 바라봤다.

인간이라고는 했으나, 피부색도 보라색이었고, 뿔도 달려있고, 피부도 인간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인간이라고 하긴 힘들었다.

<뭐하는 거야, 도망 안 칠 거야?>

“잠깐만, 조금만 기다려 보고.”

그 인간 같은 존재는 주변을 둘러보고, 아래에서 웅성거리던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니, 입을  게 아니라 그의 말이 머릿속으로 곧장 박혀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지구의 인간 여러분.”

뇌파를 직접 머리에 쏘아 보내는 듯한 이질적인 목소리에 두통이 생길 거 같았다.

“그동안 여러분들에게 친교 사절단을 여러 번 보냈었는데, 여러분 환대에 감동을 받았는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뭐어? 비꼬는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처음 게이트가 열렸을 때 전 인류가 경악을 했었다. 지금이야  볼  없는 몬스터라고 치부하고 있지만, 헌터 체계가 제대로 잡히기 전에는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상황을 보러 왔는데, 딱히 절 반기는 분위기는 아닌 거 같군요.”

그가 공중 어느 지점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개를 돌려보자 이미 강습 헬기 몇 대가 출격해서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시민 여러분! 실제 상황입니다! 모두 대피하십시오!”

아래에서는 확성기를 든 방위군들이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슈우우욱!

콰아앙!

그리고 사람들이 어느 정도 대피했다는  확인했는지, 헬기에서 미사일 몇 개가 날아와 그 인간형 몬스터에게 명중해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씨발, 나도 도망쳐야 하나.

하지만 조금 더 보고 싶었다. 나는 옥상의 난간에 몸을 숨긴 채로 계속 상황을 살폈다.

“일단 오늘은 대화만 하러 왔으니, 이 정도 무례는 못  걸로 해드리죠.”

하지만 허망할 정도로 멀쩡하게 비웃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지구 점령군 사령관 중 하나 루드밀라입니다. 지구는 이제 저희가 가져가겠습니다.”

미사일이 만든 연기가 어느 정도 걷히자, 그가 신사처럼 정중하게 헬기를 향해 인사를 해보이고는 다시 둥둥 날아서 게이트 뒤로 들어가 버렸다.

휴우.....

다행....인 건가...

나는 긴장이 풀리면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 잠시 뒤,

<유한솜! 대답해!>

“응? 왜 그래?”

<뭐야,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소리야?  계속 여기서 그 이상한 놈을 보고 있었는데?”

<방금 연결이...>

<.....아니야. 일단 오늘은 위험해 보이니까 집으로 돌아가.>

방금 연결 어쩌고 하는 문자가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지워져 버렸다.

혹시 잠깐 동안 훈련 어플이 마비된 건가?

저 게이트 때문에? 아니면 방금 그 인간형 몬스터 때문에?

나는 입에 힘을 꽉 주고 스며 나오려 하는 미소를 억지로 참았다.

이거다.

어쩌면 이 새로운 게이트에 해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선생님에게 잘 보여서 앞으로 새로 열릴 이질적인 게이트들의 작전을 따내는 게 우선이었다.

물론 대학생들의 몫이 주어진다면 말이지.

아직 게이트의 좌표도 예측하지 못하고, 헬기 미사일도 통하지 않는 압도적인 존재마저 확인을 했으니 당분간은 방위군도 철저하게 긴장하고 대비할 것이다.

어쩌면 기존에 있던 실습 수업마저 사라질지도 모른다.

선생님이 그것도 해결해  수 있을까....

나는 그의 자지가 입에 들어있기라도 한 것처럼 혀를 데굴데굴 굴려 보면서, 그를 만족시킬 방법을 궁리했다.


그리고 며칠 뒤, 이게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깨닫게 됐다.

방위군은 아직도 게이트 출현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고, 지난번처럼 번화가에 아공간 게이트가 열렸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랐다.

평소의 게이트처럼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평소의 그것과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수준이 달랐다.

또한 지난번 그 ‘루드밀라’만큼 강하지는 않아도 인간형 몬스터 지휘관들이 같이 출몰했고, 방위군은 그들을 ‘아인종’이라고 명명했다.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곤충의 모습을 닮았고 그동안은 정말 벌레처럼 단순하게 눈앞에 보이는 인간들을 공격할 뿐이었다.

반면 아인의 조종을 받는 몬스터들은 군대처럼 행동하기 시작했고 도시 방위군만으로는 대항하기가 힘든 수준이 됐다.

후우....그럼 가볼까.

나는 학교에 있다가 번화가 쪽에 게이트가 열리는 걸 보고 바로 달려왔다. 상대 아인 지휘관 근처에 자리 잡았고, 기회를 보다가 그와 전투를 해볼 생각이었다.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었다.

너무 오랜만인데 괜찮으려나.

나는 평소 쓰던 헤비 캐논이 아닌 소총을 소환해서 들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는 써본 적이 없었지만 잠깐 가볍게 교전만 하고 이탈하기에는 이쪽이 안전했다.

지지직....

아인종의 근처에 몬스터가 적어진 걸 확인하고 바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예상대로 잠깐 노이즈가 시선을 가리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마스터와의 연결이 끊겼다.

일단 이건 확인 했고.

두두두두두두.....

나는 소총을 그에게 갈기며 빠르게 기동했다. 그가 푸른색 전기 형태의 염파 공격을 내게 쏟아 부었고,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던 염파 형태였다.

나는 목숨을 걸고 계속 뛰어 다니면서 총알을 갈겼지만 그의 염파 방어막을 전혀 뚫지 못했다. 실탄으로도 못 뚫고, 빔으로도 전혀 뚫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내게 염파 방어막 관통 능력이 없어서 그런 거 같았다.

빔조차 뚫지 못하는 강력한 염파 방어막을 가진 몬스터라니,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다. 방위군은 언젠가 이런 몬스터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해서 염파 능력자들도 양성을 하긴 했지만,

나는 그게 훨씬 더 나중일 거라고 생각해서 염파 능력을 키우는 걸 미뤘었다.

그들에게 강력한 염파 차단 능력이 있고, 현재 내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는  확인했다.

염파 차단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물리 면역이라니 사기잖아.

좋아, 일단 확인은 다 했으니 이탈해 볼까.

“어딜 가나 인간.”

쿵!

그러나 내가 그곳을 이탈하려고 하자,  형태의 염파 방어막이 생기면서 내 퇴로를 막아 버렸다.

씨발....

개머리판으로 방어막을 두들겨 봤지만 턱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무의미한 사격을 계속 하면서 시간을 끄는 수밖에 없었다.

틱틱...

기어이 실탄이 다 떨어졌다.

 빔 배터리도 다 떨어질 것이다.

일반 몬스터는 상당수 줄어 있었지만, 아인종을 처리 못하는 한 의미가 없다.

“거기 여성분, 뭐하는 겁니까!”

아아....

나는 희망에 차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방위군 강습 부대가 방어막을 찢으면서 나와 아인종 사이로 떨어졌다.

“사설 헌터? 여기서 뭐하는 겁니까.”

“아, 저, 그런 건 아니고.”

“일단 대피하십시오, 여기는 방위군 작전 지역입니다.”

리더인 듯한 사람이 다급하게 퇴로를 지시해줬다.

나는 재빨리 그 지역을 이탈하면서 아인종을 돌아봤고, 강습 부대원들에게 공격당해서 게이트 너머로 사라져 버리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괜히 작전 지역에 무단 침입했다는 걸 들키면 곤란했기 때문에 몰래 숨어서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매우 희망적이 됐다.  훈련 어플에서 벗어날 방법을 분명 그 아인종들로부터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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