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1화 〉41화 (41/100)



〈 41화 〉41화

철푸덕!!

다음날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펜션에서 보이던 스키장으로 왔다. 그런데 스키장에 놀러가자고 했던 그녀조차 아예 초짜였다.

“하하, 하지만 한  와보고 싶었는 걸!”

그녀가 눈 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은 채로 깔깔댔다.

물론 나도 스키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방금 막 눈에 얼굴을 처박고 넘어진 참이었다.

“야, 우리 차라리 썰매장에 가야 했던 거 아닐까?”

나도 엎드린 채로 낄낄 대면서 말했다.

“거긴 애들이나 가는 곳이잖아. 싫어 난 스키를 꼭 타야겠어.”

그녀는 엉거주춤 다시 일어나더니, 그래도 처음보다는 조금 나은 정도로 미끄러져 나갔다.

그저 미끄러져 나갔을 뿐, 스키를 타는 게 아니었다.

철푸덕!!

그리고 다시 눈에 엎어진 뒤, 뭐가 그렇게 웃긴지 낄낄댔다.

“저기요, 좀 도와드릴까요?”

갑자기 등 뒤에서 남자 목소리가 나는 바람에, 유미를 보면서 낄낄 대다가 깜짝 놀랐다. 해수욕장에서의 경험 때문인지, 순식간에 내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며 바짝 긴장되기 시작했다.

“아, 아니요. 저희들끼리 놀 거예요.”

내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게 나에게도 느껴질 정도였다.

상대는 남자 두 명이었고, 전의 그 건달들과 달리 생글생글 웃고 있어서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움츠러드는  어쩔 수 없었다.

“야, 괜히 기분 잡치게 하지 말고 저리 가.”

어느새 스키를 풀어 버리고 유미가 내 옆에 와 있었다. 그녀는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험악한 얼굴을 하고 남자들을 쏘아봤다.

“너무 그러지  유미야.”

나는 해변에서 당했던 걸 떠올리며, 그녀를 말렸다.

“하하, 죄송합니다. 괜한 참견이었네요.”

그들은 멋쩍게 웃어 보이고는 근사한 솜씨로 스키를 타고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넌 무섭지도 않아? 그러다가 해코지라도 당하면 어떡해.”

“지까짓 것들이 해봤자  하겠어.”

유미가 멀어져가는 남자들을 향해 중지를 연신 날려대며 낄낄댔다. 그리고는 잔뜩 긴장해 있는 내 얼굴을 확인하고는, 내게 팔짱을 꼈다.

“걱정 마, 한솜이 너는 내가 지켜줄 테니까.”

그 뒤로도 남자 몇 명이서 찝쩍대는 걸 몇 번이나 유미가 물리치면서 스키를 타는 건지 눈을 먹는 건지 모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야....손가락 하나 꼼짝 못하겠다.....”

“나도....”

우리는 저녁이 되기 직전에서야 숙소로 돌아왔고, 계속 넘어지고 추웠던 탓에  몸의 근육이 뻐근했다.

“조금만 쉬다가 또 온천에 갈래?”

유미가 천장을 보면서 말했다. 나는 괜히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약간 기분이 좋아졌다.  매력적인 몸이었지. 유미의 알몸도 다시 한   보고 싶었다.

“그리고, 혹시 한솜이 너 병과 바꿀 생각은 없어?”

유미가 내 쪽으로 몸을 굴리더니 물었다.

“무슨 병과로?”

“소드 헌터로 와. 그러면 졸업 후에도 나랑 같이 다닐  있을 텐데. 어쩌면 졸업하고 같이 사설 자경단을 만들 수도 있고. 히히.”

“사설 자경단을 만들 거면 둘이 같은 병과면 안 되지.”

나는 픽 웃어버리면서도, 그녀와 같은 과로 옮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1학년 때 헤비 캐논을 SS등급으로 올리고, 2학년  다른 병과로 옮기는 게 맞았다.

훈련 어플 때문에 그것도 방해를 받고 있는 거지.

그녀가 말한 소드 헌터도 썩 나쁘지 않았다. 사격 계열만 올리는 것보다 근접 계열도 하나 마스터를 해두는 게 좋을 것이다. 또한 그녀처럼 사람간의 자기방어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말이다.

하지만 모두 꿈같은 이야기다.

헤비 캐논을 마스터하기는커녕 내 마음대로 병과를 옮길 수도 없는 처지이니,

“병과를 옮기는 건 곤란하고, 수업은 같이 들을  있을 것 같은데.”

내 말에 그녀가 약간 실망한 듯했다.

“그래? 그럼 어쩔  없지. 대신 내가 개인 교습 해줄게.”

“에엥? 그럼 나야 고맙긴 한데, 난 너한테 해줄  있는 게 없어.”

그러자 갑자기 그녀가 날듯이 내 침대로 튀어 올라서 내 위로 올라탔다.

“그럼, 한솜양 몸으로 갚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더니 내 팔까지 잡고 꽈악 안아서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마구 비비기 시작했다.

“꺄아악! 뭐하는 거야! 놔!”

그녀가 전력으로 날 붙잡고 있어서 손을 뺄 수가 없었고, 야릇한 기분이 올라올 때까지 가슴팍을 그녀에게 허락해야 했다.

“하아....하아....진짜 힘만 존나 쎄네....”

그녀가 좋을 대로 마구 비빈 뒤에야 날 풀어줬고, 가뜩이나 지쳐있던 상태에서 더 지쳐 버렸다.

“히히, 내가 잘 가르쳐 줄게. 그럼 도찬호 같은 놈한테 빌붙지 않아도 될 거야.”

그거 때문이었구나.

나는 유미가 생명의 은인이라도 되는  같은 고마움을 느꼈다.



“하아....며칠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온천물에 온 몸을 푸욱 담근 채로 말했다.

“내년에 또 오면 되지 히히, 게이트가 더 많이 열릴지도 모른다고 하니까 게이트리움 착실하게 주워서 팔면 한 달 내내 놀  있지 않을까.”

“내년 게이트리움은  내 거야.”

두 번째인데도 전혀 질리지 않고 온천욕을 한참이나 즐긴 뒤, 유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너무 더워서 방에 들어가 있을게. 맥주  사올 테니 기다리고 있어.”

“그래.”

나는  늘어진 채로 대답했다.

탕에는 나 하나뿐이었고, 한적한 분위기마저 날 들뜨게 만들었다. 그녀가 나간 뒤 한참이나 지나서 나도 밖으로 나왔다.

머리 말리는 거 너무 귀찮아.

나는 긴 머리를 대충 수건으로만 탁탁 치고 복도를 걷는데, 반대쪽에서 남자 두 명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를 본 건 아니었지만 난 괜히 움츠러들면서 걸음이 느려졌다.

“오? 온천 다녀오시나봐요?”

그리고 그들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살갑게 인사를 해왔다.

“아, 네.”

“어제부터 계신 거 같던데, 언제까지 있어요?”

“내일 돌아가요.”

“에이, 언제 한 번 같이 놀자고 말 한 번 걸어보려고 했는데 너무 아쉽다. 그럼 오늘 밤이라도 같이 놀래요? 친구도 있던데 두 명씩 짝도 맞구요.”

갑자기 두 남자가 나를 감싸듯이 막아섰고,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유미는 벌써 방에 들어가 있는 걸까. 혹시라도 복도를 지나가 주지 않을까.

“아, 아니요, 그냥 저희끼리 놀 거예요.”

“에이, 너무 빼지 말고.”

그리고 한 명이  손목을 잡았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으윽....술냄새....

남자들은 이미 진탕 취해 있었다.

“소, 소리 지를 거예요!”

“재미없게 너무 튕기네, 그냥 술이나 좀 마시자는데 왜 그렇게 빼.”

으읍!!

내가 소리를 지르려고 하자, 사내  명이 내 입을 막아 버렸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덜덜 떨면서 몸부림을 치려고 했지만, 나보다 힘이 센 사내  명에게 저항하는  불가능했다.

“씨발, 진짜 말이 안 통하네. 딱 봐도 걸레 같이 생겼구만.”

사내들은 나를 꽈악 붙들고 주변을 둘러보더니, 온천 쪽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야, 얘 입 막을 거 없나 찾아봐.”

“얘 바지 벗겨 버려.”

 명이 내 입과 상체를 잡고, 다른 한 명이 내 바지와 팬티를 벗겨 버렸다. 입에  팬티가 쑤셔졌고, 수건으로 재갈을 만들어서 묶어 버렸다.

“그러니까 좋게 말할 때 그냥 같이 놀았으면 좋았잖아.”

남자들은 낄낄대면서 나를 마저 알몸으로 만들었고 온천탕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여기는 아무도 안 올 걸.”

그들에게 끌려온 곳은 가족용 혼탕이었다. 대충 펜션에 묵고 있는 팀 중에는 가족도 없었고, 혼탕에 올 만한 팀이 없다는  나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탕 안으로 끌려 들어가서,  명은 뒤에서 나를 안고, 한 명은 내 앞에 자리 잡은 뒤 내 몸을 마구 만져댔다.

“이야, 몽글몽글 기분 좋네.”

사내들이 부드러운 내 가슴의 감촉을 느끼며 감탄했다.

“이  벌써 젖어 있잖아? 너도 좋으면서 왜 튕긴 거야.”

뒤에서 나를 안고 있던 사내가 내 보지를 만져보고는 내가 이미 젖어 있다는 걸 눈치 챘다.

그들에게 손목을 잡히고 옷이 벗겨지고 있을 때 이미 내 운명을 예측한 보지는 진작부터 젖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으으읍.....

나는 신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사내들은 마음껏  몸을 만지작거리다가 앞뒤에서 내 구멍들을 자지로 관통해 버렸다.

보지와 항문이 동시에 열린 느낌이 어색하고 불쾌했다.

나는 이미 저항하기를 포기하고 팔도 사내의 어깨에 얹은 채로, 그들이  구멍을 잔뜩 사용하는  놔두고 있었다.

온천물의 뜨거운 열기와 그들이 주는 쾌감이 한데 어우러져서 마치 강한 술에 흠뻑 취한 것처럼 몽롱하게 됐다.

흐으응....흐응....

그들은 내가 저항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내 입에 물려놨던 재갈을 풀어주고 신음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흐윽.....으윽....그만해주세요....”

“그만 하기는 씨발년아, 너도 즐기고 있잖아.”

“아니에요....이제 그만....”

물속에서 한참동안 보지와 항문을 같이 범해지다가, 그들은 질렸는지 나를 밖으로 꺼냈다.

그리고 날 개처럼 엎드리게 한 뒤, 앞뒤에서 내 입과 보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거의 탈진한 상태로 그들의 자지를 계속 받아야 했고, 결국 두 명 모두에게 자궁 깊숙이 정액을 사정당하고 말았다.

“하아....하아....”

“야, 일어나. 니 친구한테 가야지.”

내가 축 늘어져 있자, 그들이 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고, 강제로 옷을 입게 만들었다.

나를 그냥 풀어주는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유미까지 범하려는 것이었다.

“안 돼요....유미는 그냥 놔주세요....차라리 제가 더 할게요....”

“너 하나로는 부족해.”

나는 끌려가면서도 애원했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

이들은 이미 우리 방의 정확한 위치까지 알고 있었다. 우리가  명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던  보니, 이런 짓을 할 기회만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내 주머니를 뒤져서 열쇠를 꺼냈다.

“안 돼요....제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 나오며, 방 안에는 들리지 않도록 사내들에게 빌었다. 하지만 열쇠가 문에 들어가고, 이윽고 문이 열렸다.

제발....유미가 없기를....

하지만  바람이 무색하게 그녀는 속옷 차림으로 완전히 무방비하게 티비를 보는 중이었다.

“니들 뭐야?”

그녀는 내가 돌아온  알고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가, 나를 붙잡고 있는 사내들을 보고 인상이 구겨졌다.

“도망쳐 유미야!!”

“야, 쟤도 잡아.”

나를 잡고 있던 사내가, 다른 사내에게 명령했고, 그는 낄낄대면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안 돼! 유미야 도망쳐!”

쾅!

어?

그러나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그녀가 능숙하게 몸을 빙글 돌리더니 발로 달려들던 사내의 머리를 까버렸다.

사내는 이미 맞을 때부터 정신을 놓아 버린 것처럼 바닥에 처박힌  전혀 움직이질 못했는데, 그런 그의 명치를 유미가 콰직 밟아서 마무리를 해버렸다.

“오, 오지마!”

나를 붙잡고 있던 사내는 당황해서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지만, 유미의 주먹이 그의 면상에 꽂히는 게  빨랐다.

유미는 쓰러진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뒤꿈치로 찍으면서 죽여 버릴 것처럼 때렸고, 내가 말리고 나서야 겨우 떼어낼 수 있었다.

“유, 유미야! 그러다 죽겠어!”

“이거 놔! 죽여 버릴 거야!”

엄청난 소란이 일어난 탓에 다른 방 손님들까지 튀어 나오고, 펜션 관리인까지 와서 상황을 수습했다.

“치안대 정말  불러도 되겠어?”

남자들과 함께 우리도 관리실로 끌려 왔고, 유미가 답답하다는 듯이 내게 연거푸 되물었다.

“으응... 아무 일 없었어. 복도에서 잡혀서 방으로 끌려 온 거야. 그냥 조용히 끝내자....”

내가 범해졌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할 수가 없다. 그들이 스스로 자백해주는 수밖에 없는데, 그럴 리가 없고. 내가 신고는  해도 유미가 신고를 해줄 수는 있지만, 오히려 저 남자들이 발뺌을 해버리고 내가 입을 다물어 버리면 매우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다.

“그래도 저 새끼들한테 본때를 보여줘야지!”

그녀가 손가락질을 하면서 화내자,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사내들이 흠칫 놀라며 눈을 내리 깔았다. 겨우 몇  맞았을 뿐인데 얼굴이 말이 아니다.

답답한 건 나도 마찬가지다.

결국 한참이나 유미가 그들을 죽일 것처럼 화내고, 치안대에게 신고하자고 나를 들들 볶은 뒤에야 사내들이 맞은 것에 대해 감수하고 펜션에서 쫓겨나는 걸로 끝냈다.

펜션 관리인은 우리도 당장 쫓아내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피해자한테까지 차마 그러지는 못하는 듯했다.

“도대체  그러는 거야?”

우리는 좋았던 기분이 모두 엉망이  버린 채로 침대에 누웠다.

그녀도 이쯤 되면 내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챘을 것이다.

“사정이 있어서 치안대에 신고할 수가 없어....미안해...”

“....너무 이상해....왜 그렇게까지 혼자 다 해결하려고 해?”

“....”

나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녀의 말에 여러 가지 대답이 떠올랐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남자 시절에는 모든 일을 나 스스로   있다는 자만 같은  있긴 했다. 실제로 그러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혼자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없는 몸이 됐고, 좆같은 일들이 잔뜩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다.

너무 무력하다.

오히려 지금은 모든 일을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나는 우리가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유미가 잔뜩 실망한 채로 나로부터 몸을 돌려 버렸다.

그녀의 등을 보는 게 너무 힘들다.

나한테 실망한 사람을 견딜 수가 없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우물쭈물 하다가 그녀의 침대 쪽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슬며시 그녀의 배를 감싸 안으며 등에 이마를 댔다.

“미안해...언젠가 모든 걸 다 말할 수 있을 거야....그러니 지금은 날 버리지 말아줘....”

나는 진심으로 울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 칠흑같이 암울한 미래를 혼자 견뎌내야 할 불안에 눈물이 흘러 나왔다.

그러자 그녀가 다시 몸을 돌려서 나를 안아줬다.

“바보야, 내가   버려. 지금은 조금 밉지만, 우리는 쭈욱 친구야. 그러니 뚝 그쳐.”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으아앙 하고 애처럼 울음을 터뜨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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