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37화
“좋아, 그럼 방학 끝날 때까지 잘 기다리고 있어.”
나는 도찬호의 앞에서 무릎 꿇은 채로, 입을 벌리고 있다. 나는 그가 싸놓은 정액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드디어 1학년 마지막 테스트가 끝났다.
천만 다행으로 아직 1등 성적을 지켜냈지만 도찬호의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그와 나의 격차가 줄어 있었다.
이대로라면 2학년 1학기 때 그에게 완전히 추월당해 버릴 것 같았다.
꿀꺽....
나는 우울한 심정으로 정액을 삼켰다. 벌써 얼마나 그의 정액을 삼키고 자궁으로 받아낸 건지, 처음에는 너무 역겨워서 대단한 각오를 해야 겨우 조금씩 삼킬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단순히 비린 음식 정도의 느낌이 됐다.
내가 우울한 건 그에게 완전히 굴복해서 정액이나 삼키는 신세가 됐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강한철이 말했던 것처럼 나는 다른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여자의 몸을 남자들에게 열어주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게 계속 내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어쩌면 내 그런 점이 타인과의 거리를 전혀 좁혀주지 못하고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1학년이 끝났다.
하지만 나를 불쌍하게 여겨서 도와주기 위해 접근한 유미를 빼고는, 친구랄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학년 초에는 나를 추켜 세워주던 남자들이 있었지만, 이제 내가 여자가 돼 버리고, 도찬호가 내 에이스 자리를 뺏을 기세로 빠르게 성장하자 모두 그에게로 가 버렸다.
나는 그저 남자들의 눈요기감밖에 안 될 뿐이었다.
그나마 남아있던 에이스로서의 자존감마저 도찬호에게 뺏긴 것이다. 그리고 내년이 되면, 방학동안 훈련을 해온 그에게 1등 자리를 뺏길 것이고,
그리고 나는 그의 노리개나 돼 있을 것이다.
지난번 알몸 코트 신세로 번화가를 돌아다닌 뒤, 그는 몇 번 더 나를 그렇게 데리고 다니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절정을 당하게 만들었고, 이제는 그가 주는 쾌락에 흠뻑 중독돼 버렸다.
“방학 동안에는 안 올 거야?”
내가 우울한 표정으로 물었다.
“글쎄, 한 번 정도는 올지도 모르지.”
이젠 그도 나에게 흥미가 많이 떨어졌는지, 학기 중에도 내 집에 잘 찾아오질 않았었다.
“귀찮게 하지 말고 집에 잘 처박혀 있어, 2학년 시작하면 또 잘 써줄 테니까.”
“그래....기다리고 있을게....”
그는 평소처럼 무심하게 화장실을 나서 버렸다.
나는 정액투성이가 돼 버린 입을 몇 번이고 물로 헹군 뒤, 옷에 정액이 튀지는 않았는지 확인한 뒤 후문으로 갔다.
유미도 방학 중에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오늘 1학년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하아....
나는 입에서 정액 냄새가 날 까봐 몇 번이고 내 입냄새를 맡아보면서 확인했지만, 그래도 뱃속에서 자꾸 냄새가 올라오는 거 같아 불안했다.
그렇다고 유미와의 약속을 취소해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오늘 못 보면 방학 끝자락에나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여기야 한솜아!”
우리가 만날 때는 항상 그녀가 나를 먼저 발견했다. 나는 아무리 잘 살펴도 그녀를 잘 찾을 수가 없었는데 그녀는 용케 잘도 찾았다.
“니 가슴이 좀 커야 말이지. 히히.”
“뭐? 가슴 보고 찾는 거야?”
그럼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의 가슴부터 보고 있는 건가.
우리는 근처에 있던 일식 돈카츠집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겨울 방학 때 놀러갈 여행 장소를 벌써 잡아 놨다.
“여기 좀 봐, 숙소를 여기로 잡고, 여기 만두가 맛있대, 여기랑 여기랑 가면 될 거 같아.”
그녀가 핸드폰으로 지도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만두 먹으러 거기까지 간다고?”
“겸사겸사 먹는 거지 히히, 소문난 맛집이래.”
그녀는 그밖에도 가보고 싶은 곳을 당일 상황을 봐서 가보자며 여행 예정지를 여러 개 찍었다. 몸이 열 개 있어도 모자랄 정도로 엄청나게 찍어대는 걸 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입에 미소가 생겼다.
“야, 너무 많은 거 아냐? 그 중 하나만 가자.”
그녀가 멈출 생각도 없이 설명을 계속 하고 있자, 내가 빵터지면서 말렸다.
“에엥~ 젊으니까 다 갈 수 있어. 그리고 여기 좀 봐봐, 여기 펜션에 온천이 있대, 나는 죽어도 여길 가야겠어.”
“꽤 비싸 보이는데 괜찮겠어?”
“뭐 어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가보겠어.”
그래, 이럴 때가 아니면 가볼 일이 없겠지. 내가 여자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녀와 커플이었으면 더 좋았겠지.
그래도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대로 헤어지기 너무 아쉽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뒤 그녀가 말했다.
“아주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뭘 그래.”
“넌 나랑 헤어지는 게 아무렇지도 않아? 한솜이 실망인데?”
“아냐, 사실 나도 헤어지기 싫어 히히, 아니면 방학동안 내 방에서 같이 살래?”
내가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유미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주무르려는 것처럼 꼼질꼼질거렸다.
“한솜씨, 그렇게 함부로 다른 사람을 집에 들였다가 무슨 꼴을 당하려고 그러시나~”
“야아! 밖에서 그러지 마!”
나는 낄낄대면서 가슴을 가렸다.
“호오, 안에서는 해도 된다는 말이군요 한솜군. 기대되는 여행이 되겠어.”
그녀가 여전히 음흉하게 웃으면서 내게 달라붙었다.
“잠, 잠깐만, 떨어져, 하하하, 간지러워!”
그녀는 한참이나 나한테 달라붙어서 옆구리를 간질이다가 떨어져 나갔다.
“하아...하아....배 찢어질 거 같아...”
내가 너무 웃어서 아픈 배를 잡고 말했다. 그녀도 나와 같이 웃어대느라 지쳐 있었다.
“한솜아, 우리 저거 해볼래?”
그녀가 가리킨 건 펀치 머신이었다. 이따금씩 술 취한 학생들이 두들겨 패고 있는 건 본 적 있지만, 직접 해본 적은 없었다. 주먹질이나 하고 좋아하는 건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 여기 도찬호 얼굴.”
그녀가 샌드백을 잡아서 내려준 뒤, 염파 능력으로 도찬호의 얼굴 홀로그램을 샌드백 앞에 띄웠다. 이 정도는 간단한 염파 능력만 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야아, 이게 뭐야, 이러다 누가 보면 어떡해.”
하지만 나는 이미 그 자식 얼굴을 때릴 생각에 잔뜩 기대 중이었다.
쿵!
난생 처음 때려보는 펀치 머신, 그런데 생각보다 기분이 상당히 상쾌했다.
남자일 때도 이건 때려본 적이 없었다. 그냥 어린애들 장난처럼 유치했고, 술에 취해서 기계나 패는 사람들이 한심하게 보였었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진짜 도찬호를 때리는 것도 아닌데 주먹에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과, 샌드백과 철판이 부딪히면서 내는 시끄러운 소리가 통쾌한 기분이 들게 했다.
“에엥~ 한솜이 센 척은 다 하는데 주먹은 형편없잖아.”
씨발....999점 만점인 기계인데, 573점밖에 안 나왔다.
대충 지나다니다 보면 다른 사람들은 800점 근처로 나오던데, 계속 헬스를 하며 완력 훈련을 했는데도 아직 한참 멀었다.
“기다려봐, 한 번만 더 해보자.”
나는 자존심이 상해서, 다시 심기일전해서 때렸지만,
‘542’
더 떨어졌다.
옆에서 유미는 배를 잡고 웃겨 죽으려고 하고 있었다.
쾅!
나는 괜히 화풀이로 기계를 발로 차 버렸다.
씨발.....아오....아파라....
그런데 오히려 내 발만 아플 뿐이었다.
“비켜봐, 이 언니가 제대로 보여줄게.”
그녀도 내가 할 때처럼 샌드백 앞에 도찬호의 얼굴을 띄우더니, 매우 능숙하게 주먹을 날렸다.
텅!
드르르르륵 하면서 숫자가 계속 올라가더니, 912점에 멈춰 버렸다.
“와우....”
이미 그녀가 싸움을 잘한다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남자들도 900점을 넘기는 걸 보기 힘들었다.
“어때? 이 정도는 해야지.”
유미가 거만한 얼굴로 날 바라봤고, 나는 졌다는 듯이 두 손바닥을 올려 보였다.
“그래, 대단하네, 어떻게 그렇게 힘이 센 거야.”
“어릴 때부터 이거 하나만 죽어라 팠거든. 소드 헌터 말이야.”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약간 시무룩해졌다.
“한솜이 너는 개성 있어? 얼마나 좋아?”
그녀가 내게 물었다.
“응, 나는 꽤 쓸 만한 걸로 개화했지, 고등학생 때.”
“역시 그렇구나...대부분은 고등학생 때나 대학생 초반에 개화한다던데, 나는 아직도 안 생기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우울해졌다.
“그래도 개성도 없이 이 정도면 대단한 거지! 너도 곧 생길 거야. 걱정 마.”
“그랬으면 좋겠다. 요즘 다른 애들에 비해 뒤처지는 거 같아서 불안해.”
“잘 될 거야.”
그녀가 힘겹게 미소를 짓고는, 내게 팔짱을 꼈다.
“이제 치즈케이크 먹으러 가자.”
“또 먹어?”
“그 정도는 디저트지.”
다시 쾌활해진 그녀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1학년 마지막날을 보냈다.
마지막까지도 나와 헤어지기 싫어하던 유미를 보낸 뒤, 나는 집으로 바로 온 것이 아니라 학교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가 향한 곳은 교수 연구동이었다. 그곳에 병과장이 큰 손가방을 바닥에 놓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왔구나, 친구랑은 잘 보냈니?”
“네. 할 일은 다 했어요.”
“그래, 이제 가자.”
다름 아니라 병과장이 내 집으로 오기로 한 것이다.
“뭐하세요?”
그가 들고 있던 가방에는 나에게 쓸 온갖 장난감이 들어 있었는데, 그는 도착하자마자 내 방 구석에 핸드폰용 삼각대를 설치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내 핸드폰이 설치됐다.
“앞으로 한 달 동안 한솜이 조교하는 걸 찍을 거야. 니 핸드폰으로.”
“왜 선생님 게 아니라 제 걸로 하는 거죠?”
“그야 한솜이를 내 걸로 만들려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한솜이가 훌륭한 여자가 되도록 도와주려는 거기 때문이지.”
“.....”
이 자는 진심으로 모든 여자가 남자의 소유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동안은 단순히 나를 자신의 입맛에 맞는 노예로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스러웠다.
진짜로 교육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촬영 준비가 끝난 뒤, 나는 알몸인 채로 핸드폰 앞에 섰다. 그리고 도찬호에게 당했던 것처럼 왼쪽 젖꼭지에 명찰이 달렸다.
그가 했던 것처럼 그냥 옷핀을 사용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니플 클램프를 사용해서 명찰을 달았다.
지난번 더블 클립에 젖꼭지를 물렸을 때는 너무 고통스럽기만 했었는데, 니플 클램프는 적당한 자극을 주면서 간질간질한 감각을 불러왔다.
“안녕하세요, 유한솜입니다. 오늘부터 선생님께 한 달 동안 쓸모 있는 여자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 보지를 벌리며 녹화중인 내 핸드폰에 대고 말을 이었다.
“이 미숙한 보지를 선생님께서 개발해주실 겁니다.”
다음으로는 뒤로 돌아서 엉덩이를 들고, 스스로 벌려서 항문을 보였다.
“그리고 뒷보지도 선생님께서 개발해주시기로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는 처음처럼 무릎을 꿇고 침대 위에 앉았다.
“이제 뭘 해야 하죠 선생님?”
그는 내게 다가오더니, 팔을 뒤로 돌려서 묶기 시작했다. 단순히 줄을 이용해서 묶는 게 아니라, 가죽 수갑을 채우고 그 위에 가죽 구속구로 덧대어서 묶기까지 해서 완전히 팔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구속구가 어깨를 강제로 펴게 만들었기 때문에 가슴이 더욱 부각돼 보였다.
흐읏....
그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내 가슴을 쓰다듬고, 내 젖꼭지를 간질여서 단단한 젖꼭지의 감촉을 만끽했다.
“좋아, 일단은 니가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부터 깨닫는 거란다.”
그는 한 달 동안 이 방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걸 찍을 거라고 했다. 단순히 물을 마시는 거부터 시작해서, 그에게 교육당하는 것까지 하나하나, 그것이 내 모습을 알게 해줄 거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