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25화
내 옷차림이 바뀌자, 마치 어제 있었던 일은 아예 잊어버린 것처럼 동기들의 시선이 다시 음흉하게 바뀌었다.
겨우 옷차림 하나만으로 이런 식으로 대접이 달라지다니.
아니, 겨우 옷차림이라고 치부해버릴 정도는 아니지.
그 둔한 도찬호조차도 내가 시선을 느끼면서 젖꼭지를 발기시키던 걸 눈치 챘을 정도다. 이미 동기 중 대부분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옷차림이 바뀐 게 아니라, 평범한 옷에서 반나체로 바뀌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럴 만한 반응이다.
흐으응....하으응....
어디선가 가느다란 여자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질리지도 않고 규태 자식이 또 과방에서 야동을 쳐 보고 있다.
음?
잠깐 규태가 나를 쳐다보는 거 같았고, 나와 눈이 마주치니까 고개를 갸웃하는 느낌이 들었다.
불안한 느낌이 든다.
“또 야동 보냐?”
내가 슬그머니 다가갈 때까지도 규태는 핸드폰을 끌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가 야동을 보다가 나에게 보여주는 일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로는 꺼려하지 않았다.
“여기 어딘지 알겠어?”
규태가 영상을 내게 보여주며 물었다.
아앗!!....
여긴 지난번 자위하다가 김주선에게 들킨 그 계단이었다. 영상 안에는 얼굴이 모자이크로 가려진 내가 자위하는 대 흠뻑 취해서 딜도로 보지를 쑤시고 있었다.
“이거 학교 근처였던 거 같은데, 어디였는지 기억이 안 난단 말이지.”
“이런 계단이 한두 군데냐.”
“뭐, 그렇긴 한데. 어쩐지 낯이 익어서.”
“여자가?”
“아니 이 계단이.”
그럴 것이다. 그때 김주선이 밥을 먹으러 갔던 것처럼, 몇 번 정도는 그곳에 가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을 테니 계단의 모습까지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겠지.
“지난번부터 계속 우리 학교 자위녀라고 올라오는 이 여자, 모두 똑같은 사람인 거 같지 않냐?”
규태가 나에게 물었다.
씨발 당연하지, 죄다 나니까.
“한 명이면 어떻고 여러 명이면 어때, 이런 것 좀 그만 봐라.”
“아니, 잘 봐봐. 가슴 모양도 항상 비슷하고, 보지 모양도 항상 비슷하거든, 목소리는 잘 모르겠지만.”
그 자식이 영상 안의 보지를 확대해서 내게 보여줬고,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끼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래서 한 명이면 어쩌게?”
“어쩌긴, 맨날 자위만 하는 거 같으니 한 번 만나보려고 하지.”
“그래서 한 번만 대주라고 하게?”
“왜, 그러면 안 돼?”
“존나 너한테 잘도 대주겠다.”
“이런 치녀한테는 또 모를 일이지, 아, 어디였지. 기억이 날랑말랑 한데.”
그가 몇 번이고 내 자위 영상을 돌려보는 걸 보니 묘한 기분이 들어서 과방을 나와 버렸다. 분명 그 자식 말고도 동기 중에 상당히 많은 수가 내 영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행히 도찬호는 화가 어느 정도 풀렸는지, 수업과 훈련에 푹 빠져서 내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면서도, 마음 속 한 구석에는 약간 서운하다는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여자가 된 뒤로도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해주는 사람이 없단 말인 건지.
물론 나는 그 감정을 눈치 채자마자 억지로 없애버리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잘 안 됐다.
심지어 오늘은 도찬호가 나를 사용하는 것조차 잊어버린 건지, 공원에 앉아서 그를 기다리는데 오질 않았다.
퉁! 퉁!
“야! 패스해!”
가까운 농구 코트에서 우리과 학생 몇 명이서 농구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도찬호가 그냥 가버린 거 같아서 시간이나 때울 겸 옆에 앉아서 그들을 구경했다.
멍청한 새끼, 거기서는 드리블해서 들어갔어야지.
1학년 초에는 나도 이 자식들이랑 농구를 자주 했었다. 하지만 여자가 된 뒤로는 시도해 볼 엄두조차 나질 않았다.
남자일 때는 내가 키도 큰 편이고 덩치도 좋고 힘도 좋았기 때문에, 시원시원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키도 조막만해진 대다가 힘도 없으니 어떻게 될지 너무 뻔했다.
부럽다.
그래도 하고 싶은 건 하고 싶은 거다.
여자가 된 뒤로는 저렇게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는 스포츠나 놀이를 해본 적이 없다.
굳이 격렬하게 움직이는 걸 찾아보면 섹스 정도....
헤비 캐논은 묵직하고 폭발도 시원시원했지만, 정작 사격하는 사수 본인은 굉장히 정적인 무기였기 때문에, 저런 식으로 몸을 움직이는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을 얻을 수 없었다.
“아아, 아깝다.”
한 세트가 끝났는지 남자들이 공을 챙겨서 내 근처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한솜이도 와 있었네.”
“재밌어 보이네.”
“다음 판에는 너도 낄래?”
나는 잠깐 주저했다. 끼고는 싶지만 과연 이 몸으로 버틸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게다가 기존에 플레이 하던 스타일이랑은 완전히 다르게 해야 할 것이고 말이다.
“야, 한솜이한테는 너무 위험하지 않냐. 다치면 어떡해.”
“에이, 그래도 한솜이 깜냥이 있지, 농구도 우리 중에 제일 잘했잖아.”
“그래도 지금은 다르잖아.”
이 자식들 말을 듣고 있으니 괜히 우울해지기만 한다.
그래 너무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걸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럼 조금만 해볼게. 정 안되면 어쩔 수 없지 뭐.”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마스터로부터 메시지가 떴다.
<화장실로 갈 것.>
응? 무슨 일이지.
어차피 한참 쉰 뒤에나 시작할 거 같기에 그들에게 말하고 화장실로 왔다.
<오오 한솜이 농구하는 모습 오랜만에 보겠네. 그런데 그 전에 준비를 좀 해야지.>
“무슨 말이야?”
<비싼 팬티가 망가지면 안 되니까 벗어두는 게 좋지 않을까?>
“무, 무슨 소리야!”
<내가 훈련 어플을 만들 수는 있지만, 돈을 그렇게 펑펑 쓰지는 못하거든, 너도 알겠지만 그 팬티 꽤 고급이라서 농구하다가 끊어져 버리면 곤란하잖아. 그러니까 벗고 하자.>
“그러면 다 보여 버릴 텐데!”
<뭐 어때, 너랑 놀아주는데 그 정도 서비스는 해줘도 되지.>
“시, 싫어, 그럼 차라리 농구도 안 할 거야.”
<에이, 왜 그래, 그럼 농구하라고 미션이라도 걸까?>
으윽....그럼 중간에 빠져 나오지도 못하잖아.....
“아냐....니 말 들을게....”
나는 조심스럽게 팬티를 벗은 뒤 주머니에 넣었다.
속이 다 비치는 탓에 원래부터 입으나마나 한 팬티였었지만 그래도 아예 없어버리니 허전함과 공포감이 장난 아니었다.
“어 왔다.”
내가 돌아오자 벌써 다시 뛸 준비를 마치고 몸을 풀고 있었다.
미친놈들 체력이 남아도는구나. 나는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찬데....
“그럼 한솜이가 가드 하면 되겠네.”
“아...나 가드는 한 번도 안 해봤는데 괜찮으려나.”
“괜찮겠지 뭐.”
나는 시험 삼아 농구공을 조금 튕겨보고, 드리블도 해봤다. 다행히 운동 감각이 날아가 버린 건 아니라서 예전처럼 움직일 수는 있었다.
공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는 것만 빼면 꽤 그럴싸하게 폼이 나왔다.
“오오 역시 한솜이 클래스 어디 안 간다니까.”
“좋아, 시작하자.”
나는 어쩐지 기분이 좋아져서 펄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가드는 처음이지만 그래도 경기 흐름을 보는 눈은 남아 있었기 때문에 초반은 어느 정도 무난하게 리드할 수 있었다.
으윽....역시 크다....
하지만 점점 상대팀이 나한테 밀착해서 수비를 하기 시작하자, 나보다 키도 크고 어깨도 넓은 사내로부터 느껴지는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공 돌려! 한솜아 공!”
상대팀이 내 플레이에 익숙해지고 내가 위축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흐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내가 키가 작다보니 공이 나한테 오면 공을 뺏길 위험이 컸고, 점점 패스를 받기도 힘들었다.
하아....하아...벌써 지친다....
“움직여, 야 움직여!”
우리 팀 한 명이 공을 드리블하면서 빈자리를 찾고 있었지만, 나와 다른 팀원 한 명, 둘 다 수비를 제치지 못하고 외곽을 빙빙 돌았다.
그리고 이런 답답한 상황이 오면 내가 자주 쓰는 전술이 있었다.
나는 공을 들고 있는 놈한테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그의 뒤로 지나갔다. 이러면 상대 수비수들끼리 몸이 꼬였고, 나는 다시 반대쪽으로 뛰어서 골대로 향했다.
“컷인! 컷인 줘!”
내가 돌아보면서 소리쳤고, 수비수를 완전히 제친 채로 공을 받았다.
좋아 이대로 날아서 덩크를!....
아아....
나는 습관대로 높이 점프를 했지만, 골대까지는 택도 없었다.
“어어! 위, 위험해!”
나는 공을 든 채로 부웅 날아서 반대편에 서 있던 상대 팀원 위로 그대로 날아가 부딪쳤다.
“꺄아악!”
순간 상대방이 나랑 부딪친 뒤, 나를 받아주려고 내 몸을 잡는 게 느껴졌지만, 너무 세게 날아들었기 때문에 둘 다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한솜아! 괜찮아?”
크으.....아파라.....
말랑말랑한 이 몸은 이정도 떨어진 걸로도 무릎이니 팔꿈치니 박살난 것처럼 아파왔다.
“한솜아! 옷! 옷!”
갑자기 남자들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날 불렀다.
으으으...뭐야....
힘겹게 몸을 돌려서 위를 바라봤는데, 남자들이 내게 손짓을 하며 갑자기 내 시선을 피해 버린다.
“야! 빨리, 옷!”
나는 그들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자, 나랑 부딪쳤던 놈이 내 바지를 꽈악 움켜쥐고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 바지는 내 발목까지 내려가 있었다. 민둥민둥한 보지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으! 꺄아앗!”
나는 다급하게 사타구니를 손으로 가리며 바지를 뺏으려고 했지만, 이 자식 머리를 땅에 부딪쳐서 실신했는지 정신을 못 차렸다. 손아귀에 힘이 꽈악 들어가서 바지를 놓지를 않았고, 나는 다급하게 주먹으로 그 손을 때리기까지 했다.
다행히 다른 남자들이 달라붙어서 그 자식 손을 열어줬고, 나는 바지를 빨리 올려 입은 뒤 그 자리에서 도망쳐버렸다.
으윽.....씨발....다 봐버렸겠지....
달리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에는 눈물이 찔끔 나와 있었다.
설마 그 자식들 소문내지는 않겠지? 도찬호한테 들어가면 큰일 날 텐데.
하아....
나는 침대에 누운 채로 한숨을 푸욱 쉬었다.
<어때, 오랜만에 한 농구는 재밌었어? ㅋㅋㅋㅋ>
“시끄러워....”
중간까지는 참 재밌었는데.
<그럼 조금만 쉬었다가 지난번 미션 실패에 대한 벌칙을 수행하자.>
“굳이 오늘 해야 돼? 나 엄청 지쳤어.”
<그렇게 힘든 건 아니니까 걱정 마.>
“항상 그런 식으로 말했던 거 같은데.”
<이번에는 정말로 시간도 얼마 안 걸려. 기대해 ㅋㅋㅋ>
그리고 스크린이 사라졌다.
기대하라니, 또 무슨 좆같은 걸 준비해둔 걸까...
그리고 한밤중이 될 때까지 그는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충분히 쉴 수 있었다.
<잘 쉬었어? 그럼 후다닥 해치워 버리자.>
그리고 또 다시 약도가 나타났다. 학교 후문에 있는 술집 골목이었다.
또 야외 노출을 시키려는 건가보네...
일단은 그가 정해준 위치로 이동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시간에는 돌아다니는 학생도 별로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술에 취해 있는 경우가 많아서 피하기 쉬울 것이다.
게다가 어둡기도 하고 말이다.
“마스터, 다 왔어.”
<좋아, 그럼 미션 줄게.>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나를 중심으로 녹색 경계선이 펼쳐졌다. 그 밖으로 나가지만 않으면 어디서든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
나는 이미 여기로 이동하면서 으슥한 빌딩을 몇 개 봐뒀기 때문에 이번에는 조금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자식의 장난은 항상 내 상식을 초월했다. 갑자기 빌딩들이 제한구역이라도 되는 것처럼 붉은 색 경계선으로 감싸졌다.
<야외 노출 미션 : 길거리에서 알몸으로 소변 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