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24화
[개발 레벨]
[가슴 : 2/9], [유두 : 2/9], [보지 : 2/9], [음핵 : 1/9], [항문 : 2/9], [요도 : 0/9]
[복종도 : 남 2/9 여 0/9], [노출증 레벨 : 1/9]
삼 일 동안 미친 듯이 범해지고, 범해지고, 또 범해졌다.
그는 내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계속 내 구멍을 쑤셔댔고, 이러다가 구멍이 완전히 헐렁헐렁해져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심지어 목줄과 팔을 묶고 있는 줄도 월요일이 돼서 등교하기 직전까지 풀어주지 않았다.
식사를 할 때도 그의 품에 안긴 채로 그가 주는 걸 받아먹어야 했다.
처음에 목줄을 잡혀서 휘둘릴 때는 가축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지만, 잡혀서 먹는 것조차 그가 해줘야 할 때는 가축만도 못한 인형이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삼 일 내내 그의 오나홀로서 지낸 결과,
보지와 항문 개발 레벨이 2로 오르고, 복종도 레벨도 2로 올라 버렸다.
항문 개발 레벨이 2로 올라 버리자, 그가 살짝만 마사지하기만 해도 항문이 완전히 풀어져서 자지를 받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쉽게 쾌감을 받았다.
여기서 더 오르면 도대체 어떻게 돼 버리는 걸까....
지금 2레벨만 해도 일반인의 네 배에 달하는 쾌감을 받고 있다.
한 번 더 오르면 여기서 또 다시 두 배나 올라버린다니, 벌써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거 같은 두려움이 몰려왔다.
등교하기 직전, 아직 줄을 풀어주지 않은 상태로 나는 또 다시 방의 중앙에 섰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있는 도찬호에게 말했다.
“나 유한솜은 남자 친구인 도찬호에게 절대 복종할 것이며, 두 번 다시 찬호를 화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 몸은 오로지 도찬호만의 것이고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좋아. 잘 했어. 이제 좀 내 여자 친구다워졌네.”
“....고마워 찬호야....”
그는 내가 옷을 입는 꼴을 찬찬히 보면서 기다렸다. 남자 앞에서 옷을 벗는 것도 상당히 치욕스러웠지만, 신기하게도 옷을 입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그와 만만치 않게 창피했다.
나는 브라를 들고 상당히 고민했다.
입어도 되는 걸까.
그동안의 규칙에 의하면 도찬호가 입으라면 입는 게 가능했기 때문에, 살짝 긴장하면서 입어 버렸다.
“그거 입지 마.”
내가 이전처럼 속이 다 비치는 실크 G스트링 팬티를 집어 들자 그가 제지했다.
그리고는 대충 쌓여 있는 옷가지를 뒤져서 평범한 흰색 팬티를 가져왔다.
옷도 지난번 동기 모임 때 입었던 거 같은 블라우스와 무릎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입혔다.
“앞으로는 그렇게 조신하게 다녀. 노출증? 그딴 거 내가 고쳐줄게.”
“....그래, 고마워 찬호야....”
그리고 학교로 가는 동안 나는 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그의 품에 꼬옥 안긴 채로 끌려가듯 따라갔다.
어쩐지 이따위 옷을 입고, 어깨도 그에게 잡힌 채로 다니니 정말로 조신한 여자가 돼 버린 기분이 들었고,
마스터가 입히던 노출이 심한 옷을 입던 때보다 더 치욕스러웠다.
솔직히 마스터가 입힌 옷은 그저 시선이 쏠리는 게 부끄럽고, 튀어나온 젖꼭지나 팬츠 사이로 보지 균열을 들키는 게 창피한, 수치스러운 개념의 괴로움이었지만,
도찬호 때문에 느끼는 치욕은 남자들의 입맛에 맞는 여자로 재단당하는, 기존의 잘 나가던 남자 유한솜이라는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듯한 치욕이었다.
몸을 남자들에게 들키는 건 ‘어차피 내 몸이 아니니까.’라고 위로해버릴 수 있지만, 도찬호는 점점 내 말투와 행동까지 교정하는 기분이 들어 강렬한 자괴감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죽여 버리고 싶다....
몰래 적당히 병신을 만들어 버릴까....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주는 공포심이 나의 자존감을 조금씩 갉아먹어갔지만, 나를 나 자신으로 남겨두기 위한 최소한의 자존감까지 건드리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 최소한의 자존감은, 도찬호에 대한 반발로 나타났다.
물론 지금 당장은 방법이 없었다. 죽여 버리고 싶다고 해도, 정말로 죽일 방법이 없었다. 몰래 기습을 해도 못 이길 거 같은 엄청난 육체의 차이,
하필 내가 익혀둔 헌터 스킬들도 죄다 사격 계통이라서 무기로 그를 죽일 수도 없다.
“이야....한솜이 그렇게 입으니까 또 천상 여자 같다.”
“맞아, 그동안 왜 그렇게 입고 다닌 거야.”
이 꼴로 과방에 들어가자 남자애들이 칭찬하고 난리가 났다. 나는 노출이 덜해졌으니 당연히 남자들이 실망하거나 관심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전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관심을 보이는 거 같았고, 더 많은 칭찬이 쏟아졌다.
이전에는 가슴이 어떻다드니, 엉덩이가 어떻다드니 하는 천박한 칭찬들뿐이었지만,
오늘은 여성스럽다느니, 세련됐다느니, 이전보다 훨씬 낫다느니 하는 등의, 흔한 외모 칭찬이 쏟아졌다.
어?....
그리고 이상하게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고마워 얘들아.”
나는 웃으면서 도찬호가 그랬던 것처럼, 동기들에게 살갑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아서 남자들의 눈치를 봤다.
옷이 길어져서인지, 예전처럼 몰래 내 다리 사이를 훔쳐보려고 하던 시선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한테서 관심을 끊어 버렸다기보다는, 오히려 이제야 자연스럽게 동기들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필요하면 말을 걸고, 아닐 때는 자기 할 일을 하고, 보통은 그렇게 산다.
설마 그동안 나는 인간으로서 어딘가 글러먹었던 건 아닐까....
짧지만 그런 생각까지 들게 하는 시간이었다.
남자일 때는 다른 놈들 위에 군림하는 느낌이었고, 여자가 막 됐을 때는 사냥감으로서 쫓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어느 쪽이나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아니었고, 사회적인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자애들이 내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걸 크게 신경 쓰거나 불편해하지 않는 게 보였고, 어쩐지 다른 병과의 평범한 여대생처럼 된 듯한 기분이 됐다.
겨우 옷차림 하나 바뀌었다고 이렇게나 달라지나?
아니 변한 건 그거 하나뿐만이 아니다.
요즘 도찬호가 내 말투를 교정하고 행동을 교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로 내가 도찬호에게 도움을 받고 있었단 말이야? 그 놈 덕분에 내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이랑 어울릴 수 있게 됐다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나는 단순히 그의 오나홀 아니었나?
그가 의도한 것이었든 아니었든, 단순히 자기 입맛에 맞게 나를 교정한 것에 불과했을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내 인생을 조금이나마 쾌적하게 만들어 준 건 사실이었다.
‘마스터.’
나는 머릿속으로 마스터를 불렀다.
<무슨 일이야?>
과방이었지만 그는 응답했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걸까?’
<갑자기 무슨 소리야 ㅋㅋㅋ 한솜이 뒤늦게 중이병이라도 왔어?>
‘그게 아니라....도찬호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이치에 맞는 건가 싶어서.’
<이치에 맞는다는 게 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예스’라고 대답할 수 있지.>
‘니가 원하는 모습이 뭔데?’
<당연하잖아? 그야 암캐가 되는 거지.>
‘.....’
내가 말이 없자 마스터의 스크린이 사라졌다.
이게 암캐가 돼 가는 과정이라고?
그러면 마치 모든 여자는 암캐라는 말 같잖아. 암캐가 돼야만 다른 사람들이랑 어울릴 수 있다는 말이야?
나는 그냥 변태의 헛소리로 치부해 버리고 지금 당장 동기들과의 사이가 나아진 것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그때 김주선이 과방 안으로 들어왔고, 나는 그를 보자마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리는 듯한 기분이 됐다.
“야, 잠깐 나 좀 봐.”
나는 튀어 오르듯 그에게 다가간 뒤 밖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예전 그를 때리려고 했던 휴게실로 데려왔다.
“너 왜 말 안 했어?”
분위기를 보니 내가 계단에서 자위했던 사실을 동기들에게 말하지 않은 듯 했다.
“그, 그걸 어떻게 말해.”
착한 건지 멍청한 건지, 아니 보통이라면 이렇게 굴겠지. 도찬호나 민규처럼 협박하는 놈이 이상한 거다.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으, 응?”
그가 나를 바보처럼 쳐다봤다.
“너도 날 협박해서 따먹어보고 싶어서 그래?”
“아니야! 정말로 말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 그걸 소문내면 한솜이 니가 곤란해지잖아....안 그래도 갑자기 여자가 돼서 곤란해 하는 거 같기도 하고....”
씨발!!!....
씨발.....착하잖아.....
“너는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어?...어? 무슨 말이야?”
“그.....”
갑자기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진다.
“알몸으로 돌아다니던 걸 두 번이나 봤잖아. 그렇게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냐고.”
뭐 한 번은 자위하던 거였지만,
“나는 자, 잘 모르겠어. 사람마다 사정이 있는 거니까....기분 나쁘게 했다면 미안해....”
“아냐, 절반은 내 책임인데.”
“으,응....”
그렇다고 나머지 절반은 니 책임이라는 건 아니지만,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고맙다.”
“응?”
“말 안 해줘서 고맙다고.”
얼굴에 불이 붙은 것처럼 화끈거린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부끄러운 거 같다. 나는 그를 휴게실에 남겨놓고 과방으로 다시 돌아와 버렸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나는 다시 절망에 빠졌다.
<왜 그래 한솜아? 평소에는 잘 입었잖아?>
도찬호는 주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예전처럼 나에게 영역표시만 한 번 하고 자기 집으로 가 버렸다.
그리고 오늘 아침, 마스터는 원래 내가 입었던 것처럼 노브라에 쫄티, 실크 팬티에 돌핀 팬츠를 입게 시켰다.
겨우 하루 만에 원상복귀, 도찬호가 이 꼴을 보게 되면 날 패 죽일지도 모른다.
“제발....한 번만 봐줘....도찬호가 날 죽여 버릴 거야....”
<에이~ 설마 그러겠어. 혹시 어제 도찬호 여친으로 지낸 게 그렇게 좋았어? ㅋㅋㅋ>
그런 건 아니다. 어제는 평범한 하루였다.
그러나 그 평범함조차 나에게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기 때문에, 다시 마스터의 옷으로 돌아가기가 힘들었다.
<한솜이 어제 하루 여대생으로 지낸 게 너무 좋았나보구나. 그런데 어쩌지, 한솜이 너는 여대생이 아니라 암캐잖아? 안 그래?>
“.....맞아....나는 암캐야....”
나는 울상이 된 채로 그가 지정한 옷을 입었다. 다시 천박하게 튀어 나온 젖꼭지, 어제로 돌아가고 싶다. 어제 입었던 옷을 입고 싶다.
찬호가 내 옆에 있었더라면,
오늘도 찬호가 나와 같이 자줬더라면 이 꼴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도대체 뭐라고 둘러대야 하지....
학교로 가는 발걸음이 평소보다 백 배는 무거웠다.
그리고, 당연히 과방 입구에서 마주친 도찬호는 나를 보자마자 정말 패 죽여 버릴 것처럼 험악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또 다시 7층의 그곳으로 끌려왔다.
“차, 찬호야, 오해하지 마. 나는 반항하려고 한 게 아니야.”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맞기 전에 나는 그에게 찰싹 달라붙은 뒤, 옷 위로 그의 자지를 손으로 비비면서 아양을 떨었다.
“어제 찬호가 내 방에 안 와줘서 외로워서 그래....나는 찬호가 없으면 못 사는 몸이니까....찬호가 나를 봐줬으면 해서....”
나는 스스로 상의를 걷어 올린 뒤 가슴이 드러나게 했다.
“으응? 찬호야, 니가 없으면 너무 외로워....”
그러자 조금씩 도찬호의 표정이 풀리는 거 같았다.
흐으응....
그가 내 젖꼭지를 강하게 꼬집으며 말했다.
“넌 정말 구제불능이구나. 노출증 때문이라니 이 정도는 내가 양보해주지. 하지만 이런 쓸데없는 걸로 너한테 시간 쓰게 하지 마. 나는 걸레인 너와 달리 에이스 헌터로 출세할 몸이야.”
“그, 그래 찬호야. 나는 그저 평소처럼 영역표시 할 때만 사용 해주면 돼.”
그는 살짝 기분이 상해 있는 표정이었지만 특별히 더 뭔가를 하지 않고 내려가 버렸다.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뒤, 나는 잔뜩 겁먹어 있던 몸에서 긴장이 풀리면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해 주저앉아 버렸다.
이렇게 하는 게....맞는 거겠지....아마도....
나는 무릎 사이에 고개를 처박고, 오랫동안 우울해 하다가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