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21화
<야외 노출 미션, 근처에서 적당한 곳을 골라 알몸이 되기.>
<제한시간 : 5분>
그리고 나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상당히 넓은 범위의 녹색 벽이 동그랗게 쳐졌다. 아마 그 밖으로 벗어나지 말라는 의미인 듯했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나한테만 보이는 것 같았다.
<미션 수행 자리를 찾아서 알몸이 된 뒤, 10분간 유지하기.>
씨발!
당연히 나는 이 새끼 말을 따라줄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법이다.
“야.”
나는 훈련자를 불렀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나 안 할 거야. 목을 조르든 두들겨 패든 니 맘대로 해.”
나는 그냥 걸어왔던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어서 내 집으로 가버리려고 했다.
경계를 쳐놓은 녹색 벽에 다다르자 긴장되면서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눈을 질끈 감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그러자 스크린에 떠 있던 미션 문구가 사라져 버렸다.
<한솜아.>
그제야 다시 문자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
“닥쳐, 부르지 마.”
그때였다.
눈이 엄청나게 뜨거워지기 시작하더니, 불이 붙은 것처럼 고통스러워졌다.
으아아아악!!
눈을 인두로 지지는 듯한 강렬한 고통 때문에 나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버렸다. 뜨거운 열기가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고, 열기가 목을 타고 심장으로까지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열기가 조금씩 사그라들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어어??
잠깐만....
그런데 앞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눈을 뜨고 있는데도 어둠뿐이었다.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멈출 수가 없다.
공포로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한솜아. 정 못 견디겠으면, 놓아줄게.>
<하지만 사지 멀쩡하게 놓아줄 거라고는 생각 하지 마.>
“사....살려줘....”
<눈을 파버리고 팔다리를 자르면 정말 오나홀처럼 되지 않을까?>
“자, 자, 자, 잘못했어....용서해줘....”
지금까지 내게 주어진 고통 중에 견디기 쉬웠던 고통은 없었다.
하지만 평생 앞을 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목이 졸리거나, 두들겨 맞거나, 강간을 당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공포를 내게 선사했다.
“하, 하, 할게....시,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원래대로 돌려줘....”
나는 심장을 기계로 꽈악 쥐어짜지는 듯한 답답함을 느끼면서, 심장마비가 오는 것처럼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잠시 뒤 어둠이 슬며시 걷히며 땅바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아....하아....
나는 오래 숨을 참았던 것처럼 거칠게 심호흡 하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저....괜찮으세요?”
“히이익!!”
“꺄아악!!”
누군가가 내 어깨에 손을 대면서 말을 걸었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뒤로 나자빠졌다. 그러자 웬 여자가 나를 보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모두 나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면서 입을 가리거나,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분명 나에게 뭔가 이상이 생겼다는 걸 직감했고, 내 몸을 내려다 봤을 때 가슴팍에 핏방울이 뚝뚝 떨어져 있는 걸 확인했다.
내 얼굴을 만져보니 피범벅이었다.
눈물인 줄 알았던 것이, 피였던 것이다.
나는 휘청거리면서 일어난 뒤 사람들을 헤치고 근처 아무 빌딩에 들어와서 계단 중간에 숨었다.
<바지 내려.>
나는 공포로 덜덜덜 떨면서도 재빨리 바지를 내렸다. 사람이 지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중요하지 않았다.
<팬티도.>
나는 거역하지 않고 팬티도 허벅지까지 내려서 하반신을 완전히 드러냈다.
<좋아, 다시 입어.>
나는 부랴부랴 다시 입은 뒤, 그의 말을 기다렸다.
<일단 조금 쉬어. 겁에 질려 있으니까 너무 안쓰럽다.>
그리고 스크린이 꺼졌다.
나는 잠깐 경직된 채로 서 있다가, 허물어지듯 계단에 털썩 주저앉으며 엉엉 울었다.
한참 통곡을 한 뒤 근처 화장실로 들어왔고, 거울을 보니 얼굴도 얼굴이지만 내 옷이 피로 엉망이 돼 있었다.
대충 찬물로 세수를 해서 얼굴은 정리를 할 수 있었지만, 이 옷을 입고 그대로 나가면 엄청난 시선을 끌 것 같았다.
나는 대충 손으로 옷을 가리고 빌딩 밖으로 나왔다.
내가 이렇게 이동하는데도 훈련자는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 번화가를 벗어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꺄악! 소, 손님, 괜찮으세요?”
내가 도착한 곳은 근처 옷가게였다.
“코, 코피를 좀 쏟아서요.”
직원이 내 몰골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고, 나는 코피를 핑계로 새 옷을 사러 왔다고 둘러댔다.
어차피 지금 잠깐만 입을 거였기 때문에 대충 사이즈만 맞는 옷으로 갈아입고 아까 울었던 그 계단으로 돌아왔다.
“후, 훈련자님....”
그리고 나는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그러자 불러도 대답이 없던 평소와 달리 스크린이 떴다. 아직은 아무 문자도 없는 빈 화면이었다.
“준비 다 됐습니다. 지시 내려주세요.”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말했다.
<어색하다 한솜아. 하던 대로 해.>
“아닙니다....죄송합니다....”
<내가 어색하니까 하지 마 ㅋㅋㅋㅋ 낯간지러우니까 존댓말 금지>
“그, 그래.”
<왜 갑자기 순순해진 거야?>
“이제 반항 안 할게....”
<한솜아 착각하고 있나보구나.>
“응?”
<나는 널 망가뜨리려는 게 아니라, 교육시켜주려는 것뿐이야. 학생이 반항 좀 할 수 있지. 안 그래?>
“그, 그런가....”
<걱정 마, 설마 내가 진짜로 사지를 잘라서 오나홀을 만들겠니? ㅋㅋㅋ 그냥 살짝 장난 한 번 쳐본 거야.>
“하지만 정말 무서웠단 말이야....”
나는 또 다시 흑흑 흐느꼈다.
<너무 기운이 없으니까 내가 미안해지려고 하네. 대신 임신 회피권 한 번 줄게. 수정 당했을 때 한 번 취소할 수 있는 거야.“>
“으, 응....고마워....”
<좋아, 아까 거긴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서 안 되겠네. 다른 곳으로 가자.>
“미, 미안.”
스크린에 다시 약도가 떴다. 여기서 가까운 곳이었고, 그곳도 마찬가지로 사람이 상당히 많은 곳이었다.
<야외 노출 미션, 근처에서 적당한 곳을 골라 알몸이 되기.>
<제한시간 : 5분>
<미션 수행 자리를 찾아서 알몸이 된 뒤, 10분간 유지하기.>
그리고 그가 지정해준 자리에 도착하자 아까 떴던 미션과 녹색 경계벽이 다시 떴다.
나는 다급하게 주변을 둘러보면서 숨을 만한 곳을 뒤져봤지만,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거의 다 지나갈 때까지 만만한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앗!
그러다가 운 좋게도 후줄근한 유료 주차장을 찾을 수 있었고, 맨 밑층인 지하 4층까지 우다다 달려서 내려갔다.
전등이 켜져 있어서 어두운 곳이 없었지만 사람이 아무도 안 올 거 같은 귀퉁이의 기둥 뒤에 가서 섰다.
남은 시간은 20초 정도였고, 잠깐 숨을 돌렸다.
바로 옆에 차가 세워져 있었지만 주차장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기둥과 이 자동차로 몸을 가리면 10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으윽!! 제발!!
<미션 시작>
<남은 시간 : 10분>
내가 알몸이 되자 10분짜리 타이머가 켜지며, 1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주차장은 매우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내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주차장을 울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기둥 뒤로 머리를 내밀어서 바깥을 살피고 싶은 심정도 들었지만 괜히 그랬다가 누군가가 내 얼굴을 발견하고 다가오기라도 하면 큰일이었기 때문에, 그냥 잠자코 바닥에 벗어놓은 내 옷가지나 노려봤다.
이따금씩 누군가가 걸어 다니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내가 있는 기둥 뒤로 차가 지나가기도 했다.
가까운 곳에서 차가 주차되고, 가족인 것 같은 사람들이 깔깔대면서 잡담하고 지나갈 때는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잔뜩 움츠러든 채로 계속 자리를 지켰다.
뚝....
도대체 왜....
나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긴장했던 게 조금씩 풀어지자 온 몸이 닭살 돋는 것처럼 간질간질한 감각이 됐다. 그 간지러운 감각이 점점 내 부끄러운 곳들로 모여들어서 젖꼭지가 탱탱하게 발기하기 시작했고, 보지가 뜨거워지더니 젖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도찬호가 말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몸을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 체질이었던 걸까.
훈련자는 성별만 바꿨을 뿐 내 몸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손가락 하나부터 난자에 이르기까지 전부 조종할 수 있는 그의 말에 신뢰가 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3분쯤 남았을 때, 방울져 있던 애액이 바닥에 떨어지기까지 했다.
“이야...재밌었다.”
히이익!!
나는 깜짝 놀라며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바로 내 옆에 있는 자동차에 타기 위해 웬 사내 두 명이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기둥에 찰싹 붙은 채로 제발 못 보고 지나치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들이 바로 자동차에 타면 아슬아슬하게 날 못 볼 테지만, 만약 보닛 쪽으로 나와 버린다면 알몸으로 기둥에 붙어 있는 날 보게 된다.
“아, 시발 그래도 너무 비싼 거 아냐?”
“새끼야, 그래도 이렇게 공 한 번 씩 쳐줘야 인생 살 맛이 나는 거야.”
“다음엔 어디 갈까?”
“배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들은 내가 숨어 있는 기둥 바로 뒤편에 서서 잡담하기 시작했다.
심장이 너무 세게 뛰어서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심장 소리가 입을 통해 밖으로 나올 거 같아서 나는 내 입을 손으로 막고 잔뜩 얼어붙었다.
<삐익!~ 미션 성공>
스크린에 10분이 다 지났다는 알림이 떴다.
하지만 나는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못하고 멈춰있을 뿐이었다.
쿵!
잠시 뒤 사내들이 차에 타는 소리가 들렸고, 다행히 나를 발견하지 못한 채로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하지만 그들이 떠난 뒤에도 나는 잠깐 동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치 소변을 눌 때처럼 시원하면서도 짜릿한 쾌감에 온 몸을 파르르 떨면서 평소와는 다른 절정을 받았고, 순식간에 피가 다 빠져 나가는 것 같은 감각이 됐다.
아아...빨리...
눈을 감은 채로 쾌감을 다 느낀 뒤, 나는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다급하게 옷을 주워 입기 시작했다.
으윽 차가워....
내 보지는 물에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흠뻑 젖어 있었고, 바닥에는 오줌 싼 것 같은 애액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옷을 다 입은 뒤 기둥 뒤를 빠져나온 뒤에도 심장이 멈출 거 같은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고, 천천히 주차장 출구로 향했다.
“어어, 거기 학생? 여기서 뭐해?”
주차장 직원이 내가 기둥 뒤에서 나온 걸 봤는지 날 불렀다.
나는 알몸이었던 걸 들킨 것처럼 등골이 뻣뻣하게 굳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그를 돌아보지도 않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어어! 거기 여학생! 멈춰!”
그가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난하게 떼어낼 수 있었다.
후우....후우....
겨우 이거 뛰었는데 이렇게 지치다니...
나는 잔뜩 긴장했던 탓에 너무 빨리 지쳐 버렸지만, 다행히 그 직원은 나를 놓친 듯 했다.
나는 미션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미션을 처음 받았던 그 자리로 돌아왔다.
“훈련자야? 나 미션 다 했어.”
<좋아, 잘 했어.>
그의 문자 스크린이 뜨면서, 야외 노출을 하고 있던 내 사진이 옆에 떴다. 내가 봐도 엄청 야릇한 상황이었다. 사내들의 차가 빠져 나간 뒤 내가 파들파들 떨면서 절정하는 모습을 보자 다시금 보지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훈련자야라고 부르는 건 좀 이상하네. 앞으로는 마스터라고 불러.>
“알았어 마스터.”
<좋아, 그럼 오늘은 기념할 만한 날이니까 특별하게 마무리를 해보자.>
나는 근처 화장실로 끌려간 뒤 알몸이 됐다. 그리고 변기에 앉은 채로 다리를 활짝 벌려서 들었고, 내 손으로 직접 보지를 벌리며 노예의 맹세를 했다.
“마스터, 나는 마스터의 노예야. 마스터의 암캐 교육에 순순히 복종하고, 완전한 암캐로 다시 태어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