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20화
그날 저녁 바로 도찬호의 고등학교 동기 모임에 끌려갔다. 동기 모임이라고는 했지만 나를 제외하고 네 명만 모인 조촐한 모임이었다. 네 명 모두 우리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었다.
“걔는 누구야?”
그 중 유일한 여자 한 명이 나를 보고 물었다.
“내 새 여친.”
도찬호가 나를 꽉 끌어안으며 자랑하듯 말했다.
“저 바람둥이 새끼, 또 여친 갈아치웠네.”
“조심하세요, 저 새끼 백 일을 못 넘기고 또 바람 필 걸요.”
다른 남자들이 나를 보고 낄낄대며 말했다.
“네....네...”
나는 최대한 다소곳해 보이려고 노력했다.
‘너 거기서는 입 조심하고 여자처럼 행동해.’라고 도찬호가 내게 협박 같은 당부를 내려놨기 때문이다. 덕분에 여태 입어본 적 없는 하늘하늘한 레이스가 달려 있는 블라우스도 입고, 오랜만에 치마도 입었다. 도찬호가 입힌 것이다.
동기 남자 두 명은 도찬호처럼 천박하고 유치한 놈들이었지만, 나머지 여자 한 명은 이들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고 예리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해부하려는 듯한 눈빛으로 노려봤고, 나는 그녀가 여자인데도 그 눈빛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모임은 가까운 카페에서 이뤄졌고, 거의 남자 세 명의 개소리들로 채워졌다. 천박한 여자 이야기, 헌터 시험에 대한 허무맹랑한 꿈 같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거의 말이 없는 그녀의 이름은 송유미였다. 처음에는 너무 말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도 나처럼 누군가의 악세사리인 줄 알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한솜씨는 술 좀 하세요?”
카페에서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근처 술집으로 이동했다. 사내 하나가 내게 맥주를 따라주며 물었다.
“아, 네...조금...”
나는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잘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어서 도찬호의 눈치를 봐야했고, 그의 표정이 일그러지지 않았다는 걸 확인 한 뒤 안도를 하는 게 습관이 됐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나도.”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송유미도 나를 따라왔다.
“너, 도찬호 여친 맞아?”
화장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녀가 나를 째려보면서 물었다.
“네? 네....”
그녀의 눈빛이 너무 강렬해서 위축될 지경이었다. 이건 남자인 나였어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거짓말 하지 마. 솔직히 말해. 나는 너 도와줄 수 있어.”
어?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도찬호 그 새끼 좋은 놈 아니야. 이전에 그 새끼랑 사귄다고 했던 여자들이랑 몇 명 만난 적이 있었지. 분위기를 보니 너도 걔들이랑 똑같은 거 같은데, 협박당하고 있지?”
“.....”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내 표정이 울상이 되자 그녀가 나를 안아줬다. 그러자 눈물을 참을 수가 없게 되면서 엉엉 소리 내서 울기 시작했다.
그녀가 조용히 내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줬고, 그렇게 그녀에게 안겨서 시원하게 울고 나자 조금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쿨쩍....
나는 몇 번 코를 푼 뒤, 입을 열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내가 알아서 할게.”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내 처지에 대해 말할 수가 없다.
훈련 어플이 범해진 것에 대해 말하지 못하도록 막아놨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당한 짓들, 협박들, 보호를 빌미로 여친이 된 것 모두 범해진 것과 연관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토로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비참한 처지에 다시 내가 다시 눈물을 쏟기 시작하자, 그녀가 자신의 핸드폰을 건넸다.
“연락처 줘. 도움이 필요하면 불러. 반드시 도와줄게.”
“....고마워...”
나는 질질 짜면서도 숫자를 하나씩 눌러서 내 연락처를 입력해줬다.
“그리고 지금 집으로 가. 도찬호한테는 내가 말해줄게.”
고맙긴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아니야, 이제 괜찮아졌어. 도와줘서 고마워.”
나는 울었던 걸 숨기기 위해 찬물로 세수를 했다.
정말 다행인 게 있었다면, 굳이 화장을 하지 않아도 끝내줄 정도로 예뻤기 때문에, 어플이나 도찬호나 나에게 화장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야?”
머리가 촉촉하게 젖어 있는 나를 보고 도찬호가 물었다.
“너무 더워서.”
“확실히 덥긴 더워, 에어컨 좀 빵빵하게 틀 것이지.”
멍청한 도찬호 놈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화장실에서의 일 이후로는 유미가 나를 째려보지 않았다. 오히려 바깥쪽을 바라보며 이 모임에서 빨리 도망치고 싶다는 분위기만 풍겼다.
저럴 거면 왜 나온 걸까.
“이제 가지?”
의외로 먼저 말을 꺼낸 건 유미였다. 그리고 더 의외인 일이 일어났다.
“그래? 너무 늦었나.”
“야, 오랜만에 만나서 재밌었다. 종종 연락 좀 해 이 자식들아.”
아무도 유미에게 대꾸하지 않고 그대로 모임이 끝났다는 것이다. 심지어 도찬호조차도 그녀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혹시 예전 나 같은 위치에 있는 여자인 걸까.
그러나 도찬호는 나를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나를 따라왔다. 슬며시 유미가 걱정하는 듯한 눈빛을 내게 보냈지만, 그를 막지는 않았다. 과거의 나와는 약간 다른 위치인 듯했다.
“좋아, 오늘은 잘 했어.”
내 방문 앞에서 그가 날 칭찬했다.
“그럼 상을 줘야겠지?”
그가 내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복도에서 내 바지를 내렸다.
“여, 여기서?”
흐윽....
하지만 그가 나를 뒤로 돌려서 내 방문에 기대게 하고, 뒤에서 내 팬티를 옆으로 제끼는 동안에도 그가 하는 대로 놔둘 수밖에 없었다.
그는 대충 보지가 완전히 말라 있지는 않은가만 확인한 뒤 제대로 된 애무도 없이 자지를 보지에 밀어 넣었다.
흐읏....읏.....하읏....
철퍽....철퍽....
좁고 고요한 빌라 복도에 살끼리 부딪히는 음탕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나는 이 소리가 다른 방들에 들리지 않기를 기도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부룻....뷰룻....
한참 뒤 그가 내 안에 사정해서 보지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고, 그는 화장실에라도 온 것처럼 개운하다는 듯이 자기 옷만 추슬렀다.
“좋아, 영역표시가 잘 됐군.”
“......”
그가 보지 사이로 흘러내리는 정액을 보면서 만족스러워했다.
“대답은?”
“....고마워...”
그는 볼일만 보고 잘 쉬라는 등의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그냥 가 버렸다. 나는 그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바지를 올리면서 방으로 들어왔다.
<암컷 생활은 좀 어때? ㅋㅋㅋ>
도찬호에게 잡힌 뒤로 잘 안 뜨던 어플 스크린이 오랜만에 떴다.
<이제 슬슬 암컷으로서 자각하기 시작한 거 같은데.>
“꺼져....”
<그래도 첫사랑인 도찬호랑 사귀어서 다행이야, 민규나 호수 같은 찐따랑 사귀었으면 내가 못 참아서 갈라놔 버렸을 거야.>
무슨 의미지?
지금 이 말, 굉장히 중요한 말인 거 같은데.
“그렇게 좋으면 니가 찬호랑 사귀든가.”
하지만 술기운 때문에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사타구니의 불쾌한 찝찝함도 신경 쓰였다. 결국 대충 몸을 정리하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어 버렸다.
도찬호는 나한테 연락 따위를 하지 않았다. 여자 친구라기보다는 내킬 때 따먹을 인간 오나홀 정도로만 생각하는 듯했다.
심지어 따먹을 때조차 애무해주는 걸 귀찮게 여겼고, 대충 만지다가 삽입을 해버리니 내가 알아서 미리 준비를 해두는 수밖에 없었다.
나를 범할 때를 빼고는 철저하게 자기 성장을 위해 시간을 투자했고, 덕분에 나도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차라리 나한테는 그게 나았다.
괜히 애인 행세 하는 것도 역겨웠고 말이다.
또 하나의 변화가 더 있었는데 도찬호와 내가 정식으로 사귄다고 공언하고 나자 거짓말처럼 민규와 호수가 나한테서 관심을 끊어버렸다는 것이다.
물론 힐끔힐끔 훔쳐보거나 말을 거는 정도는 했지만, 지난번처럼 날 만지거나 범하려고 들지는 않았다.
지난번 개강파티 때 나를 따먹어버리고 싶다고 했던 두 명의 대화를 들은 뒤로 모든 동기들을 경계하며 의심했었지만, 특별히 내게 흑심을 가지고 접근하려 드는 남자는 없었다.
초반처럼 그저 헤비 캐논과의 아이돌이나 마스코트 같은 대접을 해주는 정도였다.
며칠 지나면서 이 생활이 안정이 되자 정말로 도찬호가 나를 보호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역겨웠다.
철이 든 이후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보호를 받고 있다는 느낌도 더러웠지만, 그것도 성노예나 다름없는 소지품으로서 보호받는다는 느낌이라서 더 역겨웠다.
으음....음....
수업이 끝난 뒤, 학교 공원 화장실에서 나는 무릎 꿇고 도찬호의 자지에 봉사하고 있다.
“좋아. 잘 했어.”
입으로 만족을 시켜주면 그것만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어떻게든 입으로 그를 만족시켜주려고 노력했다.
어쩐지 입으로 자지에 봉사하는 기술이 점점 늘어가는 기분이라서 기분이 더러웠지만, 보지를 내주는 것보다는 나았다.
하아....
나는 정액을 머금은 채로, 입을 벌려서 그에게 복종하듯 보여줬다.
“너 같은 걸레년들은 매일 이렇게 영역표시를 해줘야 다른 놈들한테 안 넘어가지. 이제 삼켜.”
꿀꺽....
“맞아...영역표시 해줘서 고마워 찬호야....”
또한 점점 그의 마음에 드는 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미련 없다는 듯이 화장실을 나가 버렸다. 첫날에는 밤새 미친 듯이 나를 가지고 놀면서 모든 구멍을 사용했었지만,
한 번 그렇게 날 굴복 시킨 뒤로는 이런 식으로 학교에서나 내 집 근처에서 한 번만 사용하고 말았다.
그는 한창 성장하기 시작하고 나와 비슷한 수준까지 성장한 자신의 발전에 더 관심이 많았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내가 그보다 조금 나았다.
고속이동 표적 테스트 때는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상황 때문에 실점을 한 거였기 때문에, 그 뒤로는 쭈욱 내가 그를 앞서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격차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와 반비례하듯 내 불안과 초조함은 더 커져만 갔다.
그나마 그보다 헌터 실력이 우위에 있다는 점이 나를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주고 있었는데,
그의 실력이 나를 추월해 버리고, 그 상태에서 비웃듯이 내 입에 자지를 턱 올려놓으면, 더 이상 이성을 유지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일단, 또 헬스장에나 갈까...
내가 비척비척 일어나는데 또 오랜만에 스크린이 떴다.
<한솜아 괜찮아?>
씨발 이건 또 무슨 수작이지? 이 자식이 날 걱정할 놈은 아닌데.
<그렇게 불만족인 상태로 끝내버려도 괜찮아?>
그러면 그렇지.
하지만 그의 말에 제대로 반박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이미 도찬호의 자지를 빨면서 팬티가 흠뻑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가 특별히 내 몸을 손대거나 보지에 애무를 하지 않아도, 내가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자지를 빨기만 해도 보지가 흠뻑 젖어 버렸다.
<도찬호가 요즘 일을 안 하는 거 같으니 오늘부터는 내가 좀 도와줄게. 일단 이곳으로 가자.>
그가 스크린에 약도를 띄웠다.
그곳은 학교 근처에 있는 번화가였다.
나는 또 이 새끼가 무슨 개지랄을 할지 걱정하면서도 순순히 그가 유도하는 대로 이동했다.
학교 근처에 있는데다가 저녁 식사 시간이다 보니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 와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아니 여자 몸으로는 처음이지.
나는 지난번 해변에서 당했던 일 때문인지, 조금이라도 껄렁하거나 덩치가 좋은 남자가 보이면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좋아 거기 멈춰.>
그가 나를 세운 곳은 번화가에서도 사람이 가장 많은 중심지였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목을 매고 죽고 싶어졌다.
<야외 노출 미션, 근처에서 적당한 곳을 골라 알몸이 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