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9화
“으으윽....햐읏!....또 가, 간다!....”
나는 절정으로 온 몸을 뒤틀며 침대 위에서 꿈틀거렸다.
벌써 서른 번째다.
하지만 아직도 쉴 수가 없었다.
내 눈앞에는 시야를 전부 가릴 정도로 큰 어플 스크린이 떠서 도찬호에게 당할 때의 내 모습이 재생되고 있다. 그걸 보면서 자위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내가 내던 신음소리가 내 귀에 계속 울려 퍼지고, 눈을 감아도 도찬호에게 깔린 채로 쾌감을 받던 내 얼굴이 둥둥 떠다녔다.
나는 잔뜩 민감해진 클리토리스에 다시 스스로 로터를 가져다 댔다. 강하게 진동하고 있는 로터를 가져다 대자마자 클리토리스에 찌릿찌릿하고 강렬한 쾌감에 전해지면서 허벅지가 본능적으로 닫혔지만,
다시 절정이 올 때까지 로터를 떼지 않았다.
“으읏!....서, 서른한 번째....”
그리고 나는 몇십 초도 지나지 않아도 또 절정을 당했다.
그가 나에게 내린 명령은 한 시간 안에 클리토리스 자위만으로 60번 절정하는 것이었다. 이게 끝나면 또 다시 보지에 딜도를 넣어서 60번 절정하는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
하루에 세 시간씩, 유두와 클리토리스와 보지구멍으로 각각 60번씩 절정을 하도록 시켰다.
덕분에 며칠 지나자 눈에 띄게 각 부위가 민감해진 게 느껴질 정도였고, 익숙하게 절정에 도달할 수 있게 됐다.
[개발 레벨]
[가슴 : 1/9]
[유두 : 1/9]
[보지 : 1/9]
[음핵 : 1/9]
스탯창의 수치로도 그게 표시가 됐다. 각각 개발 레벨이 1로 올랐기 때문에 처음 이 몸을 받았을 때보다 감도가 두 배나 오른 상태였다.
한 번 더 오르면 기초값에서 네 배에 달하는 상태가 돼 버린다. 지금도 로터를 대고 있으면 순식간에 절정을 당해버릴 정도인데, 레벨이 더 오르면 어떻게 될지 감당이 안 될 거 같았다.
하지만 그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었기 때문에, 오늘은 레벨이 오르지 않기를 바라며 계속 자위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흐으.....흐으....드디어 끝났다....
보지로 절정하는 것까지 시간 내로 마칠 수 있었고, 다행히 감도 레벨도 오르지 않았다.
<오늘도 좋은 영상 뽑아줬네.>
그는 꼭 명령 수행이 끝나면 내가 자위하던 모습을 나에게 다시 틀어줬다.
<이때 어땠어?>
그리고 내가 크게 절정해서 허리를 들고 움찔거리던 장면을 골라서 감상을 물었다.
“좆같았어.”
<언제쯤 솔직해질 수 있을까.>
“니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데 기분 좋을 리가 있겠냐.”
사실 자위할 때는 기분이 죽여주게 좋기는 했다. 하지만 그가 시키지 않을 때는 철저하게 내 몸에 손대지 않았다.
명령 수행이 끝나면 완전히 지쳐버리는 것도 있었지만, 괜히 남은 시간에도 내 몸을 만지다보면 버릇이 돼서 돌이킬 수 없게 돼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좋아, 조급해 할 필요는 없지. 오늘은 끝이야.>
스크린이 꺼졌다.
하지만 이걸로 나는 편하게 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침대 옆에 놓여 있는 가죽끈을 허벅지에 찼다.
으읏!....
이건 몇 번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보지와 항문에 로터를 넣은 뒤 약하게 스위치를 올렸다. 그리고 스위치를 허벅지에 찬 가죽끈에 고정시켰다.
훈련자와의 연결이 끝나면 항상 이러고 있어야 했다. 잘 때만 풀 수 있었다. 덕분에 어딜 나가거나, 다른 연습 같은 걸 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방학동안 완력 훈련을 좀 해둘 생각이었지만, 그걸 계산한 건지, 이 꼴로 만들어 놔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놨다.
흐으응....
진동이 약해서 쾌감이 강하게 쏟아지진 않았지만, 여리게 계속 지속되는 쾌감을 받으면서 침대에 누워서 거친 호흡만 할 뿐이었다.
이 자식 조교의 가장 악질적인 면은 바로 모든 걸 내 손으로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차라리 이 자식이 내 앞에 나타나서 도구들을 강제로 사용하면 자괴감이 덜하겠지만, 내 몸을 나 스스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좆같았다.
마치 나 자신이 그가 말하는 암캐라는 걸 인정하는 느낌.
‘한솜아.’
그렇게 몇 주를 당하고 있었을 때, 동기로부터 문자가 도착했다.
‘동기들끼리 해수욕장에 놀러가기로 했는데, 너도 갈 거지?’
이 자식들은 이미 단합 엠티를 다녀왔으면서도 또 우루루 놀러가고 싶은 생각이 드나. 물론 재밌기야 하겠지. 인생에 두 번 다시 없을 경험이기도 하고, 나도 그때 재밌긴 했으니까.
밤에 당한 거만 빼고.
도찬호에게 당한 뒤 걱정과 공포로 2주간을 보냈다. 그리고 슬슬 생리가 시작할 거라고, 제발 시작해달라고 빌었지만 생리는 시작하지 않았다.
비참한 심정으로 임신 테스트기를 산 뒤 테스트를 해봤지만, 이상하게 임신 반응도 나오지도 않았다.
생리를 하든, 임신을 하든 했어야 하는데 둘 다 아니었다.
슬그머니 임신보다 더 비극적인 결론이 삐져나오려는 걸 억지로 눌러 밀었다.
내 몸이 일반적인 인간의 몸이 아니라는 결론.
하지만 그것 말고는 답이 없었고, 언젠가 훈련자에게 생리와 임신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지만, 대충 얼버무리면서 대답을 회피해 버렸다.
분명 뭔가 장난질을 쳐놨다.
하지만 임신을 안 하는 몸이라고 완전 안심해 버릴 수는 없었다.
피임 수단을 막아놨으니 분명 뭔가가 있긴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불안에 떠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또한 도찬호나, 쪽방에서 내 몸을 만졌던 놈으로부터 연락이 올 줄 알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혹시 술 때문에 필름이 끊긴 상태였던 건지, 아니면 뒤늦게 후회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다행이었다.
괜히 그 자식이 날 따먹었다고 소문을 내거나, 그걸로 나를 협박이라도 했으면 남은 기간이 더 고달파졌을 것이다.
나는 핸드폰을 들어서 ‘안 가.’라고만 쓴 뒤, 전송하지 않고 기다렸다.
<엠티에 참여할 것.>
그러자 당연하다는 듯이 어플에서 지시가 날아왔다.
씨발 그러면 그렇지. 당연히 피하도록 놔둘 리가 없었다.
나는 글자를 지우고 가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나는 도찬호나 쪽방의 그 자식이 훈련자가 아닐까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거 같지는 않았다. 애초에 도찬호는 여자친구가 있어서 이런 짓을 할 필요가 없었고,
쪽방의 그 자식이 훈련자였다면 내가 깨어 있는 걸 알았을 테니, 깰까봐 몸만 만지고 튀는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좀 더 음흉하고 영악한 누군가, 그런 자식을 찾아야 한다. 분명 동기 중에 있는 게 분명한데, 김주선 말고는 떠오르는 놈이 없다.
평소 이 자식들한테 관심을 좀 가질 걸 그랬나.
사실, 나한테 강한 열등감을 표출하던 도찬호 말고 나머지는 성격이나 행동 같은 걸 거의 모른다. 아예 이름도 모르는 놈이 많았다.
그러니 쉽게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해변 엠티 일정과 전체 인원수가 나왔고, 조원이 짜여서 나왔다. 방학중인데도 25명이나 우루루 몰려가는 대규모 엠티였고, 그러다보니 버스까지 대절해서 가기로 했다.
어?.....어어어??
핸드폰을 들고 있는 내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내 조에 도찬호의 이름이 섞여 있었다.
조원은 분명 과대표가 짜겠지,
혹시 과대표가 훈련자인건가?
나는 그 자식이 어떤 인간이었는지 떠올리려고 했지만, 제대로 된 이미지가 잡히지 않았다.
약간 바보처럼 착하고, 성실하기도 하고, 행사 같은 걸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단순한 우연인가?
어쩌면 지난 번 엠티 때 우리가 사이좋게 술을 마시고 있던 모습을 보고 신경써준다고 묶어준 거일 수도 있다. 그 가능성도 낮지 않았다. 과대는 괜히 수박을 챙겨주면서 근황을 물어보던, 그런 인간이니까.
씨발....아직 그 자식이 그때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는데.
<뭐야, 도찬호랑 같은 조야? 첫사랑이랑 같은 조라니 너무 잘됐다 한솜아.>
문자를 확인하느라 평소처럼 절정횟수 채우기 지시를 수행하고 있지 않은데도 훈련자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도 내가 도찬호랑 같은 조가 됐다는 점에 더 흥미가 가는 것 같았다.
“첫사랑이라니, 그 새끼는 그냥 강간범이야.”
그러자 스크린이 커지면서 내 시야를 완전히 가려 버렸다.
거기에 떠 있는 건 도찬호에게 박히면서 쾌감을 받고 있던 때의 내 얼굴이었다. 눈물을 흘리고, 침을 흘리면서 완전히 풀어진 얼굴로 쾌락에 취해 있는 내 얼굴.
하으윽....흐응.....
방 가득 당시의 내 신음 소리가 울려 퍼지고, 눈을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 절정에 취해 있는 내 얼굴이 눈앞을 꽉 채웠다.
<잘 봐봐 한솜아. 정말 강간이야?>
“닥쳐!!”
<이렇게나 기뻐하고 있잖아. 다시 한 번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야?>
“씨발 닥치라고!!”
나는 허공에 대고 소리 질렀다.
그러자 옆방에서 내게 닥치라는 의미로 벽을 쿵쿵 쳤다.
<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기대된다.>
스크린이 사라졌고, 다시 휑한 내 방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시야 구석에 있던 일일 명령 목록이 사라졌다.
남은 기간은 도찬호에 대한 공포와 불안만으로 나를 채웠다.
“히야, 오랜만이다. 더 여성스러워진 거 같은데?”
엠티 전날 저녁, 장을 보기 위해 내 조원 세 명과 학교 공원에서 만났다. 도찬호도 당연히 와 있었고, 인상이 얕은 남자 두 명도 낄낄대며 날 기다리고 있었다.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 장이나 보고 끝내.”
나는 도착하자마자 앞장서서 마트로 이끌었다.
“왜 그렇게 바빠? 오랜만에 만났는데 저녁이나 같이 먹자.”
키 작고 장난기 많은 얼굴을 한 놈이 말했다. 그가 그런 식으로 계속 몰아가자, 분위기가 점점 저녁부터 먹자는 쪽으로 흘러갔다.
“그럼 너희들끼리 먹어. 나는 미리 장보고 있을 테니.”
하지만 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이놈들이랑 있는 시간을 일 초라도 줄이고 싶었기 때문에.
“에이, 너무 빡빡하게 군다. 그래 어차피 내일 엠티도 가는데, 오늘은 장만 보고 헤어지자.”
마침내 그놈이 포기했다.
휴우....다행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나는 슬금슬금 도찬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가 입을 열면 감히 거역할 수 없을 거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평소처럼 이 자식들의 대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여기 목록 있으니까 빠짐없이 챙겨와.”
도찬호는 대장이 된 것처럼 챙겨 와야 할 물건 목록을 들고 우리에게 지시했다. 어쩐지 벌써 그가 조장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원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
하지만 나머지 두 명은 물론, 나조차도 그 점에 대해 어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의 지시를 따랐다.
대충 구워 먹을 고기들, 간식들, 술, 술, 술 잔뜩 등등을 챙긴 뒤 계산했다.
“그러고 보니 한솜이 너 수영복은 있어?”
밥부터 먹자고 했던 놈이 물었다. 이 새끼 뭘 기대하는 거야.
“응, 있어.”
씨발, 근데, 역겹게도,
이미 훈련자가 챙겨 놨다.
모델 화보에서나 볼 법한 붉은 색 비키니, 보기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거로 말이다.
이거....뒤에는 천이 없어?....
심지어 팬티는 T백이었고, 엉덩이를 가릴 만한 천이 요만큼도 없었다. 그걸 입고 이 자식들 앞에 서야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거 어디에 두지?”
아무 생각 없이 막 집어온 탓에, 그리고 술이 너무 많은 탓에 엄청나게 무거운 양의 짐이 생겼다. 이걸 들고 집에 갔다가 다시 엠티 출발 집합 장소로 가지고 돌아올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학교에 둘까?”
“과방 냉장고 고장나지 않았어?”
“고장 안 났어도 다른 조 애들이 꽉 채워놨을 걸.”
“그럼 누구 집이 가장 가까워?”
남자애들이 나를 쳐다봤다.
“한솜이 방학 중에도 학교 근처에서 자취한다고 했잖아. 그럼 한솜이가 제일 가깝지 않나?”
씨발, 뭐?
“그런 거 같은데. 한솜이 집에 가져다 두자.”
드디어 조용히 있던 도찬호가 입을 열었다.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명령하는 듯한 말투.
“그, 그래. 대신 나는 이거 못 들어서 내일 아침 너희들이 일찍 와 줘야 돼.”
나는 주눅이 들어서 거절하지도 못하고 수락하면서도, 스스로 이런 것도 못한다고 인정하는 나 자신이 너무 비참했다.
“그래, 그 정도야 뭐.”
그리고 남자 세 명이서 짐을 나눠 들었다. 자존심이 상해서 나도 들고 싶었지만,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 될 정도로 과자봉지 몇 개나 드는 게 고작이었다.
“됐어, 이제 가봐.”
“하아....하아....야....조금만 쉬었다 가자....”
내 방까지의 거리는 얼마 안 됐지만, 짐이 무겁다보니 모두 녹초가 돼 있었다.
“그럼 여기 있어. 내가 마실 거 좀 줄게.”
나는 어떻게든 이 자식들을 집에 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내가 문을 조금 열자마자 억지로 밀고 들어갔다.
“너무 그러지 마, 조금만 쉬었다가 금방 갈게.”
“이야....여자 방은 처음 들어와 보는데....개판이잖아? 내 방보다 더 더러운 거 같은데?”
당연하지 이 새끼야.
남자들은 내 방 중앙에 자리 잡고 앉더니, 자연스럽게 오늘 산 짐에서 맥주 캔을 꺼내서 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