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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7화 (7/100)



〈 7화 〉7화

<재밌게 놀다 오라구 ㅋㅋㅋㅋ>

빌어먹을 새끼, 엠티날 아침 일찍부터 훈련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가 엠티에서 입을 속옷과 옷조차 그가 골라줬다.

보지는 처음 제모를 했을 때로부터 시간이 좀 지나서 음모가 살짝 자랐었지만, 어제 또 레이저 제모를 하도록 강요당해서 다시 민둥민둥해져 있는 상태였다.

오늘 작정하고 날 추락시킬 생각인 듯했다.

정말로 오늘 당할지 어떨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 당하는 과정에서 이미 나는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 멘탈이 박살나 버릴 지경이었다.

엠티 장소는 학교에서 멀지 않은 산이었다.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 근처에 있는 작은 펜션 하나를 빌려서 거기서 하루를 지내기로 했다.

으으....더워.....

끈적끈적하고...

무겁다....

하필 펜션이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곳에 있어서, 햇볕 아래를 한참 걸어야 했다. 다행히 짐은 거의 없는데다가, 나에게는 공용 짐을 따로 주지 않았기 때문에 몸은 가벼웠지만,

좆같이 크고 무거운 가슴이 문제였다.

산길을 한 발자국 디딜 때마다 가슴이 흔들렸고, 낮은 지구력 때문에 금세 지쳐서 몸이 크게 흔들리자 가슴이 더욱 거세게 흔들리면서  괴롭혔다.

가슴의 접힌 부분의 끈적함과 불쾌함도 장난 아니었고, 긴 머리 때문에 뒷목도 찜통에 들어가 있는 듯했다.

흐아.....천국이 따로 없구나....

나를 비롯한 모든 학생들이 완전히 탈진해서 펜션에 들어가자마자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하아....어떤 새끼가 여기로 잡았어....”

“씨발, 여기가 제일 쌌다고...”

남자애들끼리 맥없이 투덜거렸지만, 바닥에서 일어날 생각은 안 했다.

“어어? 여학생이 있었어요?”

펜션 주인이 잠깐 점검차 왔다가 드러누워 있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가 빌린 방은 그냥 하나짜리 통짜 방이었기 때문에, 나만 따로  곳이 없었다. 방을 잡은 남자애들도 아차 하는 분위기였고, 펜션 주인이 굉장히 곤란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심한 건, 나도 그걸 이제야 눈치 챘다는 것이다.

“일단 쉬고 계세요, 제가 따로 쪽방 하나 만들어 드릴게.”

“아, 감사합니다.”

과대표가 나 대신 인사했다.

“한솜아 미안, 그러고 보니 여자인  깜빡 했네.”

그가 머쓱해하며 내게 말했다. 당연히 했어야 할 배려를 미처 하지 못했다는 태도, 기분 나쁘다.

“신경 쓰지 마, 그냥 여기서 같이 자도 돼. 그게  대단한 일이라고.”

나는 계속 바닥에 대자로 늘어져 있는 채로 대답했다.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아무리 니가 알멩이가 남자라고 해도, 아닌 건 아닌 거야.”

“왜? 내 몸 보고 꼴리냐?”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과대가 매우 당황했고, 다른 남자새끼들이 누운 채로 낄낄댔다. 나는 그러려니 하고 눈을 감아 버렸다.

씨발, 정말 복잡한 문제다.

내가 그냥 평범한 여자였다면 쪽방으로 가는 게 맞지만, 여자가 됐다는 걸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자식들이랑 같이 자는 게 맞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성추행을 당할 것이고, 심하면 강간도 당하겠지.

여자 취급 받는 것도 싫고,

범해지는 것도 싫다.

하아....아...모르겠다....

너무 덥고 불쾌했기 때문에, 일단은 그냥 좀 쉬기로 했다.



아직 해가 떨어지려면 시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가까운 계곡으로 놀러갔다.

펜션으로 오는 길을 험난했지만 대신 계곡은 매우 가까워서 좋았다.  넓어서 놀기 좋은데 사람도 아예 없어서 우리가 전세 놓고  수 있었다.

“씨발, 역시 호창이가 짱이야.”

남자들은 실컷 물놀이를 하면서 완전히 태도를 바꿔 펜션을 잡은 애들을 칭송하고 난리가 났다.

나는 조금 떨어져서 발만 담그고 몸을 식혔다.

물이 굉장히 차갑고 바람이 시원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뜨거웠던  몸의 체온이 기분 좋게 내려가 금방 쾌적해졌다.

햐아....그래도 대학교에 와서 이런 것도 경험해보네.

멍청이들이긴 하지만 활기찬 놈들, 시끌벅적하게 놀고 있는 동기들과 이런 식으로라도 놀러 나온 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니, 솔직히 기분 좋았다.

인생에서 두 번 다시 있을까 싶은 경험, 지금  순간만큼은 어플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던  다 잊어버리고 기분 좋게 또래들과 어울리는 기분을 만끽했다.

“자아.”

과대가 내게 수박 한 조각을 주면서 내 옆에 앉았다. 수박은 미지근했지만 그래도 달았다.

“요즘 어때?”

과대가 물었다.

“뭐가?”

“여자 몸이 된 건 불편하지 않아?”

어쩐지 여동생을 챙기는 듯한 말투.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불쾌하지 않다.

“불편하지. 좆같이 큰 가슴이며, 치렁치렁한 머리며, 금방 지치는 몸이며.”

마음이 편해지자 나도 모르게 투덜거렸다.

“그런데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야?”

혹시 몰라서 그 점에 대해 하나 핑계를 만들어두긴 했다.

“개성 때문에. 좋은 개성이긴 한데 패널티가 있었네. 얼마 뒤에 다시 남자로 돌아갈 거야.”

스텟창이 목숨만큼 중요한 개인정보인 것처럼, 타인의 개성 내용을 캐묻는  예의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해두면 문제없었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죄다 남자라 불편하진 않겠어?”

“뭐 어때, 나도 남잔데.”

내가 던지듯 대답했다.

순간 그가 내 가슴을 내려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는 일어서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멍청이들에게 뛰어 들었다.

“으앗! 차가워!”

그러다가 멍청이들이 튀긴 물덩어리가 내 몸에 쏟아졌다.

“조심해 이 새끼들아!”

내가 꽥 소리 지르자, 물놀이 하던 애들이 웃으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으으 차가워.

다시 시원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끽하는데, 어쩐지내 몸에 시선이 꽂히는 게 느껴졌다.

“.....”

기분 탓이 아니었다.

시선이 느껴지는 곳을 보면 화들짝 놀라며 내 눈을 피하는 놈들이 하나씩 있었다.

뭐 평소에도 내 가슴이나 다리를 훔쳐보는 놈들이 있었기 때문에 별 거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내 몸을 내려다 봤는데,

아까 물에 젖은 것 때문에 티셔츠 위로 속옷이 옅게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하아....씨발 왜 이렇게 불편하냐 진짜.....

그렇다고 이제 와서 몸을 가리거나 펜션으로 돌아가 버리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정신!

정신 바짝 차리고 이 자식들한테 내가 나약한 여자가 아니라는 점을 어필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냥 시선을 모르는 척 하고 눈을 감아 버렸다.

볼 테면 봐라, 겨우 속옷인데 뭐 어때.



치이이익~....

다시 펜션으로 돌아왔을 때 펜션 주인이 넓은 테라스에 바비큐용 화덕을 내놓고 있었다. 미리 준비를 위해 돌아와 있던 과대가 고기와 소시지들을 굽고 있었고, 테라스에 술자리 테이블도  설치를 해 놨다.

“이야~ 역시 과대 부지런 해~”

“거의  됐으니까 옷 갈아입고 와.”

나는 방에 들어간 뒤 내 가방을 앞에 두고 심각한 고뇌에 빠졌다.

“앗!....아....”

아무 생각 없이 옷을 훌러덩 벗고 팬티바람이 됐던 한 놈이, 뒤늦게 날 발견하고는 부끄러워하기 시작했다.

그래 차라리 그렇게 나를 보고 부끄러워해주면 자리를 비켜준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다.

“됐어, 불편하면 내가 비켜줄게.”

후우....나는 펜션 주인이 안내해준 쪽방으로 들어왔다.

“비수기에 관리인들이 잠깐씩 지내는 곳이라 지저분하긴 한데, 그래도 남자들 사이에서 자는 것보다는 나을 거예요. 미리 연락을 줬으면 깔끔하게 정리를 해놨을 텐데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주인이 대충 청소하고 급하게 침구를 가져다 놓은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정도면 됐다. 어차피 내 방도 거의 돼지우리니까.

나는 그곳에서 옷을 갈아입었는데,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부끄러웠다. 훈련자가 지정해준 옷은 얇은 반팔 티셔츠에 돌핀 쇼츠였다. 돌핀 팬츠라고 부르는 그것 말이다.

엉덩이 아랫살이  드러날 정도로 짧았기 때문에 거의 팬티바람인  같은 감각이 드는 부끄러운 옷이었다. 원래 내가 입던 남자용 드로즈 보다 짧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거부할 권리가 없었다. 어차피 밤이니까 잘 안 보이겠지.

“오오....”

그러나 그건  오산이었다.

내가 등장하자마자 많은 남자들이 내 매끈한 허벅지를 바라보며 감탄하기까지 한 것이다.

“뭐 이 새끼들아.”

그 탄성이 나한테까지 들려올 정도로 이 새끼들이 넋을 놓아 버렸다.

“한솜이 원래 등빨이 좋아서 그런가? 여자 몸매도 장난 아닌데?”

이젠 대놓고 내 몸에 대한 평가도 하기 시작했다.

“좆까, 여자 친구가 없으니 그딴 소리나 하지.”

“그럼 한솜이 니가 사귀어 줄래?”

뭐어?

“야이 새끼야, 게이냐? 한솜이 남자잖아.”

그리고 지들끼리 낄낄대며 지랄을 했다.

하지만 나는 대충 분위기를 파악했다. 이 자식들은 점점 나를 여자로 보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이전과 달리 저렇게 무례한 말을 해도 내가 그들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깨달은 것도 말이다.

일부러 의도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무의식적으로 그들에게 나는 연약한 여자로 자리 잡아 가고 있었다.

비참하게도, 나는 그걸 막을 도리가 없다.

그동안 계속 허세를 부리고 난폭하게 굴려고 노력했지만, 막을 수가 없다. 가녀리고 탐스러운 몸으로는 아무 위협을 줄 수가 없는 법이다.

허탈한 심정으로 적당히 아무 테이블에나 앉았고, 즉시 내 앞으로 캔맥주와 잘 익은 고기들이 배달돼 왔다.

“고마워.”

“천만에.”

나는 가볍게 웃어 보이며, 맥주캔을 잡았다.

이잇....익....

그러나 맥주캔 따개를 내 힘으로  수가 없었다. 나는 평범한 여대생보다도 훨씬 완력이 약했기 때문에, 이것조차 스스로  수 없었던 것이다.

“줘 봐.”

누군가가 내 손에서 캔을  채가더니, 시원한 소리를 내며 열어줬다.

도찬호였다.

그는 내게 맥주를 돌려준 뒤,  맞은편에 앉았다. 그도 자신의 맥주캔을 가지고 있었고, 시원하게 벌컥벌컥 들이키면서 고기를 우악스럽게 먹었다.

나는 그가 조금불편했지만, 내 주변에는 아무도 앉질 않았기 때문에 혼자인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해.”

그리고 뜬금없이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뭔 소리야?”

“그, 내가 너무 무신경하게  거 같아서....미안...”

도찬호가 쑥쓰러워 하며 사과했다.

 같은 새끼, 사과하지 마라. 나를 나약한 여자로 보지 말란 말이다.

“별 것도 아닌 걸로.”

나는 무시해 버렸다.

“그냥 니가 평소처럼 구는 거 같아서 나도 평소처럼 대하려고 했던 건데, 그게 아니었나봐. 아무래도 여자가 된다는 건 큰일이니까.”

“별 일 아니라니까.”

“그래 뭐, 넌 대단한 자식이니까 별  아니겠지.”

내가 계속 틱틱대자, 그가  웃어 버렸다.

“그래도 역시 조금 불편해 보이는데.”

맥주를 몇 캔 정도 비우고,  다 얼근하게 취했을 때 그가 물었다.

주변의 남자들은 이미 테라스를 난장판으로 만들면서 소란을 피우고 있었고, 바비큐 화덕의 그릴에 고기도 다 떨어져 있을 때였다.

몇 명은 술에 꼴아서 방에 들어가 있었고, 칠흙 같이 어두운 밤하늘 사이로 별과 달만 보일 때쯤, 풀벌레 소리가 기분 좋게 귀를 울려서 마음이 편해지고 있을 때였다.

“뭐가?”

나는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술기운 덕분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여유롭고 자유롭게 풀어져 있는 분위기 덕이 컸다.

“여자가 된  말이야, 아까 보니까 캔맥주도 못 따는 거 같던데.”

“좆같긴 하지. 다행히 헌터 무기를 다루는   수 있지만.”

“그래서, 언제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야?”

“그건 왜 물어?”

그러자 그가 침묵했다. 어쩐지 우울해 보이는 표정이다.

“솔직히, 니가 좀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러웠거든.”

시발 낯부끄러운 소리.

“개성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다운 덩치에 성적도 좋고, 무슨 과목이든 여유롭게 만점을 받는 걸 보면서 대단한 놈이라고 인정하고 있었어. 주변 애들이 칭찬해주거나 아부해도 너는 묵직하고 남자답게 받아 넘겼지. 촐랑거리는 민규 같은 놈들이랑은 달라. 그런데 지금 그 모습은 솔직히.....”

“....솔직히 뭐?”

그는 말을 끝맺지 않고 일어서 버렸다.

“아무 것도 아니야.”

“싱거운 새끼.”

나는 모두 방으로 돌아가 버린 뒤에도 테라스에 남아 있었다.

생각보다 즐겁다.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대학교에 오지 않았으면 이렇게 별 거 아닌 것조차도 겪어볼 일이 별로 없다.

나는 도찬호가 했던 말을 몇 번이고 곱씹으면서 혼자 씨익 웃었다. 그 새끼가 그렇게 재수 없긴 하지만, 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면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역시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는 건 기분 좋다.

도찬호를 관심병 종자라고 욕하긴 했지만, 사실 실력으로 관심 받아서 기분 나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 좋은 분위기와 기분을 조금이라도  만끽하고 싶어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나는 쪽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자들이 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모두 잠들어 있어서 구석에서 자면 아무 문제없을  같았다.

역시 혼자 따로 떨어지는 건 여러 가지 의미로 불안했다.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셨는지 화장실에가고 싶었는데, 웬 미친놈이 화장실에서 잠들었는지 문을 잠가놓고 나오질 않았다.

씨발, 그냥 밖에서 싸지 뭐.

“읏!”

나는 펜션을 나온 직후 누군가와 부딪혔다.

도찬호였다.

나는 옆으로 비켜섰고 그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한참동안  얼굴을 내려다보더니,  손목을 잡으며 뒤에서 안아 버렸다.

“야!....”

그의 두꺼운 손이 내 입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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