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6화
지금 단말기가 내 몸이랑 합쳐진 거야?
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스크린을 바라봤다. 의미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손을 뻗어서 스크린을 만져보려고 했지만 그냥 지나가 버릴 뿐이었다.
<한솜아, 지금 이거 부정행위라는 거 알고 있지? 정정당당하게 해야 할 거 아냐.>
이 미친 새끼, 멋대로 내 몸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부정행위? 정정당당?
<이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니가 자초한 거야.>
단말기를 부수지 말라는 금지 사항을 걸지 못한 게 아니었다.
굳이 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단말기는 내 몸에 흡수됐고, 나에게만 보이는 스크린이 증강현실처럼 내 눈 앞에 둥둥 떠다니게 됐다.
이렇게 돼 버리면 염파 능력자를 찾아가더라도 내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고, 그러자면 훈련 어플에 대한 말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 몸에서 단말기를 분리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럼 부정행위를 하려고 했으니 벌을 받아야겠지?>
으윽....이 미친놈이 또 뭘 시키려고.
<옷 벗어.>
뭐?
‘여기서?’
단말기가 내 머릿속으로 들어온 덕분인지, 이제는 내가 굳이 음성으로 내지 않고 생각만으로 문자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당연하지, 그래야 벌이니까.>
으윽....
나는 혹시라도 근처에 다른 여자가 있을 걸 걱정하며, 최대한 조용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미약하게 옷이 살결을 스치는 소리가 너무 야하게 들려왔다.
<뭐해? 속옷도 벗어야지? ㅋㅋㅋ>
크읏....
‘쓰레기 새끼’
나는 욕하면서도 속옷까지 다 벗은 뒤, 대학교 여자 화장실에서 알몸이 돼 버렸다.
<좋아 변기에 앉은 뒤 허벅지를 벌리고 자위해.>
‘야, 진짜 미쳤냐? 여기서 자위를 하라고?’
<아니면 여기서 목 졸리면서 맞을래?>
흐윽.....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어쩔 수 없이 변기 위에 앉아서 다리를 M자로 활짝 펼쳤다.
으음.....음....
그리고 최대한 신음 소리를 죽여가면서 보지를 비비며 자위했다. 누군가 들어오면 소리나 냄새 때문에 들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온 몸이 조금씩 달아올랐다.
덜컹!
히익!....
바깥쪽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깜짝 놀라며 손을 멈춰 버렸다.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올라왔던 흥분이 차갑게 가라 앉는 기분이었다.
<뭐해, 빨리 움직여 ㅋㅋㅋㅋ>
‘미친놈아! 들키면 어떡해!’
<그건 니 사정이고.>
그러자 약간씩 목이 졸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나는 다급하게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는 신음소리가 새어나오지 않도록 내 입을 막았다.
탁!
그녀가 내 옆 칸에 들어왔다.
으윽....
어쩐지 보지가 아까보다 훨씬 더 뜨거워진 느낌이다. 그녀가 옷을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뒤 쪼르륵 하면서 소변을 누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는 동안 내 보지는 완전히 풀어져서 애액을 게걸스럽게 흘리고 있었다.
<좋아, 멈추고 보지 안이 잘 보이도록 벌려.>
옆 칸의 그녀가 나간 뒤 훈련자가 다시 지시했다. 나는 그가 말하는 대로 잔뜩 흘러나온 애액으로 엉망진창이 돼 있는 보지를 벌려 보였다.
색소침착은커녕 복숭아처럼 살짝 연분홍빛을 띄고 있는 대음순과, 마찬가지로 먹음직스러운 연분홍빛을 띄고 있는 보지 안쪽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나에게만 들리는 찰칵 소리가 나며 내 바보 같은 모습을 사진 찍혔고, 어플의 스크린에 떴다.
<좋아, 이제 이걸 본관 자위녀라는 제목으로 헤비 슈터과 학생들한테 보낼 거야. 물론 모자이크는 해줄 테니 걱정하진 말고. ㅋㅋㅋ 나중에 누군가는 이게 너라는 걸 알게 되겠지? 기대되지 않아? ㅋㅋㅋㅋㅋㅋ>
‘흐윽.....미친 새끼....’
<미친 건 공용 화장실에서 자위하면서도 잔뜩 느낀 너 아니야? ㅋㅋㅋㅋ>
그는 한 발 빼러 가야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거슬리던 스크린도 아예 사라져 버렸다.
그렇다고 단말기가 돌아온 건 아니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씨익 웃었다.
저 자식이 간과한 게 있다. 헤비 슈터과 놈들한테 전송할 거라고? 그럼 아무나 한 놈을 잡아서 그 사진을 누구에게서 받았는지 추궁하면 된다.
역시 멍청한 자식.
나는 교수 연구동으로 가길 포기하고, 다시 과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금 즉시 보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 한 번 분위기만 보고 집에 돌아갈 생각이었다.
분명 기태? 규태? 씨발 뭔태 그 새끼라면 나한테 그 사진을 보여주려고 들 것이다.
“어, 한솜아. 잘 왔어.”
과방에 들어서자마자 한 놈이 나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우리 테스트 다 끝나면 신입생 단합 엠티 갈 건데 너도 갈 거지?”
아아, 이 생각 없는 놈아. 너 같으면 이 몸으로 남자들만 우글거리는 곳에서 자고 싶겠냐?
“아니, 안 가. 그보다 너희...”
그때 팟! 하면서 스크린이 켜졌고, 나는 말문이 막혔다.
<엠티에 참여할 것.>
“아 그래? 아쉽네,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긴 여자 몸으로 가긴 좀 부담스럽긴 하겠다.”
그 놈이 헤실헤실 웃어 보이며 몸을 돌리려고 했다.
“아냐, 나도 갈게.”
씨발, 씨발, 씨발!!
“오 그래? 그럼 나중에 제대로 된 일정이랑 계획 잡아서 따로 연락 줄게.”
하아....위험하다....백퍼 당한다. 당하냐 안 당하냐의 차원이 아니라 몇 명한테 당하냐를 걱정해야 될 수준이다.
나는 살짝 파르르 떨면서 뭐시기태, 전에 나에게 내 자위 영상을 보여줬던 놈에게 슬쩍 다가갔다.
“혹시 자위녀 어쩌고 하는 사진 받았냐?”
“응? 뭔 소리야?”
그는 금시초문이라는 멍청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아직 안 보낸 건가.
“아무 것도 아니야.”
내가 그냥 몸을 돌려서 가버리려는데, 그놈이 계속 말을 걸었다.
“이상한 사진 받았어? 어떤 변태새끼가 스토킹하는 거 아냐?”
“아냐 그런 거. 이상한 소문을 들어서.”
스토킹 당하는 건 맞긴 하지만.
“무슨 소문인데?”
귀찮은 새끼 왜 이리 꼬치꼬치 캐물어.
“아무 것도 아니야, 신경 꺼.”
나는 과방을 나와 버렸다.
하아....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집으로 곧장 돌아가지 않고, 교정에 있는 벤치 하나에 앉아서 한숨을 푸욱 쉬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 자식한테서 벗어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든 엠티에 끌려가기 전에 빠져 나갈 방법을 찾아야 했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주에 테스트가 전부 끝나서 종강이 되고, 아마 다음주 주말쯤에 엠티 일정이 잡힐 것이다.
10일 정도 유예가 남아 있는 상황,
직접 부수는 것도 안 되고, 염파 능력자를 찾아가는 것도 안 되는 상황에서, 도대체 뭘 할 수 있지.
차라리 차에 치여 버릴까.
안 죽고 엠티에 참가하지 못할 정도로만.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했다.
어플이 말했던 ‘금지 사항’은 나에게 지키길 바라는 권고나 명령이 아니었다.
아예 행동이 불가능하도록 제약을 걸어 버리는, 일종의 족쇄였다.
스스로 커터칼을 꺼내서 손바닥을 그으려고 해도, 생각만 할 수 있을 뿐 행동으로 옮길 수가 없었다.
그나마 하나 남은 유일한 희망은 화장실에서 찍혔던 사진이었다. 그걸 받은 놈을 찾아서 누가 보냈는지만 찾아낼 수만 있다면,
그 자식에게 내가 당했던 걸 똑같이 겪게 해주면 풀려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당연하게도 그 자식은 쉽게 꼬리를 내주지 않았다.
“씨발 존나 꼴리네 진짜.”
며칠이 지난 뒤, 기어이 내가 화장실에서 찍혔던 사진이 예고했던 것처럼 헤비 슈터과 1학년들에게 풀렸다.
사진만 풀린 게 아니라 처음 옷을 벗는 순간부터 자위를 마칠 때까지의 모습도 영상으로 찍혀서 풀려 있었다.
뭔가 당연하다는 듯이 구석에서 몇 명의 남자들이 그 영상을 보고 있었고, 그 중에는 규태도 섞여 있었다.
저 새끼는 진짜 짐승 새낀가, 야동을 왜 과방에서 보는 거야.
하지만 나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이번엔 또 뭐야?”
내가 시큰둥하게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 한솜아, 이거 좀 봐봐. 전에 봤던 자위 영상 알지? 그 여자랑 비슷한 거 같지 않아?”
그가 헤헤 웃으며 말했고,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됐다.
“보니까 우리 학교 학생인 거 같더라구, 화장실도 여기 본관 여자 화장실이라던데? 여자 화장실 모습은 모르지만 타일을 보면 남자 화장실이랑 똑같아서 맞는 거 같기도 하고.”
“....누가 그래? 누가 이거 보내줬어?”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이 자식한테 들리진 않을까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제 갑자기 문자로 전송돼 오더라구. 근데 알고 보니까 우리과 1학년 전부한테 보냈던데, 넌 못 받았어?”
“나도 받았어.”
의심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했다. 당연히 나한테는 오지 않았다.
“근데 누가 보낸 거야?”
내가 계속 물었다.
“누군지는 모르겠던데? 이것 좀 봐.”
그가 문자 송신자를 내게 보여줬다. 그냥 ‘알 수 없음’이라고만 떠 있었고, 이름이나 전화번호 같은 게 전혀 없었다.
“아, 너도 그렇게 뜨는구나.”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그럼 그렇지, 이렇게 쉽게 단서를 내줄 리가 없지.
이런 것까지 가능하다는 거는, 역시 핸드폰 관련 염파 능력자라는 건데,
아니 헌터 생활에는 아무 쓸모없는 능력을 이렇게까지 성장시킬 필요가 있나? 미친 쓰레기 인생 새끼.
나는 대충 과방 안에 있는 인원들을 둘러보면서,
거꾸로 생각을 해봤다.
만약 그렇다면, 오히려 전투 능력이 가장 뒤떨어지는 놈이 범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잡기술에 투자하느라 전투 능력을 성장시키는 걸 소홀히 했을 만한 사람.
한 명 떠올랐다.
김주선.
무능하고, 음침하고, 멍청하고, 열등감에 찌들어 있을 거 같은 자식.
그 자식은 어딜 봐도 대학에 입학하지 못할 거 같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정식으로 입학을 했다는 건, 뭐라도 하나를 가지고 있다는 건데,
그게 염파 능력이었던 건 아닐까?
굳이 그걸 숨겨야 했던 이유는, 능력이 이런 변태스러운 능력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그 새끼가 분명하다.
“주선이는?”
나는 아무나 붙잡고 물었다.
“수업 들어가 있을 걸?”
나는 과방에서 그를 기다리기 전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팬티를 내리는데, 애액으로 질척하게 젖어 있는 팬티가 내려가면서 애액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으윽.....도대체 왜.....
그 자식들이 내 자위 영상을 보고 있을 때, 나도 규태와 대화하면서 힐끔힐끔 내 자위 영상을 훔쳐봤다. 그리고 규태와 대화하는 도중인데도 보지가 잔뜩 달아오르며 애액이 나오는 게 느껴졌던 것이다.
나 스스로 봐도 음탕해 보이는 내 영상 때문인 건지, 내 알몸과 보지 구멍이 동기들에게 훤히 드러나 버렸다는 것 때문인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흐읏!....
나는 애액범벅이 돼 있는 보지를 살짝 만져봤다가, 쾌감이 올라올 거 같아서 손을 떼 버렸다. 민감해져 있는 보지와 팬티를 휴지로 대충 수습한 다음, 찝찝하지만 다시 팬티를 입었다.
그러나 주선을 기다리기 위해 다시 과방으로 들어와서 구석에 서 있었고, 아직도 몇 명이 내 자위 영상을 보고 있는 거 같은 기분에 다시 보지가 뜨거워지고 있었다.
한참 뒤 주선이 과방에 들어왔고, 나는 곧바로 그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사람이 없는 계단 사이 휴게실로 데려간 뒤 그를 째려봤다.
“하, 한솜아? 왜 이래?”
그는 이렇게 약해 빠진 나한테도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며 따라왔고, 내 따가운 눈빛을 견디지 못하고 온 몸을 배배 꼬았다.
“너지.”
“응?”
“니가 훈련자지?”
내가 쏘아붙이듯 말하자, 그 자식은 한심한 표정을 하며 더욱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훈련자라니?”
“시치미 떼지 마. 니 스탯창 나한테 공개 해.”
“시, 싫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스탯창은 남에게 함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헌터 생활의 모든 것이 걸려 있는 중요한 것이었고, 차라리 알몸을 보여주면 줬지 스탯창만큼은 절대 보여줘서는 안 된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그를 때릴 것처럼 위협했다.
“빨리 공개 안 해?”
띠링~
내가 으르렁거릴 때, 주선의 머리 위에 훈련 어플 스크린이 떴다. 물론 주선에게는 보이지 않고 나에게만 보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좆같은 글자 뒤로, 잔뜩 겁먹은 주선의 얼굴이 보인다.
씨발.....뭐야, 잘못 짚었어?....
연기? 연기하는 건가?.....
으윽....
구분할 수가 없다. 지금 당장 보기에는 평소처럼 찐따 같은 얼굴, 겁먹은 얼굴을 하고 있긴 하니까.
<한 번 싸워봐. 힘 7짜리는 어떻게 싸우는지 궁금하다. ㅋㅋㅋㅋ>
씨발.....그러고 보니 그렇지.....
주선이긴 하지만....못....이기겠지....?
이런 좆밥새끼한테도 못 이긴다니....
이 새끼가 진짜 훈련자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그래서 이 새끼가 진짜라면? 어떻게 할 건데?
헌터 무기를 인간에게 쓰는 건 불가능하다. 인간을 향하면 자동으로 락이 걸리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하아...꺼져.”
나는 힘없이 그를 쫓아 버렸고, 그는 마치 연장자에게 하듯 나에게 인사를 꾸벅 하고 사라졌다.
일단은 힘을 기르는 건가.
범인을 찾았을 때 제압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
대충 힘을 50정도로 올리면 1학년 평균 정도는 될 것 같았다.
좋아, 그러면 일단 헬스를 하자.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집으로 갔고, 애액으로 엉망이 돼 버린 팬티를 갈아입은 뒤 당장 대학교 내에 있는 자유 개방 헬스장으로 갔다.
그래도 뚜렷한 목표가 생기니 무기력한 채로 당할 걸 두려워하기만 할 때보다는 훨씬 생기가 넘치게 됐다.
겨우 1킬로그램짜리 아령으로 낑낑대면서 훈련하는 사이,
기어이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오늘이 엠티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