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2화
도대체 누구지?
내 이름을 안다는 건 대학교 동기이거나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라는 건데, 그 자식들이 나한테 왜 이런 짓을 하지?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말이 친구지 졸업과 동시에 서로에게 관심을 끊어버린 남남들이다.
헤비 슈터과 동기 중 누군가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기계는 도대체 뭐야? 이런 게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
<안녕? 유한솜?>
단말기가 재촉하듯 다시 인사했다.
“너 누구야.”
단말기에는 타이핑할 수 있는 키패드가 뜨지 않았다. 그냥 녹음 기능이 있으리라고 생각해서 말을 하자, 내 말이 문자가 돼서 그대로 올라갔다.
<누구라니, 당연히 니 훈련자지. 그보다 사진 잘 봤어. 생각보다 더 음탕하게 잘 만들어졌는데? ㅋㅋㅋ>
“너 나 알아?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그런 건 알 필요 없고. 사진은 팔로 가리고 있어서 잘 안 보이네. 다시 한 번 옷 벗고 서봐. 이번에는 가리지 마.>
“씨발! 개소리 하지 마! 내가 왜 니 말을 들어야 돼? 너 어디 숨어있어! 당장 나와!”
<제한 시간 10초>
어어?
어?
나는 순식간에 얼어붙은 뒤, 숫자가 7로 내려가는 순간 부랴부랴 옷을 벗고 알몸이 됐다.
<좋아~ 차렷 해봐.>
크윽.....
방 안에 아무도 없는데도 누군가 구석구석 핥듯이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진다. 나는 조금씩 어깨가 움츠러들며 팔로 가슴와 사타구니를 가리고 싶은 충동이 들어 움찔거렸지만, 나는 아까 내가 핏덩이를 토했던 곳을 바라보며 참았다.
방 안에서 알몸이 되는 것 정도야 흔히 했던 일인데, 사진이 찍히고 있다는 것 때문인 건지, 여자가 됐기 때문인 건지, 견딜 수 없이 부끄러웠다.
단말기 화면에는 내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서 하나씩 올라가고 있었다.
방에 몰카가 있다는 생각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로, 여러 각도와 구도로 내 몸이 찍혀 올라갔고, 카메라가 있을 수 없는 곳에서도 찍히는 사진이 있었다.
<좋아, 이제 동영상도 잘 찍히는지 한 번 봐볼까. 침대에 올라가서 다리 벌리고 보지 벌려봐.>
“이 씹새끼! 뭘 어째?”
<제한시간 10초>
아아아아악!!!!
미쳐버리겠네!
나는 바로 침대로 튀어간 뒤, 그가 요구했던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단말기 쪽을 향해 다리를 벌리고, 내 보지를 벌렸다.
으윽....아직 나도 내 보지를 확인 못 해봤는데....
<흐음....털 때문에 잘 안 보이네, 뒤로 돌아서 엎드려.>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개처럼 엎드린 뒤, 내 보지를 손으로 잡고 까 벌렸다.
<클리가 잘 안 보인다. 잘 좀 벌려봐.>
씨발, 나도 클리가 어디에 붙어있고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른다고!
영재 개성이 생긴 뒤로 성장하는 게 너무 재밌었기 때문에, 몇 번인가 여자친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차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여자랑 섹스를 해보기는커녕 보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진성 동정이었다.
아아....이젠 처녀인가....
나는 적당히 보지 구멍 위쪽, 클리토리스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 부분을 손으로 잡아 벌렸다.
<에이, 털 때문에 잘 안 보이네. 나중에 레이저 제모 해. 깔끔하게 전신으로 모근이 다 사라질 때까지. 아, 물론 머리털은 남겨두고.>
크읏....
씹새기...갈아 죽일 새끼...만나기만 해봐 관절 하나하나 이빨로 물어뜯어 줄 테다.
그러나 아직 그의 요구는 끝나지 않았다.
이건 영상 촬영 테스트였기 때문에,
<그럼 그대로 손가락으로 자위 해봐.>
“뭐? 그, 그런 거 할 줄 몰라!”
<그러니까 내가 앞으로 가르쳐주겠다는 거 아냐. 니가 마조 암캐가 되도록 말이야.>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한솜이 너 생각보다 말이 많구나. 학교에서는 그렇게 과묵하면서. 이게 갭모에라는 건가?>
씨발 갭모에는 또 뭐야.
<이게 제한 시간 거는 게 꽤 귀찮아서 말이야, 웬만하면 그냥 제한 시간 없이 하고 싶거든? 그러니까 빨리 시작 해줄래?>
“꺼져! 안 해! 그런 짓까지 하면서 살 생각은 없어! 차라리 죽여 이 씹새끼야!”
그러자 갑자기 숨이 턱 막히면서 머리에 있던 피가 모두 빠져 나가는 듯한 감각이 됐다.
커억....컥....
그리고 온 몸을 방망이로 두들겨 맞는 듯한 느낌이 정신없이 쏟아졌고, 거의 까무러치기 직전에 막혔던 숨이 풀렸다.
하아....하아....
그리고 몇 초 숨을 고르자마자 다시 숨이 막히고, 보이지 않는 몽둥이들에 두들겨 맞았다.
그러기를 다섯 번 정도 반복했고, 완전히 축 늘어져 버렸을 때, 다시 절반정도 목이 졸리면서 가느다랗게 숨만 이어갈 수 있는 상태가 됐다.
내 눈앞에 단말기가 둥둥 떠서 다가왔다.
<죽이라니 무슨 그런 무서운 말을 하냐. 나는 그래도 착해서 함부로 안 죽여. 대신 방금 당한 걸 영원히 그 방에서 반복하게만 해줄게 ㅋㅋㅋ.>
주르륵....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서 이불에 떨어졌다.
나는 엎드린 채로 힘겹게 엉덩이를 들고,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보지 균열을 손가락으로 비비기 시작했다.
여자는 흥분하면 애액이 나온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게 애액인 걸까? 아직 자위 하지도 않았는데....
보지가 미끈미끈한 점액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내가 보지 균열로 손가락을 넣자마자 뭉쳐 있던 점액이 내 손을 타고 주르륵 흘렀다.
여자 몸은 항상 이런 상태인 건지, 이게 애액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설마 방금 그렇게 목을 졸리고 몽둥이로 얻어맞은 것 때문에 흥분했다고?
그럴 리가 없다.
여자 보지는 항상 젖어 있다고 했지, 아마 이게 기본 상태인 것이다.
나는 잔뜩 겁먹은 채로 힘없이 내 보지 균열을 기계적으로 비볐다.
<좋아, 잘 찍혔네. 그만해도 돼. 앞으로 잘 해보자. 유한솜. ㅋㅋㅋ>
그의 마지막 문자가 화면에 뜨고는, 잠시 뒤 화면이 바뀌며 다른 문구들이 떴다.
<금지 사항>
<학교는 계속 정상적으로 다닐 것>
<훈련 어플 단말기는 항상 가지고 다닐 것>
<타인에게 훈련 어플에 대해 말하지 않을 것>
<자해나 자살 금지>
<피임약 등의 피임 수단 금지>
나는 마지막 문구를 보고는 덜덜 떨면서 단말기를 떨어뜨렸다.
이 몸 임신이 가능한 몸이었어?
임신시키려고?
나 임신당해?
으윽.....흑.....
나는 엎드린 채로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긴 시간동안 흐느꼈다.
내가 잔뜩 절망에 빠졌던 것이 허무하게, 상대로부터 연락은 그렇게 자주 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이 될 때까지 단말기는 잠잠했다.
흐읏!....
하지만 내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릴 때마다 훈련 어플에서 울린 건 줄 알고 흠칫흠칫 놀라는 건 멈추지 않았다.
‘한솜아, 대박인 거 찾음, 학교에서 보여줄게 ㅋㅋㅋ’
나와 친한 척 하고 싶은 동기 놈 중 하나가 보낸 문자였다. 이름도 입에 잘 붙지 않는 한심한 놈. 또 시답잖은 거겠지.
나는 대답도 하지 않고 옷을 입으려고 하다가, 머리가 멍해졌다.
어떡하지?
학교에 가긴 가야하는데 여자 옷은커녕 속옷조자 없다.
나는 풍만한 내 가슴을 내려다봤다.
어젯밤 한참 울고 나니 어쩐지 머리가 상쾌해진 듯한 기분이 됐고,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극복해내리라는 심정이 됐었다.
그렇게 머리가 맑아지자 가장 처음 궁금해진 것이 바로 내 몸의 모양새였다.
부드러운 피부 곳곳을 만져보고, 묵직한 가슴을 손으로 받쳐보며 무게감을 느끼다가,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로 내 몸을 비춰봤다.
훈련 어플 때문에 내 몸을 둘러볼 겨를이 없었지만, 차분하게 살펴보니 남자라면 누구나 첫눈에 반해서 흠뻑 빠져 버릴 정도로 예쁜 얼굴, 나도 모르게 손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굴곡을 가진 몸을 가지고 있었다.
연분홍색의 젖꼭지도 보는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야하고 귀여웠다.
96?....97?....
핸드폰으로 여자 가슴 사이즈를 재는 법까지 검색해가며 줄자로 내 가슴 크기를 재봤고, 무려 97센티미터나 됐다.
미친 젖소인가 거의 1미터잖아.....
컵은 70G컵이었다.
씨발 G컵이라는 게 있었어?
내 머릿속 상식에서는 D컵이 가장 큰 가슴이었는데 말도 안 되게 컸다.
어쩐지 내 몸인데도 야하게 느껴지고 흥분되는 느낌이었고, 쉽게 잠들지 못했었다.
나는 일단 내가 가지고 있던 아무 티셔츠나 입어봤다.
그러자 한심하게도 젖꼭지가 뽈록 튀어 나왔다.
무슨 옷을 입든 그럴 것이다. 이 꼴로 학교는커녕 이 방을 나가는 것조차 할 수가 없었다.
하아....어떡하지....
학교에 안 가면 또 다시 어제 당했던 고문을 당할지도 모른다.
으으...
그러다가 어제 단말기가 들어 있었던 상자로 눈이 갔고, 어제는 못 봤던 것이 들어 있는 게 보였다.
그 자식이 넣어둔 건가?
그 안에는 내가 입을 속옷과 옷가지가 있었다.
설마 그 새끼가 내 방에 들어왔던 거야?
나는 번뜩 내 보지를 만져봤다. 혹시 자는 동안 당한 거 아니야?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는 어떻게든 보지 구멍 안쪽까지 손가락을 넣어서 정액이 묻어나오지는 않나 확인해봤다.
하지만 아무 이상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현관 쪽이나 창문 쪽을 살펴봐도 누군가가 침범한 흔적이 없었다.
혹시 처음부터 상자에 들어있었는데 정신이 없어서 몰랐었나?
하아....
일단 이거라도 입어봐야지.
으윽....느낌 좆같잖아 이거....
별로 대단할 거 없는 흰색 브라를 가슴에 대자, 미쳐버릴 거 같은 자괴감이 몰려왔다.
내가 왜 이런 걸 입어야 돼....팬티는 왜 이리 작고....
팬티까지 입은 뒤, 잠깐 동안 망연자실한 심정으로 멍하게 내 몸을 내려다봤다.
착!
나는 손바닥으로 내 볼을 착착 때렸다.
정신 차려! 일단 정신 차리고 방법을 찾아보자. 무기 개발과에 가져가보면 뭘 좀 알아낼 수 있을 거야. 나는 고등학교 때 친구 하나가 무기 개발과에 있는 걸 떠올렸다.
옷은 여대생이 흔히 입는 캐주얼한 반팔 티셔트에 주름 치마였다.
허전함이 장난 아니잖아....
가슴이 크다보니 평범한 티셔츠인데도 엄청 야하게 보였고, 허벅지 절반쯤까지밖에 안 닿는 치마를 입고 있으니 아래는 그냥 맨몸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아....그래도 어쩔 수 없지.
바지만큼은 원래 내가 있던 걸 입어보려고 했지만, 골반과 허벅지가 두꺼워져서 입을 수가 없었다.
나는 한숨을 푹 쉬고 방을 나서는데, 방문이 뭔가에 걸려서 열리다 말았다. 그곳에는 어제처럼 종이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고, 어제보다는 훨씬 큰 상자였다.
그 상자에는 어제와 똑같이 <유한솜>이라는 내 이름이 적혀 있었고, 운송장은 안 붙어 있었다. 그 새끼가 우리 집에 왔다간 게 분명했다.
씨발, 이러니까 싸구려 빌라는....
그 새끼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좆같게도 이 빌라에는 cctv가 하나도 없었다.
나는 대충 상자를 방 안으로 가져온 뒤 열어봤다.
이 변태 새끼...
그 안에는 여자 속옷과 옷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모두 나에게 입혀보려는 거겠지.
아아....
나는 그 모양을 보니 머리가 지끈거렸고, 방을 나와 버렸다.
나는 대학 건물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눈앞이 어지러워질 정도로 긴장됐다. 왠지 나를 지나쳐가는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내 가슴이나 허벅지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남자들이 많았다.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무기 개발과 과방 문이 열려있는지 확인했지만, 너무 이른 시간인지 잠겨 있었다.
같은 건물에 우리 학과 과방이 있었기 때문에 금방 갈 수 있었지만, 일단 화장실로 들어온 뒤 한숨 돌렸다.
후우....
그래, 일단은 여자 화장실로 들어왔다.
습관적으로 남자 화장실에 들어갈 뻔했다가 겨우 멈추고, 여자 화장실 쪽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이쪽도 들어서기가 만만치 않았다.
마치 남자 몸으로 몰래 들어서는 것처럼 뻣뻣하게 경직된 채로 겨우 들어왔고, 재빨리 변기 칸에 들어와서 문을 잠갔다.
그리고 그때 가증스러운 훈련 어플에 메시지가 떴다.
<굿모닝 한솜? 어제는 잘 잤어?>
“잘 자기는 씨발....”
<그러고 보니 어제 말을 안 한 게 있어서 말이야. 니 영상 보면서 한 발 뺄 생각에 깜빡 했지 뭐야. 미안 ㅋㅋㅋ>
역겨운 새끼, 남자였던 나를 가지고 자위를 할 생각이 드나.
“그래서 그게 뭔데?”
나는 혹시라도 좆같은 금지 사항이 하나 더 늘어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물었다.
<그냥 여자로 만들어놓고 게임오버라고 하면 재미가 없잖아. 그래서 말인데, 다시 남자로 돌아가는 걸 걸고 내기를 하지 않을래?>
이 자식은 악마다. 그냥 가지고 노는 것보다 발버둥치는 걸 몰아세우면서 즐기는 게 훨씬 재밌다는 걸 아는 악마.
하찮은 벌레조차도 단숨에 밟아서 죽이는 것보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걸 지그시 손가락으로 눌러서 죽이는 게 더 재밌는 법이다.
하지만 거절할 도리가 없다.
그의 이런 장난스러운 여유가 나를 구원해줄 유일한 생명줄인 셈이다.
일단은 그의 손에 올라가 있는 시늉을 해주다가, 나를 완전히 제압했다는 생각에 오만해져 있을 때 그의 손을 물고 도망쳐야 한다.
이딴 변태 자식과 싸워 이기는 건 식은 죽 먹기다.
그래서 지금은 납작 엎드려야 한다.
자존심 같은 건 세울 필요 없다.
어차피 저 자식은 내가 남자로 돌아가기만 하면 상대할 가치가 없는 쓰레기 인생일 테니.
“좋아, 하자.”
나는 내용도 듣지 않고 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