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1화 1학년 1학기 (1/100)



〈 1화 〉1화 1학년 1학기

정체불명 단말기에 메시지가 떴다.

<옷을 벗으십시오.>

<남은 시간 : 1분>

나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렇게 돼버린 걸까.

<속옷을 벗으십시오.>

<남은 시간 : 1분>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전체를 채우는 것 같다.

나는 조심스럽게 팬티를 내렸다.



쾅! 쾅! 쾅! 쾅!

내가  헤비캐논 탄환들이 표적들에 정확하게 꽂혔다.

이로써 조별 사격 테스트에서 내가 있는 조가 1등이 됐다.

휴우....

내가 한숨 돌리자, 뒤에서 조원들의 환호소리가 들렸다.

“와아! 만점이라니! 역시한솜이야!”

“우리 전부 A+인 거지? 역시 한솜이 밖에 없다니까.”

하아, 나한테 빌붙어서 평균이나 깎아먹는 벌레 같은 놈들. 반드시 조를 짜야 하는 게 아니었다면 그냥 혼자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 혼자서도 1등을 할  있었을 것이고.

“됐어, 술이나 사.”

나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역시 까칠한 한솜이.”

같은 조원들이 나에게 엄지를 세워 보이는 걸 무시하고 사격장을 빠져 나왔다.

드디어 지겨웠던 1학년 1학기가 거의 끝나간다. 잔뜩 기대했던 대학교에는 얼간이들 밖에 없었고, 그들과 경쟁한다는 게 이렇게나 지루할  몰랐었다.

그들은 나에게 친한 척을 했지만, 결국 내가 조별 실습에서 하드캐리를 해주기 때문에 앞으로도 빌붙기 위해서 위선을 부리는 것뿐이다.

[이름 : 유한솜]

[클래스 : 헤비 슈터 (숙련도 S)]

[힘 : 113]

[민첩 : 88]

[지구력 : 109]

[정신력 : 95]

[염동력 : 15]

[개성 ; 영재]

그래도 입학할 때보다 약간 높아져 있는 스탯을 보며 만족하는 수밖에 없었다. 염동 특화 클래스가 아니면 의미 없는 염동력을 제외하고 평균 스탯 100을 채웠다. 이 정도면 사실상 대학을 졸업하고 현장에 막 투입된 신입 수석 헌터 수준의 스탯이다.

대학생 수준에서는 비교할 만한 놈이 없다는 말이지.

이게 모두 영재 개성 덕분이다.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개화한 영재 개성은 내 성장 속도를 엄청나게 올려줬고, 제한 없는 멀티 클래스를 가능하게 만들어줬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할 때쯤 되면 클래스 네댓 개 정도를 마스터한 만능 에이스가 돼 있을 것이고,  정도면 출세길을 골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대학은 졸업은 해야 한다.

정규 도시 방위군에 들어가든, 사설 자경단을 만들든 대학을 졸업해서 정식 헌터 인증을 따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에휴....이제 막  학기 끝났는데 어떻게 견디나.

“한솜아!”

꼴 보기 싫은 놈의 목소리가 들렸다. 헤비 슈터과에서 가장 무능한 놈이고, 재수 없게 이번에 같은 조가 됐던 놈이다.

물론 재수 없다는 말은 이놈 때문에 점수가 낮아질 뻔 했다는 말이 아니다. 이런 놈은 나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니까. 그냥 못난 놈은  보기도 싫다.

“내가 제대로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한솜이 니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가 헤헤 웃어 보였다.

“그럼 연습이나 더 해.”

나는 틱틱대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오늘 조별 사격 1등 축하회 한다던데 올 거지?”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은 제대로 해야지, 협력해서 조별 사격 1등 한 게 아니라, 내가 1등한 건데.

물론 가긴  거다. 이렇게 무능하고 쓸모없는 자식들이긴 하지만, 완전히 고립된 대학생활을 하고 싶진 않으니까, 대충 얼굴이나 비추고 자리 채워주는 정도면 되겠지.

스탯과 성적이 좋다보니 내가 이 자식들을 무시하고 깔봐도, 이들은 나에게 까칠하다며 컨셉 같은 걸로 웃어 넘겼다.

차라리 다행이다. 귀찮게 비위를 맞추는  피곤할 뿐이니까.



저녁까지 대충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약속 장소인 술집으로 갔다. 도중에 옷가게를 지나치며,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야, 주선이 새끼, 여장 한 번 시켜볼까?”

테이블 주변에 둘러 앉아 있는 놈들이 전부 날 쳐다봤다. 모두  말에 터무니없이 놀란 느낌이었다.

“조별 과제에 좆도 도움 안 되는  둘째 치고, 헤비 슈터과에는왜 온 거야, 기지배 같은 새끼, 애초에 대학교에 오면  되는 새끼였어.”

나는 별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여자가 들었다면 바로 나한테 쏘아붙일 만한 발언이었지만 사실 헤비 슈터과에는 여자가 하나도 없다. 선배 중에 한두 명 있었다던가 없었다던가 하는 전설은 들었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4학년 전체를 통틀어  명도 없었다.

묵직한 헤비 캐논을 들고 빵빵 쏴서 죄다 박살내는 클래스니, 애초에 여자들이 좋아하는 과가 아니다.

주선이는 아까 만났던 꼴찌 놈이다. 역시나 꼴찌답게 전부 다 모여 있는데  놈만 아직 도착을 안 했다.

“하여튼 그 새끼는 편의점 알바 하면서도 지각해서 민폐 끼칠 거야. 진짜 왜사냐.”

내가 너무 심하게 짜증내자, 주변 애들이 나를 달래며 헤헤 웃었다.

“야아, 아무리 그래도 농담이 심하다. 하하.”

한 놈이 상황을 대충 얼버무리려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한솜이 가끔 농담하면 빵빵 터진다니까. 하하하...”

다른 놈이 어떻게든 받아보려고 했다.

나도 더 이상 상황을 험악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따라서  웃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중에 주선이 놈이 도착해서 재미없고 지루한 술자리를 가졌고, 밤이 시작될 무렵 모두 자기 자취방으로 흩어졌다.

술을 많이 마신 건 아니었지만 밤이 됐는데도 후텁지근한 밤공기가 기분 나빴다.

모든 것이 짜증났다. 사실 주선이놈 자체에는  화가 나지 않았다.

어차피 그런 놈 없어도 나 혼자 다 할 수 있고, 그 놈이 아싸로 눈에 안 띄고 혼자 다녔으면 졸업할 때까지  자식의 존재도 몰랐을 것이다.

첫 번째 학기가 거의 끝나가면서 대학 생활에 대해 기대했던  허튼 망상이었다는 걸 느껴서일까, 그냥 요즘 모든 게 지루하고 짜증났다.

이럴 거면 차라리 여자들 많은 서포터쪽 학과로 할 걸 그랬나.

영재 개성 덕분에 여러 직업을 할 수 있으니 최종적으로는 대여섯 개 정도 멀티클래스를 할 생각이고, 대학생 중에는 적어도 서너  정도를 마스터할 생각이었다.

대학을 벗어나면 연습하기 힘든 헤비캐논을 먼저 배우자는 생각으로 이 과에 들어왔는데, 남자들만 모아놓은 게 이렇게까지 칙칙할 줄은 몰랐다.

나는 괜히 땅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들에 화풀이를 하며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응?”

문을 열기 직전, 문 앞에 작은 상자가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택배 올 건 없는데.

그러나 상자에는 운송장이 붙어 있지 않았다. 누군가 직접 놓고 간 것이었다. 상자에는 분명히 내 이름 <유한솜>이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에, 잘못 놓고  것도 아니었다.

나는 약간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켕기는 일이 없어서 그냥 집어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상자 안에는 포장된 약  알과, 핸드폰처럼 생긴 단말기가 하나가 들어 있었다.

핸드폰인가?

라고 생각하자마자 단말기 화면이 켜지면서 문구가 뜨고 그걸 읽어주는 여성 음성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특수 훈련 앱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훈련 대상자 ‘유한솜’과의 접촉이 확인 되었습니다.>

<초기 설정을 시작합니다.>

<동봉된 알약을 섭취해 주십시오.>

<제한 시간 : 1분>

씨발, 가뜩이나 수상한 기계 주제에, 수상한 약을 먹으라고 지시하고 있다.

나는 당연히 먹을 생각이 없었고, 제한시간이 떠 있길래 그게 줄어드는 걸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경고, 제한 시간이 10초 남았습니다. 임무를 완수하지 않을 경우 사망합니다.>

뭐? 사망? 웬 헛소리야?

“아아악!”

남은 시간이 0초가 되면서 동시에 나는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바닥에 쓰러졌다. 온 몸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눈앞이 깜깜해졌고, 목구멍으로 뭔가가 넘쳐 올라오려고 했다. 정말 죽겠다는 공포가 온 몸을 엄습했다.

“먹어! 먹을게!”

나는 다급하게 소리 질렀다.

<추가 시간 10초.>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졌다. 나는 재빨리 일어난 뒤 손을 덜덜 떨면서 같이 있던 약의 포장을 벗겼다.

우욱....

나는 뱃속에서 뭔가 올라오려고 하던  기어이 토해냈고,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이 들었다.

단순한 오바이트가 아닌 핏덩어리를 토해낸 것이다. 음식물이 아닌, 내 몸 구석 어딘가에 붙어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살점이 피범벅이 돼서 쏟아져 나왔다.

씨발....씨발....뭐가 어떻게 돼 가는 거야....

나는 눈물을 머금은 채로 수상한 약을 재빨리 삼켰다.

<초기 설정을 시작합니다.>

<대상자는 안전을 위해 평평한 곳에 편하게 누워주십시오.>

문구를 듣고 나자 어쩐지 두통이 생기며 어지러워지기 시작했고, 나는 겨우 침대로 가 드러누웠다.

눈을 감은 것도 아닌데 눈앞이 어두워지면서 아무것도 안 보였다. 온 몸에서 식은땀이 계속 나고, 꽉 조이는 전신 타이즈를 입은 것처럼 불쾌한 상태가 지속됐다.

그러다가 피가 전부 빠져버렸던 몸에 다시 피가 돌기 시작하는 느낌으로 조금씩 몸이 편해지는 감각이 들면서 시력이 되돌아왔다.

<초기 설정이 끝났습니다.>

<훈련을 시작하기에 앞서 튜토리얼과 시스템 기동을 확인합니다.>

<창문 앞에 서십시오>

<제한 시간 : 1분>

나는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끼며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

그런데 어쩐지  몸이 작아져 있는 느낌이 들었고, 가슴이 무거웠다.

씨발?

이제 보니 내 몸이 여자가 돼 있었다. 머리카락은 길어 있고 손으로 다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묵직한 가슴이 생겨 있었다. 물론 사타구니에 있던 내 물건도 사라지고 보지가 생겨 있었다.

<제한 시간 : 10초>

씨발, 당황하는 사이 시간이 많이 흘렀다. 나는 급하게 내 방에 하나밖에 없는 창문으로  섰다.

<창문을 열고 옷을 벗으십시오.>

<제한 시간 : 1분>

“씨발! 뭐? 장난해?”

하지만 흘러가는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덜덜 떨면서 창문을 먼저 열었다.  좆같은 단말기와 약을 보낸 새끼가 밖에서 보고 있는 거겠지.

나는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면서 눈알을 굴렸다. 개미새끼 한 마리도 놓치지 않을 심정으로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거리에나 다른 건물에나 사람 그림자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쩌면 닫혀 있는 창문들 중 하나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은 계속 흐른다.

사람 그림자라곤 찾아볼 수도 없어서 점점 손이 덜덜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1분이라는 짧은 제한시간이끝나간다.

나는 그 자식을 찾는 걸 포기하고 천천히 옷을 벗었다. 내장이 뒤틀리던 그 고통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내가 토해낸 핏덩어리는 방 중앙에서 말라가고 있다.

창문에서 벗어나면 안 될 거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에 나는 양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섰다. 옷은 원래  옷이었기 때문에 속옷은 팬티 한 장 뿐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방금까지 남자였는데도, 마치 여자처럼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씨발,   때문에 성격도 여자가 돼 버렸나?

<속옷을 벗으십시오.>

“제발....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여자가 된 탓인지 너무 쉽게 눈물이 나려고 했다. 나는 기계에 대고 애원했지만 화면의 숫자만 줄어들 뿐이었다.

나는  손으로는 가슴을 가리고, 한 손으로만 내 팬티를 내리고 완전히 알몸이 됐다.

<튜토리얼이 끝났습니다.>

나는 재빨리 창문을 닫고 옷을 입었다.

<사진 촬영 기능을 확인합니다.>

마치 반대편 건물의 누군가가 찍은 것처럼, 방금 전 알몸인 채로 창가에 서 있던 내 모습이 단말기에 떴다.

<사진 촬영 기능 정상.>

<영상 녹화 기능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넓은 장소로 가 앉았다 일어서기를 세 번 반복해 주십시오.>

나는 대충 물건들을 치운 뒤,  가운데 서서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자 방금 내가 한 행동을 녹화한 영상이 그 단말기에 떴다.

씨발, 어디서 찍는 거야?

나는 영상의 구도를 보고, 영상을 찍고 있을 법한 곳을 바라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몰래 카메라 같은 게 있을 거라는 생각도 안 들 정도로 아주 깨끗한 천장이었다.

<영상 녹화 기능 정상>

<훈련자가 설정해둔 조건에 맞는 상황은 모두 촬영되며, 모든 사진과 영상은 훈련자에게 자동으로 전송됩니다.>

씨발, 훈련자라는 놈이 이걸 보낸 새끼겠지. 그 놈을 찾아서 족쳐야  텐데.

<튜토리얼과 기능 테스트가 끝났습니다.>

<정식으로 훈련 앱을 시작합니다.>

<훈련자 : ???>

<훈련 대상자 : 유한솜>

<훈련 타입 : 마조 노예>

<훈련자가 대상자에게 명령을 내리면, 대상자는 제한 시간 내에 명령을 수행해야 합니다. 만약 이를 어길 시 훈련자는 대상자에게 패널티를 부여할 수 있으며 최대 목숨을 빼앗을 수 있습니다.>

<대상자의 스테이터스에 특수 항목들이 추가되었습니다.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분노와 공포로 부들부들 떨면서 스탯창을 열어봤다.

겉모습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지만, 나는 절망스러운 변화에 다시   눈물이 날 거 같았다.

[힘 : 7 / 300]

[지구력 : 31 / 300]

다른 스탯은 그대로였으나 힘과 지구력이 절망스러울 정도로 떨어졌다.  정도면 여자 대학생 헌터 평균에도 한참  미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힘은 거의 저학년 초등학생 수준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헤비캐논 숙련도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게 겉보기에는 묵직해 보여도 사실 헌터 무기라는 게 특수 광물로 만들어서 무게 개념이 없다. 숙련도만 높으면 힘이 유아수준이어도 자유자재로 다룰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단말기 새끼가 말한 추가된 특수 항목이라는  보였다.

[개발 레벨]

[가슴 : 0/9], [유두 : 0/9], [보지 : 0/9], [음핵 : 0/9], [항문 : 0/9], [요도 : 0/9]

[복종도 : 남 0/9  0/9], [노출증 레벨 : 0/9]

이런 좆같은 것들이 달려 있었다.

<시스템 안내가 끝났습니다.>

<즐거운 훈련 되십시오. 이제 훈련자와 연결됩니다.>

그리고 단말기 화면이 꺼져버렸다. 잠시 기다려도 아무 것도 뜨지 않길래 일단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핏덩어리를 치웠다.

띠링!~

히익!....

잠시 뒤 경쾌한 소리를 내며 단말기 화면이 켜졌고, 나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감각을 느끼며 깜짝 놀랐다.

나는 조심스럽게 단말기 화면을 바라봤다.

<튜토리얼 끝났냐? 유한솜? ㅋㅋㅋ>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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