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76화. 암컷
방 한구석에 있는 택배 상자에 석현이의 관심이 몰린다.
“이거 뭐야?”
“멈췃⋯! 잠깐, 잠깐!”
“응? 뭔데 그래?”
“열지 말라니까!”
흐아아악.
지금은 아니란 말이야!
자꾸 상자를 열어서 내용물을 보려고 하길래 헐레벌떡 가서 석현이를 막아섰다.
“뭔데 못 열게⋯ 윽!”
“악⋯!”
아으으 아파라.
급하게 막으려다가 콩- 소리가 나면서 석현이 어깨에 머리를 부딪쳤다.
“아파아⋯.”
“어우, 괜찮아?”
“머리 고장 나면 어떡해⋯?”
“괜찮나보네.”
“우이씨⋯”
이마가 아파서 눈물이 핑 돌려다가도, 석현이 농담에 금세 풀어진다.
그런데 얘랑 나랑 키 차이가 이렇게나 나는구나⋯.
체격 차이가 난다는 걸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다.
몸을 들이대도 가슴팍 안에 다 들어올 정도로 차이가 나서, 내가 여자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가까이 붙어있으니까 어쩐지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게, 점점 묘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읏, 바보⋯”
“희지야.”
“안돼엣⋯ 아직 안 씻었어⋯.”
지금은 안된다구.
땀냄새 난단 말이야⋯.
괜히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지금은 안된다며 석현이를 밀어냈는데 그거 때문에 더 어색해지기만 했다.
어으, 민망해.
“저⋯저기 침대에라도 가서 앉아있던가⋯.”
“응, 그래.”
“호,혹시⋯ 많이 더워⋯? 에어컨 틀어줄까⋯?”
“아냐, 이 정도는 괜찮아.”
“씨이⋯ 그럼 여기 물이라도 마시던가!”
“응, 고마워.”
“우이씨⋯ 뭐라도 해보던가!”
“치맥 시킬까?”
“⋯응.”
치킨 완전 좋아.
빨리 시켜버려.
“너 근데 술 못하잖아. 맥주는 하나만 시킬까 봐.”
“완전 잘 마시는데⋯?”
“⋯?”
“뭐, 뭐⋯.”
“또 혼날래?”
“헤윽.”
근데, 혼나는 거 좋을지도 몰라⋯.
“됐다, 그냥 두 개씩 시켜야겠다. 치킨 둘, 맥주 둘, 오케이?”
“쪼아, 콜!”
어깨가 으쓱해진다. 술찐탈출이 뭔지 보여주겠어!
오늘은 꼭 제대로 마실 거니까 결제도 반띵을 해야겠다.
“석현아, 네가 결제해줘. 내가 절반 따로 줄게.”
“야, 됐어. 그냥 내가 계산할게. 먹기나 해라.”
“안돼! 미안해서 어떻게 그래?”
“오늘 불러서 나와주고 고생도 해서 사주는 거야. 그냥 먹어.”
“으응⋯.”
완전 친절해.
홍다희한테 물벼락 맞은 것 때문에 솔직히 기분 나쁘긴 했는데 석현이의 배려에 마음이 누그러진다.
석현이는 그렇게 침대에 앉은 채로 배달 앱을 켜서 치맥을 주문했다.
망설임 없이 바로결제를 해버리는데 그게 굉장히 좋게 보였다.
이런 별거 아닌 사소한 행동에도 두근거리는 게 사랑인가보다.
“으음, 다 됐다. 50분 후에 온대.”
“고마워, 빨리 먹고 싶다.”
“그러게. 여기 평가 좋더라. 맛있대.”
“으응, 난 너랑 먹으면 1점짜리라도 좋아.”
“어이구? 또 귀여운 소리 한다.”
“히히.”
“하하, 남들한테는 안 그럴 거지?”
“당연하지!”
“그래. 그럼 됐고. 어, 근데⋯”
석현이가 몸을 뒤로 기대다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이불 위를 만지기 시작했다.
“음,음⋯ 이게 뭐지.”
“어⋯?”
“안에 뭐가 들었나 본데. 음⋯”
어어⋯
이불 아래에 뭔가가 있다고?
이상하다.
분명 속옷 같은 거 다 치웠는데.
급하게 치우긴 했지만 빼먹은 게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석현이가 이불을 집어 올린 순간 내 짧은 착각이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어, 이거⋯”
“어어⋯?”
저게 왜 저기 있었지⋯?
나와서는 안 될 게 나와버렸다.
집에 갔다 오기 전, 그러니까 신입생 환영회 하기 전에 혼자 쓰던 게 저기에 남아있었다고⋯?
“이거⋯ 로터 아니야?”
“어어⋯?”
둘 다 당황해서 몸이 굳어버렸다.
조그마한 분홍색 로터가 석현이 손에 들려있는 채로, 치렁치렁하게 줄이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석현이가 로터를 잡아 든 순간 잘못 조작되어 스위치가 켜지고 말았다.
“지이이이이잉────”
“지잉 지잉 지잉 지잉─────”
다양한 패턴으로 즐길 수 있다고 회사 측에서 자랑하던 게 이런식으로 다시 드러나고 말았다.
“어,엄청 세네.”
“아⋯ 아으⋯⋯”
“하하⋯ 미안. 끌게.”
“아으우⋯⋯”
“뭐⋯ 그럴 수도 있지⋯? 난 너 이해하니까, 희지야.”
“꺄아악──!! 난 몰라!!”
쪽팔려서 죽을 것 같아──!!
석현이가 멋쩍게 웃기는 하는데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너무 부끄러워서 빨리 뺏으려고 석현이한테 무작정 달려들었다.
“꺄악⋯! 그거 이리 내!”
“어,어⋯?”
하지만 의욕만 앞섰던 걸까.
무작정 달려든 탓에 속도 조절을 못 하고 그대로 석현이한테 들이박아 버렸다.
당황한 석현이는 그대로 침대에 엎어졌고, 그 위에는 내가 올라탄 꼴이었다.
그리고 연약한 다리로 너무 성급하게 움직여댄 탓인지, 힘이 풀려버려 좀처럼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앗, 하우읏⋯⋯”
“⋯”
“흐앗, 하앗⋯”
묘한 기류가 감돈다.
우리 둘 사이에 시선이 마주치고, 서로가 숨을 쉴 때마다 내 커다란 젖가슴이 맞닿게 되고⋯
점점 입술이 가까워지면서 뜨거운 숨결을 나누게 된다.
“하아, 하아⋯”
“후우⋯”
“하아아⋯”
“후⋯ 희지야, 못 참겠다.”
“어? 꺄악⋯!”
순식간에 자세가 뒤바뀐다.
이번에는 내가 반대로 침대에 눕혀지고, 순식간에 내 위로 올라타서는 입술을 부딪쳐오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힘이 풀려버렸는데 키스까지 해버리니 온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후읏,흐우읏⋯”
좋아하는 사람의 체향을 맡을수록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녹아내리는 동안, 몸을 감싸고 있던 옷도 순식간에 벗겨지기 시작했다.
세련됨을 강조하려고 입은 크롭탑이 위로 들어 올려지자 두 손으로 가득 잡고도 남아도는 젖가슴이 출렁거린다.
“옷 들고 있어봐.”
“흐으읏⋯”
가슴에 땀이 찼을까 봐 몸을 흔들어봤지만,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저 아래에 깔린 채 젖꼭지가 빙글 돌려졌다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비틀리기도 하고, 꽈악 꼬집히기도 하며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흐앙, 아아앙⋯!”
신음소리가 마구 터져 나온다.
심지어는 가슴을 깨물고 츄읍 빨아대기도 하는 거에 완전히 놀아나고 있었다.
그리고는 젖꼭지가 발딱 서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다리 사이로 얼굴을 옮기고는, 은밀한 곳을 마구 희롱하기 시작했다.
“흐익⋯!? 안댓, 거기 더러워⋯!”
“손 치워.”
“하앙⋯ 하아아앙!”
입고 있던 것들이 다리 사이에 걸려있는 채로, 조갯살을 벌리고 구석구석 쓰다듬는 혀의 놀림에 몸이 튀어 오른다.
거기 안된다구, 더럽단 말이야⋯!
아무리 외쳐봐도 무시해버리고는 입과 손으로 비부를 애무해온다.
비부를 헤집고 민감한 부위를 어루만지다가, 콩알 감싸고 있는 겉껍질을 까서 자극을 주고⋯
하지만 점점 가벼운 절정에 다다르려고 할 때쯤, 갑자기 찾아온 배달기사의 호출로 인해 우리 둘은 하던 일을 멈춰야만 했다.
“배달이요!”
쾅쾅 두들기는 소리에 순식간에 흥이 깨지고, 민망한 기분에 휩싸인다.
옷을 입고 있던 석현이가 배달을 받으러 나가는 동안, 애무로 인해 온몸이 녹아버린 나는 이불을 덮어쓴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부끄러워⋯.
문밖에서 주고받는 것인데도, 왠지 날 쳐다보고 갈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그리고 배달을 받아온 석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바닥에 치맥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무릎을 끌어안고 석현이를 구경하는 동안 흥분됐던 게 점점 가라앉는다.
“바보⋯”
“응? 뭐라고 했어?”
“⋯아니야.”
“자- 다 차렸다. 빨리 내려와. 먹자.”
“으응.”
분위기는 아쉽게 됐지만, 맛있는 냄새를 맡으니 식욕이 돈다.
하지만 부르는데도 침대에서 내려가지 않고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왜 그래?”
“으⋯ 저, 저기, 석현아?”
“어? 왜?”
“나 해보고 싶은 게 있었거든⋯”
“뭐가?”
“인터넷에서 본 건데⋯ 으, 해봐도 돼?”
“뭔데 그래. 해봐.”
예전에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감명 깊게 봤던 대사가 하나 있어서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지금에야 내가 받는 게 아니라 해주는 입장이지만, 아무튼 침을 꿀꺽 삼키고는 용기를 내본다.
“뭐⋯, 뭐부터 먹을래⋯? 치킨⋯? 아니면 나⋯?”
미쳤어미쳤어!
너무 부끄럽잖아⋯!
막상 저지르고 나니 어디론가 도망가버리고 싶은 부끄러움이었다.
“아으으⋯ 나 미쳤나봐⋯! 잊어줘! 지금껀 잊어줘⋯!”
“음, 치킨부터 먹는다.”
“뭐, 뭐⋯?”
“잘먹겠습니다.”
“어⋯ 어⋯? 아앗, 안돼! 안된다구! 같이 먹어⋯!”
“하하하⋯.”
※
치킨 조각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맥주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소한 농담이나 일상 얘기에서 시작했던 대화가 점점 진지한 주제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서로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고민이나 걱정거리들을 털어놓는 시간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 주말에 부모님이랑 싸웠거든. 너무 속상해⋯.”
“음, 이름이나 성별 같은 거는 좀 민감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
“그치만 난 엄청 절실하게 생각해서 용기내서 말한 거였는데, 잘 안돼서 속상하다구⋯.”
“희지야.”
“응⋯.”
“난 네가 그런 거 바꾸지 않아도 괜찮아. 난 그런 거 괜찮으니까, 널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으니까 너무 초조해하지 않아도 돼.”
“날 있는 그대로⋯?”
“응. 물론 바꾸면 여러모로 편한 점도 많고 너한테 좋겠지만, 기다려줄 수 있으니까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응?”
“아아⋯ 석현아⋯”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나온다.
속에 담아두었던 괴로움이 석현이의 위로 덕분에 눈물로 터져 나오면서 따뜻한 에너지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래⋯ 너무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자.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말씀드려보면 되는 거니까, 지금 당장 해결되지 않는 일은 잠시 묻어두자.
“석현아, 너무 고마워⋯ 정말 너밖에 없어⋯.”
“하하, 우리 사이에 뭘 이런 거 가지고.”
“진짜진짜 사랑해⋯”
“그래, 힘내야지. 울지 말고.”
“으응⋯.”
소중한 가족과도 트러블이 생기는데, 그걸 따뜻하게 격려해주는 석현이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나한테 정말로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야.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
그렇게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는데, 문득 석현이의 부모님에 대해서 궁금한 게 떠올랐다.
“정말 고마워. 부모님이 답답하게 느껴졌었거든⋯.”
“두 분 다 좋으신 분인 거 같은데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응. 근데 석현아,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그래, 물어봐.”
“너도 이런 식으로 의견이 달라서 싸운 적 있어? 아니 그⋯ 생각해보니까 너희 부모님 얘기는 한 번도 못 들어본 것 같아서⋯.”
“우리 부모님⋯.”
일순간 석현이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자기 부모님 얘기가 나오자마자 표정이 바뀌는데, 내가 뭔가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앗, 미안⋯ 혹시 어려운 얘기면 말 안 해줘도 돼. 정말 미안해.”
“⋯아냐. 괜찮아. 후우⋯ 그래, 우리 부모님⋯.”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썩 내켜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잠시 한숨을 내쉰 석현이는 이내 말을 이어가며 자기 사정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은 내가⋯ 우리 엄마랑만 살고 있거든.”
“어⋯? 혹시 너희 아버지⋯ 돌아가셨어⋯?”
“아니, 그건 아닌데. 후⋯ 아버지가 우리 엄마를 멀리하셨거든. 어릴 때는 왜 그러는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 놔두고 두 집 살림 차린 게 아닌가 싶고⋯.”
“어,어떡해⋯ 그래서 너희 어머니랑 너랑 둘이서만 살은 거야⋯?”
“어. 얼굴 안 본 지 꽤 됐어.”
“아으⋯ 미안해⋯. 나 때문에 이런 얘기 하게 되고⋯.”
“네가 미안할 게 뭐 있냐. 내 사정인데.”
처음 알았다.
항상 상냥하고 다정하게 대해주길래, 석현이가 좋은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라온 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석현이는 가정사를 털어놓으며 자기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살게 되었는지를 나한테 알려주었다.
석현이 어머니는 언제나 아버지에 대해 헌신적으로 사랑을 바쳤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엄마를 떠나버리고, 자기마저 떠나버리는 걸 보며 애정을 바라던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고, 그 때문에 존중받고 있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 자라왔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대했던 아버지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생각하니 배신감이 느껴지고, 그런 것 때문에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싫어졌어.”
“응, 다 이해해⋯. 난 절대로 너한테 거짓말 안 할게.”
“그리고 아버지⋯ 그 사람이 떠나버리고 나니까, 마음이 엄청 허전해지더라고. 그래도 헌신하던 우리 엄마 보니까, 그게 너무 대단해 보이고⋯ 그런 두 사람을 보니까 애정을 주는 사람을 내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더라고⋯. 우리 엄마처럼 나한테 애정을 쏟아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하게 되고.”
“어떡해, 너무 슬퍼⋯ 흑, 난 절대로 너 안 떠날게. 너만 사랑할게. 네 옆에 있을 테니까, 응⋯?”
“그래, 널 믿어. 널 믿으니까 이런 얘기도 한 거야. 어디 가서 이런 얘기 한 적이 없었는데, 너한테 처음 얘기하는 거야.”
“응, 사랑해⋯ 정말로 사랑해⋯ 너한테 이런 사정이 있는 줄 몰랐어⋯ 정말 사랑해⋯”
“그래, 고마워. 다희 때문에 심란했는데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마음이 좀 나아진다⋯ 사랑한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널 보니까 세상에는 아버지 같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알 것 같네⋯.”
석현이의 과거사 공개와 뒤를 이은 내 사랑 고백 때문에, 서로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이런 아픈 과거가 있었다니.
사랑받아야 할 가족한테 버림받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간직하던 어머니께 감동을 받은 것이 지금의 석현이로 이어진 셈이다.
홍다희나 나한테 매몰차게 대하지 못하고, 언제나 상냥하고 다정하게 보듬어주던 이유를 마침내 알게 되었다.
이 사람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내 사랑이 석현이의 상처받은 마음을 움직였다니 감격스럽기 그지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다는 걸 확실하게 깨닫게 되니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그래. 우린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인 거야.
변해버린 내 모습을, 그 전과 그 이후의 모습 전부를 알고 있는 석현이가 너무나도 소중하다.
그리고 석현이 역시도 마찬가지로, 아픈 과거를 이겨낼 수 있도록 언제나 사랑을 노래하는 날 필요로 해주는 게 틀림없다.
석현이의 기대가 틀리지 않다는 것을, 내 사랑에 거짓 한 점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석현아, 사랑해.”
“너한테 내 모든걸 바칠게.”
“정말, 사랑해.”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 다리 사이로 뜨거운 열기가 왈칵 쏟아지기 시작한다.
석현이 역시 내 사랑에 감동받았는지 얼굴에 조금씩 미소가 올라오면서, 심지어는 고간까지 볼록해지기 시작했다.
“아⋯”
그런 걸 보면 홀릴 수밖에 없다.
온몸에 복받쳐 오르는 감정 때문에, 석현이의 다리 맡까지 기어서 가게 된다.
사랑의 감정이 뜨겁게 휘몰아치는 탓에, 석현이 앞에 가자마자 곧바로 키스를 바칠 수밖에 없었다.
“하읍─ 사랑해, 사랑해─”
혀를 섞고 타액을 나눌수록,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지는 게 느껴졌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듯이 부드러운 키스를 나눈 끝에, 마침내 서로의 옷을 벗겨주기까지 했다.
“하으, 하으으─”
속옷이 벗겨지고 소중하게 감싸져 있던 가슴이 그 속살을 드러낸다.
중간중간 가슴이나 허리, 목덜미와 허벅지 따위를 어루만지는 손길이 느껴진다.
“흐읏⋯ 다 네 꺼야. 내 가슴도, 엉덩이도, 다리 사이도 전부 네 거니까⋯! 사랑해, 정말 사랑해⋯!”
“후우, 후- 몸 좀 더 붙여봐.”
“으응, 사랑해, 사랑해⋯!”
서로를 끌어안고 온몸을 어루만지고 있다.
연이은 사랑 고백을 하다 보니 더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어버린다.
결국 서로를 애무해주던 도중, 끓어오르는 열기를 참지 못하고 석현이를 바닥에 넘어뜨렸다.
“하아,하아⋯ 내가, 내가 위에서 넣을게⋯?”
“⋯괜찮겠어? 콘돔은 껴야지.”
“아냐, 괜찮아⋯ 그런 거 필요 없어. 끝나고 약이라도 먹으면 되니까⋯ 사랑의 결실이니까⋯ 정말 사랑해⋯”
“그럼 밖에 쌀 테니까, 천천히 넣어봐.”
“응, 사랑해, 사랑해⋯ 하으읏♡”
오로지 석현이에 대한 믿음만으로, 생으로 자지를 넣기 시작한다.
이미 충분히 풀어져 있는 탓에, 순식간에 입구가 벌어지고 속살이 부드럽게 감싸며 안으로 집어삼키고 있었다.
상대를 완전히 눕혀두고 내가 올라타는 체위는 처음이었지만, 생각보다 더 기분 좋고 평소와는 다른 자극이 되고 있었다.
“후우, 이거도 꽤 좋은데⋯.”
“으응♡ 나도 좋아, 사랑해♡”
“음.”
“하응⋯ 하으응⋯♡”
사랑을 느끼면서 천천히, 조금씩 집어넣고 있자, 석현이가 격려를 해주며 나를 아래로 내려 끌었다.
“살짝 아쉽네. 조금만 더 깊게 넣어봐.”
“하으⋯읏? 악, 아으으윽─♡”
순식간에 자궁까지 닿아버렸다. 뱃속을 가득 채우는 크고 두꺼운 자지 때문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아래에서 찔러넣는 각도 탓에, 어쩌면 뱃가죽이 살짝 튀어나온 걸지도 모를 일이었다.
“헥,헤엑⋯ 헤에엑⋯♡”
“으음, 더 깊게 안 되나⋯?”
“헤엑, 할수이써⋯♡ 흣, 흐윽⋯”
더 넣을 수 있다며 허리를 최대한 밑으로 내리자, 엉덩이가 눌리면서 밑에 있는 석현이의 다리를 자극하기 시작한다.
아주 조금만 더 움직였을 뿐인데도, 자궁이 밀어 올려지며 뱃속의 압박감이 늘어난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인지, 내 몸은 더이상 받아들이지 못하고 짧은 신음만을 내지르고 있었다.
“끄으,끅⋯ 사랑⋯해, 사랑,해⋯”
“후우,후- 괜찮지?”
“흣, 걘..걘챠나♡ 사,랑헤⋯♡”
숨쉬기조차 어렵고 뱃속이 찌릿찌릿 울리지만, 애써 괜찮다고 대답하며 석현이에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나 혼자서는 어렵겠다는 걸 눈치챘는지, 친절하게도 자기가 허리를 들어 올리며 대신 왕복하기 시작했다.
“손잡아줄 테니까, 꽉 잡아.”
“응⋯ 끄으윽!? 끅, 흐윽, 으윽⋯ 윽! 으윽⋯! 흐으윽⋯!”
“꽉 잡으라고!”
“하읏, 흐으윽⋯!”
손을 꽉 잡아보지만, 거친 리듬감에 버티지 못하고 몸이 무너져내렸다.
석현이 위에 쓰러진 탓에 가슴이 맞닿고, 배가 밀착되어서는 오히려 내가 깔아뭉개고 있는 꼴이었다.
“후우,후우⋯ 많이 힘들어?”
“걘차나⋯ 조금, 조금 깊어서⋯”
여전히 자지가 들어와 있는 상태이지만, 나 때문에 움직임이 멈춰져 점점 사그라들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아, 안 되는데⋯
내 모든 걸 다 줘서라도 석현이를 사랑으로 채워주려 했는데, 내가 너무나도 연약한 탓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싫어⋯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미안한 마음에 몸 곳곳을 어루만져주기 시작한다.
혀로 할짝거리기도 하고, 쪽하고 입을 맞춰보기도 하다가, 애달픈 표정으로 석현이를 보면서 키스를 청했다.
“미안해⋯ 흐응⋯ 사랑해⋯”
“다시 할까?”
“으응, 와줘⋯.”
“음, 정말 괜찮은 거 맞지?”
“어⋯ 응, 괜찮아. 조금 아플지도 모르지만⋯”
“아니다, 후우─. 침대로 올라가자.”
눈 깜짝할 사이에 날 들어 올리고는 침대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자지를 넣은 채로 들어 올린 자세가 엄청 야하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여자의 마음을 자극해댄다.
위에 들어 올려진 상태로 결합되어 있는 탓에, 그곳에서 하얀 물이 뚝뚝 떨어지며 바닥을 적실 정도였다.
이런 자세 하려면 엄청 힘이 좋아야 한다던데⋯
새삼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게 된다.
“나 안 무거워⋯?”
“전혀.”
“⋯♡”
마음을 사로잡는 당당한 대답에 뱃속이 큥큥거리면서 다리 사이로 애액이 흘렀다.
침대 위로 옮겨졌을 때는 이미 주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나와서 이불보가 흠뻑 젖어버릴 정도였다.
침대에 누워서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다리를 벌린다.
“아니, 그렇게 말고. 뒤로 돌아봐.”
“앗, 응⋯!”
“무릎 꿇듯이. 옳지, 엉덩이 더 내밀고.”
“이렇게⋯?”
침대를 짚은 채로 허리를 뒤로 빼고 엉덩이를 내민다.
처음 해보는 후배위 자세였지만, 인터넷에서 본 걸 떠올리면서 자세를 잡아봤다.
단순히 안겨서 하는 섹스가 아니라, 점점 더 다양한 걸 시도할 수 있어서 우리 사이가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아, 아아앙♡ 기분 죠아⋯?”
“후우, 그래, 기분 좋네─!”
“흐읏⋯ 홍다희보다, 앙♡ 다른 여자보다 더 좋아? 하앙♡”
“후우, 후우.. 지금은 네가 최고야-!”
“아앗♡ 앗, 사랑해♡, 사랑해♡”
“앞으로 쓰러지지 말고!”
“하앙, 아앙⋯ 미아녜⋯ 흐읏⋯”
“손 뒤로 내밀어, 잡아줄 테니까!”
“흐읏..! 하앙,앙!, 하아앙⋯! 빨리 잡아죠, 하앙⋯!”
자세가 무너지려 하자, 침대를 짚고 있던 양손을 붙잡더니 더욱 거칠게 허리를 부닥쳐오기 시작했다.
뒤에서부터 끌어당겨 지는데, 내 몸의 통제권을 넘겨준다는 느낌이 든다.
살갗끼리 부닥치면서 팡팡 소리가 나고, 침대보에 무릎이 쓸릴 때마다 숨이 넘어갈 정도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
깊은 곳까지 한 번에 들어오고, 자궁을 찔러댈 때마다 암컷만이 낼 수 있는 소리만이 나올 뿐이었다.
“끄윽, 흑⋯ 헤엑⋯ 헥, 헤에엑⋯”
“후우, 시발─!”
“헤엑, 헤엑⋯ 기분 죠아⋯? 헥⋯!”
“이렇게 엉덩이 내미는 거, 크윽⋯ 어디서 배웠어⋯!”
점점 속도가 빨라지다가 더이상은 안될 것 같은지, 잠시 날 놓고는 왜 이렇게 자세가 좋냐며 물어온다.
격렬하게 흔들린 탓에 힘이 빠져버려서, 침대에 등을 대고 누운 채로 배시시 웃기만 했다.
“하악, 하악⋯ 헤헤헤⋯.”
“엉덩이 이렇게 드는 거, 일부러 그러는 거야?”
“응, 너,넣기 좋으라구⋯ 히히.”
“⋯어디서 배웠어.”
“으응⋯? 나 혼자 해본 건데⋯?”
“다른 사람이랑 한 거 아니지?”
뭐어?
말도 안되는 질문이잖아!
난 너밖에 없단 말이야!
“이 바보!”
괜히 우이씨,하는 마음에 일어나서 석현이한테 몸을 던졌다.
이정도 부딪히면 아프겠지!
비장의 몸통박치기..!
에잇!
“⋯엥.”
“뭐해⋯?”
그런데 현실은 아무 타격도 없었다.
타격은커녕 석현이한테 안겨버리는 꼴이 되어버렸다.
워낙 체격차이가 나고, 몸에 힘이 하나도 실리질 않아 몸통박치기가 아니라 몸통바치기가 된 꼴이었다.
“흐앙⋯”
“지금 뭐 한 거야?”
“몸통박치기 했어⋯.”
“⋯? 박치기는커녕, 껴안고 있는데?”
“힝, 몰라아.”
품에 쏘옥 안겨가지고는 얼굴을 부비대고 있다. 엉덩이를 실룩 흔들 때마다 가슴까지 덩달아 출렁이는 게 느껴진다.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석현이를 올려다봤다.
“⋯아무튼 박치기 한 거야.”
“하하.”
석현이 얼굴에 미소가 번져간다.
그리고 자지가 다시 커지면서 배 위를 가득 덮기 시작했다.
“앗,아앗⋯♡”
또다시 혼날 시간이었다.
※
격렬한 정사는 그 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하앙,하아앙──!! 쎄게, 더 쎄게 박아죠─!!”
내 방에서 한다는 안정감 덕분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교성을 내지를 수 있었다.
꼭 누군가에게 들려주기라도 하고 싶은 것 마냥 과시하는 듯한 신음이었다.
제 짝을 찾은 암컷이 사방에 끈적한 교성을 터뜨리면서, 다른 열등한 수컷들의 기를 죽여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배 위에 흩뿌려진 진한 정액들을 닦아내면서, 석현이가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다.
“고마워, 헤헤헤⋯ 나머지는 내가 닦을게♡”
“그럼 나 먼저 씻고 올 테니까 누워서 쉬고 있어.”
“앗, 같이 가─”
혼자 씻고 오겠다는 말에,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나 석현이를 따라가려 했다.
하지만 허리가 빠진 탓에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흐앗⋯!”
“어후, 괜찮아?”
“갠차나. 히히.”
“누워있으라니깐.”
“다 너 때문이잖아⋯♡”
석현이가 두 손으로 날 붙잡고 지탱해주는 것만으로도 또다시 뱃속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여기서 더 할 체력이 없었기 때문에, 잠자코 석현이에게 기대며 같이 씻자는 제안을 했다.
“나랑 같이 씻자. 응?”
“좀 쉬었다가 해. 힘들지 않아?”
“괜찮아. 같이 하자.”
“그래, 손 잡아줄 테니까 붙잡고.”
“응응.”
화장실까지 짧은 거리이지만, 혹시나 자빠질까 봐 굳이 손을 잡아준다.
사정을 한 후 내팽겨친다는 다른 무책임한 남자들과는 다르게, 세심하게 챙겨주는 모습이 기쁘다.
우리 둘이 화장실에 함께 들어가니, 더욱더 비좁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덕분에 서로가 더 가까이 밀착할 수 있어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온다.
석현이와 마주 보고 있으니, 변해버린 내 몸이 얼마나 키가 작은지 체감이 된다.
고개를 들지 않으면 얼굴을 볼 수 없고, 까치발을 들지 않으면 얼굴에 닿을 수 없다.
여자로서의 내 몸은 남자에게 안기기 위해 맞춰져 있는 듯했고, 그렇기에 내 앞에 있는 사람과 하나가 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샤워기의 물을 맞으며 자연스럽게 껴안고 키스를 나누다가, 이내 서로를 씻겨주며 곳곳에 묻은 체액을 닦아내었다.
애정을 담아 몸을 쓸어내고, 부위마다 한 번씩 입맞춤을 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정성껏 피로를 풀어주고⋯
마치 지아비를 섬기듯 지극정성으로 석현이를 씻겨주니, 물건이 다시 커져가는 걸 볼 수 있었다.
이토록 늠름한 걸 보니, 오히려 주인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뀌게 된다.
욕심을 그칠 줄 모르는 암컷의 몸뚱아리가 제 주제도 모르고 발정하기 시작한다.
이 건방진 암컷은, 곁에서 보기만 했는데도 애액을 질질 흘려대며 기껏 씻은 걸 허투루 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