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3화 〉71화. 케이스 (73/80)



〈 73화 〉71화. 케이스

“읍, 으웁.. 우읍, 읍, 읍, 읍...!”

머리를 부여 잡힌 채 석현이가 흔드는 대로 그의 물건을 빨고 있다.

정성스레 꾸미고 온 머리가 다 헤집어질 정도로 손길이 거칠다.

숨 쉴 새도 없이 잡아 당겨져서,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이 거품을 일으키며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볼이 홀쭉해질 정도로 빨아대는 바람에 턱까지 얼얼해질 정도였다.

“으웁,우읍..!,읍,읍..!”


입안의 부드러운 점막이 자지에 찔려 신음을 내뱉는다.

석현이는 내 입을 사용하면서 점점 더 능숙해지는 건지, 이제는 중간중간 머리를 짓누르는 강도를 조절하며 내 호흡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학, 하악, 하악⋯ 읏, 으웁⋯! 읍, 우으읍⋯!”

“희지야, 더 세게 할게. 이거 너무 좋다.”

“읍, 으응⋯, 웁, 우읍─”

고통에 몸부림치다가도 석현이의 칭찬에 애써 웃으면서 입안을 빨아들인다.

눈물이 줄줄 흐르고 얼굴이 새빨개질수록 석현이는 강한 음압을 느끼며 침음을 흘렸다.

그리고 점점 머리를 거칠게 흔들리다가, 자지가 움찔대며 세찬 맥박이 뛰기 시작했다.

“읏─”

“흐읍, 흡, 흡⋯, 흐으읍⋯!”


자지가 움찔거릴 때마다 입안이 가득 차고 목구멍을 때리며 진한 백탁액으로 점막이 뒤덮였다.

그렇게 석현이가 머리를 짓누르고 사정을 하는 동안, 그걸 숨도 쉬지 못한 채 오로지 입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하지만 전혀 고통스럽지 않다. 오히려 기쁘기만 하다. 입으로 해줄 때마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뭔가 해줬다는 정신적인 만족감이 상당했다.


“흐에─”


입안에 가득 찬 진한 백탁액을 삼키지 않은 채 그대로 보여준다.

어찌나 잔뜩 싸준 것인지, 미처 삼키지 못한 것들이 입 밖으로 흘러내릴 지경이었다.

얼굴 전체가 축축하게 젖어있고,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마구잡이로 헤집어져 있다.

그런 나를 보면서, 석현이는 기특하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희지야, 잘했어.”

“흐⋯ 하혀도 대⋯?”

“삼켜.”

꿀꺽 삼켜보지만 너무나도 진한 나머지 목구멍을 따라 끈적이는 느낌이 사라지질 않는다.

어찌나 양이 많은지 배가 부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으우⋯ 엄청 진해⋯”

“다 삼켰어?”

“응, 헤에─”


입안을 벌려서 확인을 받는다. 분명 다 삼켰는데도 꼭 입안에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동안, 석현이에게 쓰다듬어지며 휴식을 취했다.

마치 영역표시를 당한 것처럼 진한 냄새가 계속 올라오는 와중에, 석현이의 상냥한 손길을 받으니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전율이 흘렀다.

“하,하으─ 흐⋯”

“그렇게 좋아?”

“죠아⋯ 너무죠아⋯”


석현이의 허벅지에 얼굴을 기대고 있으니 야한 냄새가 계속 머릿속을 휘저어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석현이가 내려다보는  모습은 어떨까.

최대한 사랑스럽게 보이고 싶은 얼굴이, 다리 사이에 파묻혀 녹아내린 표정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엄청 빳빳하게 서 있고⋯ 다리 사이가 축축해져서 자꾸만 애달픈 마음이 들었다.


“석현아⋯”

“여기 앉아봐.”

“으응⋯?”

“내 위에 올라타 봐.”

“흣, 으으⋯”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던 탓인지 다리가 저려오고 쿡쿡 쑤시는 것처럼 아프다.

석현이는 비틀거리는 나를 일으켜 세워주며 단숨에 자기 위에 앉혔다.


“앗⋯”

둘이 마주 보고 앉아서 시선을 교환하니 심장이 빠르게 뛰는  느껴진다.

서로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변기 위에 앉아 있는데도 로맨틱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석현이 위에 올라탔는데, 허벅지가 엄청 단단하고⋯ 자지가 내 배에 맞닿는 게 너무 야해서⋯⋯

“하으으⋯ 흐아, 흐아아⋯”


자꾸 바보 같은 소리를 내게 된다.

어찌나 커다란지 맞닿은 크기가 배꼽까지 닿을 정도라서 침을 꿀꺽 삼키게 된다.

하으으⋯ 이런  찔리면⋯


“하하,  소리는 뭐야. 바보 같잖아.”

“흐앗⋯ 이런 거, 너무 반칙이잖아⋯”

“그렇게 좋아?”

“아으⋯ 네가 좋으니까 그런 거야⋯”

다른 남자 꺼는 관심도 없다구. 너라서 좋은 거야. 그러니깐⋯

“희지야.”

“하아, 하아⋯”

“키스해줄게.”

“어? 우읍─!”

기습키스를 또 당해버렸다.

지금 입으로 한  받은 상태라서, 남자 입장에서는 엄청 싫은 냄새가 날지도 모른다.

남자들이 그런 냄새 싫어한다는 거는 나도 잘 알기 때문에, 지금 석현이가 키스해주는 게 얼마나 큰 결정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키스를 해주는 거, 너무 로맨틱하잖아⋯!

“하읍, 읍, 흐읍, 흡─”


미쳤어,미쳤어,이런거미쳤어♡


아랑곳하지 않고 혀를 섞어올 때마다 사랑하는 마음이 계속 커져간다.

마음은 녹아내리는데 뱃속은 뜨거운 걸로 가득 차고, 다리 사이가 쉴 줄을 모르고 계속해서 축축하게 젖어간다.

그래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그곳을 어루만지게 된다.

키스를 받는 보답으로 기둥을 쓰다듬고, 구슬을 부드럽게 주무르면서 자극하자 석현이는 그 다음을 원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아, 하아- 너무 죠아─”

“희지야, 이제 넣는다?”

“하으⋯ 여기서⋯?”

“문 잠갔잖아.”

“으응, 그리고 그⋯ 콘돔은⋯?”

“밖에 쌀 거니까 괜찮아.”

“응, 알았어⋯”

어차피 나한테 거절할 권리 따위는 없다.

키스를 해주면 고맙게 받으면 되는 거고, 나한테 넣고 싶다고 하면 그렇게 하도록 몸을 내주면  뿐이다.

“그대로 넣어봐.”

“응. 읏, 하으읏⋯”

한참이나 젖어있는 상태여서 쉽게 들어간다.

 경험부터 지금까지 계속 석현이한테만 안겨  덕분인지, 몸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질벽이 알아서 물건을 반기며 감싸 안는 걸 알 수 있었다.


몸 안의 장기가 내려와 있는 탓인지, 다 집어넣기도 전부터 쿡쿡 찔러오는 느낌이 났다.

애초에 다 넣는 게 불가능하기도 했지만, 혹시라도 석현이가 만족스럽지 못할까 봐 눈치를 보게 된다.

하지만 석현이는 허리를 곧장 들어 올리며  몸을 순식간에 공략하기 시작했다.


“악─!”
“후우, 조금만 참아봐.”

예상치 못한 속도로 몸이 들어 올려진다.

자지가 들어올 때마다 내 엉덩이가 허벅지에 부닥치는 소리가 거칠게 울려 퍼진다.

“악, 아악, 아윽, 윽, 하악, 학!”

살끼리 퍽퍽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내 신음소리가 섞여서 화장실 안을 가득 메웠다.

혹시나 밖에까지 들릴까  어떻게든 신음을 참아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더 거칠게 허리를 튕기며 날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아응, 앙!, 흐앙, 하앙, 항, 하아앙─!”

젖가슴이 위아래로 크게 흔들릴 때마다, 유두가 석현이의 몸에 쓸려서 간지러운 느낌이 났다.

석현이한테 붙잡혀서 삽입을 당할 때마다 뱃속이 지잉지잉 울리는 느낌이 들고 몸이 따뜻해지면서 표정이 풀어졌다.

읏, 흐윽⋯!
정신을 놓을 것만 같다. 호흡이 내 것이 아닌 것 같고 몸이  뜨면서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하응, 하악, 죠금만 살살헷, 하앙, 하앙!”

“입 다물어!”

“흡, 흐읍⋯!”


석현이는 속도를 늦춰달라는 부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허리를 튕겨댔다.

그리곤 나한테 온전히 순종할 것을 강요하듯 거칠게 혀를 섞으며 입을 막아버렸다.

“으웅, 웁, 우으, 우으응, 흐아, 학, 흐웁⋯!, 웁, 우읍, 웁─”

“크읏, 좋아? 희지야, 좋냐고!”
“흐앙, 죠아, 너무죠아!”

“읏, 크윽, 이래도 살살해?”

“아니, 아니잇─!  쎄게, 쎄게─! 하아앙!”

더 세게 박아줘⋯!

질 안을 쑤셔댈 때마다 뱃속이 녹아내린다. 등줄기를 타고 짜릿한 느낌이 휘몰아치면서 머릿속이 마비된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허리를 튕길 때마다 숨이 멎는 듯하다.


“흐악, 학, 하으, 흐아앙! 아앙! 앙!”

“죠아, 더 세⋯ 읍!?”

짐승처럼 교성을 터뜨리고 있는데, 열심히 허리를 튕기던 석현이가 손을 들고는 갑자기 내 입을 막았다.

“읍, 읍⋯?!”


뭐야⋯? 정신이 없는 와중에 갑자기 입을 막으니 영문을 모르겠다.

하지만 석현이는 잠시 조용히 하라며 밖에 주의를 기울이는 듯했다.

‘조용히 해봐. 밖에 누구 왔다.’

덜컥, 덜컥─

화장실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가 난다.

문을 잠가둔 덕분에 열리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게 더 자극하는 듯했다.


“에이씨- 이거 왜 안 열려─!”

덜컥,덜컥-


오래된 손잡이가 흔들리면서 요란한 쇳소리를 낸다.

밖에 있는 남자는 술에 취하기라도  것인지 자꾸만 문을 억지로 열려고 했다.

다행히 우리가 있는 걸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포기하고 돌아가기를 기다리는데⋯

석현이는 그걸 기다리지 않고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힉⋯”

잠깐만, 지금 넣으면 들킨다구⋯!

‘지금 안댓⋯’

안된다고 속삭여보지만, 전혀 말을 들어주질 않는다. 오히려 내 얼굴을 보고는 알아서 참아보라는 듯이 더 깊게 쑤셔대기 시작했다.


‘흐읏, 흐으읏⋯’

어떻게든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손으로 입을 막아보지만, 자지에 박힐 때마다 신음이 터져 나오는 걸 막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흣, 흐읏, 읏, 읏, 흐으읏⋯”

“뭐야, 안에 사람 있습니까─?”

쾅쾅쾅, 소리를 듣기라도 한 건지 문을 두들겨댄다.

‘읍, 으읍⋯’


어째서인지,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도 더욱 흥분되기 시작한다.


커다란 자지가 뱃속을 찔러댈 때마다 헉,하고 숨이 터져 나오려는  억지로 참는다.

그리고 그걸 참을 때마다 한 번씩 시야가 흐려지며 짜릿한 쾌락이 올라오는 듯했다.


‘흐으,흐으응⋯ 흐읍⋯’


눈치도 없이 문을 두들겨대는 저  취한 남자를 두고, 은밀하게 삽입을 즐기기를 수차례⋯


남자는 잘못 들었나 보다며 그제야 화장실 앞을 떠나갔다.

“에이씨, 고장 났나.”



“갔네.”
“헤엑, 헥, 헥, 헤엑⋯ 너무해⋯”

“너무해?”

“들키면 어떡하려구⋯”

“남자는 그런 거 신경 안 써.”

혹시나 밖에 있는 사람한테 들킬까 봐 입을 틀어막고 있는 동안, 석현이는 그런 거는 신경 안 쓰고 계속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움직임에 맞추다 보니 나도 어느샌가 허리를 자발적으로 흔들고 있었고⋯.


문을 두들기던 사람이 떠나고 나서도, 멈출  없다는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오히려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더욱 흥분되는 듯했다.


내 엉덩이에 손을 짚고 자기 좋을 대로 리드하는데, 그럴 때마다 다리 사이에서는 뿌연 물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학,하악, 너무 죠아⋯앗! 거기, 거기 더 찔러줘⋯!”

“여기? 여기 좋아?”

“흐악! 학! 더 쎄게, 앗! 아앗⋯!”

주변에서 들릴지도 모른다는 걱정 따위는 집어치우고, 육벽을 헤집고 들어오는 걸 느낄 때마다 교성을 내지른다.

너무나도 알기 쉬운 반응에 조금씩 찌르는 방향을 바꿔가던 석현이는, 이번에는 자세를 바꿔보자며 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으응, 어떻게⋯?”

“변기 위에  보고 앉아봐.”

“응⋯, 이렇게 하면 되지?”

석현이를 보고 앉으니까, 나를 미끄러뜨리듯 눕히더니 양다리를 붙잡고 다리 사이를 벌려댔다.

“으응⋯ 이런 자세⋯⋯”

“하기 싫어?”

“아니야, 조금 부끄러워서. 헤헤⋯”

당연히 하고는 싶지만⋯ 이렇게 여자가 밑에 깔려서 다리를 위로 들어 올리는 굴곡위⋯ 직접 해보려니까 치부가 다 드러나는 것 같아서 부끄러워진다.

“뭐가 부끄러워? 괜찮아.”

“응, 헤헤⋯ 키스 해줬으면 좋겠다.”

“한 번에 넣을 테니까 소리 지르지 마.”

“어? 지금 바로⋯ 어, 어, 흐익⋯!?”

민망한  털어내려고 키스해달라고 부탁하는데, 다짜고짜 자지를 박아넣는다.

“힉⋯! 갑자기⋯!”


깜짝 놀라서 다리를 위로 들어 올리고 있던 손이 풀리는데, 석현이는 그걸 붙잡고는 곧바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석현이가 위에서 프레스를 하듯이 찍어누르는데, 이런 식으로 교배하는 건 여자 입장에서 전혀 반항할  없는 자세였다.

“헥,헤엑, 이거,너무 깊엇⋯! 흐엑⋯!”

온몸이 짓눌린 채로 허리가 꺾여서 숨쉬기가 어렵다.

찍어누르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온몸이 뒤로 밀려 나가 변기 뒤의 수조에 부딪힐 정도이다.

다리가 벌려진 상태라 자지에 쑤셔지는 모습과, 뿌연 물을 질질 흘려대면서 맛있다는  자지를 물고 있는 보지가 적나라하게 보이는 자세였다.

“헤엑,헤엑⋯,흐아앙⋯!”

“하아,하아, 소리 참으라니깐.”

“헥,헥,헤엑!,쥬글거가타⋯!,헤엑⋯!”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우리 둘의 몸이 더욱 가깝게 밀착된다.


그리고는, 사정하는 순간이 다가오는 것 같아서 본능적으로 발을 움직여 석현이의 목을 감싸 안으려고 했다.

“하으,헥⋯ 흐익- 힉─!”

“다리 풀어, 풀으라니깐!”

“헤엑-헥─! 아흐⋯! 죠아, 푹푹 찌르는 거 너무 죠아─!”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암컷의 몸이 안에 씨를 받기 위해 본능적으로 붙잡으려고 하고 있다.


싸줘⋯!, 그냥 안에다가 잔뜩 싸달라구─!

“헥,헤엑,헥,흐엑─!,헤엑─!”

“미,미친⋯ 놓으라니까!”

“하앙, 앙! 안에 싸줘─!”

“읏, 크읏─ 씨발─!”
“하앙,앙!,아앙,아아앙⋯,하아앙──!!”

남자의 힘을 이길 수는 없다. 어떻게든 꽈악 붙잡고 있는 다리를 거칠게 풀고는, 내 몸 위에 백탁액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질에서 자지를 빼낸 순간부터 진한 백탁액이 쏘아져 나온다.

마치 우유를 뿌린 것처럼 온몸 구석구석에 정사의 흔적이 새겨지고 있었다.

“하아,하아⋯”


얼마나 강하게 싸대는 건지, 배는 물론이고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젖가슴 위로까지 백탁액이 튀었다.


가슴에서 진한 게 흘러내리고, 다리 사이로까지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너무 아깝다.


아쉽다⋯ 이거 받아냈으면 무조건 임신했을 텐데⋯.

강한 수컷의 씨앗을 품고 싶다는 암컷의 본능 때문에 아쉬움만이 남는다.

그런데 석현이는 침음을 삼키며 사정을 마치고는, 나한테 화를 내기 시작했다.

“크윽⋯ 씨발, 너 미쳤어?!”

“어?”

“씨발! 안에다 쌌으면 어쩌려고 그래?”

“어, 어⋯?”

“하아⋯ 아니다, 씨발⋯ 후, 미안.”

먼저 콘돔을 안 낀 건 자기라며 미안하다 그러는데,  생각에는 전혀 미안해할 일이 아니었다.

석현이는 분명 밖에다 쌀 거니까 괜찮다고  건데,  멋대로 다리를 감고는 석현이를 곤란하게 만들 뻔했다.

넣어달라고 졸라댄 내 잘못이 있고, 내 입장에서는 그저 몸을 섞을 수만 있으면 기쁜 거니까⋯ 아무튼 내가 나쁜 거였다.

“내가 미안해, 석현아. 너무 좋아서⋯”

“후- 아니다, 됐어. 닦아줄 테니까 있어 봐.”

“응.”


거리낄 것 없다는  내 핸드백을 열고는 망설임 없이 티슈를 꺼낸다. 그리고는 몸에 묻은 백탁액들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어떡해. 너무 친절해⋯.

매일 볼 때마다 석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너무 달달하다.

내 잘못에 화를 내고도, 금세 풀고는 이런 식으로 챙겨주는 게 나를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고마워, 나머지는 내가 할게.”

“그래. 여기 티슈.”

제대로 닦여지진 않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다.

상대적으로 덜 꼼꼼한 경향이 있는 남자가 내 몸을 닦아주기라도 했다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하며, 다리 사이로 끈적하게 흘러내린 정액들을 스스로 닦아내며 나머지 뒤처리를 했다.

티슈 한 두 장으로는 다 닦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양이었다.

진한 냄새⋯

격렬했던 정사의 흔적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좋다는 생각을 하며 옷을 입고는, 엉망이 된 머리를 정리했다.

내가 마무리를 하는 동안 석현이는 밖에 나가 손을 닦고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사랑해⋯”

“그래. 기분 좋았다 희지야.”

“응, 사랑해♡”

“이제 나가자.”

날 써주고 나서 흥분해있지 않고, 평정을 되찾는 이 모습도 너무 멋있다.

한결 차분해진 석현이 뒤를 따라나서면서도, 나는 여전히 얼굴이 발갛고, 눈이 풀려있고, 들뜬 숨을 내쉬며 몽롱해져 있는  상태 그대로였다.

물론 우리 둘 다 땀에 푹 젖은 상태였기 때문에 복도를 채우고 있는 밤공기가 서늘하게 느껴졌다.

여운이 남아서 바보 같은 표정이 고쳐지질 않는다. 암컷인 걸 어필하듯이 앞서가는 석현이의 넓은 등만을 바라보며 계단을 내려갔다.



다시 포차로 내려갔을 때는 이미 수  분이 지나있고, 슬슬 정리하며 2차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희지야.”

“응.”

“2차 가지 말자. 무슨 말인지 알지?”

“응⋯.”

“가서 말하고 와. 밖에서 기다릴 테니까.”

“알았어, 앞에서 만나⋯!”

미쳤어미쳤어, 오늘 밤은 엄청  것 같은 예감이 든다.

2차 같은 거 이제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석현이도 갈 생각이 없고, 나도 더이상 볼 일이 없다.


2차 안 가고 여기서 빠지겠다고 조장 선배한테 말하려는데,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어디 있는지 찾기가 어려웠다.

주위를 돌아다니는데 왠지  보고 수군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정사의 여운으로 체력이 고갈되기도 해서 정신이 없었다.

으, 어딨지.

다행히 조장 선배는 벽에 기댄 채로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고 있어서 오래 지나지 않아 찾을 수 있었다.


“선배님⋯!”

“어, 희지 후배님! 어디 계셨어요?”

“아⋯ 그, 속이 안 좋아서 밖에 있었어요⋯.”

“전  먼저 가신 줄 알았네요. 2차 가실 거죠?”

“⋯죄송한데 2차는 못 갈 것 같아요.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요? 알았어요, 조심해서 들어가요~”

잘 가라며 인사를 해주는데, 어쩐지 흐트러진 내 머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밖으로 나가는 동안에도, 나를 알아본 사람들이 지금 가냐며 한 번씩 멈춰 세웠다.


“그냥 가게요?”

“죄송해요, 다음에 봬요.”

어떤 사람들은 별생각 없이 인사하고, 어떤 사람들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내 옷차림을 쳐다본다.

땀에 젖은 거 이상하게 보이나⋯?


괜히 민망해서 고개를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가 지상으로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왔을 때는 석현이가 핸드폰을 보며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 다 했어?”

“응⋯ 저기, 석현아.”

“왜?”

“나  잡고 싶어⋯.”

피식 웃더니 별거 아니라는  손을 잡아준다.


그리고는 날 데리고 밤거리를 걷다가 한적한 편의점으로 함께 들어갔다.


편의점에서 나온 석현이의 손에는 비닐봉투가 들려있었다.

당당한 태도로 가장 큰 사이즈를 고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잠을 자기 어려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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