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1화 〉69화. 벽쿵 (71/80)



〈 71화 〉69화. 벽쿵

어떡해.  미쳤나 봐.

남자들은 가슴이 마구 흔들리는 거에 시선이 집중된다는 거, 나도 이미 알고 있었는데 너무 오버해버렸다.

다들 입을 헤 벌리고 침을 흘릴 것만 같은 표정이다.

그리고 분위기를 냄새로 맡을 수 있다면, 꼭 달콤한 냄새가 날 것만 같은... 그러니까 야한 냄새가 날지도 모르는 반응들이었다.

민망하다. 역시 애초부터 나서질 말았어야 하는데.

비주얼 대표라면서 해보라고 시키기 전에 절대 못 한다고 사양했어야만 한다.

그랬으면 지금처럼 오버해서 민망해지지도 않았을  아니냐구..!

그나마 다행인거는 여자 선배들이랑 빨리 정신 차린 남자들이 박수를 쳐줘서 분위기가 다시 달아올랐다는 거였다.


“앗, 감사합니다. 하하⋯.”

다음에는 시켜도 절대 안 할 거야. 눈에 안 띄게 조용히 있어야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석현이 표정이 좀 안 좋았던 것 같다.

다른 남자들 앞에서 끼 부리지 말랬는데 많이 화가 난 걸까?

이따가 마주치게 되면 사과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는, 고생했다는 우리  선배들의 격려를 들으며 자리에 앉았다.


“희지 후배님, 잘했어요~”

“죄송해요, 너무 민망해요⋯”

“아녜요~ 이런 자리는 차라리 그러는 게 분위기도 띄우고 좋아요.”

선배님 진짜 천사잖아⋯. 내가 남자였다면 끌렸을지도 모르는 포용력이다.

아무튼, 고생했으니까 술   받으라는 말에 괜히 민망한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한 번에 원샷을 해버리고 말았다.


“흐아아, 쓰다⋯.”

“후배님  많이 약하네요? 이따가 테이블 바꿔가면서 술게임 할 거니까, 지금은 좀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자리를 바꾼다고? 우리 조끼리만 마시다가 집에 가는 건 줄 알았는데, 테이블을 바꿔가며 다른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기회가 있단다.

“음.. 저 술게임  못 하는데 어쩌죠?”

“금방금방 테이블 바뀌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돼요~”

“으아아⋯ 혹시 선배님도 따라오시나요..?”

“저희는 자유롭게 움직일 거고 후배님들만 테이블 옮겨 다니시는 거예요!”


으아. 뭔가 불안하다.

우리 조에서야 선배들이 챙겨주면서 술게임을 적당히 봐주지만, 다른 테이블에 가면 내가 표적이 될지도 모르잖아.


차라리 석현이랑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옆에 붙어 있고 싶은 마음에, 중간에 눈치를 보다가 석현이가 가는 테이블로 끼어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여러분! 이제 서로 테이블 바꿔가면서 인사하는 시간 갖도록 할게요! 조장님들 지시에 따라주세요!”


“들으셨죠? 저희는 5조이니까 절반 나눠서 한쪽은 4조로, 한쪽은 6조부터  거예요.”

““네.””

“준형 후배님은 이쪽으로 가시면 되고, 희지 후배님은 저쪽으로 가세요.”

“앗, 네..!”

옆의 6조로 가라는 말에 바로 자리를 옮긴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선배들이 챙겨줬는데, 또다시 모르는 사람들 사이로 섞여야 해서 긴장된다.

원래 대학생이 되면 용기내어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는데, 막상 이런 기회가 오니까 생각보다 더 소심해진다.


그리고 6조로 갔을 때는, 그쪽 테이블도 사람이 섞여 있어서 서로 새롭게 인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안녕하세요, 박희지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나까지 합석을 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술게임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기필코 잘 살아남겠다고 다짐을 해보지만, 어째서인지 유독 나를 상대로 공격이 많이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 어⋯!?”

“또 걸리셨네. 자,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

“읏, 크아아⋯”


지금 일부러 그러는  맞지?

왠지 많이 마시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자들이 자꾸 나를 흘겨보는 것도 그렇고, 술에 취한 몇 명은 자꾸 시선 관리를  하고  가슴을 쳐다보고 있고⋯


예전에는 남자가 쳐다보는 게 뭐 어떻냐고,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긴 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당사자가 되어보니 그게 아니란 걸 알 것 같다.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사람들이 아닌데⋯ 그런 마음으로 옷을 입은 게 아닌데 굉장히 기분이 나빠진다.

하지만 오해를 풀 방법이 없기도 하고, 술자리에서 쳐다보는 것 가지고 뭐라 나무라기도 어렵고⋯

무엇보다도 석현이 생각을 하니, 뱃속에 묵직한 게 들어차는 것 같고 뜨겁게 응어리가 지는 느낌이 났기 때문에 몸이 베베 꼬였다.


“읏⋯”

“앗, 많이 힘드신가요? 조금 쉬었다 가죠.”

“아녜요, 죄송해요⋯”

하도 힘들어하니까 자기들도 찔리는 게 있는지 술게임을 멈추고 수다 타임으로 넘어간다.

아까 자기소개 재밌었다는 말 같지도 않은 칭찬부터, 어디 사냐, 남자친구는 있냐, 혹시 좋아하는 야구 좋아하냐, 밴드 좋아하냐⋯

술게임을 멈추고도 나에게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쉴 틈이 전혀 없었다.

“저 혹시, 번호 좀⋯”

“네? 아.. 저 남자친구 있는데요⋯.”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친하게 지내자구요. 같은 학과잖아요.”

싫은데⋯.
친하게 지내고 싶다면서 눈치 없게 자꾸만 번호를 물어본다.

다른 사람들도 번호 교환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여서 어쩔 수 없이 번호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서로 전화 앱을 켜서 번호를 찍어주고, 다시 돌려주는 식이었다.



⋯물론 저장은 안 했다. 석현이 말고 다른 남자 필요 없단 말이야.

남자들이 집적거리는 건 다른 테이블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술이 더 많이 들어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기까지 했다.

자꾸만 사적인  물어보고,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을 해도 틈을 찔러보려 하면서 선을 넘으려고 한다.

보다 못한 한 여자 동기가, 어려운 술게임을 하면서 일부러 그 남자를 집중적으로 견제하려고 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에 적응해버렸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나에게로 돌아왔다.

“어, 어...?  또 걸린 거예요?”

“희지 씨 원샷 가시죠!”

“원샷! 원샷! 원샷! 원샷!”

이거 너무 어렵잖아...!

봐 줄 생각이 하나도 없다는 듯 끝을 모르고 높아진 난이도 속에서, 유독 나만 계속 걸렸다.

 와중에 흑기사를 하겠다느니, 이렇게 많이 마시면 집에 어떻게 갈 거냐고, 혹시 자취하냐며 친한 척하는 남자들이 있었다.


“으... 그냥 제가 마실게요.”

흑심이 뻔히 보이는 호의를 거절하고 몽땅 다 마셨더니 이제는 완전히 머리가  돌 지경이 되어버렸다.

이럴  석현이가 나타나서 날 데리고 가주면 좋을 텐데⋯ 하지만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가, 술에 취한 탓인지 시야가 흐려서 석현이가 어디 있는지 잘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결국 석현이를 다시  건 한   테이블을 옮기려고 자리를 나설 때였다.


“앗, 석현이다...!”

 멀리 석현이가 걸어 나오는 게 보인다. 너무 반가워서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걸어가는데, 그때 석현이 주위로 다른 여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 어⋯?


순식간에 사람들한테 둘러싸인 석현이는, 핸드폰을 주고받으며 연락처를 교환하는 듯했다.

사람 너무 많잖아⋯.

몇  없었으면 바로 달려가서 다짜고짜 친한 척을 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저 많은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멀리서 바라봐야만 했다.

그렇게 석현이와 만나지 못하고, 새 테이블에 앉아 다시 술게임을 진행하기를 수차례⋯


너무 취해버렸다.

분명 시선을 옮기는데 눈동자가 늦게 따라온다는  느껴졌다.

머리로는 안 취했다고,  버틸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안주를 집으려는 젓가락이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더라.

이제는 남자들의 민망한 시선으로부터 가슴을 가릴 정신도 없었다.

결국  마시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으, 제송해요⋯ 저어, 화장실 좀⋯”

“여기 핸드백 가져가세요!”

“녜에⋯”

으으, 머리가 아프다.
자리가 계속 바뀌니 짐을 가져가라는 말에 뒤늦게 핸드백을 챙겼다.


술에 취한 탓에 걸어갈 때마다 다리가 휘청인다. 사람들도 흐릿하게 번져서 보이고⋯ 제대로 균형을 잡기가 어려웠다.

으, 너무 많이 마셨나 화장실이 급하다. 마려워⋯.

빨리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걸음을 재촉했다.

하도 비틀거리면서 가니까, 보다 못한 한 남학생이 넘어지려는 걸 급히 붙잡아  정도였다.


“어이쿠, 조심하세요─”

“졔성해요⋯”

흐에... 석현이가 다른 남자랑 엮이지 말랬는데. 다른 남자한테 몸 만져지는 거를 봤다면 싫어할 게 분명했다.


그런 식으로 중간중간 도움을 받으면서 직원이  있을 카운터로 향했는데,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어떡하지⋯ 화장실 어딨는지 물어봐야 하는데.

누구 물어볼 사람이 없나 주위를 둘러보는데, 마침 한 남자가 나한테 다가오고 있었다.


술에 취한 탓에 얼굴이 잘 안 보이지만, 나한테 다가오는  왠지 직원인 것 같다⋯.

싸가지없게 보이지 않도록 미소를 지어주며 그 직원에게 화장실이 어딨냐고 물어봤다.

“헤에⋯ 저기요오- 끅, 화장실 어딧서요~?”


취해서 그런가 딸꾹질마저 나온다. 그래도 웃으면서 물어봤으니까 잘 대답해주겠지.


“...2층.”

“녜에⋯ 고마워요오? 히-”


왠지 말이 짧은데.
하지만 화장실에나 가고 싶다는 생각에,  이렇게 말이 짧냐고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으, 2층이면 계단 올라가야 하잖아.

지금 있는 포차는 지하에 있는 거라서, 층수로 두 번을 올라가는 셈이었다.

“아으, 힘드러─”

유독 계단이 높게만 느껴진다.

땀도 나는 것 같고, 원피스를 확 벗어 던지고 싶을 정도로 몸이 후끈하다.

난간을 붙잡고 비틀거리며 계단을 올라가는데, 방금 전의 말 짧았던 직원이 나를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뭐지..?

“왜, 왜여..”

“야.”


왜 자꾸 반말이지. 급해 죽겠는데 기분이 나빠져서 한마디 해주려고 그 사람의 얼굴을 쳐다봤다.

어...?

그런데 얼굴이 낯이 익다.

“어, 어⋯”

“후우⋯ 정신  차려?”

어⋯ 석현이?

이제야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나 가까이서 보니까 도저히 못 알아볼 수가 없다.

“흐에.. 석현이네...? 히히.”

뭐야, 그래서 반말하는 거였구나. 순식간에 짜증이 사라지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흐- 나 화쟝실 좀. 쬬금만 기다려조~?”


아까 포차에 있을 때 진작에 아는 척 하지. 취한 탓에 한 번에 못 알아봤잖아.

반가운 마음에 화장실부터 갔다 오겠다고 웃으며 말하는데, 어쩐지 석현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야, 희지야.”

“어, 어.. 으응?”

표정이 무섭다. 엄청 잘못한 걸 혼내려는 표정이다.

계단을 오르려던 나를 한쪽 벽으로 밀고는 점점 얼굴을 가까이할수록 몸이 움찔거렸다.


“으, 으⋯ 왜 그래에⋯”

“희지야.”

“으응⋯”

매섭게  이름을 부르는 석현이는, 벽에 한 손을 짚고는 내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밀어댔다. 마치 쿵 소리가 나는 듯했다.

이거, 분명 벽쿵이다.

벽쿵당해버려서 심장이 콩콩거린다.


꼭 강아지가 주인에게 혼나면 풀이 죽는 것처럼, 기가 죽어버려서 자연스럽게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다리가 풀려서 계단에 주저앉을수록, 석현이의 자세도 점점 낮아지면서 커다란 그늘이 지는 듯했다.


“너 내가 술 먹지 말라고 그랬지.”

“미,미안해⋯ 어쪌수 업섯서⋯ 으우⋯”

“못 마신다고 말했으면 됐잖아. 응?”

“으으우⋯”

무섭다. 혼나는 거 무섭다.

계속 화내는 거 무서워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조심스럽게 장난을 걸어봤다.


“호,혹시⋯ 다른 남자들이랑 놀아서⋯ 화낫서어⋯? 헤헤⋯ 질투하는구나⋯ 미안해─”

“⋯후우.”


어. 더 화를 돋운  같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분위기 풀어보려고 웃으면서 농담을 했는데 오히려 석현이 표정이 더 매서워졌다.


“희지야. 분명히  마시지 말라고 그랬지.”

“으응⋯”

“그리고 너도 안 마신다고 했고.”

“으응, 안 마시려고 했는데에⋯”

“조용히 해봐. 분명 안 마신다고 약속했는데, 내 말이 우스워?”

그럴 리가 없잖아. 정말 어쩔 수 없이 마신 거라구⋯.


“다른 남자들 앞에서 그러지 말라고 말했잖아. 그런데 아까 자기소개는 또 뭐야?”

“아냐아⋯ 미안해에⋯”


남자들 앞에서 가슴 흔든 거, 엄청 후회하고 있단 말이야.

석현이가 이렇게까지나 싫어하는 걸 보니 미안해서 눈물이 나온다.

“내가 그런  싫어하는  알잖아. 다희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다른 남자들이랑 엮이는 거 싫다니까 왜 말을 안 들어줘?”


석현이랑 한 약속을 못 지켜서 너무 속상해진다.

우리가 무슨 약속을 했었는지, 내가 얼마나 석현이를 좋아한다고 말했었는지 하나하나 읊어주는데 엄청 미안해졌다.


그렇게 벽쿵을 당한 채로 혼을 나다 보니까 마치 수 십 분이 지나버린 것 같았고, 덩달아 배가 부풀어 오르면서 화장실이 더욱 급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석현아⋯ 나 미안한데에⋯”

“또 뭐.”

“쉬이⋯   마려⋯ 으응? 잘못했으니까, 잠깐만⋯”

눈물이 살짝 맺힌 채 석현이를 올려보며 애원한다.

잠깐만 비켜달라고, 화장실 가게 해달라고 부탁하는데 석현이는 곱게 보내줄 생각이 없는듯했다.


“나 진짜루 급해⋯”

“후우, 알았어.”

“어, 어?”

석현이가 내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더니, 갑자기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비틀거리는 나를 강하게 잡아채면서 2층으로 올라간다.

2층의 여자화장실⋯이 아니었다.

빠른 걸음으로 한 층을  올라가더니 3층 남자화장실로 나를 데려가는 것이었다.


“아으⋯여기 아닌데에⋯”
내가 쓸 수 있는 화장실은 여기가 아니란 말이야.

여자화장실은 아래층이라고 말해보지만, 석현이는 아무래도 상관없는듯했다.

좁은 화장실 안은 의외로 깔끔했지만, 안에서 문을 잠그면 들어올 수 없는 구조였다.

그리고 고민 없이 단숨에 문을 잠가버린 석현이는, 나를 변기칸에 몰아넣고는 다짜고짜 입을 맞춰왔다.


“읏, 흐읍⋯!”

거침없이 입술을 비집고 혀가 들어온다.

마치 제집을 찾아온 것처럼, 너무나도 당당하게 나를 맛보고 있다.

그리고 내 몸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제 주인을 알아보고는, 전율에 떨며 마중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앗, 하앗⋯!”

몸이 나른해진다. 부푼 배에 힘이 빠져버리려고 한다. 끈적하게 얽혀오는 혀를 밀어낼 수가 없다.

주저앉아 버릴  같은 몸이 억지로 붙잡힌 채로, 숨을 빼앗긴 채 키스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는 숨을 돌릴 수 있는 잠깐의 휴식 시간이 주어지자마자, 간절한 마음으로 석현이에게 부탁을 해야만 했다.

“정말루 급해⋯ 마렵다구⋯”

“참아.”

참으라니, 너무나도 단호한 명령이다.

하지만 석현이 말을 안 들어  번 혼나버린 이상 더는 거스를  없었다.

그렇게 아주 잠깐의 휴식이 지나간 후, 석현이 다시 입을 맞춰오기 시작했다.

“하읏, 흐응⋯ 하응⋯”

츕- 츕- 소리가 나면서 서로의 타액이 끈적하게 섞이고 몸이 녹아내린다.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강하게 붙잡은 채로, 더 참으라면서 키스를 해오는데 거기서 엄청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잠깐이라도 다른 사람들, 특히 석현이가 아닌 다른 남자들이랑 어울렸다는 게 후회될 정도로 진한 키스였다.


“하읏, 하아⋯ 하아⋯ 석현아⋯”

이런 순도 백 퍼센트의 진한 사랑⋯ 잘못을 했는데도 이렇게나 키스해주다니 너무나도 행복하다.


그런 식으로 반성할 시간을 충분히 준 석현이는, 이제는 그만 참아도 된다며 관대하게 허락을 내려주었다.

“이제 변기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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