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4화 〉63화. 너의 목소리가 들려! (64/80)



〈 64화 〉63화.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반응이 솔직하게 오는게 귀엽다. 계속 다리와 그곳을 쓰다듬었더니 알기 쉽게 커져버렸다.

주변 눈치를 보면서 어떻게든 가리려 하는데 너무 귀엽다. 늠름한 거 갖고 있으면서 왜 가리냐구.



“나 수업 끝나고 시간 많아—”



수업이 끝날 때까지도 빳빳하게 세워진  보니 일이 잘될 것 같았다. 물론 이 상태 그대로 일어나면 민망할 테니까, 가라앉을 때까지 옆에 있어 주었다.


응. 앉아서 쩔쩔매는  귀여워. 완전 반전매력이야.


[ 사람도 없는데 더 대담한  해버려—! ]




석현이가 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데, 악마년이 여기서  진도를 나가라며 자꾸만 유혹해댔다.

무슨⋯ 신경 쓸 가치도 없는 말이다.



 정도로 분별없진 않은걸. 공공장소에서 더 대담한 짓을 하라니, 발정 난 짐승들이나  법한 일이야.

석현이도 나도 자취를 하는데 너무 성급할 필요는 없다.



그래, 우리 집에 가자고 할까? 가서 오랜만에 치킨도 같이 먹고, 아예 자고 가라고 해야겠어.

“이제 좀 가라앉았어?”

“야⋯ 다음부터는 이러지 마. 누가 보면 어떡해.”

“히히- 안 보이게 할게.”



 들키면 되는 거잖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안 보이는 데서 하고 가자고 할까? 둘이서 함께하게 되니까 의욕이 난다.


그런데 석현이한테 딱 붙어서 강의실을 나오는  보고 싶지 않았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아, 석현아!”

“어, 어⋯ 다음 수업 여기였어?”

“그럼~ 여기서 듣는다고 나한테 말하지. 톡도 안보고 뭐 했어?”



아⋯ 홍다희가 듣는 수업이  강의실에서 열리는 줄은 몰랐다.


나를 슬쩍 보고는 석현이와 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는데 나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밀쳐버리고는 석현이한테 들러붙어서, 왜 이렇게 답장을 안 하냐고, 지난번에 데이트 파토낸 거 미안하다고 아양을 떠는데⋯

마치 자기가 여친인 걸 과시하는 듯해서 기분이 더러웠다.



그리고 둘 사이에 끼어버린 석현이는, 나를 보고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미안하다며 다음에 보자고 그랬다.



[ 저년 때문에 뺏겼네..? 응? 한창 잘 되려고 하는데, 또 뺏겨버렸어. ]

⋯악마년의 말이 맞다. 함께 돌아가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될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끼어들어서 흐지부지됐다.


홍다희 때문에⋯ 한창 분위기가 좋았는데 홍다희 때문에  엉망이 됐다는 생각에 원망스럽게 째려보았다.



눈치 없게. 주말에 석현이 놔두고 다른 남자들이랑  놀아놓고는⋯.



둘이서 집에 돌아가는 게 당연했는데, 홍다희가 끼어드는 바람에 석현이가 난처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와 홍다희 사이에 흐르는 살벌한 기류에 어색해하던 석현이는,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 어떡해. 저년 때문에 석현이가 도망가버렸네? 원망스럽지 않아? ]

“씨발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니 욕이 절로 튀어나온다. 욕 한마디로는 부족할 정도로 너무 민폐잖아.



“뭐, 뭐⋯? 너 지금 나한테 욕했어?”

“⋯눈치없게, 씨발.”


“하- 시발, 어이가 없어서. 야! 너 따라 나와 봐. 나랑 얘기해.”

제깟 주제에 할 말이 뭐가 있다고. 주말에 석현이 놔두고 다른 친구들 만나러  주제에 뭐가 그렇게 당당하다고 밖에 나가자는 건지 모르겠다. 욕먹어도 싼데.


하지만 피할 것도 없기 때문에 홍다희를 따라 건물 밖으로 나갔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인적이 드문 건물 뒤로 걸어가는데⋯ 마침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하아, 어이가 없어서. 너 뭐야?”

“뭐가요.”

“무슨 시치미야⋯! 넌 뭔데 남의 남친한테 그러고 있었던 거냐고!”

개소리다. 남의 남친이라니? 어이가 없어진다.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중간에 새치기해놓고 남의 남친?



[ 남의 남친이래! 양심도 없지. 정말 웃기는 소리야! ]


악마도 구경하고 있었던 건지, 홍다희의 말을 듣자마자 웃기는 소리라며 비웃어댔다.

여자가 되고 나서 자연스럽게 줄었던 욕이 다시 나올 것만 같은데, 일단은 좀 참아본다.




“...그쪽이 무슨 자격이 있는데 그런 말을 해요?”


“뭐⋯? 너 제정신이야? 석현이 여자친구 있는  뻔히 알면서, 왜 자꾸 꼬리치는 거냐고!”

“..지랄하지 마⋯”



가만히 들어줄 수가 없을 정도이다. 여자친구 자격도 없는 년이 여친 행세를 하면서 나를 견제하는 게⋯ 한심할 정도이다.



저번 주말만 해도 그렇잖아.


석현이랑 데이트 약속 있었다면서, 약속 깨버리고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 만나러 갔다며.


이런 년이라면 아마도 다른 남자들이랑 놀아났을 게 뻔하다.


그래놓고는 날 견제하면서 석현이를 독점하려는  무슨 심보일까. 너무 거슬린다. 나랑 석현이 사이에 방해가 된다.




바람피운 주제에.
“⋯피운 주제에.”

“..? 뭐라는 거야.”

“지랄하지 마⋯.”

“시발, 지랄은 네가 하고 있는 거지! 지난번에도 집 앞에 찾아와놓고는 난리 치고 갔잖아⋯! 야, 너! 너 이름⋯ 박희준, 그래! 박희준, 너!”

“박희준 아니야—!!!!”


시발⋯!, 내 이름 그렇게 부르지 마! 희지라는 이름이 있는데... 지금 일부러 그렇게 부르는 거야—?!


[ 널 경쟁상대로도 인정하지 않나 봐! 희지라는 이름이 있는데, 널 여자로도 보지 않는 거지! ]



그래⋯ 분명 일부러 도발하는  틀림없다. 석현이를 놓고 경쟁하는 여자로 보지 않는다는 도발⋯.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석현이 옆에 붙어서 날 견제하는 홍다희라면, 분명 내 이름이 희지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을  틀림없다.

그런데도 일부러 희지가 아니라... 그런 이름을 부른다는 건 분명 날 도발하는 거잖아...!




“미친년⋯ 뭐가 네 이름이 아니야. 네 이름 맞잖아! 하아, 어쩌다 이런 년이 꼬여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름은 그런  아닌데. 자꾸 잘못된 사실을 말해서 날 도발하는  용서하기가 어렵다.

자꾸 틀린 사실을 맞는 말인 것처럼 말해서 날 혼란스럽게 하려는 거잖아⋯.


전혀 다른 이름을 불러대면서 날 더럽히려는 수작이다.

석현이와의 인연을, 그러니까 학교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석현이를 만났던 거나 함께 했던 일, 석현이와 어울리면서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인연을 더럽히려는 속셈이다.



더럽히지 마. 절대 더럽혀지고 싶지 않다.


그래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소중한 순간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아무리 더러운 수작을 부려도 절대 헷갈리지 않도록 입 밖으로 내 마음을 소리내어 읊었다.




“내가먼저⋯해졌고⋯도같이⋯러다녔고평⋯에도같이⋯”

“뭐?”

“⋯하면서⋯렸고⋯서관에서⋯도같이했고그정도로⋯현이랑⋯”



“뭐, 뭐야?  이래?”


“⋯랑엄청⋯했고석현이도나⋯고친한⋯딱히없다고그⋯었고여자인나를그⋯로받아⋯여줬고외롭⋯않게⋯도잡아줬⋯항상나를⋯저챙겨줬고내첫키⋯험도모두받아⋯게줬고내가누군지모를⋯같을때제일⋯힘⋯어줬고⋯”

“아- 시발, 진짜 미친년인가⋯? 시발, 야, 정신 좀 차려봐.”




방해하지마. 홍다희가 자꾸 더러운 짓을 하려고 한다.


죽여버리고 싶지만, 지금은 일단 석현이에 대한 사랑부터 표현해야만 한다.

악마년이 옆에서 도와주겠다면서, 내가 석현이를 위해 뭘 했는지, 석현이와 내가 뭘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를 하나하나 불러줬다.





“석현이생⋯면서조금이라도⋯쁘게보이고싶어서난⋯처음으⋯도해봤고제⋯잘어울릴만⋯거고⋯하면서펌⋯웨⋯가참잘어⋯는칭찬도해⋯고석⋯이생각하면서⋯름에⋯을⋯면서조⋯라도더⋯자답게보이고⋯력했고혼자절⋯서힐⋯고다⋯력해서나보⋯”

이걸론 부족하다. 더 말해야 해⋯


“야, 야.”



⋯입다물어.




“훨씬잘⋯이한테⋯울릴려⋯는것도계속⋯연⋯밖에나⋯들의시⋯는데오직석⋯만을위⋯랑하는마음을⋯”



“야, 야!”



입 다물라고.

“..마음을..”



“야, 제정신이야?”




닥쳐봐 좀⋯


“마음을⋯”





“저기요, 박희준 씨.”


“마음을,”


“박희준 씨.”

“마음을..”




“마음을마음을사랑하는마음을석현이를사랑하는마음을석현이를마음을—”


“와.. 진짜 미친년⋯ 참나, 남의 집 앞에 와서는 지가 여친이라 그러질 않나, 지 이름 불러도 아니라 그러질 않나⋯ 이젠 혼잣말까지 하고⋯ 진짜 미친—”




씨발!
방해하지 말란 말이야—!



“⋯뒤져버려—!!!!”

쿵⋯!

“윽—!!”

더는 못 참아!
사랑하는 마음, 전부 말해야 하는데 자꾸만 더러운  귀로 들어온다. 방해하는 거 이제 못 참아—!!

꽈악—

“컥, 커헉, 컥—”

“뒤져, 뒤져, 뒤져버려—!!”



죽여버리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자리에서 방해되는  죽여버리라고.

목을 조르고 있는 손에 힘이 꾸욱 들어간다.



“그만 방해하고 뒤져버려—!!”

“컥, 커헉, 컥, 숨, 숨이⋯”



“방해하지마방해하지마처음부터다시-석현이를생각하면서조금이라도더예쁘게보이고싶어서난생처음⋯”

“커헉⋯ 숨, 숨⋯ 숨막혀, 컥⋯”




방해하지마말하고있는데시끄러워방해하지마

“컥, 놔, 이거 놔, 숨, 숨, 커헉-”

“방해하지말라니까방해하지말라니까예쁘게보이려고난생처음화장도해봤고예쁜머리하고석현이한테칭찬받고싶어서제일잘어울리는—”


“숨, 숨! 그헉, 컥⋯ 커억—”


입다물어!!방해하지마방해하지마

“다시,다시다시다시다시석현이한테잘보이고싶어서예쁜옷한참골라입고나가서석현이한테보여줘서석현이한테칭찬받았고조금이라도더어울리는사람되려고난생처음으로힐도신어봤는데잘보이고싶어서집에서혼자걷는연습하면서석현이한테잘보이려고어떻게보일지거울보면서”


“⋯지!!”


방해하지 말라니깐.

“다시다시처음부터다시석현이한테⋯”

“⋯희지!  떼라고!”



“어? 어⋯?”


“손  당장!”


아, 석현이다! 날 보고 반갑다는 듯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다.

“석현아♡”



석현이가 나한테 뛰어오길래, 홍다희같은 건 내팽겨쳐두고 나도 석현이한테 달려갔다!



“어?”

하지만 석현이는 어째선지  그대로 지나치고는 홍다희한테 가버렸다.


“다희야 괜찮아—!?”
“컥, 콜록, 콜록⋯”


홍다희⋯ 바닥에 주저앉아서는, 컥컥대면서 기침하는 꼬라지가 너무 더럽다. 그냥 뒤져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아닌가? 역시 죽는 건 좀 그렇지?


하기야, 홍다희가 죽으면 내가 감옥에 갈 테고⋯ 그럼 석현이랑 떨어져 있어야 하니까  죽는 게 낫긴 하겠다.



더러운 오물을 보듯이 홍다희를 쳐다보는데, 갑자기 석현이가 나한테 화를 냈다.

“야, 박희지! 너  하는 짓이야—!”


“어.. 어?”

“지금 뭐 하고 있었던 거냐고!”



..뭘 하냐니? 갑자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목 조르고 있었잖아! 뭐 하는 거냐고!”



아! 방금 그거 말하는 거구나! 자꾸 내 말을 방해해서 그랬다고 대답하려는 순간, 석현이가 또다시 화를 냈다.

“어? 뭐 하고 있었냐고!  목을 조른 건데—!”

“어, 어⋯. 아, 쟤가 먼저 때렸어.”

“뭐?”


“쟤가 먼저 날 때렸어.  놔두고 바람피운다고 그랬더니 화내면서 나 때리던데? 무서워서 그랬어.”



응. 쟤가 먼저 때린 거 맞다. 난 그저 석현이와 함께하고 싶을 뿐인데⋯ 홍다희가 자꾸 내 마음에 상처 주는 거, 그건 날 때린 거랑 똑같은 거잖아. 그래서 나도 정당방위  거야.




“...먼저 때렸다고?”


“으응.”




그러자 그새 숨을 돌린 홍다희가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씨발! 미친년이!”




읏, 갑작스럽게 달려든 바람에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석현이가 그걸 막아 세우고는 진정들 하라며 소리쳤다.

홍다희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계속 나에게 삿대질을 하고 욕을 하면서 석현이를 뿌리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남자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다희야, 일단 진정해. 응? 진정하라고!”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흥.”

“박희지, 너도! 너도 일단 집에 돌아가 있어. 알았어?”


“집에 가라구...?”

“빨리!”

“어? 응, 응. 내일 봐!”

“저 미친년—! 이거 놔!”

정말. 지가 잘못해놓고 왜 저렇게 성을 내는 걸까. 잘못했단 걸 알아야 해. 반성 좀 하란 말이야. 다행인 줄 알아.


석현이 때문에 참은 거니까.







너무 열심이었나 봐.

내 마음, 줄줄 읊었더니 조금 지치는걸.

 년을 콱! 혼내주느라 힘이 빠져버렸어.

땀도 많이 나서⋯ 이렇게나 온몸이 젖어버렸네. 왠지 어지럽고, 머리도 지끈지끈해.



킁, 킁⋯

부끄럽게. 몸에서 땀냄새 나.

⋯더러운 냄새 나.
내 몸에 홍다희가 묻어버렸어.

더러운 냄새, 홍다희 냄새  것 같아. 석현이를 위한 몸인데, 더러워졌어.

샤워라도 해야겠어!  번으로는 부족하니까 두 번, 세 번, 세 번, 네 번, 네 번, 다섯 번 더러운 냄새 사라질 때까지 온몸을 박박 닦으면 되겠지.


“더러운 거, 여기 묻었네.”

“여기도 묻었네⋯.”

“이제 깨끗해진 거 같은데.”




“흐흥— 기분 좋아. 아.. 여기도 묻어있었네.”

“짜증나.”






“흐흠— 흐흥—”




 번, 두 번⋯
얼마나 시간도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계속해서 샤워하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진다. 훨씬 깨끗해진 느낌이 든다.

홍다희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람.

몸을 씻고 나오니 어느새 점심이 훌쩍 지나 있었다.

빨리 머리 말리고 점심 먹어야지.

거울 앞에 앉아서 먼저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있는데, 석현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차단 풀었나 봐!




“석현아!”


[ 하아, 희지야. ]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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