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47화. 순애보
그의 것을 훌륭하게 받아내었다. 끈적하게 남아있는 느낌이 그 증거였다.
한 차례 성의를 보이고 난 후 본격적으로 진심을 다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석현이는 아차 싶은 표정으로 시계를 보더니, 곧 여자친구가 올 거라며 급하게 말했다.
아.. 아쉬운데⋯.
너무 아쉽지만, 시간이 그리 길게 남아있질 않았다. 한 번 해버리면 푸욱 빠져버릴 것만 같아서 어쩔 수가 없었다.
나야 그 나쁜년을 만나면 한바탕 싸워버릴 작정이었지만, 석현이가 곤란해하는 건 슬픈 일이니까⋯.
그래서 깨끗하게 뒤처리를 해주는 걸 마지막으로 헤어지기로 했다.
티슈 같은 건 필요가 없었다. 그런 거 안 써도 될 정도로 정성껏, 아주 정성껏 청소해 주었으니까—.
“석현아, 나 차단 풀어주면 안 될까⋯?”
“...미안. 여자친구가 한 거라서 안 될 거 같아⋯.”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헤어지면서, 내 톡을 차단해버린 걸 풀어줄 수 없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그 쓰레기 같은 도둑고양이 년이 직접 차단을 한 거라서, 자기가 풀면 상황이 좀 곤란해진다고 그랬다.
아, 진짜⋯.
계속 연락하고 싶은데 이렇게 억지로 갈라지게 되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엄—, 종종 찾아올 테니까⋯ 나랑 계속 만나줄래..?”
핸드폰으로 연락할 수 없다면 직접 만나면 되는 거잖아. 애초에 내 남자이기도 하고, 난 석현이 꺼인데 직접 만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후우—. 진짜 미안한데.. 이건 좀 아닌 거 같다.. 바람피우는 거잖아. 여친한테도 미안하고, 너한테도 미안한 일이고⋯.”
이 바보. 석현이는 이 와중에도 날 걱정하면서 미안하다고 그런다.
하지만 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건 바람이 아니니까. 내 남자를 내가 되찾겠다는 게 이게 무슨 문제냐구—.
“그치만.. 난 너 없으면 안 돼⋯. 응—? 계속 만나고 싶어. 잠깐씩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부탁할게⋯”
“하아, 진짜⋯⋯.”
그렇게 답이 나오질 않는 실랑이를 벌이다 보니, 석현이의 핸드폰에서 진동 벨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지이잉— 지이잉—.
“야 야, 이제 여친 올 거 같아. 진짜 미안해. 응-?”
“아, 싫은데.. 읏, 일단 갈 테니까⋯”
이렇게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 또 만나고 싶은데. 다음에 어떻게 만나자고 약속하고 싶은데.
하지만 석현이가 곤란해지는 건 안 될 일이여서 어쩔 수 없이 자취방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또 찾아와도 된다는 답은 얻지 못한 채, 그저 여유가 되면 잠시 차단을 풀어놓겠다는 두루뭉술한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
마스크를 다시 쓰고 자취방 밖으로 나왔을 때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때였다.
그 여자 때문에 더 긴 시간을 같이 있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간만에 그를 보게 된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좀 풀렸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탓일까, 그의 흔적들에서 나는 진한 냄새들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길 때마다 어느새인가 뜨겁게 젖어있던 다리 사이가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음에는 꼬옥—
얇은 천 뒤로 감추어진 입속에서 혀를 끈적하게 굴려대면서 아까 전의 기억을 곱씹은 채로 집으로 돌아갔다.
후아—
마스크를 벗으니 갇혀있었던 진한 냄새가 훅 하고 풍겨왔다. 아직도 목구멍에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아까 내가 빨아줄 때 기분 좋아 보였지..?
예전에 동영상에서 봤던 거를 나름 따라 해봤는데, 사정까지 해준 걸 보니 은근 잘 해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나저나 키스를 하자마자 바로 무릎을 꿇고 얼굴을 처박았다는 게 떠올라서 갑자기 민망해졌다.
바지를 내려주고, 자지를 꺼내서는 대뜸 입을 쪽- 맞추고⋯
"부끄러워.."
혀로 기둥을 쓸어주다가, 대뜸 입안에 집어넣은 채로 손을 써서 흔들어 주었더니 굵은 핏줄에서 맥박이 쿵쿵 뛰더라.
흐아아⋯
너무 음란하게 보이지는 않았겠지? 그냥 기분 좋게 해주고 싶어서, 너랑 함께하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방금 전의 일인데도 금세 또 아쉬워져서는 몸이 달아올라서 애달픈 마음이 되었다.
[메시지를 보낼 수 없는 상대입니다.]
“아...”
여전히 차단되어 있는 상태.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까 당연한 일이지만 혹시라도 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계속 폰을 붙잡게 된다.
그 여자친구⋯ 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은 도둑고양이 년이 핸드폰을 가져다가 내 연락처를 차단해버렸다고 했다.
짜증나. 내가 먼저 알고 지냈는데,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왜 끼어들어서는 훼방을 놓는 거야?
석현이한테는 화 안 난다. 느닷없이 우리 사이에 나타나서 꼬리친 셈이니까 이 년한테 열이 받을 뿐이지.
나도 그래서 홍다희라는 이름을 '쓰레기년'이라고 고쳐놓고 바로 차단을 해버렸다.
"진짜 짜증나⋯."
친구 목록에서 사라지니까 그나마 좀 낫다. 꼴 보기도 싫은 면상떼기를 계속 봐야 했다면 화병이 났을지도 모르잖아.
나보다 못생긴 년이.
하—
일단 좀 씻어야지. 기분 전환을 하려면 샤워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곧장 옷을 벗어버리고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큰 거울을 보면서 몸매를 이리저리 살피는 거는 남자나 여자나 크게 다르지 않다.
몸을 휙 돌려보기도 하고, 고개를 돌려 구석진 곳을 살펴보기도 하고⋯
"후아⋯"
거울을 좀 쳐다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래도 내 몸은 좋은 점 투성이였다.
봉긋한 가슴,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 포동한 엉덩이⋯. 다른 여자들은 비교도 안 될 정도잖아.
확실히 자신감이 생긴다. 이런 몸을 갖고도 석현이를 빼앗길 리가 없다고 생각하니 좀 여유로워졌다.
그 년이 암만 옆에서 꼬리 치고 있어도, 결국에는 나한테 돌아오게 될 게 뻔해—.
그치만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랑 다시 이어진다고 해도, 그동안 석현이 옆에서 온갖 아양을 떨어가며 몸을 섞어댈 텐데 그건 안 될 일이니까.
내 남자친구는 나 혼자 독점해야 하는 거잖아. 남자친구 사귀라는 미션, 아직 하지는 못했지만 내 남친이나 다름없는 거였다.
그렇게나 다정하고, 또 반대로 몸은 다부지고⋯ 자지도.. 엄청 컸고—
"하아⋯"
엄청 커다랗고 굵었지⋯ 그걸 생각하니까 몸이 또 달아오르고,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면서 응큼한 상상을 해버리게 된다.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겠지?
그 년이 없을 때 차단을 잠깐만이라도 풀어달라고 했으니까, 좀 기다리면 되겠지?
다음에 만나면 어떻게 해줘야 할까? 뭘 해주면 더 좋아해줄까?
남자라면 뭘 좋아할지, 어디가 기분 좋다고 느낄지 생각하게 된다.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게, 단둘이서 진한 사랑을 나누고 싶다.
도둑고양이가 손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꽈악 들어찬 그의 주머니를 내가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커다란 자지를 정성스럽게 만져주고, 단단한 알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풀어주고, 진한 걸 쌀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그를 꼬옥 껴안은 채로 다부진 몸에 눌리고 싶다. 수컷 냄새도 가득 맡고 싶고 온몸 구석구석 그의 흔적이 남았으면 좋겠다.
아예 침대가 다 흔들릴 정도로 삐걱대는 소리를 내면서 정을 받아내고 싶다.
"하아—"
찌걱, 찌걱 소리를 대며 손이 움직일 때마다 머릿속에서는 뜨거운 정사가 그려진다.
내가 위에 올라타서 허리를 흔드는 건 어떨까? 서투르게 허리를 움직이면 석현이가 곧 호응해 줄지도 모른다. 여자로서 성의를 보여주면 분명 좋아할 게 틀림없잖아.
아니면 엉덩이를 쭈욱 내밀고 후배위를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짐승 같다고 싫어하는 여자들도 있다지만, 난 석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줄 수 있으니까.
흐앗,
몸을 섞는 상상을 하며 스스로 위로를 하다 보니 조금씩 뱃속이 뜨거워졌다.
그치만 뭔가 부족해. 손가락으로는 부족해. 아무리 혼자서 해도 시원하게 해소되질 않는다.
물기를 대충 닦고 침대에 누워서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봐도 욕구가 가라앉질 않는다.
다리 사이에 베개를 끼워 넣고 허리를 앞뒤로 움직여봐도 간질간질한 느낌이 사라지질 않았다.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 핸드폰으로 야한 동영상을 봤지만, 오히려 석현이와 몸을 섞었던 그 날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기만 했다.
남자는 한 번 뽑으면 생각이 차분해지는데, 여자인 나는 전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동영상 속의 여자들이 앙앙거리는 거, 커다란 자지를 마음껏 맛보는 거⋯⋯ 그런 걸 보니 해소될 리가 없는 거였다.
"아으—"
머리가 몽롱해서 생각이 잘 돌지 않는다. 동영상을 보다가, 이번에는 또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보다가⋯.
그런 식으로 온갖 글을 다 눌러보다가 야한 장난감이 나와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저런 게 기분 좋은 걸까..?
다른 남자의 것이 내 몸에 들어오는 걸 상상했을 때는 너무 소름이 끼쳤지만, 장난감 같은 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흐흣—
왠지 날 비웃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냥 아무 남자나 붙잡아서, 확 섹스해버리면 되는 거 아니냐고— 얄궂은 목소리가 들렸는데 애써 무시해버렸다.
그간 조용하다가 대뜸 튀어나와선 악마 같은 말을 속삭이는데⋯.
내가 다른 남자랑 놀아날 리가 없잖아? 나한테는 석현이뿐이었다.
응, 내 몸은 석현이 거니까 다른 남자랑 놀아나면 안 되는 거지만 장난감은 사람이 아니잖아⋯?
혼자 하는 거니까 괜찮을 거야. 아무리 석현이를 되찾을 거라고 해도, 나 혼자 꾸욱 참아야만 하는 건 너무 잔인하잖아.
그런 생각을 하며 생전 찾아보지도 않던 도구들을 검색했다.
예전에 동영상을 볼 때도 장난감을 쓰는 장면은 대충 넘겨버려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쇼핑몰의 성인 메뉴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는데도 뭐가 좋은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별 게 다 있다는 생각을 하며 스크롤을 내리는데, 키득키득하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온다.
아 진짜⋯.
무슨 말을 해서 날 괴롭히려는 걸까. 여신이나 악마나 둘 다 나한테 별 도움이 안 되는데 그냥 무시해버리고 싶었다.
하아.. 그냥 대꾸를 하지 말아야지. 듣는 채도 안 하면 흥미를 잃고 다시 사라질 거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종류가 엄청 많은데.
좀 많이 팔리는걸 사면 될까..?
조그마한 로터도 있고, 마사지기도 있고, 심지어는 자지 모양을 그대로 본뜬 딜도들도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음.. 이건 좀.."
아무리 그래도 딜도는 좀 아니지 않을까.
장난감인데 뭐 어때—? 봐, 이거 엄청 커다랗잖아. 이런 걸로 보지를 쑤셔대면 기분 좋지 않을까—?
잠깐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까 또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야..!
고개를 휙휙 저으며 애써 목소리를 떨쳐냈다.
몇 번이나 정을 받아내었던 그 날 밤만 떠올리면 몸 안이 뜨거워지고 다리 사이가 쿡쿡 쑤셔오는 건 맞다.
그치만 아무리 장난감이라도, 석현이의 것이 아닌 다른 걸 비부 사이로 집어넣는다는 건⋯.
뭔가 거부감이 들어서, 결국 장난감은 작은 로터만 사기로 했다.
반쯤은 충동적으로 산 거지만, 이걸 써 볼 생각을 하니 좀 두근대기도 했다.
언제 올까? 비밀 포장이라는데, 혹시 누가 보면 어떡하지?
"아 몰라, 정말⋯"
부끄럽다. 그냥 석현이가 확 안아주면 다 필요 없는 건데. 빨리 다시 만나고 싶어. 너한테 안기고 싶어. 더 기분 좋게 해줄 테니까, 너도 날 기쁘게 해줬으면 좋겠어.
자꾸 이상한 말들을 속삭이는 거 때문에 마음이 좀 어지러웠지만, 석현이를 생각하면서 들뜬 몸을 어루만졌다.
이불을 덮고 있어서 그런 걸까, 꽤나 후덥지근하고 방 안에 야한 냄새가 가득 찬 것만 같았다.
그정도로 한참이나 몸을 지분거리고 있는데, 한동안 듣지 못했던 소리가 들리면서 또 새로운 미션같은게 생겨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를 되찾으라고.
하.
이런 거, 미션이랍시고 안 시켜도 어차피 할거였는데.
당연히 되찾을 거란 말이야. 내가 여자로서 해야할 일은 당연히 정해져 있는 거잖아.
애초에 석현이는 내 남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