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35화. 중간 (2)
집에 돌아와서도 망쳐버린 첫 시험에 대한 분한 마음이 풀리지를 않았다.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내리쳐 보지만, 너무나도 약해진 힘 때문에 팡- 하는 소리만 나고 만다.
“아, 진짜⋯”
다 짜증 난다. 답안지를 하나도 채우질 못했다는 게, 그리고 그게 다 내 몸이 이상해진 탓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속상하다.
또..
“읏..”
여전히 달아오른 몸이 날 가만 놔두질 않고 있었다.
온통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버린 옷을 벗어둔 채, 화장실로 들어가 때아닌 샤워를 한다.
거울을 보니 하아- 하아— 숨을 내쉬며 커다란 가슴을 헐떡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유두가 발딱 서 있고, 다리 사이에서는 여자의 냄새가 뜨겁게 올라오고 있었다.
그 위로는 확연히 자라기 시작한 털들이 나 있었고, 끈적끈적한 물들이 묻어나 있었다.
애써 밑부분에서 눈을 돌린 채, 다시 얼굴을 쳐다본다.
발그랗게 홍조를 띠고 있는 얼굴—.
눈빛은 몽롱한 시선을 하고 있고,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어 있다.
그리고 계속 달아오른 탓에 여자의 몸에서 체취가 풍겨온다.
“후으..”
읏- 부끄러운 마음에 겨드랑이를 들어 살짝 냄새를 맡아본다. 여자의 몸이기 때문일까, 불쾌하지는 않지만 민망하다.
겨드랑이 사이에는, 마치 여자의 비부처럼 주름이 져 있고 그 사이로는 끈적한 땀이 흐르고 있었다.
거기다 슬슬 털이 올라오고 있기까지 해서 너무나도 음탕하고 천박해 보였다.
“아으—”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스스로의 알몸을 쳐다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샤워기를 틀고 뒤로 돌아선다.
이곳저곳 흘러내려 버린 땀들..
그걸 깨끗이 닦아내기 위해 부드러운 손길로 온몸을 씻어낸다.
솨아—
무심결에 손가락이 유두에 스치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아흐읏..!”
발딱 솟아있는 걸 건드렸구나.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처럼, 혹시라도 다시 건들지 않도록 조심스레 손을 옮긴다.
겨드랑이를 한차례 닦아준 후, 가슴골을 따라 그 사이를 씻어준다. 커다랗게 달려있는 동그란 가슴을 그 윤곽을 따라 손으로 쓸어낸다.
그 후에는 손을 내려, 안으로 패여있는 자그마한 배꼽을 닦아낸다. 구멍 사이를 조심스럽게, 그러나 깨끗하게 손가락으로 문지른다.
배를 타고 내려가, 자라나기 시작한 털들을 닦아주고, 비부로 조심스럽게 손을 옮긴다.
솨아—
손바닥에 물을 조금씩 받아내어 닦기는 힘든 부위이다. 어쩔 수 없이 샤워기를 뽑아들고, 다리 사이로 물을 뿌리는데—
“앗, 아앗.. 하으앙—!!”
갑작스러운 자극에, 여자의 소중한 곳이 움찔- 몸을 떨어댄다.
몸이 찌릿찌릿하고,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가슴팍에 무언가 뜨거운 게 올라온다.
“아읏, 하앗, 앗- 하앙..!”
물줄기를 쏘아댈 때마다 온몸에 희열이 차오른다.
좋아, 이거 좋아..!
자극에 익숙해지면 샤워기의 각도를 살짝 비틀어 새로운 자극을 찾아낸다. 엉덩이를 움찔, 움찔 떨면서 종아리에 힘을 주었다가, 몸을 좌우로 비틀어댔다가 한다.
솨아아—
기분이 좋다. 걱정 따위는 다 잊어버리고, 세찬 물줄기의 애무를 받으며 희열에 몸을 맡긴다.
“으하앙⋯!”
오들오들 몸에 닭살이 돋고, 다리에 힘이 풀려간다.
샤워기를 가까이 댔다가, 다시 멀리 댔다가를 반복할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신음이 터져 나온다.
벽 구석에 등을 댄 채로, 다리를 벌리고 세찬 물줄기를 받아낸다.
솨아아—
여자의 기쁨을 느낄수록, 몸이 미끄러운 벽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하고, 다리는 점점 더 M자로 벌어진다.
솨아아아—
결국에는 목을 꺽고 머리만을 벽에 댄 채로, 드러누워서는 다리를 위로 쳐들게 된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샤워기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세찬 물줄기가 보지를 쏘아댄다.
“하앙- 하앙, 앙—”
양손으로 젖꼭지를 꼬집고, 비틀고, 돌려대면서 온몸을 꼬아댄다.
어떻게든 음부에 손을 대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자꾸만 팔이 다리 사이로 향해버린다.
그걸 꾸욱 참으면서 점점 차오르는 기쁨을 느낀다.
“앗, 아앙..!”
다리가 들썩인다.
허리가 들썩인다.
“아앙, 하앙, 앙—”
가슴 안이 답답해지면서 뜨거운 게 차오른다.
등줄기를 타고 전기가 찌릿찌릿 흐르고, 점점.. 점점..
“학, 하악- 아학.., 하악, 앗, 아앙, 흐아아앙—!!”
흐아앗—!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입에서는 짐승 같은 신음이 흘러나온다. 발바닥에 쥐가 난 것처럼 발을 꼬옥- 오므리게 된다. 젖꼭지 위로 시원한 게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면서 찌릿찌릿한 감각이 몰아친다. 활처럼 휘어진 등허리가 다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국, 그렇게 첫 오르가즘을 느끼고 말았다.
※
여자 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자위를 해버렸다. 손을 그곳에 직접 대지는 않았지만,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여자의 기쁨을 느껴버렸다.
“아아⋯”
무언가가 망가져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여짓껏, 여자가 아니라며 애써 참아왔던 것들이, 순식간에 무너져버리기 시작했다.
스스로 젖꼭지를 애무하면서, 여자의 비부로 못된 짓을 해버렸다. 마지막 순간에는 무엇인가를 원하는 것처럼 입을 헤 벌려대며 침을 흘리고 있었다.
“..”
오르가즘이 몰아친 뒤에는, 그 느낌이 머리에서 사라지질 않고 있었다.
계속, 계속, 그 찌릿찌릿한 느낌이 몸 안에 남아 있는 것처럼 기억을 자극하고 있었다.
“아..”
또, 한 번 더 또다시 그걸 느껴보고 싶어졌다. 계속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고 떠오르고 있다.
아..
며칠 동안 계속 겪고 있는 그 꿈이 떠오른다.
꿈속에서, 난 여자가 되어 있었다. 내 몸을 받아들이고, 내 마음을 남자에게 바치고 있었다.
현실에서는 바뀌어가는 몸을 애써 부정하면서도, 꿈속에서는 이미 완전히 한 명의 여자가 되어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여자가 아니었을 때도, 여자가 되고 난 후에도 난 여전히 처녀였지만 꿈 속에서만큼은 남자를 탐하는 탕녀였다.
실제로는 손 한 번 대지 않은 여자의 그곳이, 꿈속에서는 이미 처녀를 잃고 한 남자에게 끊임없이 따먹히는 완숙한 여자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괴리감이, 현실의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한 번 알아버린 여자의 기쁨은 그 후로도 끊임없이 날 괴롭혔다.
꿈속에서의 일이야 현실이 아니라고 잘라낼 수도 있었지만, 한 번 자위를 해버린 이상 더는 그걸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읏.. 하고 싶어....”
책을 봐도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그저 시간을 보내고, 들뜬 숨결을 억지로 참아내고, 잠에 들고, 다음 시험을 망치고.
시험 준비를 하면서도 몸이 달아오르고 만다. 여자의 기쁨을 탐내면서도 억지로 참아낸다. 그리곤 이따금씩 찾아오는 끔찍한 아픔이 나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잠들면 또다시 남자 앞에 불려가 여자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
성욕이 들끓다가도, 걱정과 스트레스로 머리를 쥐어짜게 되고, 또 어느 순간에 찾아오는 고통에 몸부림치게 되고. 종잡을 수 없이 변해버리는 상태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시험을 보는 일주일 내내 그런 삶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고 이제 내 몸과 마음은 완전히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시험날.
당연히 중간시험의 마지막 날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시험을 엉망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는 시험장에 들어가서도, 남자에게 둘러싸인 자신을 자각하며 음탕한 욕구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말았다.
‘흐읏⋯.’
시간이 다 됐음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그리고 시험지를 걷는 그 순간까지 난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아.. 망했다..”
시험, 완전히 망했다.
모든 과목을 다 망쳐버렸다. 어떻게 수습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낙제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진다.
오락가락하는 몸 상태와 멘탈 앞에 너무나도 무기력했고, 심지어는 아직까지도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시험을 너무 심하게 망쳤다는 생각에 좀 정신이 든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 걸까.
“어떡해, 진짜⋯”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었는데, 막 마지막 시험을 마친 친구에게서 톡이 왔다.
[강석현] 셤 끝ㅅㅅㅅㅅㅅ
“아, 너도 끝났구나⋯⋯.”
또톡-
[강석현] 다끝났지? 밥이나 먹자 ㄱㄱㄱㄱ
아.., 그러고 보니 시험이 끝나면 같이 밥을 먹기로 약속했던 게 떠오른다.
하지만, 지금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친구를 만나기가 꺼려졌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친구를 만나버리면⋯⋯.
나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게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이성을 잃고, 추잡한 행동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답지 않은 말들을 쏟아내 버릴지도 모르고, 한 명의 여자가 되어 남자를 원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한 마리의 암컷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고 우정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만나자는 친구의 말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나] 미안한데 담에 먹자
[강석현] 왜? 어디 안좋냐
[나] 시험 너무 빡공해서 힘들어..ㅋㅋ
[나] 오늘은 혼자 쉬려고..
오늘은 힘들어서 쉬고 싶다고, 다음에 먹자고 에둘러 거절을 했다.
[강석현] 아 ㅇㅋㅇㅋ 니 편할때 아무때나 연락해
[나] 응 미안
“하아⋯⋯.”
잘한 일이다. 대학교에 와서 사귄 유일한 친구이지만, 날 정말 잘 챙겨주는 소중한 친구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
친구를 잃고 싶지는 않으니까⋯.
날 도와주고 이해해주는 소중한 친구이다.
왠지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가 않을 것 같고, 또 얘만큼 잘 맞는 사람도 없을 것 같아서 너무나도 소중하다.
내가 방황하고 힘들어할 때도, 날 믿는다며 항상 응원한다고 격려해주었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도 있을 텐데, 굳이 날 챙겨가며 괜찮냐고 물어봐 주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도서관에 같이 갔을 때가 생각난다.
날 보고는 예쁘다고,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줬다. 부끄러웠다.
날 위해서 족보를 구해다 주고, 중요한 키워드도 정리해서 공부하는 걸 도와줬다. 기뻤다.
갑자기 생리를 시작해서 몸이 확 나빠진 나를 보고는, 업히라며 등을 내줬다. 듬직했다.
당연하다는 듯 나를 업고는, 계단에서부터 걸어가며 자취방에 데려다줬다. 고마웠다.
괜찮아질 때까지 쉬다 가라며 나를 간호해줬을 때는, 가슴이 콩닥거렸다.
자고 가라며 침대를 내어줬을 때 이불에서 친구의 냄새를 맡았을 때는, 두근거렸다.
그래서, 나에게 말을 걸 때마다, 나한테 톡을 보낼 때마다, 그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그래서, 그의 생각을 하며 자취방에 돌아가서는, 옷과 가방을 벗어 던지고, 두 번째 자위를 해버렸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