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화 〉33화. wet (2) (34/80)



〈 34화 〉33화. wet (2)


“하악- 하악—”


꿈에서 깨어났을 땐, 이불이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고 내 몸도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뭐.. 뭐야..?”


너무 생생하다. 하마터면 현실인 줄 알았다.

꿈에서 내가 남자에게 복종하고, 몸을 바치면서 암컷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모르는 남자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모르는 남자의 자지를 정성스레 빨고 있었다. 그의 자지를 몸에 받아들이고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잠에서  내 몸조차도 그걸 느끼며 기뻐하고 있었다.

“아냐..”



“아니야—!!!!!!!!”

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이불을 박차고 베개를 집어 던진다.


쨍그랑—

집어던진 베개에 맞고 떨어진 컵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진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말도 안 되는 꿈을 꿔버렸다. 그리고  꿈에 반응해서 젖어버린 내 몸도 말이 안 되는 거였다.

잘못됐다. 이건 잘못됐다. 잘못되어 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잘못되고 만다.


그래, 그동안 자위를 하지 않아서 성욕이 쌓인 탓일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서둘러 컴퓨터를 켜고, 남모르게 꽁꽁 숨겨둔 폴더를 열어 살색 영상들을 뒤진다.


급하게 영상 몇 개를 틀어놓고, 스피커를 크게 켜버린다. 앙- 앙- 교성을 터뜨리는 동영상들을 여러 개 띄워둔 채, 바지를 급하게 내린다.

“그래, 그래..! 이렇게 하면 될 거야..!!”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모니터를 살색으로 뒤덮은 채 급하게 바지를 내리고, 손을 가져다 댄다.



그런데,


물건이 달려있질 않다.


“아?”




아. 나, 여자 됐지.



“아..?”

난 더이상 남자가 아니다.

“으, 으으⋯”

“..으아아아아아악—!!!!”

이미 오래전부터 몸이 변해있었지만, 너무나도 믿기지 않는 꿈에 질겁하여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왜, 왜,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이제 와서 후회해도 이미 늦어버린 일이다.

나한테는 여자가 아니었던 때의 흔적 같은 거는 하나도 남아있질 않다.


가녀린 목, 볼록하게 튀어나온 젖가슴, 보드라운 털들로 덮이기 시작한 은밀한 비부, 그리고 찰랑이는 머리칼까지—.



그렇게 모든 게 변해버린 상태였다.


여자가 아닌 채로 남아있는 건 그저, 내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조차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알  없는 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시발, 시발, 시발—”





촤아— 촤아아—


한참을 그러다, 화장실에 가서 미친 듯이 찬물을 끼얹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하, 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또다시 정신이 오락가락하려고 한다.

여신이 잠잠한가 싶더니, 웬 모르는 여자 목소리가 또 들려와서는 미션의 내용을 바꿔버리고 새로운 걸 주면서 내 결심을 흔들어놓고 있었다.

주먹을 꾹 움켜쥐고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다시 결심을 다져본다.


“이런 거, 절대 이런 거에 꺾이지 않을 거라고—!”




공부. 그래, 공부를 해야 한다.
이렇게 마음이 흐트러지는 건 다 집중을 잃어서 그런 거다. 응, 분명히 그런 이유 때문이야.

급하게 책을 몇 권 펴놓고 공책을 꺼내놓는다.

연필, 아, 아니야. 볼펜을 꺼내고 똑-딱- 심을 뽑아둔  교과서의 내용을 받아적기 시작한다.

“합리적인 경제주체의 조건은 5가지가 있다. 완비성, 이행성, 연속성, 단조성, 볼록성이 있다. 완비성이 있다. 완비성. 완비성, 완비성.”


“...연속성은 선호체계가 단절되지 않는다고 이해하면 된다. 연속성. 연속—”



머리에 들어오는  하나 없이, 그저 책을 받아적을 뿐이지만 미친 듯이 손을 놀려가며 공책을 한 페이지, 두 페이지 계속 채워간다.


“으, 아으..”

머리에 복잡한 생각이 들지 못하게, 계속,  계속 페이지를 넘긴다.

다른 생각이 나지 않도록, 계속.



그렇게 미친 듯이 공부 흉내를 내며 자리에 앉아 있기를 한 시간, 두시간—

어느덧 식사 시간에 되었을 때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종이들이 꼬깃꼬깃 구겨진 상태로 수십 페이지가 넘어가 있었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질 않았다.

“아.. 안돼.. 공부, 해야 되는데—”




안된다, 이런 식으로라면 공부도 망쳐버리고 말 거야. 중간시험 잘 봐야 하는데⋯⋯.

초조해진 마음에, 식사도 거르고 그 자리에 다시 앉은 채로 또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다른 과목을 해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며 다른 책을 펴고, 프린트물을 꺼내놓고, 동그라미를 쳐둔 내용들을 입으로 읊는다.


“자연상수를 사용해서 연속복리의 개념을 표현할  있다.  증가율이 몇 퍼센트인지—”

입을 벌려가며 중얼중얼- 읽고, 또 읽어보지만 머릿속에 잘 들어오질 않는다.


어려운 계산을 풀어보려고 손도 바쁘게 움직여보지만, 이상하게 답이 나오질 않는다.




“아, 진짜 왜 이래? 나 왜 이래?”


이러면 안 되는데. 초조한 마음에 혼잣말을 계속해보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아-, 미치겠네 진짜⋯”


일이 뜻대로 되지를 않아 화가 나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한다.

“아이씨, 진짜—”


안돼. 이런 걸로 우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코를 훌쩍 크게 들이킨 채 침을 꿀떡 삼켜낸다. 울적한 마음을 억지로 억누르고 다시 책을 읽는다.


“—⋯⋯“

그렇게 한참을 더 있고 나서야, 이미 저녁이 되고 날이 어둑어둑해졌을 때쯤 정신을 차릴  있었다.



“오늘 망했네..”


오늘 공부는 정말이지 엉망이었다. 이보다  나쁠 수 있을까?


하아—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켜보니 친구에게서 톡이 와 있었다.



[강석현] 같이 원론 공부 ㄱㄱ?



아..
너무 늦게 봤네.


[나] 미안 지금봤어..




같이 공부하자는 거, 거절해야겠지?

지금 상태로라면 제대로 공부하지도 못할 거고 괜히 민폐만  게 뻔하잖아.


그냥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게 집중하기도 좋을거 같아서 거절을 하기로 했다.


[나] 셤볼때까지 혼자 공부할려고.. 미안

이러면 되겠지. 뭐라 말하기도 미안해서 톡을 이렇게 써도 되는 건지 감이 안 잡혔다.



또톡—

[강석현] ㅇㅋㅇㅋ 그럼 시험 잘 보고나서 밥이나 같이 먹자.
[강석현] 모르는거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고 ㅂㅂ

아-


이 와중에도  챙겨주는구나. 별거 아닌데, 그냥 의례상 해주는 말일 수도 있는데 언제든 편하게 톡을 보내라는  말이 너무 고맙다.


“읏—!”

볼을 탁, 탁 때리고 정신을 차려본다.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다시 공부나 하자.


그렇게 두 시간 정도를 더 공부하고 나서야 편의점 도시락으로 저녁을 먹고 잠에 들 수 있었다.




..


..

..



그다음 날은, 당연히 최악이었다.

전날보다도 심해진 꿈에 온통 젖어버린 이불.


 마음으로는 분명 거부하고 있는데, 꿈을 꾸고 나면 온몸에 땀이 흘러있고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불쾌해진 기분을 애써 참아내고 그 날 공부를 하고, 다시 잠들고—


하지만 이상한 꿈을 꾸는 일은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 계속 계속되었고 내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절대 안 된다는 마음으로  몸에 손을 대고 지분거리는걸 꾸욱 참았지만, 그럴수록 꿈은 더 자세해지고, 더 음탕해지고, 더 격렬해지고 있었다.

꿈속에서 변해가는 나는, 그 어떤 성인물에 나오는 여자보다도 더 음란해지고 있었다.

그 꿈속에서 나는 매일같이 남자의 앞에 불려갔다.

남자가 서 있는 곳까지 바짝 엎드린 채로 엉금엉금 기어가서는, 그의  앞에 이르러 고개를 조아리고 주인님- 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다.


이젠 남자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고개를 처박고 남자의 발에 복종의 키스를  정도였다.


남자의 허락이 떨어지면, 연신 감사의 인사를 올린 뒤에야 고개를 들고 자지 앞에 얼굴을 처박는다.

눈앞의 자지에 얼굴을 문대고, 그 우람한 크기와 굴곡을 느낀다. 진한 냄새를 맡으며 흥분하지만 이제 시작하라는 남자의 말이 있기 전까지 움찔대며 기다린다.


남자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복종의 맹세를 다급하게 외친다. 그리고는 정성스럽게 애무하고, 입으로 봉사를 바친 뒤에 한 차례 진한 수컷의 씨앗을 받아낸다.


입  가득 아기씨를 머금고는 혀를 마구 굴려대다가, 주인님의 명령을 받는 즉시 입을 벌리고는, 마셔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그걸 다 삼키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 순간에는 이미 보지가 눅진눅진하게 젖어있어 내 팔만큼이나 거대한 자지를 게걸스럽게 탐하는 탕녀가 되어있었다.

남자의 몸에 짓눌려 교성을 터뜨리고, 머리를 붙잡힌 채 암캐처럼 박히고, 남자의 몸에 매달려 들어 올려진 채로 따먹히고⋯⋯.

주인님의 은총을 갈구하며 혀를 내밀고는 키스섹스를 하며 보지를 꿰뚫린다.

자지가 몸 안을 휘저을 때마다, 거기에 호응하기 위해 음탕하게 몸을 움직인다.


어디까지 들어왔는지, 어디를 찌르고 있는지, 지금 어떤 기분인지, 얼마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는지 숨을 헐떡이며 보고한다.


마침내 정신이 나간 채로 눈동자를 뒤집고는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따먹힌다—

하지만 한차례 정사를 마치고도, 또다시 아양을 떨며 교미를 간청한다.


입에 고무를 문 채로 주인님의 자지에 끼워보지만, 너무나도 큰 크기에 찢어져 버리고, 아무것도 끼지 않은 상태로  안에 받아들인다.

몸이 받아들일  있는 크기를 아득히 뛰어넘은 탓에, 뱃가죽이 볼록 튀어나오지만 환희에 찬 목소리로 감사를 표한다.

아기방에 가득 차오른 정액을 느끼며, 주인님의 자지를 다시 한번 입에 머금고는 깨끗하게 닦아낸다.



그렇게, 꿈속에서의 나는 온갖 체위를 하며 주인님께 봉사하는 한 마리의 발정 난 암캐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꿈을 매일같이 꾸면서 내 정신은 점점 피폐해져 가고 있었고 몸은 끝을 모르고 달아오른 상태가 되어있었다.

눈가에 짙게 내려온 다크써클과 붉은 홍조를 띠고 있는 얼굴, 멍한 눈동자, 무의식적으로 쩌업- 쩝- 소리를 내며 뻐금거리는 입술⋯⋯.

앉아 있는 자리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만 같고, 주변의 공기가 후끈하게 덥혀지고 있다.


몽롱한 체향을 풍기면서, 마치 약에 취한 사람처럼 뭔가 홀린 듯 아니야- 아니야- 라며 중얼거리기를 반복한다.



 시험 날이 다가오기 직전까지도 난 그런 엉망인 상태로, 겨우 마지막 정신을 붙잡은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 2021-1학기 중간시험 공고 ==
2021학년도 제1학기 중간시험을 아래와 같이 실시함을 알립니다.


 간 : 4월 2X일~ 4월 2X일
방  : 대면시험 (각 강의별 강의실 배정)


학생 여러분은 각 강의별로 공지되는 시험 안내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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