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30화. 그래도 (삽화有)
치킨은 당연히 맛있었다.
“나 다리 먹어도 돼?”
“4개 있으니까 반반 먹자.”
“그래—”
치이익—
“너 맥주 마시지?”
“술 잘 못 하는데..?”
음, 술은 조금만 마셔도 취하던데.
확신이 안 들어서 조금만 달라고 했다.
아무래도 치킨만 먹으려니까 뻘쭘하기도 하고, 친구는 맥주 마시고 있는데 나 혼자 콜라나 마시고 있으려니까 자존심이 상해버렸다.
그래, 조금만 마시면 되겠지.
“조금만 줘 봐.”
으으, 맥주 냄새 이상해. 언제 맡아도 적응이 안 된다.
“아 이거 물 탔나? 너무 밍밍하네.”
“난 그래도 못 먹겠어. 으으—”
친구는 맛없다고 투덜대는데 난 잘 모르겠다. 애초에 술 많이 안 마셔봤다고.
그냥 수능 끝나고 경험 삼아 마셔보고, 친척 집 갈 때마다 마셔보고 그런 정도이지 본격적으로 술을 마셔보지는 않았으니까.
그나저나 이게 물 탄 거야? 음..
음.. 미묘해서 몇 모금을 더 마신다.
..괜찮은건가?
아..?
후아?—
나 벌써어.. 취하는 것 같은덷.. 이거어 더 마셔어—?
“흐우으⋯?”
“야야, 너 왜 이렇게 빨리 취해? 안 되겠다. 그만 마셔, 그만.”
“모오- 더 줘바— 흐, 별거 없네에?”
너 취했어, 임마-
아냐아- 아무리 말려도 귀에 잘 안들어와아.
“얻어먹는건데에에.. 아깝드아—”
흐에-
침을 질질 흘리면서 말하니까 친구가 기겁을 하더니 잔을 빼앗고는 그만 먹자고 했다.
“야, 너 더 안 되겠다. 진짜로 그만 먹자.”
“아⋯ 치킨 아까운데에—”
우으으- 아깝다구우—
으음, 나 취한건가아? 잘 모르겠는데에.
자꾸.. 뭐라 그러니까 하는 수 없이 일어나긴 했는데.. 나아⋯ 이제 뭐 해에-?
“야야, 양치하고 자라. 칫솔 새로 꺼내줄게.”
양치이-? 아 그거어 존-나 귀찮아아—
“야아아—, 나 칫,소올- 안가져왔는데에—”
“새로 줄 테니까 그걸로 하라니깐.”
“어어- 고맙따아—!”
고맙다아 진짜루-
푸아아-
푸아아—
..양치를 하고 나니까 좀 나아지는 것 같다. 아니, 취한 거 같긴 한데 뭔가가 뭔가 하는 그런 상태⋯
으, 머리 흔들려.
휘청- 휘처엉— 흔들리며 밖으로 나오니까 친구가 이부자리를 펴고 있었다.
침대보는 왜 빼지?
“야아— 그걸 왜 바닥에 깔아⋯?”
“어, 너 침대에서 자라고. 난 바닥에서 자고.”
“뭐어—? 나 혼자 침대에서 자라고오-?”
아으, 머리가 알딸딸해서 정신없어 죽겠는데 자기는 바닥에서 잘테니까 나보고 침대에서 혼자 자란다. 이거 너무 민폐끼치는거 아니야..?
“그럼 어떡하냐. 아무리 그래도 넌 여자 몸이고 난 남자인데 좀 그렇지 않을까?”
“야 무스은-, 침대에서 자기 너무 미안하잖아.”
“그럼 손님을 바닥에서 재우냐— 됐으니까 침대에서 자라.”
어.. 그런가? 하긴, 손님 불러다 놓고 자기 혼자 편하게 자면 그거도 좀 미안할 거 같다.
“너, 이불이나 있서어-?”
“아니? 그러니까 침대보만 따로 빼놨지. 이거 바닥에 깔고 자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라.”
“야아, 그러엄— 공평하게 가치 바닥에서 자자아-, 응?”
아무래도 나만 침대에서 자기는 모양새가 좀 그렇지 않나, 싶어서 같이 바닥에서 자자고 해봤다. 그게 훨씬 공평하잖아.
“됐다니깐. 몸도 안좋은 애가 고집부리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자.”
어.. 날 배려해주는구나. 뭔가가 또 간질간질해진다.
뭐, 몸이 안좋은 느낌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는 해서 불편하게 자면 컨디션이 더 나빠질 것 같기는 하네.
“..미아안? 혹시이, 너-무 불편하면 내가 바닥으로 내려갈게. 으응? 바꿔줄 테니까 말해?⋯.”
“어휴, 됐으니까 잠이나 자세요.”
결국 한사코 침대에서 재우려는 친구 고집에 못이겨 이불을 덮고 누울 수밖에 없었다.
“잘 자라.”
“잘 자—”
..
좀 취해서 바로 잠들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콩닥콩닥해서 한참을 있어야 했다.
이불에서, 너.. 향기나...
‘읏⋯’
..
..
..
“으..? 뭐지⋯”
뭐야..? 여긴 어디야? 나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저 남자는... 아—.
“키스, 해줘⋯.”
츄웁- 츄우읍—.
“그렇게 좋아?”
응, 키스 죠아⋯ 더 해줘어—.
빨리이-, 빨리 줘어-
“혀 내밀어.”
내밀게, 빨릿, 그러니까 빨리 줘어엇-
하으.. 흐읍, 읏.., 하우읍—.
키스하면 기분이 몽실몽실해서 죠아, 눈 마주치고 키스하는거 죠아...
앗, 커졌어어-
나 때문에 커졌어, 하읏, 잘했지- 나 잘했지이—
으응, 읏, 흐우으..
이런거, 너무 커. 너무 커서 못참앗-
“엎드리고 엉덩이 내밀어.”
앗, 드디어, 드디어-
내가 원하던 자지이- 드디어어—!
이런걸 원했어- 엉덩이 흔들테니까, 그거 나한테 넣어줘어—
“이걸 원한 거지?”
응, 원했어.. 계속 원했어...!
내 보지에, 쑤셔주길 원했어—!
빨리 넣어줘, 나한테 넣어줘-
“얼마나 세게?”
애태우지 말고, 으읏, 세게 박아줘, 개처럼 박아줘, 흣⋯, 날 암캐로 만들어줘—
“앗-”
들어온다..! 흐읏, 힉—
너무 커.. 그치만, 커서 더 좋아-
더 깊게 넣어줘, 더 세게 넣어줘..!
탁- 타악- 탁—
흐앗, 기분 죠아.. 안쪽까지 닿아서 기분 조아. 계속 닿아서 기분죠아..!
빨릿, 더 세겟, 읏, 하읏, 계속 박아줘, 계속 써도 되니까, 더, 더, 더어—
타악- 탁- 탓, 탁- 탁— 타악—
후으읏, 읏, 앗, 아앗, 앙, 앗, 하앙, 하앗, 앗♡
“어디에 싸줬으면 좋겠는지 말해.”
안에, 안에 싸줘어-
내 안에 잔뜩 싸줘, 내 보지 안에 싸줘엇—
흐읏, 하앗♡, 앙, 아앙—, 앗-, 하앙, 앙♡⋯
..
..
..
허억—.
뭐야. 뭐야 이거?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은데..?
기분이 뭔가, 이상하다. 으. 기억은 안 나는데 뭐지 진짜.
“으으⋯ 머리 아파.”
어제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머리가 참 아프다. 이 정도면 너무 약한 거 아닌가..
“읏⋯”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속옷이 찝찝하다.
뭐지. 기분이 굉장히 나쁘다.
“아, 미친..”
너무 찝찝해서 화장실에 가서 봤더니, 하루 만에 생리대를 갈아줘야 할 상태가 되어 있었다.
하아- 인터넷에서 보니까 많이 필요하다고 써있긴 했는데, 이 정도였어?
미쳤다. 진짜.
아침부터 또 짜증 나.
“짜증 나네, 진짜.”
좀 잊을 만 하면 내가 여자라는 걸 자꾸 생각나게 하고, 몸을 편히 못 있게 하고⋯.
오만상을 다 찌푸리면서 생리대를 갈아주고 나니, 그제서야 자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저러고 자면 안 불편한가?
‘..당연히 불편하겠지.’
나 때문에 엄한 애를 고생시켰나 싶어서 미안해진다. 으, 다음에 밥이라도 한 번 살까.
“일어나, 아침이야—”
자고 있는 친구를 톡, 톡- 건들면서 깨워본다.
“어으.. 하아—암.. 잘 잤냐.”
“아직 머리 아픈데, 됐어- 아침 어떻게 할 거야?”
얘도 아침 챙겨 먹으려나? 난 아침은 무조건 먹어야 해서 어쩔 거냐고 물어봤다.
“먹어야지. 그냥 학식 먹으러 가자.”
“그래.”
교대로 씻고, 머리 말리고, 원래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가 길어서 그런지 말리는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다. 나야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친구는 좀 놀란 눈치더라.
그래, 이게 좀 고생이긴 하지.
이거 그냥 잘라버릴까. 갑자기 확 커트를 하고 싶어지는데. 여자들 단발병이라는게 이런 건가 싶고.
“나, 머리 확 잘라버릴까? 짧게.”
“자른다고—? 야, 지금 잘 어울리는데 됐어.”
잘 어울려..?
음.. 이렇게 되고 나서 다른 스타일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뭐, 자른다고 원래대로 돌아갈 것도 아니니까— 그냥 해 본 말이야.”
나보고 하라고 난리인 미션 중에 머리를 하는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 진짜— 지금은 그런 거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가다 보니 어느새 학교에 도착했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한적한 학생 식당에서 여유롭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 후로는 매점에서 캔커피를 마셨고.
“그럼 잘 들어가고. 몸 아픈데 있으면 바로 연락해—”
“응, 어제 진짜 고마웠어.
친구와 헤어지고 내 자취방에 돌아오면서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공부하는 거 도와준다고 족보도 챙겨주고, 중요한 요점도 정리해주고⋯
무엇보다도 내가 몸이 안 좋아지자 망설임 없이 날 업고 자취방까지 데려와 줬다.
“흐으⋯”
왜 이렇게 부끄러운 걸까. 믿고 기댈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건 좋은데, 자꾸만 부끄러워졌다.
※
자취방에 돌아와서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적당히 말했다.
“...그래서 친구가 도와줘서— 응, 괜찮아. 지금은 자취방에 돌아왔거든. 많이 좋아졌어. 아니- 그 정도는 아니고—”
괜찮니, 생리대 쓸 줄은 아니, 지금은 좀 어떠니⋯ 온갖 질문을 다 쏟아내던 엄마는 내가 다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그러니까 이내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부모님도, 분명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며 온종일 통곡만 하고 계실 분들은 아니다.
항상 잘 이겨내야 한다며 강한 마음을 강조하시던 분들이니까⋯.
이것도 무슨 시련이라던가, 다 뜻이 있어서 이렇게 되는 거라던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계시지 않을까.
내색을 안 하시니 나로써는 알 수 없을 뿐이었다.
정확한 속마음을 모르니 나도 다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 거고.
덤덤히, 아니면 덤덤한 척을 하며 별말을 안하고 계시는데 내가 거기에 대고 내 인생은 변해버릴 거에요, 내가 누군지 모르게 될 거예요, 난 돌아갈 수 없을거에요— 이런 소리나 하면서 가슴에 못된 상처를 줄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냥 나도, 부모님도 태연한 척을 하면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그랬니, 괜찮은 거니, 그래도 괜찮아요- 이럴 수 밖에 없는 거였다.
그래. 언제까지 이래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냥 이런 식으로,
그냥,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오늘도 그저, 그냥 살아가고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