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1화 〉30화. 그래도 (삽화有) (31/80)



〈 31화 〉30화. 그래도 (삽화有)

치킨은 당연히 맛있었다.


“나 다리 먹어도 돼?”
“4개 있으니까 반반 먹자.”
“그래—”

치이익—


“너 맥주 마시지?”
“술 잘 못 하는데..?”


음, 술은 조금만 마셔도 취하던데.
확신이 안 들어서 조금만 달라고 했다.


아무래도 치킨만 먹으려니까 뻘쭘하기도 하고, 친구는 맥주 마시고 있는데 나 혼자 콜라나 마시고 있으려니까 자존심이 상해버렸다.

그래, 조금만 마시면 되겠지.



“조금만 줘 봐.”


으으, 맥주 냄새 이상해. 언제 맡아도 적응이 안 된다.


“아 이거 물 탔나? 너무 밍밍하네.”
“난 그래도 못 먹겠어. 으으—”

친구는 맛없다고 투덜대는데 난  모르겠다. 애초에 술 많이  마셔봤다고.

그냥 수능 끝나고 경험 삼아 마셔보고, 친척 집 갈 때마다 마셔보고 그런 정도이지 본격적으로 술을 마셔보지는 않았으니까.


그나저나 이게  탄 거야? 음..


음.. 미묘해서 몇 모금을 더 마신다.
..괜찮은건가?

아..?

후아?—

나 벌써어.. 취하는 것 같은덷.. 이거어 더 마셔어—?

“흐우으⋯?”

 





“야야, 너 왜 이렇게 빨리 취해? 안 되겠다. 그만 마셔, 그만.”

“모오-  줘바— 흐, 별거 없네에?”

너 취했어, 임마-


아냐아- 아무리 말려도 귀에 잘 안들어와아.


“얻어먹는건데에에.. 아깝드아—”

흐에-


침을 질질 흘리면서 말하니까 친구가 기겁을 하더니 잔을 빼앗고는 그만 먹자고 했다.

“야, 너 더 안 되겠다. 진짜로 그만 먹자.”


“아⋯ 치킨 아까운데에—”

우으으- 아깝다구우—


으음, 나 취한건가아? 잘 모르겠는데에.

자꾸.. 뭐라 그러니까 하는 수 없이 일어나긴 했는데.. 나아⋯ 이제 뭐 해에-?


“야야, 양치하고 자라. 칫솔 새로 꺼내줄게.”

양치이-? 아 그거어 존-나 귀찮아아—

“야아아—,  나 칫,소올- 안가져왔는데에—”

“새로 줄 테니까 그걸로 하라니깐.”


“어어- 고맙따아—!”

고맙다아 진짜루-


푸아아-


푸아아—


..양치를 하고 나니까 좀 나아지는  같다. 아니, 취한 거 같긴 한데 뭔가가 뭔가 하는 그런 상태⋯

으, 머리 흔들려.

휘청- 휘처엉— 흔들리며 밖으로 나오니까 친구가 이부자리를 펴고 있었다.

침대보는  빼지?




“야아— 그걸 왜 바닥에 깔아⋯?”


“어, 너 침대에서 자라고.  바닥에서 자고.”

“뭐어—? 나 혼자 침대에서 자라고오-?”




아으, 머리가 알딸딸해서 정신없어 죽겠는데 자기는 바닥에서 잘테니까 나보고 침대에서 혼자 자란다. 이거 너무 민폐끼치는거 아니야..?

“그럼 어떡하냐. 아무리 그래도 넌 여자 몸이고 난 남자인데 좀 그렇지 않을까?”

“야 무스은-, 침대에서 자기 너무 미안하잖아.”


“그럼 손님을 바닥에서 재우냐— 됐으니까 침대에서 자라.”

어.. 그런가? 하긴, 손님 불러다 놓고 자기 혼자 편하게 자면 그거도 좀 미안할 거 같다.

“너, 이불이나 있서어-?”

“아니? 그러니까 침대보만 따로 빼놨지. 이거 바닥에 깔고 자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라.”


“야아, 그러엄— 공평하게 가치 바닥에서 자자아-, 응?”

아무래도 나만 침대에서 자기는 모양새가 좀 그렇지 않나, 싶어서 같이 바닥에서 자자고 해봤다. 그게 훨씬 공평하잖아.

“됐다니깐. 몸도 안좋은 애가 고집부리지 말고 그냥 침대에서 자.”


어.. 날 배려해주는구나. 뭔가가 또 간질간질해진다.


뭐, 몸이 안좋은 느낌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는 해서 불편하게 자면 컨디션이  나빠질 것 같기는 하네.

“..미아안? 혹시이, 너-무 불편하면 내가 바닥으로 내려갈게. 으응? 바꿔줄 테니까 말해?⋯.”


“어휴, 됐으니까 잠이나 자세요.”



결국 한사코 침대에서 재우려는 친구 고집에 못이겨 이불을 덮고 누울 수밖에 없었다.

“잘 자라.”
“잘 자—”



..

좀 취해서 바로 잠들  알았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콩닥콩닥해서 한참을 있어야 했다.

이불에서, 너.. 향기나...

‘읏⋯’







..


..

..


“으..? 뭐지⋯”


뭐야..? 여긴 어디야? 나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남자는... 아—.


“키스, 해줘⋯.”

츄웁- 츄우읍—.



“그렇게 좋아?”


응, 키스 죠아⋯ 더 해줘어—.
빨리이-, 빨리 줘어-


“혀 내밀어.”


내밀게, 빨릿, 그러니까 빨리 줘어엇-
하으.. 흐읍, 읏.., 하우읍—.

키스하면 기분이 몽실몽실해서 죠아, 눈 마주치고 키스하는거 죠아...




앗, 커졌어어-
나 때문에 커졌어, 하읏, 잘했지- 나 잘했지이—

으응, 읏, 흐우으..

이런거, 너무 커. 너무 커서 못참앗-

“엎드리고 엉덩이 내밀어.”


앗, 드디어, 드디어-
내가 원하던 자지이- 드디어어—!

이런걸 원했어- 엉덩이 흔들테니까, 그거 나한테 넣어줘어—


“이걸 원한 거지?”


응, 원했어.. 계속 원했어...!
내 보지에, 쑤셔주길 원했어—!


빨리 넣어줘, 나한테 넣어줘-




“얼마나 세게?”


애태우지 말고, 으읏, 세게 박아줘, 개처럼 박아줘, 흣⋯, 날 암캐로 만들어줘—



“앗-”
들어온다..! 흐읏, 힉—


너무 커.. 그치만, 커서 더 좋아-
더 깊게 넣어줘, 더 세게 넣어줘..!

탁- 타악- 탁—


흐앗, 기분 죠아.. 안쪽까지 닿아서 기분 조아. 계속 닿아서 기분죠아..!

빨릿,  세겟, 읏, 하읏, 계속 박아줘, 계속 써도 되니까, 더, 더, 더어—

타악- 탁- 탓, 탁- 탁— 타악—


후으읏, 읏, 앗, 아앗, 앙, 앗, 하앙, 하앗, 앗♡


“어디에 싸줬으면 좋겠는지 말해.”

안에, 안에 싸줘어-
내 안에 잔뜩 싸줘, 내 보지 안에 싸줘엇—



흐읏, 하앗♡, 앙, 아앙—, 앗-, 하앙, 앙♡⋯






..

..


..




허억—.

뭐야. 뭐야 이거?




이상한 꿈을 꾼  같은데..?
기분이 뭔가, 이상하다. 으. 기억은 안 나는데 뭐지 진짜.



“으으⋯ 머리 아파.”

어제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머리가 참 아프다. 이 정도면 너무 약한  아닌가..

“읏⋯”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속옷이 찝찝하다.

뭐지. 기분이 굉장히 나쁘다.

“아, 미친..”


너무 찝찝해서 화장실에 가서 봤더니, 하루 만에 생리대를 갈아줘야 할 상태가 되어 있었다.


하아- 인터넷에서 보니까 많이 필요하다고 써있긴 했는데, 이 정도였어?

미쳤다. 진짜.



아침부터  짜증 나.

“짜증 나네, 진짜.”


좀 잊을 만 하면 내가 여자라는 걸 자꾸 생각나게 하고, 몸을 편히 못 있게 하고⋯.

오만상을 다 찌푸리면서 생리대를 갈아주고 나니, 그제서야 자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저러고 자면 안 불편한가?


‘..당연히 불편하겠지.’

나 때문에 엄한 애를 고생시켰나 싶어서 미안해진다. 으, 다음에 밥이라도 한 번 살까.




“일어나, 아침이야—”
자고 있는 친구를 톡, 톡- 건들면서 깨워본다.

“어으.. 하아—암.. 잘 잤냐.”
“아직 머리 아픈데, 됐어- 아침 어떻게  거야?”


얘도 아침 챙겨 먹으려나? 난 아침은 무조건 먹어야 해서 어쩔 거냐고 물어봤다.


“먹어야지. 그냥 학식 먹으러 가자.”
“그래.”


교대로 씻고, 머리 말리고, 원래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가 길어서 그런지 말리는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다. 나야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친구는  놀란 눈치더라.
그래, 이게  고생이긴 하지.

이거 그냥 잘라버릴까. 갑자기 확 커트를 하고 싶어지는데. 여자들 단발병이라는게 이런 건가 싶고.

“나, 머리  잘라버릴까? 짧게.”
“자른다고—? 야, 지금 잘 어울리는데 됐어.”

잘 어울려..?
음.. 이렇게 되고 나서 다른 스타일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뭐, 자른다고 원래대로 돌아갈 것도 아니니까— 그냥 해 본 말이야.”

나보고 하라고 난리인 미션 중에 머리를 하는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 진짜— 지금은 그런 거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가다 보니 어느새 학교에 도착했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한적한 학생 식당에서 여유롭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 후로는 매점에서 캔커피를 마셨고.




“그럼 잘 들어가고. 몸 아픈데 있으면 바로 연락해—”
“응, 어제 진짜 고마웠어.


친구와 헤어지고 내 자취방에 돌아오면서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공부하는 거 도와준다고 족보도 챙겨주고, 중요한 요점도 정리해주고⋯
무엇보다도 내가 몸이 안 좋아지자 망설임 없이 날 업고 자취방까지 데려와 줬다.

“흐으⋯”

왜 이렇게 부끄러운 걸까. 믿고 기댈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건 좋은데, 자꾸만 부끄러워졌다.







자취방에 돌아와서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적당히 말했다.


“...그래서 친구가 도와줘서— 응, 괜찮아. 지금은 자취방에 돌아왔거든. 많이 좋아졌어. 아니- 그 정도는 아니고—”

괜찮니, 생리대 쓸 줄은 아니, 지금은 좀 어떠니⋯ 온갖 질문을 다 쏟아내던 엄마는 내가 다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그러니까 이내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부모님도, 분명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며 온종일 통곡만 하고 계실 분들은 아니다.

항상 잘 이겨내야 한다며 강한 마음을 강조하시던 분들이니까⋯.
이것도 무슨 시련이라던가, 다 뜻이 있어서 이렇게 되는 거라던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계시지 않을까.

내색을 안 하시니 나로써는 알 수 없을 뿐이었다.

정확한 속마음을 모르니 나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 거고.

덤덤히, 아니면 덤덤한 척을 하며 별말을 안하고 계시는데 내가 거기에 대고 내 인생은 변해버릴 거에요, 내가 누군지 모르게 될 거예요,  돌아갈 수 없을거에요— 이런 소리나 하면서 가슴에 못된 상처를 줄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냥 나도, 부모님도 태연한 척을 하면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그랬니, 괜찮은 거니, 그래도 괜찮아요- 이럴 수 밖에 없는 거였다.


그래. 언제까지 이래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냥 이런 식으로,

그냥,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오늘도 그저, 그냥 살아가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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