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0화 〉29화. 투나잇. (30/80)



〈 30화 〉29화. 투나잇.




이, 이거 뭐야⋯?


고개를 내려보니 변기 안에는 웬 버얼건게 있었고 그게 뭔지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뭐지.. 뭐지..

설마— 이거 피 아니야..?


피⋯?

“으.. 으으..”



“으아아아아악—!!”



내 몸에서 피가 난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악- 소리를 치고 말았다.




“뭐야—! 무슨 일 있어-!?”

그리고 내가 소리치는  들은 석현이 화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
“!!”




어어-?
이.. 이 미친시키..!!



“나가아아아앗—!!”

나가, 나가, 나가!! 이 미친놈아-!!

알몸으로  벗고 변기에 앉아있던 나와 눈이 마주친 석현은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문밖으로 다시 쫓겨나야 했다.




“야이— 갑자기 들어오면 어떡해—!”

“어어어, 미안⋯! 진짜 미안!”


“너 진짜 변태야-!?”


“미안, 미안!! 네가 소리쳐서 깜짝 놀라서 그런 거야-!!”



으으⋯ 미친, 내가 봐도 부끄러운 알몸을 친구한테 다 보여줘 버렸다.

 몸, 다 봐버린 거야?
그러고 보니 문 열고 들어왔을 때, 내 가슴 본거야—? 못 봤겠지? 내가 착각한 거겠지..!?

응? 부끄러운 모습, 본  아니지?



아, 진짜 완전 짜증 나—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서 혼자 씩씩대고 있으니까 이내 석현이 미안하다는 말을 또 건네며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너 근데 왜 소리 지른 거야? 무슨 일 생겼어?”


아- 그래, 지금도 찝찝한 기분이 계속되고 있어서 까먹을 리가 없잖아.



“나⋯ 몸에서 이상한 거 나왔어.”

이상한 게 나왔다니까 석현이 의아하게 생각하며 뭐가 나왔냐고 물어본다.

“이상한 거라니, 무슨 소리야?”


“나 몸에서 피 같은  나왔어⋯ 어떡해? 나 무슨  같은 거 있는 거야?”

“뭐어-? 피가 나? 갑자기 왜? 너 혹시 치질있는거 아니야?”


하-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서 답답해 죽겠는데 치질이라니. 절대 아니야. 뒤에서 나온 게 아니란 말이야.

“아니야..!! 씨— 그런거 아니야! 거기에서 나온  아니고⋯”

으⋯ 이런 것까지 말해야 돼? 오늘 왜 이렇게 부끄러운 일만 생기는 거야?

으아..!

“그.. 여자⋯ 아이씨—, 여,여자 거기에서 이상한 덩어리 같은 게 나왔단 말이야..!”


“덩어리가 나왔다고..?  그거 설마..”

사실대로 말하니까 석현이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우물쭈물한다. 답답하게 왜 이래?




“설마, 뭐?”


“...”


아, 정말. 궁금하니까 빨리 말해달란 말이야.

“빨리 말해, 답답하니까-”

“..너 생리⋯하는거 아니야?”



“뭐?”

생리라니?
무슨 소리야. 생뚱맞게 생리라니.

이게 생리라는 거야?
무슨. 말도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도 그럴 게 이제 와서 생리라니, 말도 안되잖아.


생리. 내가 원래 여자에 대해서는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생리라는 걸 여자들이 한다는 거 정도는 알고 있단 말이야.

몸이 이렇게 되고 나서도 한 번도 안 그랬는데, 이제 와서 생리라고?

아님, 내가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거야?




“내가 무슨 생리를 해? 에이— 말도 안돼.”


“아니,  그⋯ 여자 몸이잖아.”


“여자 몸인게 뭐? 그게 뭐 어쨌다고!”


“..너 진짜 모르냐?”


“아이씨— 무슨 소리야, 진짜! 안 그래도 짜증 나 죽겠는데 왜이래?”


“후우—”
“너.. 병원 가서 검사했을 때 몸 안도 다 여자라고 그랬다며.”


아. 그랬지. 이상이 있는 줄 알고 처음 병원에 갔을 때 내 몸을 검사하더니 신체 내부까지 완전하게 여자의 것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그랬는데.


“근데⋯?”

“임신..할 수 있는 몸이 되면 생리를 하게 되는 거라고.”




아..?


잊고 있었던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 이제서야 떠오른다.
아기를 가질 수 있게  여자는 생리를 하게 된다고.

그리고  몸이 아기를 가질 수 있도록 자궁까지 지니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던 것도 생각났다.

하..?

“말도..안돼..”

그럴 리가 없어. 그도 그럴 게, 나.. 나는 여자가 아니라니까?


아하하..? 이제와서 생리를 한다고? 할거면 여자 몸이 됐을 때부터 했어야 하는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아무튼, 나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네가 말하는  생리.. 맞는 것 같은데?⋯”

왜 자꾸 생리가 맞다는 식으로 말하는 거야..?

믿을  없다. 절대 믿을 수 없어. 도저히 믿기지가 앉아서, 화장실에서 나오지도 않은 채로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뒤져본다.

여자 생리.

..
..


아—.

나, 진짜 생리한거야?




====


한참이나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지만 결국 내가 생리를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첫 시기라던지 그런건  안 맞는듯 했지만, 그 외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모든 정황이 다 비슷했으니까.

하지만 내 몸이 완전히 여자가 됐다는 증거가 또다시 이렇게 나타나니까 또 멘탈이 나가려고 그런다.

처음에는 미션인지 뭔지 그걸 안 하고 있다고 패널티로 고통이 생긴  줄 알았는데, 그거랑은 별개였다.

“아..”


뭐라 말이 안 나온다.


아- 아- 아-

패닉에 빠져 짧은 단말마만을 몇 번이고 내뱉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아..”

계속 그러고 있으니까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석현이 보다못해 말을 걸었다.


“야, 너 심란한 건 알겠는데 일단은 그거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않겠냐.”


“뭘, 어떻게 해..?”

뭐 어떻게 하란 거지.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생리대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생리대..?”



내가 생리대를 차야 한다고?
하아.. 그런  당연히 차본 적도 없고 내 손으로 사본 적도 없다.


하지만 인터넷을 보니까 생리대를 안 하면 속옷은 물론이고 옷에  묻어나온다는데..


나 진짜 생리대 해야하는거야?

정말로 싫다.
진짜 싫은데,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미안한데 나 생리대 좀 사다 줄래..?”


“사다달라고⋯?”


“어.. 진짜 미안.. 근데 나 못 걸어갈 거 같아.”

하하. 인생.
이 상태로밖에 돌아다녔다간 밑에가 다 난리가 날 테니 친구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진짜..”


“됐다, 내가 사다  테니까 일단 좀 쉬고 있어.”
“응. 고마워⋯”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누워있으면서 인터넷으로 어떻게 차는 건지부터 무슨 차이가 있는지 등등 정보를 샅샅이 뒤졌다.


동영상으로 나온 교육 자료를 보고 있으니까 친구가 그새 편의점에 다녀왔다.

“야,  몰라서 일단  사 왔거든?”

“고마워- 근데   왔다고?”

“어. 뭐 소형 대형 이런 거 뭐가 다른지 몰라서 일단은  사 왔다.”


이야, 많이도  왔다. 근데 찾아보니까 많이 필요하긴 하단다.  정도인가? 아직 첫날이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일단 잘 쓸게. 고마워-”
“그래라- 내가 더 도와줄 거 있어?”

“으응, 아니⋯ 나 화장실 좀.”




화장실에 들고 가서 휴대폰을 켜고, 인터넷으로 찾아둔 착용 방법을 보며 그대로 따라 했다.

아, 일회용을 사 왔구나. 일단 어떻게 될지 몰라서 대형 포장을 뜯었다. 음⋯ 접착제가 있는 부분을 여기.. 여기에 붙이라고?


다행이야- 생각보다 복잡하지는 않았다. 잘못 붙일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위치도 딱 적당하게 조절된 것 같았다.

하아—
다시 속옷을 입으니 왠지 두꺼워진 느낌이 확 들어 어색하다.


기저귀를 차면 이런 느낌인 걸까. 실없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어색하면서도 무덤덤하다.


그동안 하도 멘탈이 흔들리는 일이 많아서, 생리를 했다는 사실도 점점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까 전에 화장실에서야 갑작스러워서 당황했지만, 이미 내 몸이 그럴 수 있도록 변해버렸다는 건 병원에서부터 들었던 이야기니까.


이제와서 충격으로 몸져눕기는 너무 오래 겪어와서 무덤덤한 일인거지.

어쩌면 내가 그저 감정 기복이 심해진 거일 수도 있고⋯.




하여튼 그냥, 생리한다는 사실이 불편하고 생리대의 느낌이 어색한 거였다.




으으, 이걸 차고 얼마나 있어야 하는 걸까⋯.



====


일단은 집에 돌아가겠다고 했는데도 석현은 나를 계속 말리며, 몸이 확실히 괜찮을 때까지 있다 가라고 그랬다.

음, 좀 찝찝하긴 해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는데.


“아니, 생리한다고 뭐 그렇게까지 해?”

“어허— 그러지말고. 너 자꾸 비실대는 거 보니까 불안해서 안 되겠다.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좀 있다 가.”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나도, 친구도 생리에 대해서 잘 몰랐었지만 이게 이 정도로 난리를 칠 일은 아닌  같다.

“아, 진짜— 너무 호들갑이잖아. 나 그냥 갈 거야.”

“절대 안 돼- 또 아팠다고 한동안 잠수 타려고? 야, 이렇게 된 거 치맥이나 시켜줄 테니까 먹고 여기서 자고 가라.”


치맥? 나 술 잘 못 마시는데.

“나  못 마시는데⋯”
“그럼 치킨만 먹던가. 어쨌든 사줄게.”

“진짜 사줄 거야?”
“어. 치킨 두 마리 시켜줄 테니까.”

와, 두 마리나 시킨다고? 무조건 충성이지.


“콜! 너 근데 돈 많나 보다?”
“자취생한테 돈이 많겠냐.  생각해서 사주는 거니까 많이 먹기나 해라.”

땡잡았다. 치킨 사준다니까, 먹고 까짓것 자고 가기로 했다. 친구끼린데, 상관없겠지.



그럼 잘 때 입을 옷  빌려달라고 말해야겠다 싶어서 남는  좀 꺼내 달라고 했다.


“야, 나 그럼 자고 갈 테니까 갈아입을  좀 주라.”
“옷⋯? 너한테는 안 맞지 않을까?”
“이거 입고 못 잔단 말이야. 그냥 편한걸로 아무거나 줘.”

편한 거 달라고 하니까 진짜로 편한 걸 꺼내준다. 위에 반팔티, 아래 츄리닝 바지.
뭐, 편하면 좋지.

옷을 받아서 화장실 가서 갈아입고 왔는데, 막상 입고나니 생각보다도  커서 문제였다.
아, 원래부터 나보다 체격이 컸었지.


옷이 크다며 투덜투덜하는데, 그걸 본 친구는 확실히 크긴 하다며 잠깐 민망하다는  쩔쩔맸다.


“이것봐— 다 벗겨지겠다, 정말.”
“..너무 크긴 하네. 일단 바지라도 고무줄로 조여야겠다.”


어 그래—
바지의 줄을 최대로 당기니까 좀 나아졌다. 위에 입은 반팔티가 많이 헐렁헐렁하지만, 밖에 나가는거 아니니까 크게 상관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대충 누워있다 보니 문을 쾅쾅쾅— 두들기면서 배달 왔다는 소리가 들렸다.


“배달이요—!”

“오, 내가 받을게!”


얻어먹는 처지인데 주인을 시킬 수는 없지.  정도로 염치가 없지는 않단 말이야. 마침 몸도 많이 나아져서 곧장 앞으로 걸어가 문을 열어주었다.

이만 팔천 원입니다— 하면서 크게 외치던 배달기사는 날 보고는 잠깐 멈칫, 하더니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엇.. 크흠-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저래?
자꾸 눈을 못 마주치고 이리저리 굴리는  바보 같다.

“여기요-”

 저렇게 허둥지둥대는 거야.


돈도 제대로 못 세고 한참 허둥대던 배달기사는, 이내 맛있게드세요- 인사를 하고는 쌩 나가버리고 말았다.

급한 일 있나?




..

아.  옷차림이.. 많이.. 개방적이었구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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