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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23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2) (24/80)



〈 24화 〉23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2)

“야야, 저기좀 봐봐.”
“아,  또. 이 새끼 존나 귀찮게 하네.”


“빨리 보라니까, 씹-”
“어어- 왜? 어디?”

“야 저기- 저기  있는 사람 존나 예쁠 거 같지 않냐?”
“올, 그러게? 우와— 가슴도 존나 큰데?
시발 저거 수술한 거겠지? 젖탱이 존나 크잖아. 미친년이네 저거-”


“킥킥, 번호 따볼까?”
“니가 번호를 딴다고?”
“어. 나 정도면 마스크미남임. 안 그러냐?”

“미친놈이네 이거~ 가서 번호따오면 내가 술 쏜다.”
“좆밥이지.  봐라-”



⋯⋯⋯



“아하하핫- 이 새끼 까였네~”
“아 좆같네 진짜- 시발년, 존나 비싸게 굴드라.”

“응~ 빻아서 그런 거죠? 안봐도 뻔하지~”


⋯⋯
⋯⋯




학교 앞에 도착해서 기다리는 중. 자취방에 들렀다 왔는데도 시간이 남아서 미리 기다리고 있다.

주말인데도 사람이 정말 많다. 아무리 방역지침으로 제한을 해도 외출은 막을 수 없나 봐.

흐흠- 흠~

우와아— 꽃 진짜 많이 폈구나. 예전에도 느꼈던 거지만 난 꽃이 좋더라.


“예쁘다-”

기분 좋아. 꽃 보니까 미소가 나온다.
응, 꽃을 좋아해. 색깔도 예쁘고,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꽃봉오리를 피워내는 노력도 정말 좋아해.


꽃 구경이나 하면서 음- 이거 괜찮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왠지 사람들이 날 쳐다보는 것 같았다.

‘뭐지⋯?  보는 건가?’

뭐야? 아무래도 날 보는  맞는 거 같은데 이유를 모르겠다. 뭐지?  뭐 잘못하고 있나?

앗,  뭐 묻었나?
어.. 아닌데. 고개를 낑낑대며 돌렸는데도 옷에 묻은 건 전혀 없었다.

“저기요-”

한참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모르는 남학생이 와서는 말을 걸었다.

“네에⋯?”
여자 목소리로 말하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마스크를 낀 탓인지 목소리가 작게 나온다.

“제가 계속 그쪽을 보고 있었는데요—”


앗-
이거, 이거 사이비지? 사이비 같은데?


“아아앗.. 죄송합니다, 관심 없어요⋯!”

“아뇨아뇨—!! 그런 거 아닙니다!
제가 아까부터 그쪽을 보고 있었는데, 너무 제 이상형이셔서⋯ 번호  받을 수 있을까요?”




⋯하?


 새끼 뭐야. 나 남잔데? 미친 새끼인가?

“..네에?”


싸늘하게 식은 시선과 경멸하는 목소리로 차갑게 대답했지만, 남자는 포기하질 않는다.

“부담 갖지 마시구요. 저희 그냥 번호 교환하고 친구나 해요. 핸드폰 주세요 빨리.”

꺼져 병신아.
“..싫어요. 가세요.”


미친 새끼.




웬 또라이가 번호를 따길래 남자 좋아하는 게이인 줄 알고 기겁을 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후로도  사람인가 와서 계속 번호를 물어봤고, 그때마다 나는 싫다고, 거절하겠다고 말하며 진땀을 빼야 했다.


‘저기,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 죄송합니다.


‘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시간 되시면
저랑 이야기나 잠깐—’
남자친구 있어요.

‘첫눈에 반했습니다!  마음을—’
- 안 받아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여자들이 꼬이진 않더라. 하-

처음엔 진짜 오늘 무슨 날이라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모습이 완전히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근데 마스크 썼는데, 뭘 보고 자꾸 번호를 달라고 그러는 거야?

남자일 때도 번호 주고받는 건 상상도 못 해봤는데, 정작 원치 않게 여자로 변하고 나서야 무수한 번따의 요청이 들어오니까 기분이 참 뭐 같잖아.

안 그래도 열 받는데 심지어 어떤 자식은 대놓고 성희롱을 하더라.


“야, 오빠랑 재밌는데 가서 놀까? 따라와!”


“죄송합니다. 가세요.”

“아 씨발년.. 젖탱이만  년이, 시-발 이거 얼마짜리인 줄 알어?
하— 시발, 됐다, 됐어. 물어본 내가 병신이지. 너처럼 젖통만 크고 골빈 년들이 이런  알겠냐.”

⋯죽빵을 날려버리고 싶은데, 키가 너무 커서 참았다. 시발!


진짜 뭐냐고. 내 가슴이 뭐 어때서. 씨이— 가슴 큰 게 죄야? 어? 죄냐고- 나에 대해  안다고 저딴 소리를 하는 거야⋯!



—더 열 받는건, 내 옆에 서 있는 저 남자가 한참동안이나 그걸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거였다.

빠직-

하,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니까 고개를 돌려버리곤 외면하더라.


후우⋯ 내가 참아야지. 후우, 후우.
그래. 모를 수도 있지. 응. 그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어. 다 이해해.


모르는 게 당연하니까. 쟤가 내가 누군지 상상이라도 할  있을까?

내가 여자 모습이 되고 나서 처음 보는 거일 텐데, 못 알아보는  당연하지.

응.

근데..


음..

....아는척 해야겠지?

약속시간 다 됐는데, 한참 시계를 쳐다보고 핸드폰으로 타자를 타닥 타닥 치는 걸 보니 내가 먼저 아는 척을 해야겠다.

이 씨, 근데 안 도와준 거 좀 얄밉네.
참나. 보통 여자가 곤란해하면 도와주지 않나?  도와줄거같은데⋯ 근데  삐친 건 아니다, 절대?


[강석현] 어디냐
[강석현] 파토임 설마?


파토 아닌데?

▷ 와있는데?

빙신. 지 옆에 있어도 몰라요.


[강석현] ?
[강석현] 어딘데

▷ 학교앞

[강석현] 구라치지마셈 시발 빨리와라

얘 진짜 상상도 못 하고 있구나. 우리 부모님도 알아봐 주길래, 친구란 놈도 아예 못 알아보는  아니지 않을까 기대했단 말이야. 묘하게 섭섭해.

하⋯. 톡만 보내서는 답도 없겠다. 바로 옆에서 핸드폰 해도 눈치를 못 채네.

음..


막상 부르려니까 좀 자신감이 사라진다. 얘랑 나는 남자일 때 친구인거지 지금처럼 모습이 변해버리면 그 관계가 다 사라져버린 거 아닌가?

어떻게 불러야 할지, 뭐라 말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나도  답이 없겠다 싶어서 조용히 친구를 불렀다.


“저기..”

고개 돌리고 있는 친구 녀석의 옷자락을 살며시 끌어 잡고는 소심하게 말을 걸어본다.


“저기요..”

너무 작게 말했나? 손가락으로도 콕콕 찔러서 불러본다.





‘아 진짜, 얘 왜 이렇게 안 와?’


한참 연락이 두절됐던 친구가 그동안 아팠다길래 위로나 좀 해주려고 밥을 사준다고 했다.


이왕 사주는 건데 맛있는  사줘야겠다. 초밥 정도면 괜찮겠지.


‘학교 앞에서 만나자—’


연락도 잘 안 되는 트롤러 투성이의 팀원들에게 시달리면서 조별과제를 하다 보니 벌써 약속한 토요일이 되었더라.

진짜, 오랫만에 보겠네.
몇 주 만에 보는 건데 만나서 밥 좀 먹이고 같이 PC방에 가서 게임할 생각을 하니 즐겁다.

이런 저런  하면서 마음도  맞고, 하는 게임도 똑같고, 같이 플레이해보니까 결과가 좋아서 즐겜이 되는 친구다.

음-

먼저 와서 기다리는데, 어떤 여자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서 곤란해하는 게 보인다.

번호따는 거 같은데⋯ 괜히 안 엮이는게 낫지. 번호따는 거 가지고 뭐라고 할  있는 것도 아니고.

요즘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까 정확한  아니지만,  여자도 어느 정도 외모가 되니까 저렇게 번따를 받는건가 싶다.

뭐, 내 여자친구도 아닌데 괜히 싸움  필요는 없는 거다. 됐다, 됐어.



..


..


근데, 얘 언제 오는 거냐. 그동안은 시간 잘만 지키더니, 집에서 서울까지 오느라  늦는 건가?

‘어디냐’

파토내는건 아니겠지? 새끼, 밥 사준대도 못 받아먹으면 진짜⋯


근데 답장이 참 생뚱맞다. 이미 와 있다고?
아무도 없는데? 건너편에 있나?

[박희준] 학교앞


?
뭐라는 거야 진짜. 장난칠 시간 있으면 빨리 오기나 해라.

늦어서 민망하면 그냥 솔직히 말하지 뭐 이런 구라를 치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옷을 잡아당긴다.

아 뭐야..

실수겠지, 싶어서 애써 무시하는데 이번엔 등을 쿡- 쿡- 찔러댄다.


“..기요”


“..저기요⋯”

??
누구세요?


“네?”
“..인데요..”

아. 잘 안 들리는데. 좀만 크게 말하지.


“네??”

“희준...인데..요?
나.. 희준.. 인데.., 어.. 음.. 하, 나 박희준이라고.”

누구요?






날 대뜸 부르더니 자기가 박희준이란다.

이거 뭐 신종 보이스피싱 같은 거냐?

“사람 잘못 찾으신 거 같은데요? 저 아세요..?”

“.....나 박희준이야.”
“아니, 전 그쪽 처음 뵙는데요. 모르는 분인데  누군지 아세요?”


“..강석현.”

엥? 내 이름 어떻게 아는 거지.
“..제 이름 어떻게 아셨어요?”

“나 희준이라니까. 네 친구.”

아니, 내 친구 중에 희준이라는 여자는 없다. 대학교 와서 사귄 친구가 박희준이긴 한데 걘 남자고.


근데 갑자기 모르는 여자가 내 친구래. 뭐냐 이거?


어디 아픈 사람인가? 얼굴 보니까 마스크 껴서 잘은 모르겠어도 꽤 반반하게 생겼는데. 몸매도 좋고. 근데 머리가 이상하다니, 안됐다.


“사람 잘못 찾으신 거 같네요?”

나 아니라고, 저리 가라고 그러는데 그 말을 들은 여자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소리쳤다.


“아이 진짜— 나 맞다니까? 아, 답답해! 증거 보여줄게. 핸드폰 이리 줘봐!”

어어어? 갑자기  핸드폰을 달라 그러는데 이거 주면 안 될 것 같다. 무조건 들고 튀는 각이다.

“아, 좀-! 빨리 줘보라고!”
“안 줄 거니까   가세요-!”
“니 친구라는 증거 보여줄 테니까 핸드폰 줘보라고.  이렇게 답답하냐—”

뭔데 이렇게 끈질겨? 슬슬 짜증이 나서 화를 내려는데 여자가 우이씨- 하면서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쥐어뜯더니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야! 내가 지금  보낼 테니까 바로 봐라. 알았어-?!!”

타닥- 탁- 타다닥—

또톡.


어..


또톡— 또톡.

어어..?




▷ 나 맞다고.


▷ 나 여자됐음
▷ 니 앞에 있는거 나 맞으니까 믿어라

답답해!
못 믿는 게 석현쓰 잘못은 아니지만 너무 답답하다. 성질나-!!

실시간으로 톡을 주고받아서  맞다고 증명하려 했는데 자꾸 핸드폰도 안 준다.


어휴, 그냥 톡 보낼 테니까 바로 보라고 말해버리고 나 맞다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친구 표정이 바로 변한다.

“저기.. 진짜로 희준이 맞아..요?”
거참, 맞다니까 그러네.


“장난 문자 아니죠?”
“..나 맞다고.”


‘무슨⋯ 말도 안돼. 다른 증거 더 있어요?’


자꾸 맞냐고 물어봐서, 아예 둘만 아는 스토리나 예전에 나눴던 얘기 같은 거, 둘이 게임 하면서 있었던  같은걸 말해줬더니 그제서야 믿기 시작한다.


그래, 민증도 보고 다 봐라. 자, 여기—

“뭐야,  진짜 희준이 맞아? 너 원래 여자였어?”

“아니 나 원래 남자 맞는데—”


어쩐지 너 갈수록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거 같더라. 뭐 성정체성 그런거냐-

“그런 거 아니야. 나 진짜 갑자기 이렇게 됐어-”
“갑자기 여자가 됐다고? 무슨 소리야, 그게.”


“하아.. 뭐부터 말해야 하지. 야, 일단  먹으면서 얘기하자. 나 진짜 이거 생각만 하면 돌아버리겠다.”
“어어⋯ 그래, 일단 밥부터 먹자. 어. 밥부터.”




..이걸 뭐라고 말하냐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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