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21화. 아기새 (2)
저, 저기⋯ 그..! 제.. 제가 이, 입을, 오, 오옷—!
오옷- 너무 긴장해서 이상하게 말해버렸다. 아이씨, 부끄러워 진짜—
“아! 손님이 입으실 옷을 찾고 계신건가요?”
“혹시 찾으시는 스타일이 있으실까요-?”
이상하게 말해버렸는데, 다행히 알아듣고 혹시라도 찾고 있는 옷 스타일이 있냐고 물어봐준다.
뭐라고 말하지⋯
그냥, 너무 여자꺼같지 않게, 평범한 거 입고 싶은데⋯
“저어, 저 그냥 좀.. 평범, 평범⋯한거,.. 찾고있는데요⋯”
“평범한거요⋯? 아, 아⋯! 그럼 이런거 괜찮으실 것 같은데. 잠시만요!”
그냥 평범한거. 참 재미없는 말이네.
내 말을 들은 점원은 생각치도 못했던 말이라는 듯 당황한 표정을 잠시 짓더니 이내 진열된 상품들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으음~ 이거랑, 이거랑⋯ 또 이거랑..”
어-? 진열대에 걸려있는 옷들을 한참 살피고 골라내기 시작한 점원은, 한 두개로 그치지 않고 여러 벌을 꺼내보며 내 몸에 대기 시작했다.
“어어⋯ 저, 저기..? 너무 많아요..!”
“괜찮아요,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손님께 맞는 옷을 골라드릴게요- 라면서, 너무 당황해서 굳어버린 나한테 옷을 한 번 대보고, 또 다른 옷을 골라보고 한참을 반복한다.
“으음— 이거도 괜찮고.”
옷을 몇 번 대보던 점원은, 이내 내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잠깐 거울 앞에 서 보시라고 말했다.
“자아- 손님, 거울 앞에 한 번 서 보세요~”
흐흠~ 기분 좋게 휘파람을 불면서, 내 얼굴을 다시 한 번 더 쳐다보더니 마스크를 잠깐 벗어보라고 그런다.
“마스크 잠깐만 벗어보실게요~”
어어- 마스크 벗으면 안되는데!?
부끄러운 거도 그렇지만, 지금 신종 바이러스때문에 마스크 벗으면 안되잖아-!
내가 어떻게 거절하고 저항해보기도 전에 순식간에 마스크가 벗겨졌다.
“어머-”
어머?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짓는데 영문을 모르겠다. 설마, 나 남자였던거 들킨거야?
“우와아-”
“손님, 어쩜 너어~무 예쁘시다. 인형같으세요, 정말~”
“진짜, 어쩜 좋아. 마스크를 쓰고 계시니까 이렇게까지 예쁘실 줄은 전혀 몰랐네요~”
어어?
“네, 네-??”
뭐,뭐라는거야-!?
“손님 너어무 부러워요- 이렇게 예쁘셔서, 진짜 옷이 다 잘 어울리는 거였구나—!”
내 외모를 칭찬하면서, 방긋 방긋 웃어주고 있는데 갑자기 그러니까 너무 놀라고 부담스럽잖아.
“이거도 잘 어울리시고, 이것도 괜찮으시고~ 으흐흠~”
여직원은 내 마스크를 까놓고 한결 더 신나서는 한차암 옷을 고르더니 나에게 입어보라며 옷을 건내줬다.
“자아~ 이거 한 번 입어보세요!”
“네?, 앗, 네에..!”
“앗, 근데, 저기, 어디서 입어요..?”
“저쪽에 탈의실 있어요~”
아,아하..! 감사합니다—
무슨 옷을 건내준건지도 제대로 못 본 채 탈의실로 후다닥 달려가선 문을 잠그고 거울을 봤다.
‘으.. 아우으⋯
나 진짜, 입어봐야 해? 그냥, 가져가면 안돼?’
직접 입어보려니까 너무 부끄럽다 진짜.
거울은 또 왜 이렇게 커가지곤, 내 모습이 다 보여지는거야..!
아이,씨이—
읏, 맞지도 않는 츄리닝을 훌러덩 벗어버리고 어쩔수 없이 입고 나온 낡은 셔츠도 벗겨낸다.
출렁-
속옷을 하지 않아서 자유롭게 밖으로 튀어나와버린 젖가슴이 크게 흔들린다. 흐읏, 부끄러워⋯
바지도, 바지도 벗긴 하는데.. 아 진짜-! 나 뭐하는 거야 정말. 여자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있다니. 진짜 상상도 못했을 일이 벌어지고 있어.
가게 직원이 건네준 옷을 입어보기 전에, 실 한오라기 없이 나신이 된 모습을 보며 부끄러움에 물들어간다.
흣, 탈의실의 차가운 공기가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을 새침하게 자극했다.
부끄럽게도 알몸으로 노출된 가슴과, 반대로 전혀 어울리지도 않게 입고 있는 남자 팬티가 언밸런스하다.
으우우⋯.
정신차려, 이대로 벗고 있기만 할거야..? 빨리, 옷 입어봐야지. 직원분도 기다리시고 계시잖아—
한참 망설이다가 이내 결심을 하고서는, 여직원이 건네준 옷을 들어올렸는데—
어어-?
이걸, 나보고 이걸 입으라고⋯!?
나, 분명 평범한거 달라고 했잖아. 근데 이게 뭐야-
뭘 찾냐고 물어보길래 그냥 평범한 거 찾고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직원도 알아들었고.
근데 나에게 입어보라며 골라준 옷이, 배가 다 드러나는 크롭핏 셔츠와 허벅지를 노출하는 데님 스커트라니?
혹시 옷이 안으로 말려들어간게 아닐까- 옷을 뒤집어 살펴보지만, 역시나 그렇지 않다.
이걸 나보고 입으라는거야? 이건 좀 아닌데⋯ 긴팔인데 왜 배꼽까지 다 드러나는거냐고-!
그래도 후줄근한 옷을 도로 입을 수도 없고, 계속 벗고 있을 수도 없어서 일단 입기는 입었다.
으.. 가슴때문에 옷이 더 올라간다. 허리가 다 드러날 정도로 옷이 짧아져서 차가운 공기에 민감한 살갗이 움찔, 하고 떨어댄다. 어떡해, 내 가슴 너무 큰가봐⋯
아래도, 입어야겠지.. 으, 데님 스커트의 까슬까슬한 느낌이 허벅지 안쪽을 자극하는게 너무 낯설다.
혹시나 내 속옷이 밖으로 삐져나오면 어떻게하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그정도로 스커트가 짧지는 않은거 같다.
창피해 진짜..!
※
옷을 다 입고 밖으로 나와보니, 여직원은 나를 보자마자 어머- 어머— 감탄사를 터뜨리며 칭찬을 해댔다.
“역시—! 손님, 너~어무 잘 어울리세요!”
“저, 저기⋯ 이거 말고 다른거 없나요-?”
“네에—? 마음에 안 드세요?”
“이거, 너무 짧고 야해요⋯ 으우,.. 누가 이런걸 입어요!⋯ ”
이런걸 어떻게 입고 돌아다니냐구..
“아이 참— 무슨 소리세요. 손님 옷 입을줄 모르시는구나?
어쩐지, 이렇게 예쁘신 분이, 몸매도 좋은데 왜 그렇게 입고 오셨나 했어요~”
“아,아니이⋯ 안울리는거 같아요..”
“아니에요- 지금 너무 예쁘세요. 다른거는 생각도 하지 마세요! 지금이 딱 좋아요—”
결국 이게 제일 예쁘고 잘 어울린다는 점원의 설득에, 옷을 입은 상태로 결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어— 하는 사이에 어느샌가 넘어가서, 무지 티셔츠정도나 생각하고 있었던 원래 계획과 다르게 여자느낌이 물씬 나는 옷을 사버리고 말았다.
‘으으.. 너무 부끄러운데⋯.’
배를 다 드러내놓고 다니는 것도 부끄럽고, 앙증맞은 배꼽도 제발 가려버리고 싶고⋯ 헐벗은 것마냥 맨들맨들한 허벅지를 남들에게 보인다는게 너무 부끄럽다.
으, 저 사람들 나 쳐다보는거 아니지?⋯
고작 셔츠랑 스커트 하나 산 건데 벌써 기진맥진하다. 또, 또 살거 있는거 같았는데 기억이 안나.
벌써부터 지치면 안되는데. 아, 신발이랑 겉옷도 사야되지⋯
원래 겉옷은 살 생각이 없었는데, 이런 옷을 입고 다니려니 좀 으슬으슬한 것 같고 부끄럽기도 해서 얇은 후드 집업을 하나 더 샀다.
신발도 차마 단화같은걸 신을 수는 없으니까 스포츠 매장에서 운동화를 하나 샀고—
계속 돌아다니면서 옷을 봤는데도, 여자 옷들은 거의 다 내 생각보다도 더 여자 느낌이 나더라.
그런데 돌아다닐 때마다 가슴이 출렁이고 왠지 남들이 쳐다보는 것 같아서 결국 속옷 매장에도 들릴 수밖에 없었다.
“어서오세요—”
“저기⋯ 속옷 사려는데⋯”
“네에- 사이즈 알고 계신가요?”
어-!? 사이즈..? 사이즈 모르는데⋯? 나, 몸 사이즈 모르는데 어떡해—
“아뇨..? 사이즈 몰라요⋯”
“바로 재 드릴게요~ 이쪽으로 와보세요—”
아, 매장에서 사이즈도 재주는구나. 이건 생각도 못했다. 속옷 사러 왔는데 사이즈도 모르고, 나 정말 바보같네..
“자아-”
직원은 줄자를 가져오더니 내 몸에 이리저리 대보곤, 치수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잠깐 돌아보시구요~”
⋯
“다 됐어요—”
부끄럽다 정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직원이 몸을 만지고 사이즈를 재는거를 참고 있었더니, 어느샌가 치수를 다 재고 결과가 나와 있었다.
“91-57-89이시고, 65 G컵⋯⋯”
“어머—”
직원은 나름대로 조용히 말해줄려고 그런 것 같은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들었는지 작게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쓰리즈인가⋯?’
설명을 듣기는 했는데, 여자 몸을 실제로 본 거는 내 몸이 처음이고 사이즈에 대해 알고 있는게 없어서 생소했다.
구십일, 오십칠, 팔십구?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네.. 그런데 물어보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몰라⋯ 의미를 모르겠는 숫자를 들으니까 기억에 잘 남지도 않는다.
컵이 65G컵이라는건⋯ 이거도 잘 모르겠어. 야한 걸 찾아볼때 D컵, E컵 이런거만 들어봐서 앞에 숫자가 뭐가 다른건지도 모르겠고, C D E 이런게 무슨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A컵은 작은거고, G컵은 현실에 거의 없을 정도로 큰 가슴이라는 막연한 생각밖에 들질 않는다.
그래도, 내가 보기에도 허리가 얇고 가슴과 힙이 크니까⋯, 어쨌든 큰 사이즈인거겠지⋯?
사이즈를 다 잰 직원은, 편한 속옷을 찾는다는 말에 재고를 한참 찾아보더니 속옷 세트를 가져왔다.
“손님 몸매가 워낙 좋으셔서 맞는 사이즈가 잘 없는데⋯ 이거 추천해드릴게요.
소재가 좋아서 입는데 불편함도 없으시고 편하실거에요—.”
말해줘도 모른단 말이야⋯
어차피 설명해줘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도 어렵고, 빨리 벗어나고 싶을 정도로 민망해서 그냥 똑같은 거를 여러개 달라고 했다.
여자들이 브레지어를 매일 갈아입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모른채, 아무것도 모르고 세트로만 7개⋯⋯.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하아. 생각보다 지출이 많네. 옷⋯ 한참 더 찾아보면 원래 생각과 비슷한 무난한게 나오긴 할 거 같은데, 너무 지쳤어.
직원이 추천해준 코디이니 실제로 나쁘진 않겠지만, 크롭티랑 데님 스커트라니⋯ 이걸 입을 생각에 너무 부끄러워진다.
거기에 후드집업이랑 속옷들까지⋯
쇼핑을 겨우 마치고 나니 날은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더라.
스타킹같은거는 생각도 못한채,
—결국 피곤함에 찌들어선 집에서 입을 면티나 몇장 더 사고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
“나 왔어—”
휴우, 꼭 필요한거만 사려고 한건데 벌써 저녁이 다 되어버렸잖아. 집에 와보니 벌써 엄마가 돌아와선 저녁을 준비하고 계셨다.
“어서와-, 잘 갔다왔니? 별 일은 없었고?”
“응⋯ 나 옷이랑, 이거⋯ 속옷도 사왔어.”
“그래, 뭐 샀는지 좀 보자-
면티랑, 스커트랑, 신발⋯ 어이구, 이런 옷도 샀네에⋯? 그래, 잘 했다⋯
근데 속옷은 뭐 이렇게 많이 산거니?”
“어-? 갈아입으려고 여러개 산건데..?”
“으이구— 혼자 갔다온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넌 무슨 똑같은 걸 7개나 사오니-?”
“아 진짜, 안그래도 입기 싫단 말이야. 그냥 직원이 보여준거 사온거야.”
“아들, 그리고 여자는 브레지어 맨날 안 갈아입어—”
뭐? 브레지어도 속옷 아니였어-?
깜짝 놀라서 물어보니, 당연히 속옷은 맞는데 세탁하기가 번거로워서 자주 안 빤다고 그런다.
“아니⋯ 그래도 매일 갈아 입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좀 어이가 없어서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그러면 엄청 귀찮아진다고, 니가 직접 할거 아니면 적당히 돌려입으라고 말했다.
어.. 그러고보니 세탁도 내가 해야되는건가? 여자껀데?
자취방에 다시 돌아가게 되면 엄마가 못빨아주잖아.. 이걸 손빨래를 할 생각을 하니 너무 민망해진다.
“몰라 진짜— 나 이거 차는 법이나 알려줘⋯”
엄마한테도 말하기가 부끄러워서, 속옷 얘기는 대충 넘어가고 입고 벗는 법이나 알려달라고 하고 말았다.
여기서 이렇게 후크를 채우고, 벗을땐 이렇게 하고— 원래대로라면 여자친구를 사귀고나서 사랑을 나누는 순간에 겪었어야 할 상황인데⋯
엄마는 새로 산 옷을 보고 이쁜거 잘 사왔다, 이러고 말았지만 아빠는 좀 충격이 컸었나보다.
퇴근하고 와서 쉬고 있는 아빠한테, ‘아빠 나 옷 사왔어⋯’ 이러면서 보여줬거든.
옷 갈아입겠다고 방에 들어갈때만 해도 아무 생각 없어보였는데 다 갈아입고 나오니까 입이 떠억 벌어지면서 충격을 받은 모양이더라.
“너, 이, 이게 다 뭐냐⋯”
“어.. 어, 그⋯ 주말에.. 입을거⋯? 아하하⋯?”
뭐냐니. 내가 입을거지⋯ 나도 진짜 돌아버리겠다.
진짜 옷을 사놓고도 막상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걸 꼭 입어야하나 자괴감이 들면서 대충 면티만 입고 어찌저찌 커버치려고 했었다.
근데 띠링- 소리가 들리면서 미션이 완료됐다고 뜨더니 보상을 주기 시작했다.
>> [미션] 여자답게 옷입기 (2/3)
>> 미션 도전에 성공하였습니다.
>> 보상이 주어집니다. 당신의 자존감이 약간 상승합니다.
>> 주의사항 : 다른 연계 미션(1,3)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아.. 미션 생각은 일부러 안 하고 있었는데 자기 마음대로 깨졌다. 씨이⋯ 일부러 안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미션을 달성해버리다니.
자꾸 시키는 대로 하게되면 내가 이상해질까봐 무시하려 한건데, 옷 가게 직원들한테 휘둘리다가 이렇게 된거네. 시발⋯.
근데, 뭔가 옷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이상한 자신감이 들면서 그럭저럭 보기도 괜찮고 이런거면 나쁜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버린다.
이거 설마 미션을 깼다고 준 보상에 내 머리가 영향받고 있는건 아니지..? 아니지 진짜로?
나 진짜 멍청한거 같다. 아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