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화 〉21화. 아기새 (2) (22/80)



〈 22화 〉21화. 아기새 (2)

저, 저기⋯ 그..! 제.. 제가 이, 입을, 오, 오옷—!



오옷- 너무 긴장해서 이상하게 말해버렸다. 아이씨, 부끄러워 진짜—

“아! 손님이 입으실 옷을 찾고 계신건가요?”

“혹시 찾으시는 스타일이 있으실까요-?”

이상하게 말해버렸는데, 다행히 알아듣고 혹시라도 찾고 있는 옷 스타일이 있냐고 물어봐준다.




뭐라고 말하지⋯
그냥, 너무 여자꺼같지 않게, 평범한 거 입고 싶은데⋯


“저어, 저 그냥 좀.. 평범, 평범⋯한거,.. 찾고있는데요⋯”

“평범한거요⋯? 아, 아⋯! 그럼 이런거 괜찮으실 것 같은데. 잠시만요!”

그냥 평범한거.  재미없는 말이네.
 말을 들은 점원은 생각치도 못했던 말이라는  당황한 표정을 잠시 짓더니 이내 진열된 상품들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으음~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

어-? 진열대에 걸려있는 옷들을 한참 살피고 골라내기 시작한 점원은,  두개로 그치지 않고 여러 벌을 꺼내보며 내 몸에 대기 시작했다.


“어어⋯ 저, 저기..? 너무 많아요..!”
“괜찮아요,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손님께 맞는 옷을 골라드릴게요- 라면서, 너무 당황해서 굳어버린 나한테 옷을 한  대보고, 또 다른 옷을 골라보고 한참을 반복한다.


“으음— 이거도 괜찮고.”

옷을 몇 번 대보던 점원은, 이내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잠깐 거울 앞에 서 보시라고 말했다.

“자아- 손님, 거울 앞에 한  서 보세요~”

흐흠~ 기분 좋게 휘파람을 불면서, 내 얼굴을 다시   더 쳐다보더니 마스크를 잠깐 벗어보라고 그런다.


“마스크 잠깐만 벗어보실게요~”


어어- 마스크 벗으면 안되는데!?
부끄러운 거도 그렇지만, 지금 신종 바이러스때문에 마스크 벗으면 안되잖아-!

내가 어떻게 거절하고 저항해보기도 전에 순식간에 마스크가 벗겨졌다.


“어머-”


어머?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짓는데 영문을 모르겠다. 설마,  남자였던거 들킨거야?



“우와아-”
“손님, 어쩜 너어~무 예쁘시다. 인형같으세요, 정말~”

“진짜, 어쩜 좋아. 마스크를 쓰고 계시니까 이렇게까지 예쁘실 줄은 전혀 몰랐네요~”

어어?
“네, 네-??”

뭐,뭐라는거야-!?

“손님 너어무 부러워요- 이렇게 예쁘셔서, 진짜 옷이 다 잘 어울리는 거였구나—!”

내 외모를 칭찬하면서, 방긋 방긋 웃어주고 있는데 갑자기 그러니까 너무 놀라고 부담스럽잖아.


“이거도 잘 어울리시고, 이것도 괜찮으시고~ 으흐흠~”


여직원은 내 마스크를 까놓고 한결 더 신나서는 한차암 옷을 고르더니 나에게 입어보라며 옷을 건내줬다.

“자아~ 이거 한 번 입어보세요!”

“네?, 앗, 네에..!”
“앗, 근데, 저기, 어디서 입어요..?”
“저쪽에 탈의실 있어요~”


아,아하..! 감사합니다—



무슨 옷을 건내준건지도 제대로 못 본  탈의실로 후다닥 달려가선 문을 잠그고 거울을 봤다.

‘으.. 아우으⋯
 진짜, 입어봐야 해? 그냥, 가져가면 안돼?’


직접 입어보려니까 너무 부끄럽다 진짜.
거울은 또  이렇게 커가지곤, 내 모습이 다 보여지는거야..!



아이,씨이—


읏, 맞지도 않는 츄리닝을 훌러덩 벗어버리고 어쩔수 없이 입고 나온 낡은 셔츠도 벗겨낸다.

출렁-
속옷을 하지 않아서 자유롭게 밖으로 튀어나와버린 젖가슴이 크게 흔들린다. 흐읏, 부끄러워⋯

바지도, 바지도 벗긴 하는데.. 아 진짜-! 나 뭐하는 거야 정말. 여자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있다니. 진짜 상상도 못했을 일이 벌어지고 있어.




가게 직원이 건네준 옷을 입어보기 전에, 실 한오라기 없이 나신이 된 모습을 보며 부끄러움에 물들어간다.

흣, 탈의실의 차가운 공기가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을 새침하게 자극했다.

부끄럽게도 알몸으로 노출된 가슴과, 반대로 전혀 어울리지도 않게 입고 있는 남자 팬티가 언밸런스하다.



으우우⋯.
정신차려, 이대로 벗고 있기만 할거야..? 빨리, 옷 입어봐야지. 직원분도 기다리시고 계시잖아—


한참 망설이다가 이내 결심을 하고서는, 여직원이 건네준 옷을 들어올렸는데—

어어-?
이걸, 나보고 이걸 입으라고⋯!?

나, 분명 평범한거 달라고 했잖아. 근데 이게 뭐야-
 찾냐고 물어보길래 그냥 평범한 거 찾고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직원도 알아들었고.

근데 나에게 입어보라며 골라준 옷이, 배가 다 드러나는 크롭핏 셔츠와 허벅지를 노출하는 데님 스커트라니?

혹시 옷이 안으로 말려들어간게 아닐까- 옷을 뒤집어 살펴보지만, 역시나 그렇지 않다.


이걸 나보고 입으라는거야? 이건  아닌데⋯ 긴팔인데 왜 배꼽까지 다 드러나는거냐고-!



그래도 후줄근한 옷을 도로 입을 수도 없고, 계속 벗고 있을 수도 없어서 일단 입기는 입었다.


으.. 가슴때문에 옷이 더 올라간다. 허리가 다 드러날 정도로 옷이 짧아져서 차가운 공기에 민감한 살갗이 움찔, 하고 떨어댄다. 어떡해, 내 가슴 너무 큰가봐⋯

아래도, 입어야겠지.. 으, 데님 스커트의 까슬까슬한 느낌이 허벅지 안쪽을 자극하는게 너무 낯설다.

혹시나 내 속옷이 밖으로 삐져나오면 어떻게하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그정도로 스커트가 짧지는 않은거 같다.


창피해 진짜..!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와보니, 여직원은 나를 보자마자 어머- 어머— 감탄사를 터뜨리며 칭찬을 해댔다.

“역시—! 손님, 너~어무  어울리세요!”


“저, 저기⋯ 이거 말고 다른거 없나요-?”

“네에—? 마음에 안 드세요?”


“이거, 너무 짧고 야해요⋯ 으우,.. 누가 이런걸 입어요!⋯ ”
이런걸 어떻게 입고 돌아다니냐구..

“아이 참— 무슨 소리세요. 손님 옷 입을줄 모르시는구나?
어쩐지, 이렇게 예쁘신 분이, 몸매도 좋은데 왜 그렇게 입고 오셨나 했어요~”

“아,아니이⋯ 안울리는거 같아요..”

“아니에요- 지금 너무 예쁘세요. 다른거는 생각도 하지 마세요! 지금이 딱 좋아요—”



결국 이게 제일 예쁘고 잘 어울린다는 점원의 설득에, 옷을 입은 상태로 결제를  수밖에 없었다.

어어— 하는 사이에 어느샌가 넘어가서, 무지 티셔츠정도나 생각하고 있었던 원래 계획과 다르게 여자느낌이 물씬 나는 옷을 사버리고 말았다.


‘으으.. 너무 부끄러운데⋯.’

배를 다 드러내놓고 다니는 것도 부끄럽고, 앙증맞은 배꼽도 제발 가려버리고 싶고⋯ 헐벗은 것마냥 맨들맨들한 허벅지를 남들에게 보인다는게 너무 부끄럽다.

으, 저 사람들 나 쳐다보는거 아니지?⋯

고작 셔츠랑 스커트 하나 산 건데 벌써 기진맥진하다. 또, 또 살거 있는거 같았는데 기억이 안나.

벌써부터 지치면 안되는데. 아, 신발이랑 겉옷도 사야되지⋯


원래 겉옷은 살 생각이 없었는데, 이런 옷을 입고 다니려니  으슬으슬한 것 같고 부끄럽기도 해서 얇은 후드 집업을 하나 더 샀다.

신발도 차마 단화같은걸 신을 수는 없으니까 스포츠 매장에서 운동화를 하나 샀고—

계속 돌아다니면서 옷을 봤는데도, 여자 옷들은 거의 다 내 생각보다도 더 여자 느낌이 나더라.



그런데 돌아다닐 때마다 가슴이 출렁이고 왠지 남들이 쳐다보는 것 같아서 결국 속옷 매장에도 들릴 수밖에 없었다.


“어서오세요—”


“저기⋯ 속옷 사려는데⋯”
“네에- 사이즈 알고 계신가요?”

어-!? 사이즈..? 사이즈 모르는데⋯? 나, 몸 사이즈 모르는데 어떡해—

“아뇨..? 사이즈 몰라요⋯”
“바로 재 드릴게요~ 이쪽으로 와보세요—”

아, 매장에서 사이즈도 재주는구나. 이건 생각도 못했다. 속옷 사러 왔는데 사이즈도 모르고, 나 정말 바보같네..


“자아-”
직원은 줄자를 가져오더니 내 몸에 이리저리 대보곤, 치수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잠깐 돌아보시구요~”




“다 됐어요—”

부끄럽다 정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직원이 몸을 만지고 사이즈를 재는거를 참고 있었더니, 어느샌가 치수를 다 재고 결과가 나와 있었다.


“91-57-89이시고, 65 G컵⋯⋯”

“어머—”

직원은 나름대로 조용히 말해줄려고 그런  같은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들었는지 작게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쓰리즈인가⋯?’


설명을 듣기는 했는데, 여자 몸을 실제로 본 거는 내 몸이 처음이고 사이즈에 대해 알고 있는게 없어서 생소했다.

구십일, 오십칠, 팔십구?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 그런데 물어보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몰라⋯ 의미를 모르겠는 숫자를 들으니까 기억에 잘 남지도 않는다.


컵이 65G컵이라는건⋯ 이거도 잘 모르겠어. 야한  찾아볼때 D컵, E컵 이런거만 들어봐서 앞에 숫자가 뭐가 다른건지도 모르겠고, C D E 이런게 무슨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A컵은 작은거고, G컵은 현실에 거의 없을 정도로  가슴이라는 막연한 생각밖에 들질 않는다.

그래도, 내가 보기에도 허리가 얇고 가슴과 힙이 크니까⋯, 어쨌든 큰 사이즈인거겠지⋯?

사이즈를 다  직원은, 편한 속옷을 찾는다는 말에 재고를 한참 찾아보더니 속옷 세트를 가져왔다.

“손님 몸매가 워낙 좋으셔서 맞는 사이즈가 잘 없는데⋯ 이거 추천해드릴게요.
소재가 좋아서 입는데 불편함도 없으시고 편하실거에요—.”

말해줘도 모른단 말이야⋯
어차피 설명해줘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도 어렵고, 빨리 벗어나고 싶을 정도로 민망해서 그냥 똑같은 거를 여러개 달라고 했다.


여자들이 브레지어를 매일 갈아입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모른채, 아무것도 모르고 세트로만 7개⋯⋯.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하아. 생각보다 지출이 많네. 옷⋯ 한참  찾아보면 원래 생각과 비슷한 무난한게 나오긴 할 거 같은데, 너무 지쳤어.


직원이 추천해준 코디이니 실제로 나쁘진 않겠지만, 크롭티랑 데님 스커트라니⋯ 이걸 입을 생각에 너무 부끄러워진다.
거기에 후드집업이랑 속옷들까지⋯


쇼핑을 겨우 마치고 나니 날은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더라.

스타킹같은거는 생각도 못한채,
—결국 피곤함에 찌들어선 집에서 입을 면티나 몇장  사고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나 왔어—”


휴우,  필요한거만 사려고 한건데 벌써 저녁이 다 되어버렸잖아. 집에 와보니 벌써 엄마가 돌아와선 저녁을 준비하고 계셨다.

“어서와-,  잘 갔다왔니? 별 일은 없었고?”
“응⋯ 나 옷이랑, 이거⋯ 속옷도 사왔어.”


“그래,  샀는지 좀 보자-
면티랑, 스커트랑, 신발⋯ 어이구, 이런 옷도 샀네에⋯? 그래, 잘 했다⋯
근데 속옷은 뭐 이렇게 많이 산거니?”

“어-? 갈아입으려고 여러개 산건데..?”
“으이구— 혼자 갔다온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넌 무슨 똑같은 걸 7개나 사오니-?”

“아 진짜, 안그래도 입기 싫단 말이야. 그냥 직원이 보여준거 사온거야.”

“아들, 그리고 여자는 브레지어 맨날 안 갈아입어—”


뭐? 브레지어도 속옷 아니였어-?
깜짝 놀라서 물어보니, 당연히 속옷은 맞는데 세탁하기가 번거로워서 자주  빤다고 그런다.


“아니⋯ 그래도 매일 갈아 입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좀 어이가 없어서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그러면 엄청 귀찮아진다고, 니가 직접 할거 아니면 적당히 돌려입으라고 말했다.


어.. 그러고보니 세탁도 내가 해야되는건가? 여자껀데?
자취방에 다시 돌아가게 되면 엄마가 못빨아주잖아.. 이걸 손빨래를 할 생각을 하니 너무 민망해진다.

“몰라 진짜— 나 이거 차는 법이나 알려줘⋯”



엄마한테도 말하기가 부끄러워서, 속옷 얘기는 대충 넘어가고 입고 벗는 법이나 알려달라고 하고 말았다.

여기서 이렇게 후크를 채우고, 벗을땐 이렇게 하고— 원래대로라면 여자친구를 사귀고나서 사랑을 나누는 순간에 겪었어야 할 상황인데⋯



엄마는 새로 산 옷을 보고 이쁜거 잘 사왔다, 이러고 말았지만 아빠는 좀 충격이 컸었나보다.

퇴근하고 와서 쉬고 있는 아빠한테, ‘아빠 나 옷 사왔어⋯’ 이러면서 보여줬거든.

 갈아입겠다고 방에 들어갈때만 해도 아무 생각 없어보였는데  갈아입고 나오니까 입이 떠억 벌어지면서 충격을 받은 모양이더라.



“너, 이, 이게  뭐냐⋯”


“어.. 어, 그⋯ 주말에.. 입을거⋯? 아하하⋯?”
뭐냐니. 내가 입을거지⋯ 나도 진짜 돌아버리겠다.


진짜 옷을 사놓고도 막상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걸  입어야하나 자괴감이 들면서 대충 면티만 입고 어찌저찌 커버치려고 했었다.




근데 띠링- 소리가 들리면서 미션이 완료됐다고 뜨더니 보상을 주기 시작했다.


>> [미션] 여자답게 옷입기 (2/3)
>> 미션 도전에 성공하였습니다.
>> 보상이 주어집니다. 당신의 자존감이 약간 상승합니다.
>> 주의사항 : 다른 연계 미션(1,3)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아.. 미션 생각은 일부러 안 하고 있었는데 자기 마음대로 깨졌다. 씨이⋯ 일부러 안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미션을 달성해버리다니.

자꾸 시키는 대로 하게되면 내가 이상해질까봐 무시하려 한건데,  가게 직원들한테 휘둘리다가 이렇게 된거네. 시발⋯.


근데, 뭔가 옷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이상한 자신감이 들면서 그럭저럭 보기도 괜찮고 이런거면 나쁜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버린다.



이거 설마 미션을 깼다고 준 보상에  머리가 영향받고 있는건 아니지..? 아니지 진짜로?



나 진짜 멍청한거 같다. 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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