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화 〉12화. 정신차려. (13/80)



〈 13화 〉12화. 정신차려.

—멍!

쓰읍, 이거 장난감 아니에요. 또 건들면 정말로 혼난다?


어휴⋯ 열쇠를 언제 물어다가 쇼파 밑에 숨겨놓은거야?
다시는 못하게 잘 교육시켜야겠어.

뽀삐, 앉아!


※※※



삐빅—. 삐빅—.

아.

어떻게 잤는지도 모르겠다. 밤새 시달렸더니 잔  같지도 않아.


씨발, 뭐였지 대체⋯


오늘은 월요일이고, 학교 수업 들어야 하고, 학교⋯ 이제 대학생이 됐지.
자취생이니까 밥 같은거도 내가 챙겨먹어야 하고.

그런데 어우, 잔 거 같지도 않고 몸도 뻐근하다. 그러니까⋯ 꿈 속에서,
아! 꿈 속에서 그 여자를 만났다.  꼬추를 가져간 년. ..미친.


침대에 걸터앉아 이마를 짚고 있으려니까 꿈에서 있었던 일이 좀 정리가 된다.


처음에 내 자지가 없어졌는데, 알고보니 그게 신이 심심하답시고 벌인 짓이었고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할 일을 자꾸 만들어 날 꾀어내고 있다.

그리고 좀 정상적인 걸 시키나 싶더니 어젯밤 꿈에 나타나선⋯


미친년. 공개자위를 해?
자기 입으로 신이라니까, 나에게 뭔가 계속 수작을 부리는 걸 보니까 신이 맞기는 한데. 예뻤고.
근데 세상에 어느 신이 남자를 데려다가 자위를 하냐고.


일단, 일단은 학교 갈 준비 해야지⋯.
 정신  봐. 학교 안가도 된다. 신종 바이러스가 막 유행하고 있어서 위험하다고 오지 말랬다.
아.. 엄마 보고싶어-



그 여신은 좀 예쁘긴 했다. 여자친구였으면 진짜 해달라는거  해줬을지도 모르겠고.

갑자기 자위를 하길래 순간 깨기는 했는데 보다보니까 꼴리긴 하더라. 자위의 여신같은,  그런거냐.
그딴게 있을리가 있겠어—


그리고 내 자지가 잘⋯ 있는거도 확인했다.
잘 있는거⋯ 맞지? 내 몸에서 떨어져나갔는데, 그⋯ 피부같은거 막 괴사하고 그런거 아니겠지?

여신이 허공에서 꺼내다가 자기 몸에 문대고 찌걱찌걱 딜도로 사용하던데, 잘 닦아놨을거야. 제발.


내 자지는 신님이 갖고 있고. 나한테는 보지가 달려있고.
신님은 내 자지를 존나게 써댔고⋯
나는, 나는 아니야. 난 보지 안 썼어. 씨이—발 절대 안 쓸거라고!

나한테 뭐 힘든걸 시킨  아닌데, 이런 식으로 정신 공격을 하는구나.
멘탈 다잡아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는게 어딨어.


어휴, 답도 없다. 씻고 밥이나 먹어야지. 수업도 들어야하고.






—9시에 수업을 한다고 그러면, 미리 준비를 하는게 당연하다.
정각에 딱 맞춰서 들어가는건 한심한거 아니냐고. 누가 억지로 학교 다니랬어?

이불 정리도 깔끔하게 해놓고, 머리 빗고, 단정하게 옷 좀 만지고.
3시간 짜리 수업인데, 미리 화장실도  가놓고 말이야.
오줌마려운데 갑자기 자리비우면 출튀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잖아.

⋯오줌

아 조옷,나—!!  오줌충도 아닌데, 그딴 페티쉬 없는데 자꾸 소변이 신경쓰인다.

 머릿속에서 사라져줄래? 제발.

지난주 딱 이 시간이었지, 오줌마려워 죽겠는데 고추가 사라져서 정말, 진짜로 뒤질뻔 했다.

에라 모르겠다 대충 포기하고 변기에 앉았더니 배가 너무 아프더라.

일단 신이랑 계약 비슷한  했더니 보지를 달아주긴 했는데 오줌 쌀 때마다 다 흐르는 거도 좆같고.


인터넷을 한참 뒤져가며 찾아낸 내 미사용 신품보지가 여신한테 달려있던 거도 미스테리다.
진짜 똑같았던 거 같은데. 뭘까?

뭘까. 설마, 나한테 시켜놓고 지가 가로챈거야? 자기 몸에 달  찾기 귀찮아서?
아닐거다. 별 잡스러운 생각이  드네.





수업, 1교시에 시작하는 첫 강의는 뭐라 말하는지 모를 정도로 집중하지 못한 채 어영부영 끝나버렸다.


원론은 전공필수 과목이라  들어놔야 할텐데. 교수도 나름 인기 교수인데다가 발음도 정확한 편이라 강의 자체는 괜찮았다.
내가 심란해서 집중을 못한게 문제지.

오늘은 유튜X가 아니라, 무슨 화상강의 시스템을 사용해서 강의를 진행했는데 음성이랑 영상이 다 실시간으로 나오는 거였다.


벌써부터 카메라와 마이크를 준비한 사람들이 있긴 했는데, 교수가 무작위로 지목을 해서 말을  때마다 열에 아홉은 캠 없다고, 마이크 안달려있다고 그러더라.

나도 없어서 대충 채팅으로 대답했는데. 미리 주문을 해놓기는 해야겠다.

신종 바이러스때문에 어설프게 온라인으로 한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수업 참여정도는 해야지.

결론은, 캠이고 마이크고 뭐고 둘 다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수업을 듣는 사이에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는 거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되는데, 그럼 남자랑 여자도 적절한 지점에서 균형이 달성될 때 서로 만나서 사귀고 연애한다는 말도 되는거 아니야—?


여러분, 매트릭스를  알아두세요— 매트릭스가 뭔데요. 검색⋯ 아, 행렬!
엥.. 행렬? 그거, 안배웠는데? 옛날에는 1단원에 들어가 있었다는데 난 안배웠다고.


행렬⋯  경제수학 들으면 거기서 알려주겠지. 시발, 1단원이었다는데 개좆밥아니야. 딱 수능 2점따리.


근데 매트릭스-... 매트릭스 하니까 어제 일이 생각나네. 여신님, 존나 꼴렸는데⋯ 쇼파에 걸터서 자위하는거, 우와.


침대에 데려가서, 눕혀놓으면 나 진짜 미쳐버릴지도 몰라. 매트릭스 삐걱거리는 소리, 살끼리 부딪히는 소리—

이딴 식으로 중간 중간  생각이 나면서, 필기도 대충 한 채로 머릿 속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온통 연애 생각, 사랑 생각, 여자 몸을 상상하고,  속에서 만난 여신을 떠올리고, 보지를 떠올리고, 내 자지도 생각나고⋯



어우 집중안돼. 수업이 끝나자마자, 핸드폰을 집어들고 내 친구, 석현쓰에게 톡을 보냈다.

[박희준] 뭐해

또톡.
[강석현] 유튜X 보는중ㅋㅋ

유튜X? 수업듣나?


[강석현] ㄴㄴ 창 하나 더 띄워서 여캠방 보는중임

[박희준] 출석안했어?
[강석현] 우리 큐알코드라서 대충 출튀가능ㅋㅋ 개꿀ㅋㅋ


아⋯ 큐알코드로 출석을 하는거면 화면 띄워놓고 출석 찍고, 대충 교수가 부를때만 반응하면 되겠네.

근데 여캠방을 본다니,  안보지만 친구가 대체  보는건지 궁금하기는 하다.

[박희준] 아ㅇㅋㅇㅋ 근데  여캠방 보냐? 뭐봄

[강석현] ㄴㄴ자주보는건 아닌데 얘 존나귀여움ㅋㅋ
[강석현] (링크)

오. 진짜 귀엽게 생겼네.
링크를 눌렀더니 실시간으로 진행중인 스트리밍 방송이 나왔고, 거기엔 코스프레인지 은색 머리칼을 가진 여자애가 방송을 하고 있었다.

["자! 오늘도 살아가는 백아연입니다! 다들 와줘서 고마워요-"]

오늘도⋯ 살아간다고? 사소한 거나 일상같은걸 다루는 방송인가보다.

여자는 저런게 좋아. 예쁘니까,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고 홍보까지 해주잖아.

석현쓰가 설마 이런거 좋아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귀엽고 예쁘게 생긴건 사실이니까.


당최 무슨 컨텐츠를 찍는 건지 싶어서, 이전에 업로드된 예전 영상들을 뒤져보니 노래를 부르는 영상도 좀 보인다.

["에가이타 유메노 하테—"]

헉. 일본어 노래⋯ 바로 컨트롤 더블유.
일본 노래같은거는  모른다. 아이돌이 나와서, 귀여운 춤 추고 그런게 다 아닌가?

친척 형이, 옛날에 일본 록이 그렇게 대단했다면서 엑스재팬인지 뭔지를 자꾸 권하긴 했었지만 그건 너무 옛날이고.

하도 츄-라이 츄-라이—  하길래 유튜X에서 몇 곡 들어보긴 했었다. 쿠레나이, 러스티 네일, 스카즈  이런거⋯
노래 좋긴 하더라. 단지 내가 절대 못 따라부를 그런 경지라서 몰입을 못하는거지.

그거 말고 애니 주제가 정도는  개 들어보긴 했다만 정말 유명한거 빼고는 솔직히  알지도 못하고 인식도 별로다.

가창력이라는게 폭발하고 있긴 한데 난 일본 노래에는 내성이 없기 때문에 황급히 창을 닫고, 다시 톡을 보냈다.

[박희준] 귀엽긴하네. 취존함


[강석현] 보다보면 중독됨ㅋㅋ
[강석현] 나도 여자였으면 바로 여캠했음ㅋㅋ


[박희준] ?
[박희준] 제정신이냐


그러니까, 별창을 하겠다는거지?  새끼도 위험한 새끼였다. 하아-

신이랍시고 나타난 여자는 자지나 떼가는 새디스트인가 싶더니, 꿈에 나와서는 내 앞에서 자위나 해대고
처음으로 사귄 대학 친구라는 놈은 여자되면 캠방을 하겠다는 소리나 하고 있고.


여자가 되면 방송하겠다는 사람들이 왜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나한테 보지가 달린 그 날부터 가끔 생각을 해보긴 했는데 여자가 된다고 바로 얼굴을 깐다?

말도 안되는거 아닐까⋯

내가 알던  얼굴이 사라지면, 그건 내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 되는게 아닐까.


얼굴이 바뀌고, 몸도 바뀌고 목소리도 여자가 되어버린다면, 이름까지 바꿔버리면⋯
내 흔적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거냐고. 나라는 사람이 사라지는건 별로일거 같아.


여자가 되면 인생을 날로 먹는 전개던데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

존나 우울할거 같고, 부모님도 날 못알아보고. 진짜 혹시 모르면 성범죄에 당할 수도 있는 거다.

내 몸까지도 남에게 짓눌려서 점점 내가 누구였는지 잃어버리게 되겠지⋯

하여튼, 요즘 좀 괜찮게 생겼다 싶으면 너도나도 스트리머가 된다고 난리인데,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광대짓하는거랑 뭐가 다른걸까.


일방적으로 자기 얼굴만 보여지는 상황에서, 반응 하나 하나 신경쓰면서 아양이나 떨어야하고—

미쳤다 진짜, 세상이 미친건지, 내가 미친건지.
하루아침에 고추가 없어져서 좀 미칠 지경이긴 했는데, 이건 세상이 미친거 아냐?
신이고 인간이고 죄다 이 모양 이 꼴⋯

신종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것도 분명 이런 사람들 때문이다.
여신이 노출증을 갖고 있는 변태년인데, 바이러스같은걸 수습할 생각도 없겠지⋯


그걸 좋다고 하고 있는 사람들도, 좋다고 보고 있는 사람들도 다 변태야.



슬슬 밥을 먹어야할 시간이긴 한데, 혼자 먹기 적적하기도 하고 새로 사귄 친구도 실제로 만나보고 싶어서 물어봤다.

[박희준] 점심 같이 먹을래?
[강석현] 나 돈없는데ㅈㅅ 혹시 학식 가능?
[박희준] 당연ㅋ 지금 학색식당에서 만나자.


오케이. 얘도 다행히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해서, 이렇게 약속을 쉽게 잡고 만날  있는 거다.


바이러스 조심하라지만 어차피 잠깐 만나서 밥먹는거고, 이정도는 괜찮겠지 뭐. 남들도  하잖아?

여신이 시켜서 새로 산 옷— 맨투맨에 청바지를 입고선, 집 밖으로 나왔다.

요즘 사회적으로 경각심이 생기고 있어서 그런지, 동네 분위기도 생각보다 활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학은 대학이다.


삼삼오오 모여다니는 사람들, 연인인듯 팔짱 끼고 걸어가는 사람도 있고. 음, 저 사람은 왠지 교수님처럼 생겼네.


—꽃이다!
학교 수업을 안나가서 그런지 실감은 안났는데, 확실히 봄이 왔다.


하나 둘 꽃봉오리가 피어오르는  보니 연애도 하고 싶어진다.

내가 눈물 많고 그런 성격은 아니지만, 꽃이 피어나는  보면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추운 겨울동안 매서운 바람을 맞아가며 딱딱한 껍질을 방패삼아 나무 속에 웅크리고 있던 꽃이, 마침내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거잖아.


그렇게  구경을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학생식당에 도착했고  첫 대학친구를 만날  있었다.


"올, 너가 희준이야?"


"그래. 석현이 맞지?"

새애끼, 생각보다 훨씬 잘 생겼다. 키도 나보다 크고. 목소리도 시원시원한게 인싸력이 보이는데?

몸은⋯ 내가 왜 남자 몸을 품평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적당히 덩치가 있으니까 운동 좀 했겠지.


⋯기만자?


원래대로였으면 신학기랍시고 이곳 저곳 놀러다니며 인기 좀 있었을 얼굴인데, 나랑 같이 게임하고 배고프면 학식이나 먹는 사이라니—

나야 괜찮은 친구 생기고 좋다. 안 부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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