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10화. 데레
꿈속에서 나를 반기고 있는 건, 웬 여자였다.
누구지⋯
처음 보는 사람인데. 하기야, 원래 꿈은 개연성이 없다.
개꿈이 많으니까. 자취방에 오고 나서 참 대단한 일이 있었으니 그게 내 심리 상태에 영향을 미치나보다.
근데 왜 여자일까.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꿈인거를 깨닫긴 했는데 저 여자가 누굴지 생각이라도 하면 머리가 멈춰버린다.
몽롱한 기분에 휩싸여서 묘하게 머리가 안 돌던 차에, 그 여자가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반가워—"
—!!!
뭐야. 처음 보는 여자가 나한테 인사를 하는데 누군지 영 감이 안잡힌다.
정말 누군지 모르겠어. 요 근래에 만난 사람도 아닌데.
모르겠는데, 꿈 속이라 감각이 이상하지만 예뻐보인다는 것만은 잘 알거 같다.
'와, 진짜 예쁘다. 외국인인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길고 영롱한 머리칼, 붉은 빛깔이 도는 입술, 살짝은 위로 올라간 도도한 눈매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누가 봐도 이상형이라고 말할 만큼 압도적인 몸매를 보니 여신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이다.
"누구세요⋯?"
"나아—? 나, 몰라? 응?"
목소리 미쳤어. 간드러진 목소리, 일부러 내는 건 아니겠지. 심장에 위험하다.
그런데 누군지 진짜 모르겠는데..
"누구.. 누구세요⋯. 이거 꿈이죠⋯⋯? 네?"
"나, 신이야— 우리 얼마 전에⋯ 전화도 했잖아?"
신?
전화?
"이 개새끼!!"
씨발, 너였구나!
순식간에 눈이 뒤집힌 나는 악마 년에게 보복하고자 달려들었지만,
미처 몇 발자국을 옮기지도 못한 채 이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막, 몸이 아픈건 아닌데 힘을 쓸 수가 없다. 무기력해진다.
다리가 내 말을 안듣고, 더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 다가오지 말라는 건가.
사람이 꿈인걸 스스로 깨달으면 그 꿈속에서는 뭐든 할 수 있다고 그러던데,
난 이상하게 몸 자체를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후후후⋯"
또 웃는다. 그런데 쟤가 지난번에도 저렇게 웃었던가?
목소리를 길게 들어본 건 인제야 겨우 두 번째이지만, 웃음소리가 너무나도 낯설다.
아닌가. 원래 저랬던가⋯ 분명 처음에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기괴한 목소리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기억을 교정하는 듯, 내 머릿속에 남아 있던 목소리에 대한 기억도 바뀌어간다.
눈앞의 여자를 보는 순간부터 그녀를 인식하고, 모든 감각이 집중된다. 정말, 예뻐⋯
적대적이었던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걸 느낀다.
첫 접촉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어서, 놈이 정말로 악마라고 생각했었다.
자칭 신이라는 작자가 자기 심심하다고 자지를 가져가 버렸는데 그게 악마지—
그런데, 이렇게⋯ 웃어주고있는데, 너무 아름답고.. 사악한 뿔도 없고, 검은 날개도 없어⋯
⋯씨발!
머리가 이상해진 걸지도 모른다. 저 여신이, 나에게 수작을 부린 거라고.
남의 몸을 이상하게 만드는 악마니까 날 속이는 것쯤은 정말 쉽게 할 수 있을 거다.
하루 아침에 자지 대신 보지를 달게 된 순간부터 개연성은 이미 엉망이지만,
꿈 속에서 만난 웬 미친 여자 때문에 점점 더 엉망이 되고 있다.
날, 바보로 만들려는 게 분명해⋯
후훗. 하하핫.
"덕분에 한 주동안 너무 즐거웠어⋯"
"나도, 보답해줄게⋯?"
아하— 소설을 보면, 이런 건 보통 서큐버스가 유혹하는 거더라.
내 앞의 여자가 서큐버스라면 이 모든 게 설명이 된다.
내 신체에 제약을 걸고, 계약으로 몸을 조종해서 잡아먹으려 드는 거야...
약점을 잡아서, 시키는 대로 다 하게 만들어서 결국에는 날 잡아먹겠지.
서큐버스는 남자를 유혹해서 매일 밤 찾아와 온 몸의 정기를 남김없이 빨아먹는다더라.
남자를 바보로 만들고, 젖가슴에 매달리는 아가로 만들고,
허리 흔들 생각밖에 못하는 짐승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잖아⋯
여자의 웃음 한 번에, 온갖 생각을 다 하게 된다. 위험해. 그런데 머리가 잘 안 돌아.
머리, 생각해야 하는데, 아⋯
옷 그만 벗고, 내 몸 좀 풀어서 움직일 수 있게 해줘—
⋯옷을 벗고 있다고?
어느새 소환한 소파에 앉아 옷을 벗기 시작한 여신은 이내 다리까지 벌려댔다.
왜 저래. 진짜 미친년같이⋯
"하아⋯"
뭘 했다고 들뜬 한숨을 내쉬는데, 위험하다.
저 여자 정신머리도 위험하고, 거기에 헉— 숨을 참게 되는 내 성욕도 위험하다.
시발, 나 공학 나왔는데. 여자한테 내성 있는데. 저건 너무 노골적이잖아.
첫 만남에 자지를 가져갔고, 두 번째 만남에 공개고간노출을 하다니
저 신이라는 여자는, 성에 대해 엄청나게 집착하는 게 분명해.
스읍⋯ 일단 보여주니까 나도 보긴 보는데, 고간에 보이는 그게⋯ 왠지 익숙하다.
⋯저거 내 보지잖아?
?
내가 40페이지가량을 뒤져가며 심혈을 기울여 커스터마이징 한 역작이,
그 보지가 여신에게도 달려있었다.
아무리봐도 내꺼랑 똑같이 생겼는데?
수십페이지를 헤매다가 겨우 찾아서, 외워버릴 생각으로 한참을 쳐다본 거라서 절대 안 까먹는다.
애초에 하루 사이에 일어난 일인데 누가 모르겠냐고.
내 보지가 왜 쟤한테 달려있지. 내꺼 가져간거 아니야?
설마?⋯ 에이씹, 나한테도 여전히 붙어있네.
난 또 나한테 달리게 된 걸 자기가 가져갔나 싶어서 겨우 고개를 내려 확인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러니까 똑같은 보지가 쟤한테 하나, 나한테 하나 이렇게 두 개가 있다고.
한날 한시에 똑같은 보지를 나누니—
※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를 나에게 보여준 여신은 들뜬 한숨을 몇 번 내쉬더니, 입으로 손가락을 쪼옥- 빨아대기 시작했다.
하아..
쬬옵, 쬬옵—
손가락을 입에 물고 몇 차례 휘젓던 여신은 뜨거운 숨을 내쉬며 간지럽다는 듯이 몸을 이리 저리 움직였다.
그러더니 혀가 빼꼼, 나와서는 마치 뱀처럼 손가락을 휘감기 시작한다. 마디 마디를 훑고, 쭉 내민 혓바닥으로 손가락을 쓸어올리면서 침소리가 쮸윽-하고 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에게 빠져들고 말았다. 남자를 유혹하는 듯 요염하게 혀를 움직이던 여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손으로 그 곳을 만져대기 시작했다.
"으응⋯"
하아응,...
갑자기 옷을 벗을 때부터 저 여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거는 진작부터 눈치챘다.
애초에 입고 있던 옷도 정상은 아니었고. 저런거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안 입는다고.
꼭 그리스 신인 것마냥, 새하야면서도 여자의 소중한 곳을 아슬아슬하게 가려주는 못된 옷을 입고 있던 그녀는,
부끄러움도 없는건지 옷을 훌쩍 벗고서는 실오라기 하나 없는 상태로 나체를 보여주고 있었다.
새하얀 피부와 잘록한 허리가 자기가 여자가 맞다고 어필해오고 있다.
비율 좋게 길게 내려온 다리도,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너무 완벽한 모습이다.
뱃살 하나 없이 매끈한 복부와 음란한 보지⋯ 적당히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둔덕, 깨끗한 입구,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각도⋯⋯.
배에 11자로 쭉 뻗은 복근과 군살 없이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가 믿기지 않을만큼 매력적이다.
'와, 미친.'
나도 처음에는 좀 놀라서, 벙찐 상태로 쳐다보기만 했는데 슬슬 눈이 적응되니까 음심이 생겨난다.
평소같았으면 내 자지도 힘이 빳빳하게 들어가서 통제불능이 되었을 텐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지는 사라졌고 그 덕분에 한줄기나마 이성을 유지하고 있다.
남자는 음심에 잡아먹히면 뒷 일은 생각못하는 바보가 되어버리는데..
더 다행인건 내 보지가 축축해지지 않고 있다는 거고. 맞아, 안돼. 그건 좀 아니야.
가슴만지고, 보지만지고⋯ 그런거, 난 절대 안할거야...
찌걱—
"흐으⋯ 하아⋯"
그녀는, 그녀의 손은, 처음에는 소중한 걸 다루듯이 조심스레, 천천히 움직였다.
목과 쇄골을 타고 내려가 새하얀 배와 허리를 쓸더니 점점 더 아래로-
언뜻 보면 그저 손을 대고만 있는 걸로 착각할 정도로 느리게⋯
으응.....
부끄러워. 그래도, 잘 지켜봐줘?
스윽— 스윽, 쯔윽⋯쮸욱—
하아⋯⋯
하지만 별로 인내심이 크지는 않은지, 조금씩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아, 여기,.. 여기이⋯⋯, 으응⋯
"읏,"
숨을 크게 쉴 때마다 여신의 아름다운 가슴도 같이 움직이고
그 뜨거운 숨결에 압도된 나는 몰래 훔쳐보는 아이마냥 아주 조심스럽게 숨을 쉬고 있었다.
쯉— 쮸읍, 쯔븃⋯ 찌걱- 찌걱—.
점점 흥분이 되는건지 기다란 중지를 곧게 펴고선 입구를 문지르기 시작한다.
"흐, 아으⋯"
호흡에 맞춰 흉부가 올라가고 내려올 때마다, 오히려 엇박자로 왕복하는 손가락이 끈적한 물소리를 내고 있었다.
진짜, 너무 음탕하잖아—
쭈욱- 펼쳤던 그녀의 손가락도, 흥분에 달하면서 점점 더 굽어진다.
마치 달팽이가 몸을 쥐어짜면서 걸음을 재촉하듯, 미끄러지드읏⋯ 굽히고 또⋯ 폈다가아⋯⋯
찔걱— 찔걱—
누가 잡고 흔드는 것도 아닌데, 여신의 아름다운 육체가 자세를 잃고 손의 방향과 반대로 몸부림쳐댄다.
점점 더 과격해진 손가락은, 이내 자제심을 잃었는지 소중한 공간에 침입하게 시작했다.
사알짝 들어갔던 손가락은 처음에는 소심한 아이가 몰래 발걸음을 옮기듯 아주 천천히 빠져나왔지만,
한 번, 두 번, 버릇을 못고치고 계속 지분대더니 이내 아주 못된 아이가 되어 더 세고 빠르게 쑤셔댄다.
"앗, 앗⋯ 아읏, 흣, 하읏, 아우으⋯"
고조되는 신음소리와 음탕한 물소리를 듣고 있자니, 저 여자를 갖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나한테 고통을 준 여자인데, 왜 저렇게 야하고, 꼴리는 짓을 해대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입도 헤- 벌리고 있고, 눈에 초점은 점점 더 사라져가는데 바보같지 않고 계속 빠져들게 된다.
하으으⋯ 아⋯
여신은 뭔가 허전한 듯한 표정을 짓고서는 커다란 가슴에 손을 대고 주물러대기 시작했다.
가슴, 진짜 크다⋯. 나도 만져봤으면.
손으로 쮸욱— 누르면, 솜베개에 눕는 것처럼 푸욱—하고 들어갔다가 다시 푱 튀어나오고 있었다.
으읏— 읏,
가운데로 모았다가, 왼손과 오른손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원을 그리듯 주물러대면서 신음을 내쉰다.
"으응⋯ 나, 계-속 봐주고 있어어⋯?"
얼굴에 붉은 홍조를 띈 채로 내게 미소를 지어주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심장에 각인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예 적극적으로 팔까지 움직이며 자위하던 여신은,
살짝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짓더니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기쁜 표정을 짓고선 허공에 팔을 휘저으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아, 그래— 그거어⋯"
그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