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화 〉8화. I, freshman. Where, my junior? (9/80)



〈 9화 〉8화. I, freshman. Where, my junior?


—희준! 원서 어디썼음?

—나 XX대 경영학과, 서울종합대학 경제학과, XX대 자유전공학부 이렇게 썼는데?

—야시발, 종대붙으면 맛집에서 밥이나 사주셈, 오키?


⋯그날 맛집은 네명의 손님을 받았다.



※※※


학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갑작스러운 학교 측의 공지로 다들 당황하셨겠지요.
오늘 수업은 우선 유튜X 스트리밍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후 9시 40분부터 진행하며, 링크는 미리 열어두겠습니다.
링크 : https://www.y⋯⋯⋯




와⋯ 대학교 강의를 유튜X로 하겠다고?


유튜X는 노래나 예능, 아니면 게임 방송같은거나 하는 건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학문적인 용도로 쓰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우리 교수님도 좀 신세대인가 보네. 솔직히 나중에 녹화 동영상을 올린다던가 그럴 줄 알았는데 이정도면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거 아닐까?


맞아. 출석은 어쩌나, 싶으면서도 그건 교수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생각에 이내 걱정은 접어둔다.

일단 시키는 대로 해보고 잘 안되는거 있으면 단체톡에라도 올려보면 누군가 도와주겠지 싶다.

그런데 유튜X 스트리밍이면 아무나 다 들어올 수 있는거 아닐까—
잼민이랑 분탕들한테 링크 퍼지면 제대로 진행 못하는거 아니야?⋯


미리 방송을 열어두겠다기에, 딱히  일도 없던 나는 이왕 수업 듣는거  화면으로 봐야겠다 싶어서 컴퓨터로 유튜X를 켜고 링크에 미리 접속했다.


음.. 자취방이니까 소리는 적당히 줄이고. 여기 벽이 좀 얇은거 같던데 혹시 모르니까 주위에 피해 안주도록 조심하는게 낫다.

뭐 유튜X 스트리밍도 다른 사이트처럼 누가 들어왔는지 확인할 수 있고 서로 채팅도 가능하다.

후원 기능도 있는데 학교 강의를 할 때 이 기능을  필요는 전혀 없을거고.
교수한테 후원 쏘고 리액션 구경하는 생각을 했더니 웃길거 같기는 하다. 한 몇백만원 쏘면 수업 일찍 끝내주는거 아니야—?


오, 미리 들어온 사람이 좀 있네⋯
역시 명문대라, 이런건  다른듯 싶다.

다른 대학교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지만, 공지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들어와있겠어.
이건 우리 학교 학생들이 부지런한거지—!


어차피 아는 사람도 없고, 튀는 짓을 했다가 나대는 놈으로 찍히는 것도 곤란하다 싶어서
강의 시작할 때까지 단체톡이나 볼 요량으로 책상 한구석에 핸드폰을  두었다.


[경제21 강석현] 동기님들 수업 시작하셨나요?
[경제19 백아연] 저 이번에 김원론 재수강하는데 나중에 아는 척좀 해줘요~
[경제21 김명아] 아뇨ㅠㅠ 공지가 없어서 기다리고 있어요!!
[경제17 홍다희] 후뱨님들 제가 꿀팁 드릴게요
[경제17 홍다희] 어차피 첫 주는 변경기간이라 점수반영 안하거든요 대충 출튀ㄱㄱ




아니, 19학번은 그렇다 치고. 신입생 단체톡에 17학번은  있는거야?

선배들이 몇 명 들어와있기는 한데, 그 사람들은 보통 필요한 공지만 하고 평소에는 말을  했다.
그런데 17학번이라는 홍다희 저사람은 꿀팁이랍시고 출튀를 권하고 있다.

17학번⋯ 하나, 둘, 셋, 넷⋯ 다서엇—


5학년? 5학년이 진짜 있는거였어!?
와 시발 대단한 새끼다⋯

존나 한심하네. 저러니까 아직도 졸업을 못했지—

그래도 선배 말을 아주 무시하는 건 좀 그러니까, 대충 대답을 해줬다.

아무도 말 안하면 민망할거 아니야.


[경제21 박희준] 굳이네요ㅋ







대충 시덥잖은 대화나 가끔 올라오는걸 구경하다보니, 벌써 교수가 정한 시간이  되었다.

명문대에 입학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놀고 싶은거 다 참고 공부 하나만 붙잡고 달려온 3년—


서울종합대학, 남부럽지 않은 명문이고 거기에 입결이 높은 경제학과에 합격하는데 성공했다.
경제에 대해서 딱히 관심이 있다던가 그런건 아닌데, 높은 과니까 뭔가 좀 낫겠다 싶었거든.


아 왜, 문과는 간판이래잖아—

한의대로 교차지원을 할 수도 있었는데 21세기에 무슨 동의보감이야, 하면서 쿨하게 경제학과에 원서를 썼었지.

 관심이 없어서 한의학이 정확히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막상 한의대를 갈려고 했어도 저-어기 지방까지 내려가야 했다.

어휴, 문과가  이래서 안좋다. 암만 수능에서 많이 맞아봐야 뭐하나? 한 개 틀릴때마다 대학 급간이 확 떨어지고,  내려가다보면 아예 지역까지 바뀌기 시작하잖아.

한의대나 치의대 교차지원도 거의 만점이 아니고서야 불안불안하고. 점수가 된다고 해도 기껏해야 지방 촌구석에 있는 처음 들어보는 대학에나 지원해볼 수 있는 처지이다.



한참 몇달 전 생각을 하고 있자니 교수님으로 보이는 듯한 사람이 화면에 등장하고,
그렇게 기다리던 대학교의 첫 강의, 경제학과의 가장 기본인 경제학원론 수업이 마침내 시작됐다.








⋯교수 말로는, 원래 첫주는 간단하게 오리엔테이션만 하고 질문 받고 끝낸단다.

6시 30분에 일어나서, 9시 40분까지 기다린 결과가 10분간의 짧은 오티라니—

비싼 돈을 냈으니, 시간을 꽉 채워서 강의를 해야 하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은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10분은 좀 어떨까 싶다.

처음에  1, 2분은  나오나요? 잘 들리나요? 누가 대답좀 해보세요. 이걸로 시간 다 잡아먹었고.

그냥 적당히 대충 넘어가면 안되나요 교수님?

하여튼 일단은 먼저 교재 소개를  해주던데, 원래는 외국 원서로 수업을 했었다고 한다.


그래, 대학생은 번역 안된 책을  일이 많다고 얘기를 들어보긴 했다.
그 어려운 수능 영어도 공부해서 명문대에 들어왔는데, 원서 정도는 당연히 읽어봐야 한다고 내심 다짐하고 있었거든.


아 왜, 수능 영어 지문이 그렇게 난잡한 이유가 그게  노벨상 논문에서 따온 거라고, 대학 원서 읽는 능력에 도움이 되는거라고 그러잖아—

근데 이번에 신종 바이러스로 인해 강의실에서 직접 소통하기가 어려울  같고 신입생을 가르친다는 취지에 맞게 강습 방법을 좀 조정한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맨X의 경제학 역서를 준비해두라고 말하더라. 필요하면 해설도 같이 사라고..


다음으로 커리큘럼은 강의계획서와 동일하게 진행할 거라면서 대충 넘어가고,
중간 40퍼, 기말 40퍼, 출결 10퍼, 참여 10퍼라고 대충 읊어주고,

질문 있는 사람 한 번 채팅창에 말해보세요? 하는데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교수님은 뭔가 좀 아쉬웠는지 자꾸만 질문하라고  번 씩이나 물어보셨지만 정말 아무도 나서질 않더라.


안그래도 질문 안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인데, 10분만에 강의를 날먹할 꿀같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


참여 10퍼는 어떻게 주시는 건가요— 묻고싶었는데 그럴 분위기는 아니라서 꾹 참았다. 나중에 메일로 물어보면 되겠지.

이렇게  허무하게 첫 강의가 끝난 후, 화장실이나 한 번 갔다오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날이랍시고 긴장을 했나, 목이 좀 타길래 물을 마셨더니 금방 마려워지네.



그러고보니 나한테 어제 참 큰 일이 벌어졌다는거를 그 사이에 까먹고 있었다.

⋯존나 큰 일이긴 한데, 이걸 하루종일 생각하고 있는 거도 좀 말이 안되는 거 아닐까?
아니 왜, 하루종일 자지, 보지 생각하는게 정상은 아니잖아. 그건 만화나 그러는거고—

소설이나 만화  주인공들은 이런 일이 일어나면  순간부터 정말 사람이 바뀌어버리고 인생도 급커브를 시전하던데.
나는 막상⋯ 겪어보니 생각보다는 좀 무덤덤해지더라. 충격은 그 순간에 절정을 찍긴 했지만.


 지금 당장  수 있는게 아니니까 해탈한 마음으로 있는 거지⋯
오늘은 물론이고 내일도, 내일 모레도 학교 수업이 있고 기본적으로 씻고 먹고 자는거도 해야하는데 나라 잃은 표정으로 자리에 드러누울 수는 없다고.

그리고 시발, 내 꼬추가 없어지고 보지가 대신 달리긴 했는데
막상 얼굴이나 체형같은건 그대로라서 마음 비우고 있으면, 크게 체감도 안된다.

아니, 진짜 그렇다니까?

목소리도 조온나 상남자고—

그래도 자지 찾아야겠지. 내 쥬니어.






오늘은 더이상 강의도 없고, 딱히 뭘 공부할게 있는 것도 아니라서
미션이랍시고 주어진 도발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이나 좀 해보기로 했다.




일단 넋 놓고 있다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건 힘들  같다.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는 하루종일 붙어서 일주일을 지내니까 알아서들 친구가  거고,
각자의 생활이 있고 스케쥴이 다 다른 대학생이 되어서는 그런 식으로는 아싸되기 쉽겠지.


대학교가 뭐 야자가 있는 거도 아니고, 반 전체가 모여서 수학여행을 간다던가 체육대회를 하고 그런거도 아니잖아.
하긴 하겠지만 필참이 아니니까.

게다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당분간 학교에 갈 일도 없어졌으니,  힘들어진 듯 싶다.


신이 어제 밤에 친구 사귀라고 지랄한거, 기한이 일주일이었는데 어쩌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서 한숨을 푹— 푹— 쉬다가 핸드폰을 켰다.


그 사이에 톡이 많이 쌓였네.

화면을 슥 내리며 대충 훑어보니까, 뭐 오늘 정말 별거 없어서 허무하다는 둥, 맨날 이랬으면 좋겠다는 둥 시덥잖은 소리만 잔뜩이다.
그리고 오늘 모이기로 했던 뒤풀이 회식도 취소됐고.


뒤풀이 회식⋯
갈 지 말 지 한참 고민하다가, 그래도 가야 아는 사람도 좀 생기고 앞으로도 친한 척 하기 좋겠지 싶었는데 결국 안한다고 한다.
그놈의 신종 바이러스때문에 아싸되게 생겼네.

 와중에 21학번 동기 몇명은 언제 안면을 튼건지, 선배들이랑 몇명이서 따로 만나기로 했단다.

정부에서 신종 바이러스의 유행을 경계하겠다는데, 이렇게 여러 명이서 만나도 되는 건가 싶지만 아직 딱히 뭘 어쩌라고 방침이 있는건 아니니 따질 건 아닌듯 했다.

근데 저런 얘기를 왜 전부 다 있는 단체톡에서 하는거야?


배려심이 없어도 너무 없다. 저러면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끼는데 뭐가 좋다고 저렇게 단체톡을 전세내서 그 얘기만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고.

분명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있을거다.
나중에 괜히 뒷담까이고 왕따 당할까봐 조용히 있는거지.



쯧, 인싸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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