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7화. 올 때 메로나
정부는 최근 유행 중인 신종 바이러스, COVID-21의 확산을 막고 국민 여러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금일 오전 10시를 기해 모든 외국인의 국내 입국을 일시 중단하고⋯⋯
[서울종합대학]
정부 지침에 따라 신종 바이러스의 대유행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강의를 3월 2일부터 3월 15일까지 2주간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함을 알려드립니다.
교무처장
※※※
이제 겨우 두 번째 미션이 주어진건데, 벌써부터 힘들어진다⋯
내일 학교가야하는데, 지금 알려주면 심란해서 못잘거 아니냐고.
자기 직전에 이런걸 띄우면, 좀 비매너 아닌가⋯?
띠링.
>> [미션] 친구를 사귀세요
>> 대학생이 된 당신! 고등학교 때처럼 살 수는 없죠. 친구를 사귀어 보는건 어떨까요?
>> 같은 신입생 중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보세요.
>> 보상 : 당신에게 위기가 왔을 때, 친구와의 우정을 자동으로 보정합니다.
>> 제한시간 : 1주일
>> 주의사항 : 실패하면 평생 친구를 사귈 수 없습니다.
⋯나 아싸 아니라니까?
이 신이라는 작자는, 내가 좀 범생이처럼 살았다고 해서 완전히 왕따나 뭐 그런거였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모든 걸 다 아는거 아니었나? 보통 신은 전지전능하잖아. 그런데도 이딴 말을 한다고?
신이라며. 날 무슨 찐따취급하고 있어, 씨바알—
그리고 주의사항, 실패하면 평생 친구를 사귈 수 없습니다—라니.
이거 은근 날 놀리는 거 같기도 하다. 아니, 나 진짜 친구 있다고.
신 치고는 무게감이 좀 떨어지는데 기분탓이겠지⋯?
애초에 시작부터 좆같은 만남이었으니, 말하는 꼬라지가 저러는건 참고 넘어가야 한다.
아직 두번째니까, 당분간 지랄좀 하다가 말겠지. 이정도 도발이면 뭐 순한맛이고—
에라이, 따지고보면 별 일도 아닌데, 좀 찐따취급 받았다고 기분이 더럽다.
잠이나 자야지.
※
사실 신종 바이러스가 옆나라에서 유행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까지만 하더라도,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나라는 워낙 어-메이징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사람부터 물건까지 뭐 하나 제대로된 게 없으니까.
내가 어렸을 때 유행했던 전염병도 생각해보니 그 나라에서 시작된 거였구나 싶은데⋯
분명히 옆나라 어느 지역에서 이런 병이 돌고 있는데 기존에 있던 바이러스가 아니라더라— 이정도의 뉴스만 흘러나왔었다.
그렇게 중간 중간 뉴스 해외토픽으로 나오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내용이 조금씩 심각해지더라.
폐쇄회로에 찍힌 영상을 보니까 지나가던 사람이 갑자기 휙, 쓰러져버리고⋯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도 있던데 이게 진짜 바이러스때문이라고..?
하여튼 참 이상한 병이다, 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쯧- 혀를 차고 있던 도중에 서울을 시작으로 감염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온나 아프다더라—
그런데 알고보니 우리나라 확진자들은 사이비 종교의 신도이거나, 옆나라의 한창 시끄러운 그 지역을 오고간 사람들이었고 한다.
TV나 신문에서 이 바이러스의 위험성이나 심각성같은걸 다루다가도, 어느 순간부터는 이 사람들을 조명하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그 종교를 믿는 건 아니고⋯ 우리나라 원래 좀 그런거 있잖아. 본질적인건 잊히고 어느순간 죄인이 돼 있는거.
⋯근데 내 알 바 아니고.
하여튼 슬슬 우리나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람이 늘어나서 걱정을 하던 차에, 드디어 일이 터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원래 하던대로 화장실로 볼 일을 보러 가는데, 서울 지번으로 문자가 와있었다.
서울종합대학⋯ 우리 학교잖아.
문자를 주욱 읽어보니, 정부 지침때문에 학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하겠단다.
정부지침?
포털 사이트는 이럴 때 은근 도움도 안되고 정보가 느리니까,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해서 글을 본다.
> 개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학교안감ㅅㅅ
> 시발 회사는 안쉬냐고
> 수업을 온라인으로 한다고? 이건 못참지
> 올때메로나올때메로나올때메로나
> 검머외인데 공항에서 빠꾸먹음
⋯
그러니까, 학교는 안가도 되는거고 외국인은 입국이 막혔고⋯
와 시발,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네?
그런데 온라인 수업을 뭐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우리 학교 정보를 좀 찾아보다가,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꿀강의도 있다는건 들었는데.
이걸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는 거니까 어디에 설명이라도 좀 나와있지 않을까 싶다.
설마 공지만 때리고 안알려주겠어. 신입생들도 많은데.
—대충 문자는 봤고, 그 사이 참고 있었던 오줌이나 싸려고 바지를 내렸다.
후우.. 역시 자지는 없어진 채 그대로이다. 바이바이 멋진 내 자지야⋯
어제 그랬던 것처럼 볼 일 보고, 칠칠맞게 다 묻어버린 가랑이를 닦으려고 겸사겸사 샤워를 먼저 한다.
어제보단 좀 나은데, 그래도 샤워기 물을 바로 갖다대면 좀 아리다. 아직 팬티도 묘하게 불편하고. 내가 답답해서 사각 트렁크를 즐겨입는데 아무래도 이음매가 묘하게 살을 건드는 듯 싶다.
내 보지, 그래도 새건데 살살 다뤄야겠지⋯ 어차피 나중에 원상복구될거긴 한데 지금 일단은 내 몸이니까 잘 간수하는게 맞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워낙 경황이 없어서 신경쓰질 못했는데, 음부 쪽은 사진에서 봤던 것처럼 털이 제모된 상태 그대로 되어있었다.
처음 봤을땐 그냥 밀려있구나-정도만 생각을 했는데 음모가 나 있는 면적 자체도 그렇게 넓지는 않은 것 같다. 뭐, 이제 좀 있으면 자라려나—
여자는 원래 이렇게 제모를 하는건가?
잘 모르겠는데 옆나라 야동보면 대부분 털이 있지 않나. 뭐 여자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남자는 제모하는 사람 별로 없을거다.
난 제모같은거 생각도 못해봤다. 고추털도 없으면 민망할거 같은데, 설마 다리나 겨드랑이도 미는 사람이.. 있⋯나?
하여튼 누가 인터넷에 쓴 후기를 보니까 남자도 제모를 하면, 위생상 좋은건 당연하고 크기도 더 커보여서 만족도가 높단다.
맨들맨들하고.
근데 내껀 보지다⋯ 미친.
—적당히 짧은 머리를 대충 털고,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밥을 먹는다.
엄마⋯
에이,씨이— 그저께 짐 풀고, 이제야 3일된건데 벌써 엄마가 보고 싶네.
내가 널 낳고 미역국을 먹었다—! 라면서도 언제나 날 챙겨주려고 하셨는데.
엄마, 아들은 잘..? 있어요. 보고싶어요. 내 자지도 보고싶어 돌아와줘⋯
빨리 먹고 1교시 맞춰서 학교가야지, 하다가도 이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한다는 공지가 생각나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중, 고등학교 때도 등교 시간에 안 늦으려고 참 바쁘게 아침 시간을 보냈던게 생각난다.
제 때 잘 일어나는게 맞긴 한데, 그래도 여유부리다가 지각하면 그거만큼 억울한게 또 없다.
이왕 일어난거 부지런히 씻고, 밥도 잘 챙겨먹고 그래야 보람이 있지 않겠어?
그랬던 내가 이젠 대학생이 됐다. 그래도 아침이 중요한건 변하지 않거든.
요 근래에 신종 바이러스가 그렇게 대단하다는데, 뭐 당장 실감이 나는 편은 아니다.
조금씩 사회적으로 영향이 있기는 한데 나한테는 오늘 학교 가는 일이 제일 중요했으니까.
학교 오지 말라는건 개꿀이고⋯
그런데, '미션'은 어떡하지?
친구를 좀 사귀세요~ 이딴 뉘앙스였는데.
이거 못사귀면 보상도 보상이지만, 자존심이 너무 상할 일이잖아?
시발, 미션인지 뭔지 이름도 유치하다.
나이 스무살에 무슨 미션은 미션이야? 이게 무슨 스팀게임마냥 도전과제도 아니고.
일단 일주일이라는 시간도 있고,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 첫 수업이나 들으면서 천천히 계획을 좀 짜보기로 했다.
친구, 친구 좋지이—
초등학교 때 기억은 잘 안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그냥 잠자코 있으면 한 달 정도 지날 때 쯤에 알아서 친구가 생겨있더라—
내가 뭐 인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구가 없었던 것도 아니라 그 경험을 살려보려 했는데,
정부와 학교의 지침으로 그 전략은 쓰지 못하게 됐으니 좀 다른 방식으로 친구를 만나야하나 싶다.
1주차는, 사람들 말로는 대충 오티만 하기 때문에 작정하고 결석하는 사람들도 많단다.
병신들⋯ 그딴 마인드니까 당연히 취업을 못하는거지.
사람들은 참 이상한게, 자기 할 일도 제대로 안하고 대충 대충 넘어가면서 자꾸 이상한 데서 이유를 찾는다.
그 나이먹고 나보다 생각이 어리다니, 왜 그러고 사나? 난 절대 이해못해.
나야 뭐 이제 막 입학을 한 신입생 신분이지만, 그동안 해왔던 대로 내 공부만큼은 착실하게 하면 문제 없을거라고 자신한다.
온라인 수업도, 사실 대학교 강의에 대해 별 기대를 하던건 아니니까 차라리 잘 됐지—
혹시라도 수업이 별 볼일 없으면 몰래 자습하면 될 거 같다.
진짜 똑똑한건 이렇게 상황에 맞춰 융통성을 발휘하는거라고, 병신들.
뭐 온라인 강의니까 교수라고 별 수 있겠어?
수업을 날로 먹을 경우의 수까지 생각하면서 학교 홈페이지를 좀 뒤져보니 공지사항이 새로 올라와 있었다.
일단 전면 비대면이고, 2주동안 하다가 확산세에 따라서 회의를 좀 해보고나서 계속 이렇게 할 건지 알려주겠다고 한다.
온라인 시스템? 그게 뭔지는 안써봐서 모르겠는데 학교에서 처음 등록할 때 알려준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면 될 거 같고..
아, 제일 중요한 걸 표로 따로 정리해놨구나.
강의. 강의는 각 교수가 재량에 따라 온라인 수업의 세부사항을 시스템에 공지하도록 하겠단다.
그러니까, 학교 측에서 통일된 지침이 있는게 아니고 온라인 시스템에 일단 들어가서 교수가 올린 글을 보고 알아서 지지고 볶고 하라는 소리네.
제대로 돌아가겠지? 좀 주먹구구식인데⋯.
이번에 들어야 하는 강의들은 대부분 1학년이 들을 수 있는 기본적인 과목들과 교양 과목들이었다.
3시간 짜리 수업은 3학점, 2시간 짜리 수업은 2학점⋯ 뭐 이런 식이더라. 고등학교 때는 3시간 연속으로 한 과목만 수업하는 경우는 없었는데 대학교는 이런게 다르구나.
뭐 하여튼 전공 과목들은 좀 열심히 해야겠지 싶었다. 마침 오늘 첫 강의는 1교시부터 3교시까지 연강으로 이어지는 전공필수 과목이거든.
경제학원론이라고, 앞으로 경제학과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들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과목이라고 그러더라.
미시거시인가 뭐 다른 이름이 있는거 같던데 그동안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미시적인거, 거시적인거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럼 경제가 서로 다른건가? 뭐지.
이거 인강같은거도 있으려나? 고등학교땐 수업이 진짜 별로라서 인강 듣고 그랬는데 대학교 수업이 어려우면 어째야하나 걱정도 드는걸.
에이, 원론 쉽다던데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다.
—대충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다보니 어느덧 9시가 되고, 공지사항으로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링크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