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6화. 개강, 멈춰!
나, 아나스타샤, 읏⋯ ⋯니콜라예브나는⋯ 평생⋯ 주인님께 복종할 것을, 맹세⋯합니다⋯⋯
그래, 너희들의 그 같잖은 전제군주정—
어차피 공산주의가 오길 바라면서 암캐마냥 다리를 벌리고 있었던 거지?
발정난 암캐마냥 보지를 흔들어대면서, 사회 발전의 최종 단계에 이르기를 바라고 있었던 게 아니냐!
맞아요오— 저는 암캐에요⋯ 평생 주인님의, 민주주의의 시녀가 되겠습니다아아—⋯⋯
[ㅇㅇ] 미친놈.. 175.225
[ㅇㅇ] 이런 글 왜 쓰는 거임? 39.7
ㄴ[ㅇㅇㅇㅇ] 좆뻘글 멈춰어~! 211.229
※※※
치욕으로 얼룩 진 오줌 싸기가 끝난 후, 체념하고는 침대에 털썩 누웠다.
좀 실감이 안나서 옷도 안 입은채 누웠는데 기분이 참 오묘하다.
나한테 진짜 보지가 달려버렸구나—
내가 진짜 한순간 미쳐버리기라도 했던건지, 다른 방법은 찾지도 않은채 오줌 싸겠다는 생각으로 보지를 달아버렸다.
미친.. 와중에 조옷나 예쁜 보지다.
..자꾸 욕이 느는데, 어쩔 수가 없다. 지금 내 심정이 참 다채로워서 어휘가 막, 어휴- 말도 안나오네.
하여튼 혹시 실수해서 자지를 다시 달아주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해봤지만, 주문한거 그대로 정확하게 여자께 달려버렸다.
일단, 다음 도전을 하라고 미션이 내려올 때까지는 할 수 있는게 없다.
병원? 이 세상에 남자의 성기를 하루아침에 가져다가 여자 걸로 바꿔놓는 의술 따위는 없다.
가봤자 선천적으로, 유전적으로 이상이 의심된다는 소견이나 내놓겠지.
정말로 후천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걸 증명한다고 해도, 날 데려다가 온갖 실험을 할 지도 모른다.
아니면 매스컴을 타고 전세계에 특종으로 보도돼서 많은 사람들의 가십거리가 될 지도 모르는거고.
절대 안돼. 무슨 낯으로 얼굴을 들고 다니고, 주변 사람들은 또 날 어떻게 생각할지 두렵다.
그렇다고 이걸 엄마, 아빠한테도 말하기가 좀 그렇다.
엄마 나 꼬추가 없어졌어— 이딴 말도 안했는데
자지 대신에 보지가 달렸다고, 못믿을 엄마 아빠에게 내 보지를 보여준다는건⋯
이거 분명 부모님 두 분 다 기절하실 거다.
분명 남자애로 낳았는데, 애기 때 사진에는 고추가 잘 달려있는데,
우리 아들 자지는 어디가고 잠지가 달려있어⋯? 아이고—
보여준다고 뭐가 달라질 것도 없으니 누구한테 이걸 보여주는 건 답이 되질 못하는 거다.
시발. 차라리 환생이라도 시켜줬으면 로또나 긁어볼 텐데.
잃은 건 자지이고, 얻은 건 보지이니
만국의 가능충이여. 단결하라—
※
난 여자를 좋아하고 대학에 입학하면서 여자친구를 사귀고, 사랑도 나눌 생각에 부풀어 있었는데.
⋯보지가 달려버린건 정말이지 심각한 문제이다.
게다가 얼굴도 몸도 목소리도 그대로 남자야.
예쁜 여자는 사회적으로 관계맺는데 유리하지만, 난 지금 그냥 이도저도 아니다.
이건 뭐 흔히 상상하는 사진 찍기, 보이스톡하기 이런거도 다 불가능한 상태이다.
아니, 설령 내가 진짜 여자가 됐더라도 그런 짓은 안했을거 같다. 거부감들어⋯
그리고 내일 개강이고.
난 괴물이 됐고.
그나마 다행인거는 일단 생식기라는게 겉으로 대놓고 보이는 건 아니니까, 사회적으로 아주 난처한 상황은 아니란 거다.
근데 내일 학교가면 화장실도 들릴텐데, 변기칸에서 싸야하는거네. 못해도 두 세번은 갈 거 같은데.
'후⋯'
일단 생각을 좀 해보자.
겉으로 보이는 외모가 바뀐 건 없으니까 옷은 그대로 입으면 된다.
말도 평범하게 하면 되고.
화장실도, 변기칸에 가서 오줌싸는건 좀 비효율적이지만 누가 이상하게 볼 일은 아니니까 됐다.
⋯생각보다 별 문제 없는데?
누가 그러던데 우리나라 사람은 남 눈치를 많이 본댄다.
자기 자신의 문제보다는 남의 시선, 공동체에서의 입지, 사회적인 평가가 중요하다고.
그러니까 겉보기에 완전한 남성인 나는 솔직히 딱히 문제가 없다는 거다.
그런데, 내 생각에 신이 내려줄 이 미션이라는게 앞으로 마냥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심심하다고 남의 자지를 떼어간 새끼인데, 좀 못마땅하면 이상한 걸 시킬테지.
일단 그 악마 새끼가 시킬 만한걸 생각이나 해보려니까, 온통 히토X에서나 나올 법한 내용들만 떠올랐다.
여자 속옷 입기
인터넷에 사진 올리기⋯
⋯이런건 좀 할만하겠지.
여자 옷을 입고 여자인 척 사진을 찍는 거는 너무 부끄럽고 싫지만, 나만 입 닫고 있으면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여자처럼 꾸미고 다니기
주변 사람들에게 사실대로 털어놓기
야외노출하기
코스프레하기
남의 아다 떼주기
다른 사람 연인 빼앗기
3박4일 난교하기
공개자위하기
특히 남자한테 고백했다가 다른 사람 앞에서 따먹히라는 둥 이딴 걸 시키면, 시발 그냥 뒤져버려야지—
정말 나라는 인간을 사회적으로 매장시켜버리고, 인격을 망가뜨릴 만한 끔찍한 일들을 시킬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나에게 다가온 그 놈은, 자기 입으로 신이라고 지껄이지만⋯⋯
그딴 새끼는 신도 아니고, 악마 새끼에 불과할 뿐이라고 이내 저주를 퍼붓는다.
고분고분 말을 들으면 적당히 자지를 돌려주겠지— 하고 막연하게 기대를 했는데 생각해보면 말도 안된다.
그 새끼는 분명 날 갖고 놀거다.
아직 미션이랍시고 시켰던 거는 하나 밖에 없지만, 이건 정말 뻔한 일이니까.
적당히 봐주면서 중간 중간 엄청난 걸 시켜서 날 곤경에 빠뜨리던가,
아니면 조금씩 수위를 높여가며 교묘하게 내 정체성을 무너뜨리려 하겠지.
절대 악마놈의 술수에는 빠지지 않을 거다.
난 나를 위해 살겠다. 내 인생은 내 거니까.
난 우리 엄마 아빠의 아들, 서울의 김윤범이니까—!!
⋯만화나 소설에서 멍청하게 시키는 대로 다 하고, 뻔한 속셈에 당하는 거는
그 작가들이 멍청한 새끼들이기 때문이다. 작가 대가리가 딱 그 수준인데, 거기 나오는 인물들이 별 수 있겠냐고.
말도 안되는 협박에 굴복해서 암컷타락해버리고, 남자한테 깔아뭉개져서 복종하는거는 진짜 현실성 제로잖아.
뭔 별 것도 아닌거 가지고 잘 풀리고 그런거. 그런거도 다 작가 탓이고. 창작물이 아니라면 전혀 있을 수가 없는 사건사고라니까?
하지만 나는 창작물 속의 캐릭터가 아니고, 현실을 살고 있다.
몸 건강하게 잘 태어나서, 잘 커서, 시키는 대로 잘 따라가며, 공부 열심히 한 정당한 댓가로 명문 서울종합대학에까지 입학했다.
난 절대 멍청하지 않아.
악마새끼가 날 속이려 들면, 나도 똑같이 맞받아쳐줄 거다.
그새끼가 좀 유순하게 나온다면, 나도 뭐 한낱 인간으로서 신이란 작자의 유흥에 어울려줄 수는 있겠지만
내 인생을 완전히 뒤흔들려 한다면 절대 꺾이지 않고 힘껏 반항할 거니까.
⋯시발.
혼자 병신같은 망상을 해버렸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 빼고는, 아직 아무 것도 일어나질 않았다.
너무 흥분했어.
이런 일에 너무 휘둘리면 좋지 않은데.
고등학생 때까지 난 모범생이었지만,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내 인생을 좀 주체적으로 살 필요가 있다.
몸 좀 만들고, 친목질도 좀 해야 여자친구도 사귈거 아니냐고.
뭐 친구들이 아예 없던 건 아니니까, 내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하기도 어렵고 그냥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살면 되는게 아닌가 싶은데.
이런 식으로 혼자 흥분해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쉐도우 복싱을 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여자는 예민하고, 또 아주 섬세해서 이런 거에 민감하댔으니까 방금 전처럼 혼자 폭주해서 뻘짓을 했다가는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고, 아싸가 되고 말 게 뻔하다.
조심해야지.
※
개강 전날이지만 내가 할 일은 딱히 없었다.
고등학생 때까지도 항상 그랬지만 그냥 적당히 가방 챙기고, 아는 애랑 미리 연락하고 그 정도이다.
여기에 추가된 거는 다음 날 입을 옷을 고르는 거고, 빠진 거는 대학에 와서 아직 아는 사람이 없으니 연락을 돌릴 수가 없다는 거겠지.
아니, 아는 사람이 없다는게 내가 아싸라 그런게 아니고.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가 높아져서 대학교 오티가 취소되는 바람에, 선배나 과 동기를 미리 만나볼 기회가 없어진 채로 개강 전날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오티를 한다, 하면 안된다 한참 갑론을박이 벌여지고 커뮤니티에서도 그 주제로 한참을 싸웠다.
어떤 학교는 발빠르게 오티를 금지해서 뉴스에 나오기까지 했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아무래도 바이러스의 전파 가능성이 높아지고, 기침같은걸 했다가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한다는 건 상식이다.
근데 그건 다 아는 사실이고 그런게 무서우면 작건 크건 행사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게 될 거다.
나도 처음에는 안일한 생각으로 그냥 오티 짧게 하면 되는거 아니냐는 식으로 댓글을 달았었는데 최근에 생각이 바뀌었다.
요새 뉴스를 좀 보니까 이 신종 바이러스가 증상이 심각하면 사람이 휙 휙 죽어나간다고 하니 좀 무섭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는 거 같기도 한데, 사람 목숨은 하나이니까 마냥 무시하고 마음 놓고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학교도 다른 학교와 발맞추어 각종 신입생 행사는 물론 졸업식까지 취소해버렸고,
나를 포함한 전국의 거의 모든 21학생 신입생들은 선배나 동기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채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원래는 오티 때 조를 짜고 끼리끼리 모여서 선배들에게 수강신청 꿀팁이나 꿀강, 족보 이런걸 공유받는다던데⋯
그저 단체 톡방에 종종 올라오는 공지사항과, 어색함이 화면 밖으로까지 전해지는 과 동기들의 별 거 없는 말들.
'혹시 XX시에서 오시는 분 계세요?'
'내일 밥 같이 드실 분 있으신가요..ㅠㅠ'
'게임 조금 하다 주무실분 갠톡주세요.'
지금은 내일 개강을 축하한다며, 뒷풀이에 올 사람은 저녁 6시까지 모이라는 공지사항이 달려 있다.
그리고,
새로운 미션이 주어졌음을 알리는 소리가 울리고는 성별을 알 수 없는 목소리와 함께 내용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