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5화. 연어
스승님, 사람이란 무엇인지요—
—낄낄. 사람은, 보지에서 나서 보지로 돌아가는 게야.
⋯인생은요?
개쎅쓰으으으—!
※※※
예전에 심X라는 게임을 한 적이 있다.
러XXX이라는 곳에서 제작하는 성인용 패치가 있는데, 그걸 적용하면 몸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조정할 수 있고
남성과 여성의 결합을 현실적으로 만들어주는걸 넘어서, 정말이지 온갖 일들을 다 해 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슬라이더 패치라는걸 받으면, 체형을 조절하고 성기의 모양까지도 손볼 수 있다.
남자를 바보로 만드는 완숙한 보지를 만들 수도 있고, 수줍은 처녀보지를 만들 수도 있다는 소리다.
내가 그정도로 엄청난 장인정신과 성욕을 가진건 아닌지 직접은 못하겠더라.
그냥 남들이 만들어놓은거 갖다 쓰고 살짝 수정하는 정도이지.
⋯그러니까, 나는 지금 그 때 내 여자 캐릭터를 커스텀했던 것보다 더 열정적으로 보지를 고르고 있다.
보지천재 김말이—
보지천재라니, 이런 말은 누가 생각하는건지 모르겠어. 보지천재가 있으면 좆밥보지도 있는건가?
⋯앞에 말은 너무 좋아서 남자를 쥐락펴락 하는거겠고, 뒤에꺼는 뭐 박힐때마다 저항도 못하고 가버린다— 이런 뜻 아닐까.
어우, 이래서 사람은 쉬면 안된다.
잠시 현자타임이 와서 쉬고 있었더니 온갖 생각이 들면서 자괴감이 몰려왔다가, 뻘스러운 생각, 말같지도 않은 드립이 생각난다.
'일단 마저 골라야지⋯'
슬슬 안 고르면, 소변이 또 마려워질 시간이다. 소설보면 존나게 예쁜 여자가 돼서 황금빛 인생을 설계하는데, 난 오줌 걱정이나 하고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냥 아무 생각없이 바지내리고 힘주면 소변을 볼 수 있었는데.
아 진짜.
어차피 언젠가는 다시 자지를 돌려받을 텐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순간 대충 마무리 지으려다가도, 이왕 하는거 잘 해보자는 생각에 다시 몇 페이지를 더 뒤져보기로 했다.
한 번 시작한 일인데 제대로 해야지. 오기와 집념이 없으면 뭘 해도 성공할 수 없다고.
18페이지, 19페이지. 오, 이건 좀 괜찮은데.
조금만 더 찾아봐야지. 새 탭 띄우고,
26페이지, 27페이지, 28, 29, ⋯⋯⋯⋯⋯
찾았다—
한 40페이지 즈음에, 그러니까 몇개월 전 아직 2020년일 때에 올라온 사진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니까, 허 선생님의 인기작에 나왔던 보지 사진 그리는 그 할배도 감탄할 만한—
아니지. 할배니 할매니, 그 사람들도 다 젊던 시절이 있는데 단순히 괴짜라고 그리 가볍게 보면 큰일나.
자꾸 이상한 생각을 하면 안된다.
못된 저주를 받을 지도 몰라⋯
어쨌든 내가 찾은 사진은 누구라도 감탄할 만한 엄청난 거였다.
⋯⋯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에
깔끔하게 정리를 했지만 약간은 새로 올라오기 시작한 조금의 털들
조각같이 예쁜 각도로 선이 그어져 있고
너무 두툼하지도, 너무 빈약하지도 않게 살이 오른 그 둔덕—
이건 일류 보지다.
누구라도 한 번 발을 들이면, 절로 오곡을 찾게 될 미의 최절정이다⋯
아침의 그 참사를 잊은듯, 나는 한창 건강한 20살 남자답게 엄청난 상상을 해버렸다.
내가 모범생인건 맞는데, 사실 사람 속까지 완전 선비인거는 아니거든.
어쨌든 이보다 더 마음에 드는 사진도 없을 것 같고,
슬슬 정신적으로도 현자타임을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아 마무리를 짓기로 했다.
40페이지정도 봤으면 진짜 할 만큼 한거다. 프로딸잡이도 수십페이지씩 보지는 않을거같은데?
음. 그러니까 어떻게 하라고 했더라⋯
고른 걸 마음 속으로 상상하라고 했나? 나 미술 못하는데 이상하게 잘못 상상하면 어떻게 하지.
그림 그려보라고 하면 졸라맨밖에 못 그리고, 색깔 감각도 묘하게 딸리는 거 같고. 남들은 구리다는데 내가 보기엔 존나 괜찮아 보였던 옷들이 문득 생각난다—
시발 나 진짜 센스없는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의 권유로 반강제적으로 백일장 대회에 나간적이 있는데 사실 이미 그 때 깨달았다. 난 미적 감각이 없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실수라도 할까봐,
아까전에 한창 건강한 남자라고 자부했던 혈기는 다 어디로 갔는지, 너무나도 소심한 걱정을 앞세우며 다시 화면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실수하면 안되니까 만전을 기하는 거라고.
그러고보니 이 사람은, 점이 없네. 가끔 야짤보면 은근 매력점이던데⋯
⋯
사진을 보다보니 나도 모르게 상상을 쭈욱 하게 됐고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속에 또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야? 아직 다 기억못했는데—!
띠링.
>> [미션] 이 보지는 무료로 싸줍니다
>> 미션 도전에 성공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상상한 여성기가 당신에게 부여됩니다.
⋯⋯⋯⋯
⋯⋯⋯
⋯잘 됐겠지?
※
다행히도 가랑이 사이로 새로 생긴 내 보지에는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다.
작은 거울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핸드폰 셀카모드로 화면을 찍고선, 모니터 속 사진과 천천히 비교해봤거든.
남이 올린걸 볼 때랑 다르게, 내 거를 직접 찍으니까 그냥 무덤덤하다.
털⋯ 밀려있구나. 약간 자국이 있는걸 보니까 아예 안나는건 아닌가보다.
뭐 확실히 예쁘장한 보지야. 잘 만들어지긴 했어. 이건 나작보다. 안녕 나만의 작은 보—
아니, 너무 잘 된거도 문제 아닌가⋯?
너무 고퀄인데⋯⋯⋯
이 정성으로 내 고추나 다시 달아주지, 이게 무슨 소용이냐고.
불행 중에 다행인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보지가 달렸으니까 이제 소변은 볼 수 있겠다.
씨발, 미쳤냐고— 남자한테 보지가 달렸는데 이건 그냥 불행이지.
움찔.
아침 먹은게 소화되면서 마침 오줌도 마려워지는 찰나에
끔찍했던 아침의 그 대형사고가 떠올라서 황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거 제대로 작동⋯ 기능은 하겠지?
그럴싸해보이는 걸 넘어서 일단 겉보기에는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이, 정말 예쁘장하게 잘 붙어있다.
실제로 본 적은 없는데 뭐 그렇다고.
'후우⋯'
일단 보상가지고 장난을 치지는 않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소변을 보기 위해 변기에 앉았는데 생각해보니 여자는 오줌을 어떻게 싸는지 모르겠다.
대충 힘을 좀 줘볼까.
분명 어제까지는 자지가 잘 달려 있어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봤던 소변이 너무나도 낯설고 생소하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기고, 다 비슷한 방식으로 사는 거 아니겠어—
그냥 본능적으로 배 밑부분에 힘을 적당히 줬더니, 오줌 줄기가 나온다.
쉬이—
하, 다행이다 쉬바알⋯
⋯그런데
원래 오줌이 이렇게 많이 튀는건가⋯?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많이 묻어⋯?
오줌을 싸는 거 까지는 좋았는데, 또 다른 문제가 새로 생겨버렸다.
오줌을 쌌는데, 난 20살인데, 오줌이 사방 팔방 다 튀고⋯
보지로 다 흐르잖아, 아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내 보지만 이러는게 아니고, 원래 다 그런거 같다.
여자들은 매일 이런 불편을 감수했던건가? 이런 얘기는 남자들 앞에서 못하니까 나도 이제서야 알게되네.
그럼 밖에서 볼 일을 볼 때는 뒷처리를 어떻게 했던 건지도 의문이고. 너무 비위생적인데.
진짜 존나 더럽네. 페티쉬가 있으면 모를까 지금까지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그런거도 아니라 그냥 열받기만 한다.
입으로 씨바알, 씨발— 욕지거리를 하며 급한 대로 휴지로 슥슥 닦고 나니 문득 생각이 든다.
'이거 원래 이러는 건가?
오줌 쌀때마다 이렇게 묻으면 뭐 피부병같은거 생기는거 아니야?⋯⋯'
후우. 오늘 참 한숨을 많이 쉬게 되는 거 같은데.
일단 찝찝하니까 샤워는 다시 해야지.
몸 윗부분은 대충 씻고, 오줌이 잔뜩 묻어버린 보지 쪽에 샤워기를 가져다 대본다.
이거 무슨 만화같은거 보면 물줄기에 맞아서 느끼던데, 나도 그러는건 아니겠지⋯
절대 느끼면 안된다.
애초에 만화니까 현실이랑 다르겠지만, 정말 이런 걸로 느껴버리면 시작부터 망하는 거다.
난 남자라고.
쏴아—
다행히 느끼고 그런 건 아닌데, 아직 적응이 안 된건지
세차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예민하게 받아들인 내 피부가 아픔을 호소한다.
'읏..'
그래. 어떻게 보면 이제 새로 난 살인데 샤워기의 수압이 부담이 될 만도 하다.
어쩐지 아까 팬티를 입고 있는데 묘하게 아프더라. 안그래도 민감한 부위인데 남자 팬티 특유의 이음매에 쓸렸던거 같다.
물 닿는 것도 그렇고, 속옷 문제같은 것도 그렇고⋯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 좀 참을만 해 지겠지—
그래도 닦긴 해야 하니, 배 쪽으로 샤워기를 옮겨 조심스럽게 물을 흘려보내 한 손으로 닦아주기 시작했다.
정말 수압이 세면 쇠도 자른다던데, 연약한 살을 험하게 대하면 금방 붉기가 올라오고 상처가 날지도 모르잖아.
괜히 연고로 낫지 않을 정도로 다쳤다가 병원에 갈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더 곤란해.
그리고 이 부분은 성감대이니까 행여나 뭔가를 느낄까봐 더욱 조심스러워진 손길로 오줌을 닦아내었다.
'다행이다—'
난 20년의 인생동안 나 자신이 여자로 태어났어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이제와서 하루아침에 보지로 느낀다는건 수치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고추달고 잘만 살아왔잖아. 내 고추로 성욕을 느낀건 사춘기 때부터고. 몇시간도 안돼서 보지로 느끼는건 인정 못 한다고.
이건 자존심의 문제이고, 나라는 인간의 자아와 직결되는 문제이고, 내 정체성의 문제야—
신이 내게 미션을 부여하면서 이걸로 뭘 느끼게 된다는 식의 짜증나는 설정을 달아놓지 않은게 다행이다.
좀 열받지만, 일단 배뇨가 되기는 하니까.
볼 일을 보는데 밑으로 다 흐르고 묻는거는 짜증나지만, 복통으로 배를 부여잡고 바닥을 나뒹구는 것보다는 훠얼씬 낫다.
⋯그래서 다음 미션은 언제쯤에나 줄 생각인걸까.
대체 언제 미션이란 거를 또 줄 건지, 무슨 내용으로 나올지 걱정도 된다. 시발, 존나 이상한거 시키려나—
자지가 사라진 거를 보지로 바꿔준 느낌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보다 황당한 일은 없을거 같다.
그저, 빨리 내 몸에 생긴 이변을 해결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걱정 없이 누리고 싶을 뿐이다.
시키는 걸 잘 하면 내 자지를 돌려준다고 그랬어. 변덕이 심해보이던데, 좀 하다가 질리면 알아서 접겠지.
괜히 도발하면, 이상한 걸 시킬 테니 일단은 좀 차분하게 기다려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