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2화 〉여과장을 함락시키다 (6)
여과장을 함락시키다 (6)
다음 날 아침, 위풍당당하게 걷고 있는 내 옆에 미셸이 나란히 걷고 있다.
발기상사에 들어온 뒤로, 건물로 들어서면서 이렇게 당당하게 어깨를 쭉 펴고 성큼성큼 걸어본 적은 없었다.
머릿속에 침대 머리에서 미셸이 한 말이 떠올랐다.
'네? 탄탄상사랑 내일 계약을 갱신할 예정이었다구요!?"
미셸의 말을 듣고, 그대로 졸도하는 줄 알았다.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는 내게 미셸이 부드러운 미소를 흘린다.
"여자의 기쁨을 알게 해 준 발탁 씨에게 더 큰 보답을 하고 싶어요."
"저, 더 큰 보답이라면?"
"망고와 바나나뿐 아니라, 저희 체인에 필요한 모든 수입과일은 발기상사에게 맡기 겠어요."
"헉!!"
싼티나는 감탄사가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자지 하나 제대로 달고 태어나, 좆방망이 멋지게 휘둘러 역전 만루 홈런을 때린 순간이었다.
* * *
엔벅 체인에 납품하는 과일 전부를 탄탄에서 발기로 바꾸겠다는 미셸의 말을 듣는 순간, 암표범이 영혼이 빠져 나간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곧이어, 발기상사의 재원이자 얼짱인 도도한 김애린 과장의 얼굴에서 늘 엿보이던 위엄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총 맞은 것처럼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져 갔다.
자신도 온몸으로 들이밀었다가 씨도 안 먹혀 물러난 엔벅의 납품계약을, 망고나 바나나도 감지덕지인데, 열대과일 전부를 나 같은 찌질이가 따왔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나도 모르게 찌질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조금 오버스러운 말이 튀어나왔다.
"과장님. 뭐하세요? 빨리 계약 준비 하세요. 티미하게 멍청히 서 있으면 어떡합니까."
"으, 응...미안."
귓가에 속닥거린다.
'미셸 씨 마음 변하기 전에 후다닥 튀어가서, 계약서 갖고 오세요. 계약파기되면 책임지실 거에요?'
"아, 알았어."
일벌인 영업 사원들 위에서 여왕벌처럼 군림하던 김 애린 부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냅다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상쾌한 쾌감을 느꼈다.
사무실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다들 무슨 일인지 몰라 눈치만 보다가, 상황파악이 되자 여기저기서 한 마디씩 터져나온다.
"엄청난데. 발탁이 한방 터트렸어. 엔벅의 계약을 따왔어."
"야, 지금 봤어? 과장님 얼굴 말이야. 저렇게 당황스러워하는 모습 처음 봤다구."
사무실 안의 동료들과 선배들이 먼발치에서 칭찬을 해댄다. 그리로 다가가서 으시대고 싶었지만, 엔젤 벅스의 섹시하고 아름다운 미셸을 혼자 둘 수가 없어 설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기분 되게 좋네. 저 존경어린 눈빛들. 찌질이들...설마 내가 좆방망이 휘둘러서 계약 따온 줄은 모르겠지.'
나는 좋아서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게다가 과장의 달콤한 상까지 날 기다리고 있잖아. 사무실에서 한 시간 동안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이거야.'
* * *
계약을 마치고 빌딩 밖까지 배웅을 한 뒤, 재빨리 달려가 아우디의 문을 열자, 미셸이 씽긋 상쾌하게 윙크를 날린다
"발탁 씨, 이걸로 빚은 갚은거죠?"
"네. 정말 감사합니다, 미셸 씨"
"후훗. 발탁 씨의 방망이가 절 여자로 다시 태어나게 했는걸요. 전 곧장 미국으로 날아가서 남편을 만날거에요. 오르가즘을 느끼게 된 몸으로 남편의 방망이 맛을 보고 싶거든요."
미셸의 얼굴에 사랑에 빠진 여자의 표정이 감돌았다. 오르가슴의 요령을 터득한 미셸은 앞으로 미국인 남편인 엔벅 사장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미셸 같은 여자는 흔치 않은데. 좀 아쉽네.'
"어렵거나 곤란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차문이 닫히고, 아우디가 멀어져 간다.
멀어져 가는 차를 바라보는 내 머릿속에 빽으로 찌를 때마다, 엉덩이를 출렁이며 갈색 머리카락을 흔들던 미셸의 요염한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 * *
"김 과장님, 그럼 약속하신 선물을 받고 싶습니다."
엔벅과 굵직한 거래를 성사시킨 다음 날, 나는 가슴을 당당하게 펴면서 암표범에게 선언했다.
"응? 아직 퇴근 안 했어? 난 신경 쓰지 말고 먼저 퇴근해."
'이게 시치미를...'
"저, 과장님 잊으신 건 아니죠?"
"뭘? 나중에 얘기하면 안 될까? 보면 알 잖아? 지금 바쁘거든."
쇼트 헤어와 검은테 안경이 예쁜 얼굴에 지적인 분위기마저 감돌게 한다.
늘 그렇 듯 쿨하게 모두 퇴근한 뒤에도, 혼자 남아 해외에서 온 메일과 카탈로그를 살펴보고 있다.
"우헤헤. 과장님, 치사하게 시치미 떼시기에요?"
바짝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 듯 말한다.
"무슨 소리야?"
"사무실에서 한 시간 동안은 제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약속하셨잖아요."
모성애를 자극하는 아래로 처진 눈을 강조하며 씩 웃었다.
카탈로그를 살피던 암표범 김애린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그리고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맑고 차가운 눈동자로 날 응시한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고 싶은건데?"
"우선, 회의실에서 과장님과 얘기를 좀 하고 싶습니다."
"다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데. 그냥 여기서 얘기하면 안 돼?"
"약속을 어기실 생각입니까?"
하얀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은 걸 참고 있는 게 틀림 없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회의실에서 응큼한 짓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톤을 한껏 높여 화를 낸다.
"설마 저 같은 찌질이가 감히 하늘 같은 과장님에게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
"실망입니다. 과장님이 이렇게 약속을 가볍게 생각하시는 분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정말 거기서 아무 짓도 안 할거지?"
"그야...헤헤. 일단 저와 회의실로 가신 뒤에, 거기서..."
아름다운 과장의 얼굴에 불안이 떠올랐다.
'꼴좋다. 설마 나 같은 찌질이가 정말로 일을 성사시킬 줄은 몰랐겠지?'
* * *
회의실에 들어서자 마자, 나는 꾹 손잡이를 눌러 문을 잠궜다.
"여기 들어오고 싶어서, 퇴근도 안 하고 목이 빠지게 기다렸거든요. 과장님."
얼짱에 세련된 과장과 단둘이 있게 되자, 언제 어디서나 빨딱빨딱 서는, 발탁님의 자지가 힘차게 바지를 밀어올리며 텐트를 친다.
'섹시한 암표범...정말 못 참겠어!'
감색의 투피스를 입고 있는 과장을 천천히 스캔한다.
젊고 아름다운, 도도한 여자 특유의 강렬한 섹시함을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다.
길게 쭉 뻗은 매력적인 다리에 시선이 쏠린다.
하이힐에 타이트 스커트가 이렇게나 멋지게 어울리는 여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아무도 없는 회의실로 날 데려와서 뭘 하고 싶은 건데?"
"여기서...과장님이 제 자지를 좀 빨아주셨으면 해서요."
"!!!"
"왜요? 사까시 모시세요? 펠라치오."
[짝!]
눈앞이 번쩍하면서, 암표범의 싸대기가 빰에 날아들었다.
"너, 미쳤어?"
"어라, 약속이..."
"약속? 무슨 약속? 내가 언제 그런 더러운 짓을 한다고 말했어?"
"저, 그게....그러니까...내가 계약을 따오면 내가 시키는 걸 과장님이……"
사나운 암표범 앞에서 주눅이 들어, 혀가 꼬인다.
"가벼운 키스 정도나 보너스 정도라면 몰라도, 찌질이 주제에 과장인 나에게 그런 더러운 짓을 하라는 거야?"
[짝! 짝!]
이번에는 별이 어른거린다. 쌍으로 왼쪽 오른쪽 싸대기를 때리더니, 주먹을 쥐고 죽방을 날렸다.
순간, 어질어질 정신이 혼미해졌다.
"과장님...너무하세요."
한심한 말이 입에서 흘러나오는 동시에,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처진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자, 이제 제정신이 들었지? 어쨌든 회의실까지 따라왔으니까, 약속은 지킨 거야. 알았어?"
불꽃이 튈 정도로 싸대기와 죽방을 맞았는데도 이상하게 언제 어디서나 빨딱 서는 자지가 자존심도 없이 뻣뻣하게 텐트를 쳤다.
아름답고 섹시한 여과장에게 맞은 탓인지, 피학적이고 도착적인 욕정에 허리가 욱신거렸다.
'말도 안 돼! 왜 내가 싸대기에 살짝 얹여 죽방까지 맞아야 되냐구?"
나는 용기를 쥐어짜내, 암표범에게 달려들었다.
"전, 이 계약을 따내려고 미셸 씨와 몸까지 섞었어요. 그런데 페라 대신 죽방을 날리시면...억울합니다."
"너, 그런 더러운 짓까지 하면서 거래를 튼거야? 더러워."
여과장이 역겹다는 듯이 이지적이고 단아한 얼굴을 찡그렸다.
"네, 전 제 몸까지 더럽히면서 계약을 따낸 겁니다. 수단이야 어쨌든 엔벅과의 계약을 성사시킨 건 사실이잖아요? 사까시 하기 싫으면 죽방을 날릴 게 아니라, 손으로 좆대가리라도 쓰다듬어 주시는 게 도리 아닙니까?"
"왜 내가 네 거시기를 쓰다듬어? 너 미쳤어?"
"그게 아니잖아요! 제가 저 좋으라고 자지를 썼습니까? 그게 다 회사랑 김 과장님을 위해서 제 자지를 쓴 거 아닙니까?"
"너, 정말 미쳤구나?"
"우씨! 이런 게 어딨어? 과장님을 위해 자지를 더럽혔으니까, 깨끗이 빨아서 깨끗하게 해 주세요! 그게 앞뒤가 맞잖아요!"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억지로 땡깡을 부렸다.
내 개똥 논리가 의외로 먹혔는지, 암표범이 입을 다물고 넋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다.
'좋아, 조금 더 밀어붙이면 함락시킬 수 있어.'
"과장님이 약속을 안 지키면, 저 사표 쓰겠습니다."
"써. 누가 말려? 사표 써서 지금 줘. 당장 수리할테니까."
'계속 그렇게 큰소리 쳐 봐.'
나는 느긋한 말투로 암표범의 눈을 쳐다보았다.
"엔벅과의 계약서에 적혀 있는 유의 사항 안 읽어 보셨죠?"
"뭐? 그런 게 있어?"
"엔벅와의 이번 계약은 저 손발탁이 발기상사에 재직하고 있을 경우에 한해, 유효하다는 조항이 있거든요."
"...그런 유의사항이 있는 줄은 몰랐어..."
"그 말인 즉, 내가 회사를 그만두면 그 시점에서 계약은 무효가 된다는 거죠. 몇 십억짜리 계약이 휴지가 되는 거죠."
"......"
"이제 아셨죠? 알았으면 그만 약속대로 제게 선물을 주세요. 과장님."
"교활해. 그런 걸 계약서에 명기하다니..."
"과장님이 이럴 것 같아서 보험을 들어놓은 거죠."
나는 승자의 여유를 보이며, 의자에 앉았다.
"또 하실 말씀 있으세요?"
"......"
등받이에 기대 다리를 벌리고 앉아, 지퍼를 끌어내렸다.
"뭐 하세요?"
"뭐?"
"자지 안 빠실거에요?"
"왜 내가...."
"회사랑 과장님을 위해 제 몸까지 더렵혀가면서 고생한, 불쌍한 내 자지, 고생 많이 했으니까, 빨아서 깨끗이 해 주셔야죠."
"....."
주저하던 과장의 얼굴에 차츰 체념의 빛이 떠오른다.
천천히 나를 향해 암표범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