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8화 〉누나는 간호사 (17)
누나는 간호사 (17)
타원형으로 난 헤어 가운데에 면도칼이 지나간 뒤, 모습을 드러낸 맨들맨들한 치구를 나는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어린 시절에 알몸으로 목욕할 때 보았던 누나의 몸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누나의 몸이 전혀 다르게 변해 버린 것이 신기했다. 나는 누나를 그 때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싶었다.
나는 신중하게 면도칼을 놀렸다. 치구 위에 난 곱슬곱슬한 털을 모두 밀자, 이번엔 살틈에 손을 가져갔다. 살틈에 생채기를 내지 않게 조심하면서 면도를 하던 나는 살짝 살틈 안에 손가락을 집어 넣었다. 점막은 매끈하게 이슬이 배어나와 있었다.
맨들맨들한 치구를 바라보면서, 나는 부드러운 살틈의 양 옆에 나 있는 헤어를 면도하기 시작했다. 수풀은 세로로 갈라진 금의 중간에 나 있었다. 나는 가운데 손가락을 질 안에 집어 넣고, 여러번 쑤시면서 그 안에 고여 있는 음액을 긁어냈다.
손가락이 살틈을 들락날락할 때마다, 누나의 붉은 입술 사이로 달콤한 콧소리가 흘러나왔다. 곧이어 나는 손가락으로 살틈을 뒤집어, 꼼꼼히 면도칼을 스윽스윽 움직이면서, 나머지 털을 제모했다.
부드러운 민우의 손가락이 살틈을 더듬고, 면도칼의 간질이는 듯한 칼날의 감촉에 나는 반쯤 꿈을 꾸는 기분으로, 꿈 속에서 떠도는 듯한 녹아내릴 듯한 관능적인 기분을 느끼며, 그대로 잠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 * *
형광등 불빛이 희미하게 빛나고, 창문에는 블라인드가 쳐져 있어 시간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가운 한 장만을 걸친 채,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욕실에서 스르륵 잠든 것만은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푹 잔 것 같은데도, 개운하지 않고 나른함이 남아 있었다. 보라의 방에서 있었던 그 음란한 행위는 현실이 아닌 꿈처럼 느껴졌다.
이불을 덮고 있었지만, 샤워로 덥혀진 내 몸은 축축하게 땀이 배어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침대 옆에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동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갔다. 살짝 벌려진 가운의 사타구니에 어두운 수풀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욕실에서 잠든 나를 침대에 눕히고 계속 옆에 있어 준거야...'
가슴이 메어왔다. 나를 이렇게까지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기뻤다. 그리고 그 상대가 동생이라는 게 더 나를 기쁘게 했다.
가운의 띠가 느슨해져 있었다. 자는 동안 뒤척인 탓에 젖가슴과 허벅지가 드러난 흐트러진 가운을 매만져 바로했다. 내 손에 어린 계집 아이처럼 맨들맨들해진 치구가 닿았다. 치골 밑과 살틈 주위에 있어야 할 치모가 말끔히 사라지고 한 가닥의 긴 상처처럼 갈라진 살틈이 느껴졌다.
'동생이 내 헤어를 깎았어..'
수치심에 땀이 배인 피부가 열기를 띠면서 달아올랐다. 나는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화가 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몸 속에 고여 있던 외로움과 더러움이 모두 씻겨나간 느낌이 들었다.
"민우야.."
속삭이 듯 살짝 입을 열었지만, 동생은 내 목소리에 퍼뜩 잠에서 깨어, 고개를 들었다.
"계속 그곳에 있었니?"
"응..이제 좀 괜찮아?"
걱정스러운 낯빛으로 민우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그 얼굴에서 어렸을 때 독감으로 누워 있던 나를 걱정하며 내 옆에 있어 주었던 상냥한 마음씨를 가진 동생의 모습을 떠올렸다.
"응..이제 괜찮아..목이 말라.."
"응..알았어."
민우는 재빨리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수가 든 페트병과 유리잔을 들고 다시 들어왔다. 차가운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청량감이 느껴지며 조금 기운이 났다.
"춥지 않아?"
여름이라도 밤에는 조금 쌀쌀한 기운이 느껴졌다. 게다가 욕실에서 나와 가운 한 장만을 입고 있는 동생이 어쩐지 추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리 와..옛날처럼 누나 옆으로 와. 함께 자고 싶어."
너무나 자연스럽게 같이 자자는 말이 내 입에서 새어나왔다. 너무 오래되어 잘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어렸을 때는 한 이불을 덮고 같이 잔 적이 꽤 많았다.
하지만 이미 금기의 선을 넘어 육체관계를 맺어 버린 지금, 어렸을 때 처럼 정말 서로를 이성으로 의식하지 않고, 그저 의좋은 누나와 남동생처럼 한 이불에서 잘 수가 있을까?
동생은 망설이면서도, 내가 덮고 있는 이불 끝자락을 들추자, 그 사이로 조심스럽게 미끄러져 들어왔다.
이불 밑으로 몸을 감추면서, 나는 입고 있던 가운을 벗고, 알몸이 되었다.
"민우 너도 벗어..나를 안아 줘..대신 아무 짓도 하면 안 돼.."
위험한 도박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럴 생각으로 같이 자자고 말한 게 아니라는 걸 민우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어렸을 때처럼..아이였을 때처럼..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
보라의 방에서 일어난 끔찍한 능욕과 친동생인 민우와의 용서 받을 수 없는 배덕적인 정사를 모두 잊고 싶었다. 아직 아무 것도 몰랐던 그 시절로 돌아가면, 모두 말끔히 지워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운을 벗어, 바닥에 던지고 알몸이 된 동생이 몸을 밀착시켜 왔다. 민우는 목 아래에 한 쪽 팔을 걸치고, 다른 손은 허리 아랫부분에 얹어 놓았다. 나는 민우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몸을 가까이 밀착시켰다.
허벅지와 허벅지가 서로 스쳤다. 땀이 밴 내 살갗에 차가운 민우의 알몸이 닿자, 기분 좋게 느껴졌다. 하지만 곧 달아오른 내 체온이 민우의 몸에 전해지면서 민우의 살갗도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내 아랫배에 강하고 딱딱한 감촉이 느껴졌다. 거웃이 사라진 탓으로, 직접 치구에 닿아 그 위에서 맥박치고 있는 페니스의 감촉은 배덕적인 행위를 부추기는 수컷의 욕망 그 자체였다. 동생의 가슴에 내 가슴을 밀착시키자, 유방이 일그러지면서 거칠게 뛰고 있는 민우의 심장 고동이 직접 느껴졌다.
"이대로..그냥 이대로..아침까지 이러고 있어 줘..."
남녀관계가 아닌 남매관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내 마음을 동생에게 전하기 위해 그렇게 말했지만, 알몸으로 껴안은 채, 아무 짓도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일종의 고문이 아닐까. 하지만 그 시련을 이겨내면, 두번 다시 금기의 선을 넘는 배덕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금기의 선을 넘기 전의 누나와 남동생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옆에서 등에 닿아 있는 민우의 손바닥의 뜨거운 감촉과 부드러움이, 살틈의 둔덕을 누르고 있는 허벅지의 강인함이, 치골에 닿아 꿈틀거리는 수컷의 강인함이, 나로 하여금 지금 내 팔에 안겨 있는 동생이 성장한 한 마리의 늠름한 수컷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일깨워 주고 있었다.
'넣고 싶어..내 치골 위에서 떨고 있는 수컷을 내 몸 안에..내 살틈을 헤집고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만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있었다. 몸 속까지 바짝 메말라 버려 그럴 여력은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흘리며, 민우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민우의 가슴에서 땀 냄새가 났다. 그 냄새는 동생의 땀과 내 땀이 섞인, 두 사람의 가슴과 허벅지에 흠뻑 밴 땀이 하나로 섞인 냄새였다. 나에게 그 냄새는, 두 사람 사이에 똑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민우의 허리에 두른 팔이 무심코 가랑이 쪽으로 미끄러져 동생의 페니스에 부딪쳤다. 살짝 손을 뻗으면, 그 젊은 수컷은 쉽게 내 손에 들어올 것 같았다. 민우의 손이 꿈틀거리며 움직일 때마다, 갈라진 살틈을 만져주기를 기대하며 나는 숨을 죽였다.
하지만 블라인드가 걷히고 환한 햇살이 방으로 비춰들 때까지, 보이지 않는 밧줄에 묶인 것 처럼, 나와 동생은 서로 꼭 껴안은 채, 다정한 남매의 모습 그대로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채 평온한 아침을 맞았다.
* * *
다음날 아침, 나와 민우 사이에는 평온한 분위기가 피어났다. 더 이상 민우를 남자로 의식하며 긴장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 이후 며칠이 지났지만, 그 밤의 일에 대해서는, 나도 민우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리하던 장마가 끝나고, 무더운 날이 계속되던 어느날, 보라가 병원을 떠났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반출이 금지된 병원의 약물을 몰래 들고나갔다가 들킨 모양이었다. 나는 그날 이후, 보라에 대해서는 거의 들을 일이 없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던 어느 날, 담당 환자들에게 그날 복용할 약을 전해주고 나는 너스 스테이션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스테이션에 젊은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하늘이 다니는 회사의 영업사원인 두찬이었다. 아직 서른이 안 된 젊은 영업사원이었다. 그가 하늘을 대신해 약을 납품하러 와 되었다. 일시적으로 그가 찾아온건지 아니면 이 병원 담당이 그로 바뀐건지 알 수가 없었다. 거의 일주일 가까이 하늘에게서는 아무 연락도 없었다.
* * *
"아, 안녕하세요. 현아 씨. 후우~ 정말 덥네요."
사근사근한 성격의 두찬이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살짝 고개를 숙이면서 스테이션 안으로 들어가려는 나를 두찬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불러세웠다.
"저..현아 씨. 바쁘시지 않으면 저랑 어디가서 식사라도 하지 않으실래요?"
"네에?"
"아니, 오늘이 아니더라도..현아 씨가 좋을 때.."
나는 두찬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쭉 궁금하게 생각했던 걸 그에게 물었다.
"저, 하늘 씨의 담당이 바뀌었나요?"
제약사 영업사원이 담당 병원을 대신 방문하는 건 흔한 일이라고, 하늘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아, 모르셨나요? 하늘 씨는 영업 과장으로 승진했거든요. 정말 부럽지 뭡니까. 회사 중역의 고명딸과 결혼을 하다니.."
두찬이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결혼이요? 그런 얘기는 한 마디도 없었는데.."
나는 무언가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그와 동시에 반사적으로 확인하 듯 두찬에게 반문하 듯 말했다.
"모르셨나요? 하늘씨의 결혼은 이미 작년부터 회사에 소문이 파다했는데.. 들리는 말로는 좀더 경험을 쌓게 하려고 일부러 납품일을 계속 했다는..."
묻지도 않은 말까지 지껄인 뒤, 두찬은 입을 다물었다. 창백하게 굳어진 내 모습을 깨달은 것 같았다.
"저..혹시 하늘씨와 무슨.."
"아니, 별일 아니에요."
나는 도망치듯 너스 스테이션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다고 생각한 건 나 뿐이었어..'
그때 내 머릿속에 주차장에서 달아나 듯 차를 출발시키던 하늘의 머습이 떠올랐다. 그때 어렴풋이 품었던 불길한 예감이 이렇게 적중할 줄이야.
그 일이 없었다면, 더 심한 충격을 받았을 테지만, 나 역시 어딘지 모르게 하늘에 대한 마음이 식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충격이 크지는 않았다. 하늘에 대한 집착이 없지는 않았지만, 근래에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 때문에 하늘의 배신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현아 씨, 응급환자야!"
수간호사가 외치는 소리에, 나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창밖에서 요란하게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