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노예 신입사원 (8)
노예 신입사원 (8)
'못해...속이 훤히 비치는 블라우스를 입고..이건 속옷만 걸치고 있는 것과 다름 없어..'
은비는 찬호의 명령이 사악한 악마의 말처럼 들렸다.
"저는 안 마셔도 괜찮아요..."
"하여간 요즘 젊은 여자들은..넌 어떻게 너만 아냐?, 이 분은 어쩔거야? 커피 한잔도 대접하지 않겠다는 거야? 회사에 들어왔으면 사회인답게 행동해야지. 언제까지 학생 기분에 젖어 있을거야?"
"하지만...이런 옷을 입고 어떻게..너무 창피해서..."
"뭐야? 또 유니폼 타령이야?! 정말 몇 번 말해야 알아먹을래? 자의식이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 이 사원식당에서 은비 너의 복장에 신경 쓰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래?"
찬호는 싸늘하게 은비를 쳐다보았다.
"죄, 죄송해요. 그런 뜻으로 말씀 드린 게 아니라.."
은비의 입에서 조건반사적으로 사과의 말이 튀어나왔다.
'어쩔 수 없어...차라리 빨리 하라는 대로 하고 여기를 떠나는 게 좋겠어..'
은비는 체념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슴을 두 손으로 감춘 채 은비는 카운터 쪽으로 서둘렀다. 하지만 음료 카운터는 가장 구석에 있어서 은비는 꽤 걸어야만 했다.
초미니 스커트여서 드러난 다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카운터에는 서너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은비는 줄 끝에 섰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뒤에도 서너명이 줄을 섰다. 뒤에 있는 사람은 젊은 남자 사원이었다. 시스루 천을 통해서 찌르는 듯한 따가운 시선이 등에 느껴졌다.
'싫어! 난 구경거리가 아니야...'
은비는 그렇게 외치고 싶어졌다. 하지만 만일 그렇게 외친다고 해도 속이 훤히 비치는 블라우스에 초미니 스커트를 입은 채 그런 말을 해도 설득력이 없었다. 누가 보아도 노출벽이 있는 여자의 복장이었다.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꺼내는 순간, 한 손을 가슴에서 떼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식당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은비에게 쏠리고 있었다.
커피를 건네는 알바생처럼 보이는 여자 아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은비를 쳐다보았다. 왜 이런 천박한 복장을 입은 여자가 헤르메스상사의 사원 식당에 있을까. 라고 말하는 것 같아, 은비는 뺨이 후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곧 은비는 더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컵 두 개를 가지고 가려면 두 손을 벌려야 했다. 트레이에 얹고 한 손으로 나르는 건 그녀에겐 무리였다.
컵을 트레이에 얹고, 두 손으로 든 채, 돌아보자 사람들의 시선이 불거진 가슴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아...창피해..어떻게 하지.'
은비가 입고 있는 블라우스는 블라우스라고 하기에는 정말 너무 얇았다. 유방의 융기와 그 골짜기의 그림자까지도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또 등 역시 살색이 훤히 드러나 있어, 남자들의 욕정을 돋우었다. 젖가슴의 살점이 옆에서 밀려나온 것까지도 전부 보였다. 허리는 잘록하게 들어가고, 스커트에 숨겨진 멋진 힙 라인이 응큼한 욕정을 부채질했다.
'싫어...제발 보지 마..'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며 은비는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컵 속의 커피가 쏟아질 듯 넘실거렸다. 쏟는다면 다시 사러 가야 했다. 은비는 조조한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걷는 속도를 늦추었다.
'노출을 즐기는 변태라고 생각할거야..'
은비는 겨우 자리에 도착했다. 찬호의 옆에서 노인이 히죽 웃고 있었다.
"이거 참, 고맙습니다. 우헤헤...저 같은 노인네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 줘서..정말 착한 아가씨군요."
그러면서도 노인의 눈길은 계속 은비의 유방을 쫓고 있었다. 은비가 커피 잔을 테이블 위에 놓기 위해 몸을 숙이자, 노인은 손을 내밀어 커피잔을 쥐는 것 대신 얼굴을 은비의 가슴에 가까이 가져갔다.
"저, 그렇게 힐끔힐끔 쳐다보지 마세요..."
가까운 거리에서 노골적으로 가슴을 쳐다보자, 은비는 수치심에 몸이 뜨겁게 상기되었다.
"아, 은비 씨. 이왕 일어선 김에, 뷔페 코너에서 음식도 좀 가져다 줘. 두 사람 분. 아, 그리고 노인 분 것도 함께."
은비는 울상을 지었다. 찬호가 가리킨 부페 코너는 식당 반대편에 있었다. 게다가 접시에 음식을 담는 동안, 주변 사람들이 쳐다 볼 게 뻔했다.
"이제 그만...용서해 주세요"
"용서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음식을 좀 담아 오라고 말했을 뿐이잖아? 체, 어쩔 수 없군. 알았어. 이번에는 나도 따라가 줄게."
찬호가 등을 떠밀자, 은비는 체념한 듯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 * *
은비의 뒤에 붙어, 찬호와 노인이 따라왔다. 노인은 얼룩이 묻은 은비의 베스트를 총무부에 전달하는 일은 완전히 잊고 있는 것 같았다.
찬호는 본사 직원들의 주목을 받아도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은비는 두 손으로 가슴을 꼭 덮은 채, 땅만 보고 걸어갔다. 하지만 가슴을 가리고 있어도, 쭉쭉빵빵한 힙 라인은 스커트 위에 뚜렷이 도드라져 있었다 욕정을 돋우는 것은 엉덩이의 곡선만이 아니었다. 초미니 스커트라 걸을 때마다 팬티가 아슬아슬하게 보일락말락 보이지 않았다.
뷔페 테이블에 도착하자, 찬호는 은비에게 접시를 건넸다.
"샌드위치랑 감자 샐러드, 그리고 과일을 적당히 곁들여서 담아 줘."
모두 은비가 서 있는 곳에서 손을 뻗어야만 하는 곳에 있었다. 은비는 탁자 반대 쪽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찬호가 짜증을 내며 그녀를 가로막았다.
"시간 없어. 빨리 해!"
"네에..그치만 여기서는..."
"여기서 뭐?"
은비는 말을 잇지 못 했다. 팬티가 보일 것 같다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말을 하면, 더 주위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것 같았다.
테이블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 옆에서 노인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었다. 물론 시선은 은비 쪽에 쏠려 있었다.
"아니...아무 것도 아니에요."
은비는 힘없이 중얼거린 뒤, 샌드위치 쪽으로 손을 뻗었다. 은비의 움직임에 맞추어 핑크빛 스커트 사이로 흰 팬티가 보였다. 살갗에 착 달라붙어 있는 팬티는 공교롭게도 하이레그 타입이었다. T백 정도는 아니지만, 두 볼기살은 반쯤 삐져 나와 있었다.
평소에는 수수한 팬티를 입고 다니는 은비지만, 오늘은 입사 첫날이라 화려하게 치장하고 싶은 마음에, 애인에게조차 보이기 망설여지는 대담한 디자인의 팬티를 입고 온 것이었다.
휘익! 휘익!
놀리는 듯한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찬호는 휘파람 소리를 들으며 히죽 웃었다.
그 휘파람을 시작으로, 주위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힐끔거리며 은비를 보던 남자들이 이제는 노골적으로 엉덩이를 주시하고 있었다.
'다들 보고 있어..빨리 자리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마음이 급해서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음식이 잘 집히지 않았다.그 때마다 엉덩이가 살랑살랑 흔들리면서 남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줄뿐이었다.
엉덩이의 갈라진 틈에 처박힌 실크 팬티가 은비의 움직임에 맞춰, 음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편 은비의 정면에 있는 사람들은 음식을 담던 손을 멈추고 가슴 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가슴 골짜기가 시스루 천 너머로 훤히 보였다. 은비가 상반신을 움직일 때마다 한 쌍의 복숭아처럼 생긴 탄력 있는 유방이 흔들리고 있었다.
"꺄아...!"
은비가 움찔 몸을 떨며,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가 엉덩이를 슬쩍 쓰다듬은 것이다. 그것도 엉덩이 틈새로 손가락을 미끄러뜨려 항문까지 만진 것이다.
은비의 뒤에는 젊은 사원들 몇 명이 서 있었다. 모두 정장을 걸친 얌전하게 생긴 젊은이들이었다. 아무리 보아도 성실한 샐러리 맨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군중 심리에 휩쓸려, 이들 중 한 명이 손을 뻗은 걸까?'
은비는 분한 듯이 얼굴을 찌푸리고, 뒤에 있는 사람들을 가볍게 노려보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은비는 찬호의 나쁜 버릇이 발동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찬호의 눈은 음욕에 번들거리며 충혈되어 있었다. 마치 이 자리에서 은비를 발가벗길 듯한 위험한 눈빛이었다.
찬호가 은비의 등에 손을 뻗었다.
"어머, 뭐, 뭐 하시는 거에요?"
샌드위치랑 샐러드가 접시에서 떨어졌다. 정면에 있는 사원들도 깜짝 놀랐다.
비치는 은비의 브래지어의 컵에서 풍만한 젖가슴이 삐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찬호가 등의 후크를 풀어 버린 것이다.
"어이..저것 좀 봐.."
은비의 앞에 서 있던 중년 남자가 옆의 동료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은비는 움찔하며 자신의 가슴 쪽으로 눈을 떨어뜨렸다. 너무 부끄러워서 몸 속의 피가 끓어 오르는 느낌이었다.
브래지어가 흘러내리면서, 젖꼭지까지 그대로 노출되어 버렸다.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지만, 시스루 천이어서, 유두를 감출 수가 없었다.
분홍빛 젖꼭지가 선명히 블라우스 천 아래에 비춰 보이고 있었다. 사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은비를 중심으로 음란한 욕망이 떠돌고 있었다.
은비의 뺨은 열기를 띠면서 붉게 물들어 갔다. 아니, 볼 뿐 아니라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유방이 엷게 분홍빛으로 물들어 가자, 은비는 미칠 것만 같은 수치심으로 온몸이 화끈거렸다.
그런 은비의 수치심에 젖은 표정과 몸짓은 남자들의 기학적인 욕망을 자극하고 있었다. 은비는 몸 속의 힘이 빠져, 접시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접시 깨지는 소리에 또 다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싫어..끝장이야...'
은비는 가슴을 두 손으로 감추고, 정신 없이 뛰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도망 치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어머, 은비 씨..."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 같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돌아보면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비이성적인 일을 겪으며, 은비는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